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두해...
스펀지
상담원으로써 두해를 보내며 보람에 대한 시원함 못지않게 착잡한 마음도 지니게 되었다. 상담은 좌절이라는 소장님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며, 나와 내담자 서로가 기대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담원은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을 위해 항상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며, 어떤 내용으로 상담 요청을 하던 간에 대응방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상담 시 실행하는 기본은 같다.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반응하며 욕구 파악을 해주고, 정보제공 등을 하는 것이 우리가 맡은 역할이다. 보통 상담이 시작되면 내담자는 자신이 가진 문제 중에 이것만큼은 가장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꺼내어 일목요연하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데, 듣다보면 한가지로 시작된 문제는 실타래처럼 엉켜져 지속 되어온 것으로 상황은 다르지만 같은 맥락이라고 보여 진다. 다시 말하면, 상대에게만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담자에게 그들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도 초점을 맞춰 볼 수 있는 도움을 주려하니 낯선 느낌 때문인지 상담시간이 지연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금만 다르게 생각하면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과 내담자 마음을 바꿔보고 싶은 나의 욕심이 항상 병존해왔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 그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담 받기 위해 고민하고 용기를 내었을 내담자들에게 늘 지지와 격려를 해주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함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불편하기도 하였고 때론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들 때도 있었다. 상담시간을 준수하고 내담자가 사용하는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 외 모든 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을 알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이런 마음은 나의 일상생활에서도 나타나는 것 같다. 상담사로 일을 시작 한 후 나는 관점의 변화로 인해 나 자신이 이로워졌던 사건들을 기억하며 지인들에게 네가 변해야 상대방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늘 강조하였다. 이야기를 꺼낸 지인들은 분명 자신의 손을 들어주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있었을 텐데 나는 객관적으로 생각하자고 하며 사연의 관점에만 중심을 둬 마치 그들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되었다. 그들에게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고 이야기 하며 정작 나는 고립되어 가는 것 같았다. 일과 사생활을 분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모든 관계에서 마음보다 정보와 사실에만 급급하지 않았나 싶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정체되어 더 높이 올라가려 하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으려 하며 적당히 제자리걸음만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으나 다이나믹한 삶을 살을 살고 싶다는 욕구는 늘 가지고 있었다. 욕구충족을 위해서는 나의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낡은 마음들은 하나둘씩 버리고 새 마음으로 새롭게 살아가야 하는 데에는 나에게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머릿속을 차곡차곡 정리하여 새로운 나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들을 마련해야 겠다. 혼자서 해보겠다 잘난척하지 말고 나를 둘러싼 환경들을 잘 수용한다면 나는 올해를 잘살아낼 수 있을 것 같다. 매일 매일을 똑같은 하루라 여기지 말고 특별한 하루로 여겨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