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가져온 교육문화 혁명
주혜(主惠) 김정숙 / 수필가
2021년 5월 현 시점에, 그대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의 예전처럼 여전히 내적 안정과 평온함 속에서 당신의 삶을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진실로 가치관의 혼동이나 내적 갈등이 전혀 없이 살고 있는지를 묻고 싶은 것이다.
나도 <정말 평온하고 괜찮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솔직히 그렇지 못하다. 많이 혼란스럽고 어지럽고, 힘이 든다. 다만, 괜찮은 척하지 않으면 더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괜찮은 척하고 있는 거다. 게다가 나로 인해 다른 많은 사람들까지도 더 우울해질까봐 의연한 척하고 있는 거다.
요즘 나를 우울하게 만들고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생활방식의 급격한 변화’이다. 게다가 평소에 나의 소신이라고 생각해왔던 중요 가치관들까지도 상호충돌 속에 계속적으로 내적 갈등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당연히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코로나19로 인해서 전혀 옳지 않은 것들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것들이 나를 당황스럽게, 힘들게 하고 있다.
예컨대 과거에는 열린 마음(오픈마인드)으로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며 사는 것이 사교적이고 소통하는 삶으로 생각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것이 현명한 삶이 돼 버린 것이다. 예전엔 아프면 무조건 병원에 가는 것이 현명한 처사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바이러스의 위험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가급적 병원에 가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인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들이 최근 나에게도 직접 일어나고 있다.
나는 현재 도마동 초등학교 근처에서 작은 논술교습소를 운영하고 있다. 평소 나는 논술수업은 반드시 ‘대면수업’을 해야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어떤 학부모님으로부터 문의전화가 왔다. 그분의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는 ‘도마동’에 있지만, 집은 ‘송촌동’이라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원격수업)을 원한다고 하셨다.
나는 최대 4~5명까지만 동시 수업하는 소그룹수업을 하고 있었고, 또 아이들을 위해서도 대면수업을 해 주는 것이 100% 효율성이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원격수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은 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것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그 어머님께서는 내 말에 반대의견을 강하게 어필하셨다. < 아녜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악기와 미술까지도 비대면 실시간 수업을 하고 있는걸요.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다른 종류의 과목들도 수강하는 게 많아서, 일일이 학원을 다니기에는 시간적으로 너무 힘든 입장입니다. 그래서 시간도 절약할 겸 더욱더 비대면 수업을 원하는 거예요.> 라고 말씀하셨다. 즉, 논술도 당연히 비대면 실시간 온라인수업을 할 수 있으니, 원격수업을 해달라는 말씀이셨다.
그런데도, 나는 그 동안의 나의 지론이 맞다고 생각해서였던지, <정 그러시면 어머님 집 주변에도 논술학원이 있을 듯한데 그 쪽을 좀 알아보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저는 아직도 대면수업이 아이들에게도 더 좋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비대면 수업을 하게 되면 수업효과가 많이 떨어질 수 도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하신 건가요?>라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그 어머님의 의견은 단호하셨다. <물론, 우리 집 주변에서도 학원이야 알아보면 얼마든지 있겠지만, 그냥 그 교습소에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을 받고 싶어요. 선생님께서 예전에 학교 앞에서 배포해주신 홍보자료도 참고했지만, 여러 가지 알아보고 검토해 보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게다가 우리 아이들은 대체적으로 수업을 잘 따라가는 아이들이니, 실시간 온라인수업을 하실 수만 있다면 해 주시기를 원하는데, 정말 원격수업을 해 주실 수는 있는 건가요?>라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평소의 내 생각과는 많이 다른 어머님의 요청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원하시니 해드릴 수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원격수업은 여러 가지 많은 제약 때문에, 그만큼 프리젠테이션 수업자료를 훨씬 더 많이 준비해야만 한다. 게다가, 수업준비로 인한 시간소모도 많으며, 교재에 있는 내용뿐만 아니라 추가 설명 자료들까지도 PPT화일 안에 미리 모두 만들어 두고 수업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원격수업은 내게도 시간 소모를 많이 요구하는 부담스러운 수업이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도 1시간 30분의 수업시간은 많이 힘든 수업일 것 같았다.
그런데도 어쨌든 어머님의 요청으로 실시간 온라인 수업은 시작되었다. 첫 수업을 실시한 후 아이들의 반응을 어머님께 여쭤봤더니, 아이들이 <재미있었어요. >라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수업에서도 아이들은 정말 적응을 잘 해 주었다. 게다가 아이들의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서 그런지, 수업과 관련된 스피드퀴즈 문제를 낼 때도 가급적 어려운 문제를 많이 내 달라고 조르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온라인수업에 집중을 잘 할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하며 수업자료를 만들기는 했지만, 원격수업에 잘 적응해 준 아이들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었다. 게다가 내가 걱정하고 염려했던 몇 가지 부작용들은 거의 없었고, 그 어머님과 학생들은 본인들이 바라는 온라인수업의 장점들을 많이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고정관념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실시간 온라인’ 방식이 나의 생활에도 적지 않은 문화충격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나 역시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긴장되는 것도 솔직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종류의 문화혁명의 기류에 나 또한 적절히 대처하고 편승하지 않으면 나는 일종의 ‘환경 부적응 자’가 될 수도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소신을 가지고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방법의 다양성을 모색한다면 여러 가지 유형의 적절한 방안들이 새롭게 창출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 계기가 되었다. 최소한의 기본원칙은, 첫째로 수업 자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고, 아이들이 수업을 가급적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둘째로, 불가피한 차선책의 선택이라면, 환경과 실현가능성을 고려하여 최대한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절차탁마(切磋琢磨, 학문과 덕행을 부지런히 갈고 닦음)’ 라는 말처럼, 학문이든 일이든, 그들을 열린 마음으로 시도, 수정하고 단련시키고 더욱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코로나로 인해 우울한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왔던 나 자신도, 이번 일을 계기로 ‘어쩌면 새로운 문화혁명이 일어나 나를 또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단련시켜 줄 수도 있겠구나!’ 라는 발상의 전환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부디 모든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문화혁명 속에서도 각자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최대한의 많은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첫댓글 "사람(人)이란 서로 의지하고 부대끼며 살아야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왠지 코로나는 그걸 부정하게 만드는거 같아요.
한자도 바꿔야 할런지도 모르겠어요.
여덟팔(八)같은 걸로??^^
저는 선생님께 아이를 맡길때 목적이
서로 눈을 보고, 상대방의 표정과 감정을 교류하고, 공감하며, 말할때도 배려하는 걸 배우게 하는거였는데..
과연 원격수업은 그게 잘 될런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저도 언젠가는 바뀌어야 겠지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던 인성동화책들에선 코로나시대에서 요구하는 "예의" 없었는데...
아직도 과거에 살고 있는, 더 정확히는 과거에 살고싶은 저에겐 코로나는 너무 무서운 존재같아요.
저도 변화에 따라갈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쪼맨한) 이쁜쑤"님!^^*, 장문의 귀한 댓글 감사드립니다.
저 역시 "이쁜수"님과 같은 생각(직접적인 마주봄, 표정과 감정의 교류, 생각의 나눔도 중요하다는...)을
가지고 있었기에, 저도 마찬가지로 가급적 원격수업은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이 달라진 것은 아니고요...)
그런데 '원거리'라는 단점과, 시간의 제약, 그리고, 코로나로 인한 불가피한 휴원등은
저희 교사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도 견디기 힘든 시간이신 듯 했습니다.
그런 제약사항들로 인해, 효과면에서 일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원격 수업이라도 하기를 원하시는..., 그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 또한 그냥 무시하기는 힘들더라구요.
방법의 다양성을 구축하여, 고객(학부모님과 학생)의 또다른 욕구(needs)들을 가급적 충족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해 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저 역시도 앞으로의 미래세계를 계속적으로 살아내야 하는 것이
긴장되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하지만,
이렇게 글을 통해, 마음을 나눌 수 있음이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남겨주신 댓글도 저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