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라 태균이를 조금이라도 밖으로 끌어내야 여기까지 이사온 보람이 있을 것같아 겨우겨우 꼬셔서 집 밖으로 끌어내니 집 뒤 산으로 진입하기 위한 집 비탈길부터 난관입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마저 오르지 못하고 멈추길 몇 번, 여기서 자기가 굴복하면 일상사가 될 것을 두려워 하는 것 같습니다. 사진으로 찍어놓으니 마구 자란 잡초들이 정말 무성해보입니다.
비탈길을 올라 집경계선 작은 문을 여는데 너무나 두려운 광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온 몸이 문신투성이인 두 남자가 집터 바로 뒤 바다가 보이는 그 곳에 텐트를 치고 있습니다. 집안살림 모두 들고 나온 것같은 대량 살림물건들도 거슬리지만 커다란 텐트 외에 대형 그늘막텐트까지 설치하는 것으로 보아 오래 묵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왜 하필 여기에? 온 몸은 문신투성이에다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등장하는 싸움용 칼까지 손에 쥐고있어 별 상상을 다 하게 됩니다.
문득 영화 퍼시픽하이츠가 생각났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사랑하는 두 남녀가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사서 수선하고 정착해가는 과정에서 수상한 이웃이 이사들어오면서부터 그 집을 강탈하기위해 벌이는 공포의 사건들을 다룬 영화인데 범죄의 타켓이 되었을 때 삶의 공포가 얼마나 극에 달하는지 잘 보여준 영화였는데요...
다소 오버하는 상상이라 스스로 웃음이 나오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그런 나쁜 생각을 하게 될꺼라고 여겨집니다.. 등산로이면서 찻길인데... 스스로 퇴거해가길 바라면서 태균이를 몰고 얼른 들어와버렸습니다. 이들의 생활쓰레기들이 집 뒤에 함부로 버려지지않길 역시 바랄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