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선물 제대로 고르기 (koami2011-09)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날자가 일찍 잡혀서 ‘여름추석’이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름 날씨가 엉망이었다는 점이다. 소위 ‘삼우일청(三雨一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햇볕보다 비가 훨씬 많았던 여름이었다. 이렇게 추석이 장마와 폭우로 점철되었던 여름과 워낙 가깝게 자리잡다보니, 명절 선물 선택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햇볕이 모자라고 폭우로 농작물 피해가 커서 햇과일이 부족하다보니, 심지어 수입과일까지도 선물 목록에 오르내린다고 하니, 정말 추석의 취지가 무색할 정도다.
그 결과, 각종 건강에 관련된 식품들이 선물 후보명단으로 급부상했다고 한다. 원래 한가위 선물로 가장 많이 선호되는 것이 건강기능식품이었는데, 이번 추석에는 그 수가 부쩍 늘어날 전망인 것이다. 이러한 건강기능식품은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요 근래 제일 각광을 받고 있는 홍삼 제품부터 시작해서 종합비타민, 글루코사민 오메가3 스쿠알렌 감마리놀렌산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소위 건강을 좋게 만드는 식품이니, 무조건 먹어두면 좋을 것 같은데, 과연 그럴까? 이번 글에서는 명절 건강식품 선물 잘 고르는 법을 알아보도록 하자.
홍삼제품 부작용 심각하다
우리나라 인삼은 세계적으로 그 효능이 알려져 있는 약재다. 너무나 그 효능이 뛰어나다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그 수요가 엄청 났으며, 한 동안 정부가 그 관리를 해왔었다. 그러다보니 문제가 생겼다. 어떠한 약재가 효능이 뛰어나다면, 그 약재와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만큼 부작용도 훨씬 심각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문가의 조언 없이, 무조건 몸에 좋다고 마구 먹다보니,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등장한 것이 바로 ‘홍삼(紅蔘)’이다. 인삼의 부작용을 없앤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먹어도 안전하다고 광고를 한다. 과연 그럴까? 물론 당연히 그렇지 않다. 원래 인삼은 따뜻한 성질을 지녀, 뱃속을 따뜻하게 하고 위장기능을 왕성하게 하는 효능이 있다. 그런데 만약 홍삼으로 만들어, 인삼이 가지고 있던, 인체를 따뜻하게 하는 성질을 없애버렸다면, 당연히 그 효능도 사라진다. 반대로 그 효능이 살아있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남아 있는 것이다.
실제 2008년 11월 16일에 서울시한의사회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부작용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었다. 조사결과, 그 중에서 홍삼으로 인한 부작용이 무려 45.7%로 나타났었다. 또한 그 부작용의 증상은 얼굴이 발개지거나, 갑자기 열이 나거나, 쓸데없이 땀이 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발이 뜨거워지는 등의 화(火)나 열(熱)로 인한 증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 홍삼이 부작용 없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원래 인삼은 식품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의 진단과 처방이 없게 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 효과가 워낙 뛰어나고 국가적인 이득을 높이기 위한 목적 등으로 인해,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하도록 풀어놓은 것 같다. 국가 제도적으로 이러한 문제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며, 그렇게 정부가 나서기 전이라 하더라도, 앞으로 홍삼 제품의 복용은 신중을 기해야만 할 것이다. 인삼이나 홍삼제품을 복용하거나 선물하기 전에는, 반드시 한의사의 진단을 거쳐야만 안전하다.
비타민도 과잉이면 병이다
비타민의 경우에도 과잉 섭취하게 되면 ‘비타민과잉증’이라는 병이 생기게 된다. 비타민은 원래 인체에 꼭 필요한 필수 영양소다. 다시 말해 인체에 없으면 ‘결핍증’이라는 병이 생기는 필수물질이라는 얘기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비타민을 먹으면 영양이 풍부해지는 영양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비타민을 먹으면, 마치 보약을 먹은 것처럼, 영양이 풍부해지고 기운이 나는 것으로 잘못 오인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문제는 심각해진다. 비타민을 많이 먹어도 기력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정도까지만 되어도 괜찮은데, 비타민은 많이 섭취되면 오히려 인체에 병을 일으킨다. 그래서 필요 이상의 비타민은 소변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몸속에 쌓이면 병이 되기 때문에, 인체가 몸 밖으로 열심히 배출하는 것인데, 비타민 B와 C 같은 수용성이야 쉽게 소변으로 배출되지만, A와 D, 그리고 E와 같은 지용성 비타민은 쉽게 배출되지 않고 몸속에 쌓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편식을 하지 않고 골고루 세끼 식사를 하는 사람은 절대 비타민 부족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입덧이 심하거나 음식을 가려먹는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 있어서, 비타민 섭취는 불필요한 행위다. 만약 비타민 배출이 잘 되고 있다면, 비싼 돈 들여 먹어서 소변으로 열심히 버리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또한 인체에서 배출이 잘 안되고 있다면, 돈 들여서 몸에 병을 만들고 있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비타민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 선택하면 좋을까
진료실에 있다 보면, 홍삼이나 비타민 이외에도 각종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면서 찾아오는 환자들이 끊이지를 않는다. 키토산 부작용도 있으며, 글루코사민 부작용도 있다. 단순 소화 장애도 있지만, 전신적인 부작용을 호소하는 분들도 꽤 많다. 왜 이런 일들이 생기고 있는 것일까?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몇 가지만 얘기하면, 한의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처방받는 전문 의약품에 비해 저렴하다는 점과, 굳이 의료기관에 가서 진단받아야하는 번거로움 없이 쉽게 구입하거나 선물로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장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치명적인 단점들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가 되었다. 건강은 아무렇게나 함부로 관리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건강기능식품들을 선물로 선택할 수 있을까?
일단 제일 먼저 인체에 질병이나 증상이 있는 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의료기관에서 치료 받아야만 하는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건강기능식품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식품은 말 그대로 식품이지, 치료약이 아니다. 오히려 질병을 더 악화시키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주치 한의사와 상담을 먼저 하는 것이 좋겠다. 본인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경우에도, 자신도 모르게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반드시 정기적으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양방검진에는 나타나지 않는 기능적 병변이 한방 진맥이나 검사에서 나타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추가해서 한의원을 찾아가 보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로 지금 선택하려고 하는 건강기능식품이, 복용할 사람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남들에게 좋다고 해서 나에게 맞으라는 보장은 없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약이 되는 것이 나에게는 독약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에게는 독약인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보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는 그 사람이 자주 다니는 주치 한의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그 누구보다도 그 사람을 담당하는 주치 한의사가 그 식품과 복용할 사람이 맞는 지 안 맞는지를, 가장 정확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정말로 선물해드릴 정도로 고마운 분들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일단 가까운 한의원이나 주치 한의원으로 모시고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고 난 후에 보약을 처방받는 것이 옳을 것이다. 만약 그 것이 여의치 않다면, 그 분들께서 자주 다니시는 한의원에 미리 전화를 드려서 얘기라도 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무작정 몸에 좋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로 아무 건강기능식품이나 선물로 보내는 것보다는 더욱 안전하고 좋을 것이다. 그런 정도의 수고로움조차 하지 않고, 아무 건강기능식품이나 함부로 선물로 보낸다면, 애써 표시한 고마움의 표시가 오히려 반대로 작용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