가을이 완연하게 물드는 요즘은 어디를 가든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마주할 수 있다. 9월이 끝나고 10월이 되면 단풍이 화려하게 피어나면서 가을색은 더욱 선명하게 변할것이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 아니 책읽기에도 좋고 등산과 산책, 낚시에도 그만인 추색이다. 집에서 가까운 의왕 백운호수에 간만에 가봤다. 호숫가에는 어떤 지역이나 분위기따라 음식점들이 많은것 같다. 예전에는 새벽에 일어나 호수 동쪽 산에서 흘러오는 물이 호수로 유입되는 곳에서 주로 배스낚시를 하곤 했다. 바닥이 고르고 시원한 물이 계곡에서 계속 유입되기에 먹이도 많고 신선한 공기도 많아 항상 배스들이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얕은 물에 들어가 캐스팅하면 한시간동안 여닐골마리는 기본으로 낚곤 했던 추억의 낚시터이다. 하지만 지금은 낚시금지. 오리배도 탈 수 있고 주변 산에서 알밤도 주울 수 있어 인근 주민들이 산책차 많이 찾는 백운호수. 백운호수 근처에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산채정식, 한정식, 오리집 등등 온통 먹거리들을 파는 식당들이 빙 둘러 있어 주말이나 평일 할 것 없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드라이브하기에도 좋고 호수를 바라보면서 차 한 잔 하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아마 서울이나 경기권에 사는 분들이라면 데이트나 모임차 이곳에 한 두번은 들려봤을것 같다. 물론 불륜처럼 보이는 커플들도 이곳을 많이 찾지만. 오늘은 보트와 오리배 선착장이 있는 무넘이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동안 물을 아래로 흘려보내지 않고 가두어 놓아 무넘이에는 산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무여 자연스럽게 넘친다. 여름 갈수기에는 무넘이 안쪽 몇미터까지 모래둔덕이 나타났는데, 찰랑 찰랑 차있는 호수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거칠고 급하다.
오리배와 모터보트를 탈 수 있는 백운호수 선착장. 주말에는 이곳에서 시원하게 물살을 가르면서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과 오리배를 타는 이들이 많은데, 오늘은 호수가 백조의 호수처럼 좀 한가하다. 상류 산에서 물이 내려오는 곳은 물색이 맑은데, 아래쪽은 다소 탁한색이다. 오리 한마리가 아는채를 하면서 반갑게 다가온다. 멀리 백운산과 바라산이 두둥 솟아있다.
매운탕을 파는 집은 호수 근처에 꽤 있는데, 선착장 근처에 세 집이 옹기 종기 모여 있다. 선착장 바로 옆에 광장식당, 청백골, 청계식당 모두 백운호수에서는 꽤 오래된 식당들이다. 물론 제방 건너편에 있는 형제식당이나 미림식당 등도 30여년을 넘긴 매운탕과 붕어찜을 전문으로 하는 집들이지만. 오늘은 청백골 야외 평상에 앉아 호숫바람을 맞으면서 점심특선을 먹는다. 바로 옆에는 청계식당의 야외테라스가 보인다.
청백골과 청계식당이 붙어 있어 한 집인줄 알았더니, 서로 다른 집이라 한다. 손님들도 오해하고 찾아오기도 한다고. 2층에서 먹는것도 전망도 좋겠지만 바람이 좋은데, 야외에서 먹는게 더 시원하지 않겠냐는 생각에 밖에서 먹을께요 하고 들어간다. 식당 앞에 있는 수족관에는 커다란 메기들과 때깔좋은 붕어들이 놀고 있다. 예전에는 송어도 있고 가끔 쏘가리와 배스들도 보였는데. 청계와 백운의 앞글자를 따서 청백골이라 부르는것인가. 아님 청군 백군의 앞글자일까. 뭐든 청백골이니.
바람이 잘 통하는 아니 바람이 좀 불어서 먹는 동안 살짝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던 야외의 테이블. 상에 기름칠한것처럼 반들거려 유리를 씌워놓은것 같다. 좀 전에 매운탕을 먹던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야외를 점령한채 독상을 받는다.
여자 쥔장이 뭐 드실라우 하면서 메뉴판을 펼치는데, 잠시 뒤에 모임이 있어 간단하게 요기만 할께요 했더니, 그럼 간단하게 점심메뉴를 먹으라고 한다. 빠가사리가 들어간 건 만원, 메기가 들어간건 메기새우매운탕 7천원. 일단 메기로 주문. 인원이 좀 된다면 빠가나 참게매운탕을 먹으면 좋겠지만 둘이서 먹기엔 다소 많기도 하고 점심만 간단하게 하기엔 점심특선이 딱이다. 물론 점심시간이 지나더라도 주문하면 해준다. 어떤 식당에 가면 점심특선 시간 10분만 지나도 안해주는곳이 있는데.
메기새우매운탕이 나오기 전에 반찬을 가져다 준다. 양파고추절임, 무생채, 무말랭이, 숙주나물, 배추김치. 메기새우매운탕을 먹는데, 그리 반찬은 필요하지 않지만 무생채와 고추양파절임이 특히 매운탕과 잘 맞는듯했다. 차를 가져갔기에 쇠주도 못먹고 두어시간 뒤에 모임이 있어 밥과 먹기에도 그래서 오늘은 매운탕에만 집중. 참 아까비. 이런 집에서는 음식만 먹는 사람보다는 술 한잔씩 하는 손님들을 더 좋아라하는데.
조그만 가스렌지 위에 메기새우매운탕이 올려진다. 호수에서 바람이 좀 불기에 캠핑용 바람막이도 설치해 주고. 간만에 먹는 메기매운탕이다. 낚시로 메기를 잡으면 손맛이 끝내주는데. 비가 온 뒤 이틀 정도 지나 저녁때 나가면 입질이 훌륭하다. 쭉쭉 낚시대를 끌고가면서 팔뚝만한 놈들이 잡히면 낚시줄도 끊어지기도 한다. 2인분이라서 메기 두마리 정도가 들어간듯하다.
매운탕을 주방에서 약간 간을 맞추고 끓여오기에 렌지에서 처음에 쎈불로 끓여주다가 중간불로 조절해준다. 너무 오래끓이면 쫄아들어서 알맞게 끓여진다 싶으면 일단 불을 꺼야 한다. 조금 먹다가 육수를 넣고 다시 팔팔. 메기를 소금 간을 한 후에 약재를 넣고 끓이면 뽀얗게 국물이 우러나는데 이것이 참으로 진국이다. 마치 가물치나 장어 곰국처럼. 민물새우가 충분히 들어가고 무와 미나리, 부추 등이 함께 넣어져 제법 시원한 국물맛이다.
제일 맛나게 먹은건 충주 삼탄에서 밤낚시에 잡은 60cm급 두마리와 작은 꺽지 세마리 정도를 넣고 코펠에 끓였던 매운탕. 끄리, 누치는 불을 피워 구워 먹고 마자와 모래무지, 피라미 등은 튀김가루를 발라 펄펄 끓는 식용유에 튀겨먹던 그 맛은 꿀이었다. 매운탕은 양념이 중요한데, 오래된 식당이라 그런지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장의 맛이 매운탕과 잘 어울린다. 메기가 솔직히 그렇게 맛이 좋은 물고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양념이 잘 배인 메기매운탕은 메기의 약간 시크름한 흙맛을 걸러준다. 물론 함께 들어간 민물새우가 일등공신이고 그 다음은 매운탕의 시원함을 살려주는 무우가 이등공신, 그 외에 수제비와 각종 야채 등은 삼등공신, 매콤한 양념장은 별등공신. 매운탕을 먹는 나는 대장.
앞접시에 담아서 메기의 살을 발라먹는다. 오동통 살이 찐 메기고기는 가을의 보양식으로 손색없다. 물론 먼 사촌지간인 미꾸라지와 장어, 가물치 등도 이 영역에서는 한 수 하지만 메기도 그 안에 살짝 끼워주고 싶다. 차 때문에 이슬이도 못하는데, 밥이나 말아서 먹고 가자는 생각에 밥 한공기를 주문, 얼큰, 매콤, 시원한 국물에 말아먹는다.
육수를 더 넣고 푹 끓여주고 다시 먹고 또 끓이고를 하다보니 어느새 커다란 냄비에는 수제비와 잔새우들, 국물만이 보인다. 이런 술 안주가 있을때엔 꼭 한 잔을 걸쳐야 하는데 말이다. 하지만 대낮부터 대리운전을 부르기엔 뭣하고, 다음 일정도 있고 하니.
밥 먹다가 옆 집의 야외의 분위기가 좋아 한 번 들어가 봤다. 밖으로 나와서야 이름이 다른걸 봤다. 들어가는데 워찌 오셨냐는 직원의 말에 밥먹으려고요 하니 일단 들어가란다. 처음엔 한 집인줄 알고 그랬지만 알고보니 사장이 다른집이란다. 오시는분들이 그렇게 오해를 종종 한단다. 이 집도 역시 비슷한 매운탕과 붕어찜, 참게탕 등을 팔고 있는 매운탕전문집이다. 예전에는 백운호수보다는 그냥 청계저수지라고 많이 불렀고 청계동에 있어 청계식당이란 상호인것 같다. 백운호수보다는 왠지 청계저수지란 이름이 친근감이 있다. 청계란 이름이 맑을 청(淸)에 시내 계(溪)이나 맑은 시내란 뜻.
글쎄 청백골보다는 청계식당의 야외홀이 더 운치 있고 분위기 좋을것 같다. 메뉴는 뭐 비슷비슷하다. 낮시간 보다는 조명이 들어오는 저녁시간에 져물어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매운탕이나 닭도리탕에 한 잔 하면 그만이겠다. 쥔장께 죄송해요라고 했더니 괜찮아요 하면서 다음에 백운호수에 올때에는 꼭 찾아주세요라고 웃으면서 인사를 한다. 설사 손님이 실수를 했다하더라도 손님의 흠결을 너그러히 이해해주면서 따듯한 말을 건네는 사장님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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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포비와 깨구락지..여행을 떠나다! 원문보기 글쓴이: 포비와 깨구락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