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六) 식전 축문
주여 우리와 주의 은혜로 주신 바 이 음식에
축복하소서 이는 오주 예수 그리스도를 인하
여 하옵나이다 아멘
식후 축문
전능하신 천주여 이 음식과 주의 모든 은혜
를 위하여 감사하옵나이다 주는 영생하시고
무궁세에 주관하시나이다 아멘
원컨데 별세한 신자들의 영혼이 천주의 은총
을 입어 평안히 쉬어지이다 아멘
< pp, 5 - 6 >
식사기도입니다.
식사기도는 식사 전에 하는 기도와 식사 후에 하는 기도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많은 기독교인의 경우에 식사 전에하는 식전 기도는 드리지만
식사 후에 하는 식후 기도는 드리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어떤 어르신의 경우에는
식후에 십자 성호를 그으면서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말로서 식후 기도를 대신하십니다.
저는 식후 기도를 하지 않는 많은 기독교인에 속하고요.
제가 아는 어떤 천주교인은 식탁 위에 식전기도문과 식후기도문을 적어놓았더군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식후 기도에는 별세자를 위한 내용이 추가되어있습니다.
여기에 처음으로 '오주'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吾主.
'내 주'라는 뜻이지요.
고교시절 국어시간에 외워야하는 글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기미독립선어서였습니다.
그 첫 귀절은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기억합니다.
오등은자에아조선의독립국임과조선인의자주민임을선언하노라
吾等은玆에我朝鮮의獨立國임과朝鮮人의自主民임을宣言하노라
여기의 첫 글자 오(吾),
'나'라는 뜻이지요.
그러니 '오주'는 '내 주', '나의 주님'이라는 뜻이되고요.
혼자가 아닌 여럿이 있을 때에는 '우리 주', '우리 주님'이라 하게 되겠지요.
지금은 '오주'라는 표현을 쓰지않고 '우리 주'라는 표현이 대세인 것 같습니다.
여기의 식사기도문을 이 사도문에서 발견한 후로는
여러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적어도 제가 대표로 식사기도를 맡을 때에는 매우 짧고 간결하게 합니다.
여기 사도문의 식전기도문에 식사를 준비한 손길에 축복을 구하는 정도만 추가하니까요.
맡은 이의 식사기도가 너무 길어서 짜증에 가까운 감정을 가져본 적이 있어서
식사기도 만큼은 가급적 길지 않게 합니다.
기나긴 기도.
기도란 하느님께 드리는 마음이므로 기도를 길게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습니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뜻이겠지요.
하지만
가끔씩은
기도가 거의 설교 수준으로 가는 경우를 당하는데
그럴 때면
'사랑의 깊이는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거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대표기도가 길어지는 것은 기도 속에 많은 내용을 담고 싶어하기 때문이겠지요.
'하느님 손에 맡겨야 하는 일들, 축복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
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해지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