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공연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예매를 서둘러주세요!! <아름다운 사람 - 아줌마 정혜선> 공연으로 함께 따뜻해져요~ 이미 공연을 보신 분들은 주위에 많은 추천 부탁드릴께요~!! 아래는 웹진 "온장"의 편집장 최창윤 님이 공연을 보고 올려주신 글입니다. 아름다운사람정혜선을만나던날 | - 극단 함세상,11월 22(일)까지, 뉴컴퍼니소극장 | | 최창윤, lyta68@daum.net | 등록일: 2009-11-17 오전 3:30:18 | |
사실 털어놓고 말하자면 극단 함께사는세상의 <아름다운 사람 정혜선> 공연을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사정이 여의치 못해 언젠가 다시 볼 수 있을테지 하며 관람을 미루었던 게 벌써 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몇 해를 넘겼더랬나 보다. 사실 이 극의 초연을 2000년즈음으로 기억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한 아줌마 정혜선이 결혼과 이혼, 취업과 재혼 등의 삶의 굴곡을 겪으면서 당당한 자존감을 가진 한 여성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함게 사는 세상의 구성원으로서 자신의 삶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연극 <아름다운 사람 정혜선>은 극단 함세상의 레퍼토리중 꽤 성공한 연극으로 지난 십 여년 간 나름 많은 관객층을 형성한 연극이다.
이를테면 극단 함세상은 대구를 대표하는 마당극 전문 극단이다. 구수한 입담과 재기 넘치는 순발력, 극을 끌고 나가는 박진감을 주무기로 서구식 무대 연극에서는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파워풀한 연기와 사회현실에 대한 풍자, 해학을 특징으로 하는 마당극은 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하였고 이는 이후에 점차 진보해오면서 대중연극의 한 형태로 자리잡았다. 함세상의 이 번 공연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더블 캐스팅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즉 하루는 박연희 연출에 배우 백운선과 탁정아가 공연을 하고 다음 날은 이현순 연출에 배우 박희진과 서민우가 배역을 맡아 공연한다. 이 두 팀의 같은 듯 하면서도 다른 연극 해석과 연출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일단 연기력 하나만큼은 대구에서 손 꼽히는 극단이니만큼 걱정안해도 될 듯 싶다.
극장을 찾았을 때 연극이 월 초부터 진행된 탓에 관객들이 꽤 빠지지 않았을까 싶었지만 내 예상은 빗나갔다. 여전히 이 연극을 찾는 매니아 관객들이 지인들을 불러내고 친구나 후배와 더불어 극 관람에 동참하고 있었다. 만화방 미숙이로 잘 알려진 극단 뉴 컴퍼니의 소극장 무대는 쌀쌀한 겨울초입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보게 된 캐스팅은 함세상의 대표인 박연희 연출에 탁정아와 백운선이 연기하는 아줌마 정혜선이었다. 주 연기자인 아줌마 정혜선은 백운선이 맡았다. 수줍은 듯하면서도 작은 체구의 백운선이 연기하는 정혜선은 극중에서 강연자로 나온다. 살아온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백운선의 연기가 수더분하면서도 나직하게 전해온다. 탁정아는 극 초반 튀면서도 활달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주었고 백운선의 연기와 대조적으로 나름 궁합이 잘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처럼 느껴졌다.
이야기는 그녀의 첫 번째 결혼 이야기로 시작된다. 고만고만한 집에서 대학 나오고 그냥 아버지가 소개해준 회사에서 경리로 일하다가 이리저리 선 보고 결혼에 이르는 과정은 누구라도 공감가는 현재 우리 삶의 개연적인, 소위 그럴 법한 공식(?)이다. 평균잡아 주변을 둘러보아도 대충 그렇지 않던가? 한국사회에서 고만고만한 여성의 삶이라면 말이다. 문제는 그러한 공식이 결혼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결혼은 삶의 완성이거나 종결이 아니라 진정한 새 출발이기 때문이다. 징조는 현실이 된다.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그리 심각한 고민없이 살아왔던 정혜선은 결혼 이후 남편의 상습적인 폭력에 위기를 맞는다. 연일 계속되는 비인간적인 구타와 폭행에 더 이상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정혜선은 이혼을 결심하고 가출을 감행한다. 결국 이혼을 하고 아이가 딸린 이혼녀가 된 정혜선은 일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고 결국 공장에 취직을 하게 된다. 비록 가정폭력이라는 지옥같은 현실을 가부하고 자신만의 삶과 행복을 위해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긴 했지만 대학 출신이라는 자신의 편견과 이혼녀라는 세상의 편견은 여전히 그녀의 삶을 옥죈다. 공장에서는 여전히 외톨이였고 왕재수였던 그녀. 정붙일 곳 없던 그녀는 차츰 자신의 일과 현실에 즉응해나가긴 하지만 마음둘 곳이 없기는 매 마찬가지였다. 사이비 종교에 속아 세상살이 녹녹치않음을 깨닫기도 한 그녀, 그러던 어느 날 공장의 관리자가 동료 여직원을 구타하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나서서 사과를 받아내는 쾌거(?)를 저지른다.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만들고 깨닫게 만든, 그래서 행동하게 만든 본능 같은 깨달음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일로 그간 정혜선과 공장동료들 사이의 보이지 않던 벽은 점차 허물어지게 되었고 그녀는 노조의 풍물패에 들어가 풍물활동을 하면서 삶의 즐거움과 일하는 보람을 깨달으며 결국은 새 인연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키워나간다는 이야기다.
관객들은 정혜선의 나름 굴곡진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정혜선의 구타장면에선 안타까운 탄식들이 객석에서 저도 모르게 쏟아져나왔고 가정폭력 근절을 주장하는 정혜선의 당찬 주장에는 저마다 옳소를 외치며 박장대소했다. 사이비 종교 장면에선 어찌나 우스웠던지 저마다 키득거리며 페가수스를 소리높여 외쳐댔으니 대단한 흡인력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슬픔과 분노, 웃음과 희망의 감정이 신명나게 교차하던 한 시간 남짓한 시간이 끝나자 관객들 모두가 마냥 속이 후련해지는듯 했다. 그건 어쩌면 마땅히 그러했어야할 우리 자신의 순간 순간들이 사실은 현실속에선 그렇지 못하기에 더욱 통쾌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오는 대리체험의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백운선의 여리면서도 단호하고 때로는 진지했던 연기와 감초같이 변신을 거듭하며 웃음을 선사했던 탁정아의 걸진 연기가 재미나면서도 감칠맛나게 콤비를 이루었다. 물론 시대상황이 많이 변한 탓에 극의 배경이 되는 상황설정이나 사회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주요 이슈들이 진부해졌다는 일간의 평도 있지만 여전히 한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이고 자존적인 홀로서기는 요즘의 정말 막 나가는 막장 드라마보다 백 배는 더 재미있고 감동적이다. 올 한 해 못볼 것 많이 본 막장 2009년 겨울맞아 실컷 웃고 감동받아 속 시원해지는 함세상표 연극 <아름다운 사람 정혜선>을 꼭 놓치지말고 보시기 바란다. 한 마디로 재미나다.
| 뉴컴퍼니 소극장 찾아가는 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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