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시험공부보다는 이타적 소통공부로

[이용훈]

이기적 시험공부보다는 이타적 소통공부로

前 동진여자중학교 교장 이용훈

경쟁을 위한 공부는 반짝 쾌감만을 주는 정말 재미없는 공부이다. 지금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고 있는 공부가 모두 아이들이 하고 싶어서 하고 있다기보다는 대체로 우리 어른들이 다른 집 아이, 다른 반 아이, 다른 학교 아이, 다른 지역 아이를 이기기 위해서 하는 강제 학습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공부 잘하는 아이나 공부 못하는 아이나 모두 공부를 힘들어하고 고통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계속해서 강요받게 되면 아이들은 내면에 화가 쌓이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게 된다. 학교붕괴가 오는 것도 이러한 경쟁하는 교육이 한계에 달하였기 때문이다.

한번은 강가를 따라서 밤 아홉 시가 넘어 자전거를 타고 솔밭 사이 오솔길을 달리는데 고등학생쯤 보이는 남학생 3명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자전거를 세우고 학생들을 지도하려다가, 생각을 바꾸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이들 앞을 나는 멈추지 않고 지나면서 아이들에게 속삭이듯이 이렇게 말했다. “담배 맛 참 좋겠다.” 이 한마디 말에 멀리 사라지고 있는 나의 뒷머리에 대고 아이들이 외쳤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성세대는 보통 아이들의 문제행동에 바로 훈계하고 꾸지람을 주는 것이 어른의 도리하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 공부하느라고 힘든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잠시라도 위로하는 말을 건네야 한다. 공부하는 아이들에게는 “지금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 하고 있자니 얼마나 힘이 드느냐”고 말해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때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참 불행하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시험 공부하는라고 얼마나 스트레스 받았으면 학교 마치자마자 어두운 곳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겠는가? 아마 밤 아홉시쯤 솔밭에 숨어서 담배를 피운다면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금방 학교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루 종일 학교에서 참아내다가 학교를 마치고 나와서, 집에 가기 전에 저희들끼리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데, 재수 없이 어른이 하나 지나가다가 자전거를 멈추고 “이 새끼들 어느 학교 다니는 놈들이야, 학생들이 담배 피우면 되겠나. 한 놈씩 학교와 이름 대라. 너의 학교에 알려줘야겠다.” 이렇게 나오면 그 아이들이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아이들은 자기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한 어른의 (생각지도 못한) 말에, 너무 고마워, 누구인지도 모르는 어른 뒷머리에 향하여,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하고 감동어린 외침을 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이 하기 싫은 시험공부를 하느라고 화가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나는 학교 현장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무조건 훈계하고 꾸짖는 것 자체가 아이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다. 나는 학교에서 많이 경험했지만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하여 훈계와 꾸짖는 것으로 잘못된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발견했다. 학교폭력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그 정도가 심해지고 줄어들지 않는 것도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가 아니고 학교폭력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경쟁을 위한 강제 학습이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하는 시험공부를 하는 아이들 대부분이 스트레스가 많다. 스트레스는 어딘가에 반드시 분풀이를 하게 되어 있다. 소위 문제아(?)라고 하는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면 반드시 전혀 내키지 않는 교육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도 적성이 맞아야한다. 모든 아이가 시험을 위한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활동적인 대부분 아이들은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경쟁을 부추기고 공부를 강요하는 생각은 산업시대의 잘못된 유산이다. 산업시대의 교육의 목표는 산업 역군을 기르는 일이었다. 산업시대의 화두는 이미 아는 바와 같이 ‘대량생산’이었다. 사람을 똑같은 생산능력을 가진 동일한 유형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생각이 산업시대 교육의 방향이었다. 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생산하는 공장이 바로 학교다. 따지고 보면 학교라는 곳도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처럼 산업시대의 산물이었다. 아이들을 집단으로 한 곳에 모아놓고 공장처럼 빨리 똑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아이들 공장이 학교인 것이다. 대량생산은 창의력이 요구되는 21세기 아이들에게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 산업시대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선생님의 말씀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듣지 않으려는 아이들 앞에선 교사들은 한심하고 불쌍해지고 있다. 교실은 붕괴되고 있다. 교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제 학교의 시스템을 바꾸어야한다.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의 가치가 바닥이다. 왜냐하면 정보가 너무 많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가진 정보가 두 배로 늘어나는데 70일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디지털 혁명 시대, 인터넷 시대에 정보의 생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이다. 양파가 너무 많이 생산되면 양파 값이 바닥이다. 양파 값이 바닥이면 농민을 양파를 수확도 하지 않고 밭에서 그냥 갈아엎어 버린다. 이제 정보는 인터넷 속에 얼마든지 누구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지금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단지 정보를 얻는데 그치고 있다. 인터넷에 들어가면 널려있는 정답을 알아맞히기 위해 공부하는 일이 재미없기는 마찬가지다.

시험위주의 교육은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길러주기 위해 하기 보다는, 단순히 다른 아이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을 위한 교실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단순히 ‘이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교실’이다. ‘경쟁 교실’은 아이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기 보다는 생각하는 힘을 오히려 뒤떨어지게 하고 있다. 지금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도 사실을 세계 사람과 하는 경쟁도 아니고 우리 끼리 하는 경쟁이다. 부모가 진정으로 우리 아이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러한 입시 성적을 올리는 교육은 다 같이 멈추어야한다. 나만 그만 두면 내 아이만 ‘손해’ 본다는 생각 때문에 결국 모두 그만 두지 못하고 있다. ‘손해’ 본다는 생각 때문에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아이를 망치는 교실이 되고 있다. ‘나만 손해’ 본다는 것은 ‘결코 손해’가 아니다. ‘진짜 손해’는 내 아이의 점수를 올리기 위해 아이의 ‘생각의 힘’을 길러주지 못하는 데 있다.

지금도 교장이 학교에서 기말시험치고 나면 학급평균을 내어 그 학급의 성적이 낮은 원인을 밝히라고 담임에게 따지는 교장이 있는지 모르겠다. 옛날 교장들은 많이 그렇게 했다. 지금 교장들은 학급평균을 가지고 담임들에게 따지지 않는다. 학급평균은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교장이 학급평균에 신경 쓰다보면 담임은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얼마든지 학급평균을 올릴 수 있다. 또 담임은 학급평균을 올리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 무리수에 고통 받는 쪽은 학급 아이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다른 학교에 비교해서 낮다”고 걱정을 한다. 과연 그 학교의 학업성취도가 그 학교의 학생과 부모의 공부능력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리고 그 학교의 평균성적이 그 학교의 교육목표 달성 정도를 나타내는데 의미가 있을까? 나아가 그 학교의 시험성적이 그 학교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말해주는 것일까? 모두 의미 없는 숫자에 불과하다.

지금 학교 교육은 내가 학교 다니던 50년 전에 교육 방법과 똑같은 방법으로 시험위주의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의 실질적인 교육목표도 옛날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명문대학 일류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있다. 나는 교육현장에서 38년간 일하면서 느낀 것을 딱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한다면 “이제 정답 알아맞히기 교육은 당장 그만 두어야 한다”이다. 지금 이것을 멈추지 않으면 학교와 교실은 붕괴된다. 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유대인 부모와 우리나라 부모의 공통점은 자녀교육에 올인 한다는 것이다. 유대인 엄마는 아이를 낳으면 일단 직장 다니는 것을 중단한다고 한다. 지금 돈 좀 버는 것보다 어릴 때 제대로 교육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유대인 부모와 우리나라 부모의 차이점은 유대인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 “너 그렇게 공부해서 어떻게 남을 도와주겠니?”라고 말한다. 반면 우리나라 부모는 “너 그렇게 공부해서 어떻게 네 밥그릇이라도 챙길 수 있겠니?”라고 말한다. 이 차이점 때문에 유대인은 그 동안 노벨상을 170여명 이상이 탔다고 한다. 노벨상 전체의 약 3분의 1을 유대인 타갔다. 우리나라 사람은 그 동안 “공부, 공부” 그렇게 강조하면서 아이를 공부에 몰두하도록 하고, 돈 많이 들여 과외 시키고, 경쟁시키고 한 결과가 뭔가. 결국 공부에 대한 재미와 의미를 상실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 공부를 시킨 결과이다. 유대인들이 아이를 공부시키기 위한 목적은 이타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이기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무언가 이 세상을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자기 인생의 중요한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자기 공부에 힘쓴다면 삶의 중요한 의미를 이미 상실한 것이다.

이제 정답 알아맞히기 위해 하는 암기력 위주의 교육보다는 아이들의 생각의 힘, 즉 사고력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바뀌어야한다. 아이들을 미래의 산업역군으로 준비하게 하는 준비교육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때 그 때 마주치는 현장 상황에 바로 적응할 줄 아는 적응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남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가 아니라 남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으로 길러져야한다. 경쟁하는 교육이 아니라 공동체 생활을 원만하게 이끌어갈 힘을 길러주는 소통교육이 되어야 한다. 내가 말하는 소통교육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하는 능력인 인문학적인 소양을 갖추게 하는 교육이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들의 인생이 따로 있다. 아이에게 아이들의 인생을 돌려줘야한다. 미래에 행복한 아이가 아니라 오늘 행복한 아이로 길러져야한다. 미래에 성공하는 아이보다 오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아이로 바꾸어야한다. 지금 잠도 안 재우고 밤이 늦도록 학교에 아이들을 잡아놓고 감시하고 통제하는 교육은 그만 두어야한다. 이런 교육은 학생은 불행하게 하고, 교사는 불쌍하게 만들고, 학부모를 막연히 불안하게 하는 교육이다. 학교교육이 경쟁시키는 교육이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능력과 소통능력, 공감능력을 갖춘 아이로 길러주는 교육이 되어야한다.

[카타리나(진해동진여중총단장)]

공감합니다^^

[happy1004.황지혜]

총장님 좋은 말씀 갑사합니다.

[장호선]

저는 언제쯤이면 내아이들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소통능력, 공감능력을 가질수 있을까요
너무도 멀고 힘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