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농장의 꿈
글 / 석 천
이름 모를 새싹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땅을 들추고 숨바꼭질 하는 냥 고개를 살며시 내민다.
새하얀 가냘픈 새싹은 손톱으로 살짝 건드려도 금세 문드러지는 약하디 약한 잎이다.
그 싹이 겨울 내내 얼어붙었던 지면을 뚫고 나오는 힘은 자연의 섭리 곧 신비다.
지난해 난생 처음으로 헛일 삼아 뿌렸던 더덕 도라지 밭을 해쳐 보았더니
어느새 머리 부분은이 새끼 손 가락 만큼 자라 있었고. 땅속에서 하얀 눈이 트고 있었다.
살구, 자두나무에도 꽃망울이 보일 듯 말듯 맺혀있다,
봄이라고 하는 4월이지만 이 산골은 아직도 아침이면 살 어름이 지는 겨울 맛이다.
그러나 겨울의 시새움도 계절이 바뀌는 봄의 자태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간다.
계곡마다 눈이 녹아 흐르는 물소리가 졸졸 힘차게 들린다.
들과 산 양지바른 곳에는 파릇파릇 새싹이 봄을 찬미한다,
꿩들이 짝 짓기를 하는지 앞산 양지바른 숲속에서 우는 소리가 산울림으로 들려온다.
나는 앞산에 걸린 구름 과 산, 들, 시냇물을 한눈에 보면서 심호흡을 크게 한다.
가슴이 탁 트이고 후련해진다.
마치 산소를 통째로 마시는 기분이다.
아내와 나는 도시 생활을 하면서 늘 고향의 햇빛 찬란한 아침 상쾌한 공기를 동경하면서 .
향수에 젖어 살았다.
겨울이라 가지 못해 안달이 났던 전원농장을 향해 시속 100킬로로 달려서 500리 길을 단숨에 왔다,
이제는 찌든 서울은 상상만 해도 싫어졌다,
여기 농장에만 오면 직장이고 뭐고 다 집어 치우고 그냥 머물고 싶어진다.
도착 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밭에 잡초를 뽑고, 농지를 돌아본다.
내일 날이 밝기 전에 다시 출근 하기위해 서울로 가야 하니 잠시라도 쉴 여유가 없다.
금년에는 무엇을 파종 할까?
수첩에다 종류별로 적어본다,
배추. 무, 상추, 당근, 파, 호박. 이렇게 적어놓고 파종 일을 잡아본다,
지난해에는 호박 넝쿨이 자두, 복숭아,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과일은 실패 했다.
밤 ,대추는 시기를 놓쳐 제때 수확도 못했다.
누구나 노후에 어떤 삶을 살다 생을 마감 할 것인가를 준비하는 것 같이
나도 정년퇴임 후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다 죽는 것이 꿈이었다.
그 꿈으로 가는 길을 마련하기 위하여
1992년 정년퇴임 전 공직에 있을 때 강원도 고향 근거리에 가옥이 딸린 농지 천 평과
임야 2만여 평을 구입했다.
앞으로 새로 건축할 집터의 조경을 하기 시작했다.
산 밑으로 축대도 쌓고 석축 사이사이에는 산 철죽을 채취해서 심고
주변으로는 대추, 밤, 배, 복숭아, 은행을 심었다.
이렇게 새 집터를 준비 하느라고 토요일만 되면 찾아오는 자칭 전원농장이라고 하는
이곳에 나는 나의 모든 것을 거는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봄이 오기를 학수고대 하고 있다가 이곳에 오면
아내는 들에 나가서 냉이와 달래를 케고 나는 앞 냇가에서 피라미, 쏘가리를 잡는다..
이렇게 잡아온 고기로 민물매운탕을 만들어서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저녁밥을 먹는다.
어둠이 깔린 밤은 고요하지만 가끔 저 멀리서 들리는 개짓는 소리가 사람 사는 곳임을 말 해주고 있다.
서울에서는 왜 하늘도 처다 보지 못하고 살았는지 모른다.
하늘엔 은하수 그리고 총총한 별들이 정겹기 그지없다.
이 전원에서 보는 모두 것은 새롭고 신비로웠다.
봄이면 뻐꾹새 울음소리가 구슬프고 가을밤에는 귀뚜라미와
소쩍새 우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 린다. 이웃과 이웃은 마당에 나가서 고개를 빼고
한참을 찾아야 겨우 집 한 체가 눈에 들어오는 오지 마을이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집 앞 아스팔트길로 하루에 4번 버스가 다닌다.
밤이 돌아오면 아내와 나 마치 깊은 산중에 고립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난청지역이라 아직 텔레비전이 없다.
라디오를 틀어서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듣는다.
나의 꿈은 아직도 세상 밖으로 오염 되지 않은 이 땅을 에덴동산으로 만들어
나의 노후를 아들 손자, 며느리와 함께 이곳에서 꿈을 먹고 꿈으로 살고 싶다.
첫댓글 석천 선상님 거가 어디여요? / 참 궁금해서리~~~/저는 몇년후에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로 갑니다. 저도 천여평 사놓고서리 늙지않아서 아즉 몬가고 있습니다. 이노메 세월은 왜 이리 늦게 가는고야^^
나도 그랬습니다. 바로 정선이 멀지 않은 영월 땅입니다. 그런데 나도 정년 오기를 기다렸던 기억이 생생합다. 새벽에 차를 몰고 가든 ,,, 모란님 .. 나하고 전화 한번 합시다 / 어디 사는지 ? 절대로 그곳에서 안주 할생각은 마세요/
왜죠? 너무 좋은 곳인디~~~ 전화번호 남겨주시면 제가 전화드리겠습니다.
전원 농장의 꿈 ....제 소원입니다...^^* 10년 후 쯤에 이루어 지려나 ..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그런 꿈 꾸면서 삽니다. 아직 먼 정년 기다리며 ㅎㅎ 하지만 컴퓨터는 연결이 되어 있어야지요. 그래야 글을 쓰고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부러운 삶입니다.
부럽다. 괜히 바닷가에 자리 잡았나 보다,,, 끙~ 글 잘 보고 갑니다.
언제 시간이 허락 하면 하루밤 유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곳이군요. 아름다운 노후를 그릴 수 있는 꿈의 에덴 동산인것 같습니다.
아, 진짜 가보고 싶습니다, 작가님 우리 한번 그곳으로 초대 하시지요, 기차 타면 갈수 있을것 같은데요, 아뭇튼 작가님의 진솔하고 싱싱한 글 다시 볼수 있어 행복합니다.
아 ! 기대 하신 여러분에게는 죄송합니다. 이 글은 몇년전에 쓴 글입니다. 자연의 환상도 10년을 못 가고 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서울에 안주 해 있습니다. 그 이후 글을 쓸가 합니다.
아, 이실망 절망 ^^ 하하
근황이 궁금합니다. 올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