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style="text-align: left;">옥인동 47번지<br><br><br>김계옥<br><br><br>어느 해질 무렵<br>갈치구이 청국장 내음, 밥짓는 소리<br>미로처럼 긴 골목길을 따라 가득 흐른다<br><br>이젠 박물관 유물이 된 놀이<br>땅따먹기 딱지치기 고무줄 놀이<br>아이들 모여 떠드는 소리<br>하늘 높이 오른다<br><br>집집마다 밤새 애닯은 사연<br>이른 아침 골목 담장을 타고 넘어<br>귓속말로 꽃을 피던 옥인동 47번지<br><br>내 기억 속 옥인동 우리집<br>기름 냄새 가득한 통인시장을 한참 지나<br>좁고 긴 골목 길을<br>왼쪽 오른쪽 돌고 돌아<br>막다른 골목 끝 파란 대문 집<br>장독대 위에서 춤추는 빗소리 따라 오르는<br>순례자의 길<br><br>몇해 전 다녀온 서촌 여행 길<br>어린 시절 청운 초등학교<br>옥인동 골목 골목 어귀마다<br>솟아나는 향그러운 추억 여행<br>삶에 시쿤둥한 한 여자<br>그 길에 서서<br>그 시절 꿈꾸는 소녀로<br>푸룻푸룻 걷는다<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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