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의 CP, 회사채 부도위기 사태와 관련한 투자자 구제방안에 대하여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변호사
연일 동양그룹의 유동성 악화로 인한 부도위기에 대한 기사가 보도되고 있습니다. 9월 25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동양시멘트, 동양레저 등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기업어음(CP)과 회사채 규모는 2조3144억원이고, 그 중에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자금만 1조3000억여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 등의 특단의 대책을 내어 놓지 않는 이상 더 이상 CP 차환발행(롤오버)이나 회사채를 발행 할 수 없는 입장에서 부도(법정관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CP(Commercial paper)는 기업어음으로 기업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하여 발행한 약속어음을 말합니다. 회사채나 기업어음 모두 회사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회사채는 주로 장기자금조달수단인 반면, CP는 단기자금조달 수단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동양그룹의 유동성 악화는 미리 예견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CP 발행시 기존에는 50매 이상 발행시에만 증권신고서 제출의무가 있었으나, 2013년 5월 6일부터 만기가 365일 이상이거나 영제103조에 따른 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되는 경우에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하도록 개정되었고, 지난 4월 개정된 금융투자업 규정은 10월 24일부터 증권사들이 투자 부적격 등급을 받은 계열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을 고객에게 권유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동양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CP의 대부분은 투기등급인 B등급의 CP로 차환발행을 하여도 판매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기존 발행한 CP를 상환하기 위한 CP 재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양은 최근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였지만 이미 유동성 악화가 대외적으로 공표된 상황에서 오리온이 지원하지 못함을 증권신고서에 주요 투자위험으로 기재할 경우 회사채에 투자할 투자자는 없을 것이기에 결국 회사채발행 계획을 철회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양의 자금유동성은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CP와 회사채에 투자를 한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그 손해를 어떻게 배상받을 수 있을지 지금부터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1. 증권사를 상대로 한 ‘불완전판매’ 손해배상청구소송
KIKO 불완전판매 소송, LIG 건설 CP 불완전판매 소송 등 불완전판매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은 현재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자본시장법이 2009년 제정되면서 설명의무, 적합성 원칙, 부당권유금지원칙 등 투자자보호의무를 명문화하면서 투자자보호를 강화하였고, 손해배상액을 추정하는 특례를 두어 손해액과 인과관계의 입증을 완화하여주었기 때문입니다.
가. 설명의무 위반
우리 설명의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이라 함) 제47조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설명의무란 금융투자업자는 일반투자자를 상대로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금융투자상품의 내용, 투자에 따르는 위험 등 투자판단을 위한 중요사항을 일반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판례(대법원 2006.6.29. 선고 2005다49799 판결)는 기업어음(CP)의 거래에 있어서 신용등급이 그 기업어음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정보에 해당하므로, 증권회사가 고객에게 거래의 대상인 기업어음의 신용등급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달리 고객이 이미 그 신용등급을 알고 있었다거나 신용등급을 제대로 고지하였더라도 그 기업어음을 매수하였으리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로써 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한다고 판시하는 등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다양한 판시를 해오고 있습니다.
동양 CP사태와 가장 유사한 LIG 건설 CP 사건의 경우, 제가 최초로 설명의무 위반을 이유로 하여 60% 배상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고등법원에서 30%로 배상비율이 줄었고 현재는 쌍방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유의할 점은 투자자별로 판매직원이 설명한 내용이 다르고, 투자자의 투자성향이나 과거 투자경험이 달라 같은 CP에 투자한 투자자라 하더라도 소송의 승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LIG 건설 CP의 경우에도 투자자별로 승패여부가 다라지고 있는데 이는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동양 CP의 경우는 과연 투기등급임을 정확히 설명해주었는지 여부, 신용등급을 고지하였는지, 신용등급의 의미를 설명해주었는지, 그룹의 지원가능성만을 강조하고 부정적 요인을 설명하지 않았는지 등 여러요소를 고려하여 설명의무 위반여부를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나. 적합성 원칙 위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은 적합성의 원칙(suitability rule)을 도입하여 특정 금융투자상품이 특정 투자자가 투자하기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여 적합하지 않은 상품에 대하여는 투자하도록 권유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의무는 특정 투자자의 주관적 측면을 고려하여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소극적인 의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문금융투자업자인 증권사 등은 ①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숙지의무(know-your-securities-Rule)와 ② 고객에 대한 정보숙지의무(know-your- customers-Rule)를 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전문금융투자업자인 금융기관은 전문적 지식과 정보를 전제로 하여 이를 신뢰하는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에 대하여 투자하도록 권유하는 것이므로 권유대상이 되는 상품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투자자에게 그 상품이 적합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고객의 투자성향, 투자목적, 투자경험 등을 파악하여 고객에 대한 정보 역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브로커가나 딜러가 일반투자자에게 투자권유를 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며 투자자의 요청이 있을 때에는 투자권유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적합성의 원칙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양증권 등 증권사로부터 동양 CP를 특정금전신탁의 형식으로 투자를 할 때 과연 증권사에서 투자자의 투자성향(안정형,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 공격투자형)을 제대로 파악하였는지, 동양 CP의 신용등급이 B등급인 경우는 공격투자형 이외의 투자자는 투자를 할 수 없고 만일 투자를 하게 될 경우는 초과위험확인서(부적합확인서)를 작성하여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작성하였는지 여부, 초과위험확인서를 교부하였는지 여부 등을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증권사들은 이러한 초과위험확인서를 남발하여 투자자의 성향과 상관없이 상품을 권유하고 투자성향이 맞지 않는 경우 초과위험확인서를 작성하고 있어 적합성의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합니다.
다. 부당권유금지원칙 위반
자본시장법 제49조 (부당권유의 금지)는 금융투자업자는 투자권유를 함에 있어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각호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1호 거짓의 내용을 알리는 행위, 2호 불확실한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 3호 투자자로부터 투자권유의 요청을 받지 아니하고 방문·전화 등 실시간 대화의 방법을 이용하는 행위. 다만,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제외한다. 4호 투자권유를 받은 투자자가 이를 거부하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권유를 계속하는 행위. 다만, 투자자 보호 및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없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를 제외한다. 5호 그 밖에 투자자 보호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행위
위 부당권유금지원칙의 내용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2호사유인 “불확실한 사항에 대하여 단정적 판단을 제공하거나 확실하다고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는 내용을 알리는 행위”이다. 대기업(그룹사)의 지원이 불확실함에도 확실한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 등 금융기관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부당권유금지 원칙을 위반하여 투자자들에게 안전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일 동양 CP의 투자권유시 이러한 설명을 하였다면 부당권유금지원칙 위반을 문제삼을 수 있습니다.
2. 발행기업의 대표이사 및 실무진을 형사고소하는 방법
최근 LIG 건설 CP 사기발행으로 인해 구본상, 구자원 회장에게 각 징역 8년과 3년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발행기업의 대표이사나 그룹의 총수는 중형의 선고를 피하기 위하여 피해금액의 일부를 합의하는 경우가 있어 이러한 형사고소도 피해회복의 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발행기업이 CP 발행을 위하여 회계조작을 하였는지, 자금유동성 악화상황을 언제 인식하였는지, CP 상환이 어려울 것을 예상하면서도 계속 CP 발행을 한 것인지 등을 통해 특경법(사기), 외감법 위반 등으로 형사적 죄책이 인정될지 판단해보아야 합니다.
문제는 검찰에서 그 수사를 철저히 진행할 수 있도록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여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시하고 그 불법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볼 것입니다.
3. 발행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발행기업과 그 대표이사 및 그룹 총수 그리고 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등을 상대로 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불법행위를 주장하는 투자자가 이를 입증하여야 하기 때문에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위 형사고소사건의 진행추이와 그 과정에서 발견된 증거들을 종합하여 손해배상청구여부를 결정하여야 합니다.
4.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동양 CP 발행기업이 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법원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10년 내지 15년의 기간의 회생기간을 정하고 그에 따라 현금, 전환사채, 회사채 등으로 비율을 정하여 변제계획이 정해지게 됩니다. 투자자들은 회생채권자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 문제는 변제계획이 정해지더라도 과연 10년이 넘는 기간 그 회사가 존속하여 회생계획을 모두 이행할 수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의 소멸시효기간(3년)이 지나기 전에 증권사와 발행기업의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여야 합니다.
5. 결 론
우선은 동양그룹이 어떻게 유동성 위기를 넘길 방안을 내어 놓는지 지켜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만 동양그룹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를 대비하여 투자자들은 위와 같은 구제방안을 진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법적인 절차를 통해 구제받기 위하여는 증거자료를 충실히 확보해두어야 합니다. 어느 한 투자자가 승소하였다고 하여 자신도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승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반대로 다른 투자자가 패소하였다고 하여 자신도 패소하는 것은 아닙니다. CP 투자시 판매직원으로 부터 받은 자료, 판매직원과 전화로 투자권유를 받았을 경우 어떤 설명을 들었었는지, 자신의 투자성향은 어떠한지, 계약체결과정은 어떠했는지 등 지금부터 꼼꼼히 정리를 하고 증거자료를 수집하여야 할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피해회복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대응하여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