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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한국영화 온라인 상영회가 'K-Cinema Celebration in Canada(KCC in Canada)'라는 제목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뜨겁게 진행되고 있다. 7월 1일에서 10일간은 밴쿠버에서, 7월 9일에서 8월 6일까지는 토론토에서, 8월 18일에서 10월13일까지 오타와에서, 그리고 9월 30일에서 10월 30일까지 몬트리올에서 진행 예정이다. 그동안 도시별 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영화제를 한 데 묶어 캐나다 전역에 걸친 대규모의 형태로 7월~10월까지 4개월간 진행하고 있다.
영화제의 공식 명칭, K-Cinema Celebration in Canada는 사전 공모하여 정해진 것이라고 한다. 주캐나다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이 총영사관과 공동으로 주최하고 한국영상진흥원, 밴쿠버 국제영화제 VIFF(Vancouver International Film Festival)가 협력했으며 특히 올해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의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는 기획이 돋보였다. 캐나다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한국 독립영화와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포함되었으며 도시별 특색있는 온라인 이벤트도 풍성했다. 모든 행사는 COVID-19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올해 선정된 한국 영화를 집에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캐나다 한국문화원, https://canada.korean-culture.org]
2021.7.1~7.10 밴쿠버 한국영화제
밴쿠버 한국영화제는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밴쿠버 국제영화제 내에 VIFF Connect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서 제3회 한국영화제를 개최했다.
2021년은 윤여정 배우가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에 있어 역사적인 해가 되었다. 밴쿠버 한국영화제에서는 윤여정 배우의 역사적인 오스카 수상을 기념하기 위해 윤여정 배우의 출연 작품인 [미나리(정이삭, 2020)], [여배우들(이재용, 2009)], [계춘할망(윤홍승, 2015)], [죽여주는 여자(이재용, 2016)] 등 그녀의 뛰어난 연기 경력을 보여주는 4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밴쿠버 한국영화제 홍보 및 이벤트 공지, 영사관의 SNS 서포터즈와 줌 미팅, 사진 출처: 주밴쿠버 대한민국영사관 인스타그램 계정_www.instagram.com/kcultureinvan]
통신원은 주밴쿠버영사관 인스타그램 계정을 따라 영사관 주관 행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데, 이번 영화제 소식도 이 활동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위에 언급한 영사관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은 2020년 10월에 온라인 한국문화주간을 홍보하면서 시작하였는데 SNS상에서 활약 할 한국문화 서포터스를 모집하였고, 다문화의 참여자들이 지원하여 지난 3월에는 총영사와 함께 줌 미팅도 진행하는 등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밴쿠버 국제영화제 내 한국영화제 소개_사진 출처: https://viff.org]
2021.7.9~8.6 2021 토론토 한국영화제
토론토 한국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주토론토 대한민국 총영사관이 주최하고 7월 9일부터 8월 6일까지 디지털 TIFF 벨 라이트박스(https://digital.tiff.net/page/korean-film-festival)에 접속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상영했다.
사전에 선착순 신청자 500명의 관객을 대상으로 모든 티켓을 영화진흥위원회, 주토론토 총영사관, 한국문화원에서 지원했으며, [지푸라기 뜯는 짐승들(김용훈, 2020)], [베스트 프렌드(이환경, 2020)], [미스터 주: 사라진 VIP(김태윤, 2020)], [순수(박상현, 2020)], [미나리(정이삭, 2020)], [반도(연상호, 2020)] 등 6편의 한국 영화를 선보였다.
[밴쿠버 국제영화제 소개 중 영화제가 도모하고자 하는 사회 화합에 대한 메시지, 사진 출처: https://viff.org]
[영화 '계춘할망' 중 한 장면, 사진 출처: 통신원 화면 캡처]
2021.8.18~10.13 오타와 한국영화제(OKFF)
지난 8월부터 오타와에서 진행되고 있는 한국영화제(OKFF)는 현재 진행 중이다. 8월 18일~31일에 김초희 감독 컬렉션 [산나물 처녀(2016)], [찬실이는 복도 많지( 2019)]가 상영되었고, 이 두 영화에는 화제의 윤여정 배우가 출연했다. 지난 8월 25일에는 [산나물 처녀](2016)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를 연출한 김초희 감독을 초대하여 '감독과의 대화'를 줌에서 진행했다.
[김초희 감독과의 대화, 줌 미팅 사진: 통신원]
영화감독을 줌 미팅에서 만나 직접 궁금증을 풀 수 있는 시간은 코로나 시대가 이끌어준 선물과도 같은 행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흥미로웠던 '김초희 감독과의 대화' 일부의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 아래 내용에는 영화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음
Q. [산나물 처녀]는 어떻게 만들어진 영화인가?
2015년도 프로듀서 일을 하다가 못할 것 같아 심경이 복잡했다. 일을 그만둬야겠다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을주 산악영화제' 시나리오 공모전에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꿈이 영화감독이었기에 용기를 냈다. 시나리오는 산을 주제로 해야 했다.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인 '선녀와 나무꾼'을 재해석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남녀 역할만 바꿔서. 부인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데 억지로 부인을 잡아두고 있다가 하늘로 올라간다?! 이상하고 안 좋은 전래동화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떻게 새롭게 풀 것인가 고민했다. 사랑에 대해 독립적인 인물을 만들어야겠다. 상반된 두 쌍이 나와야 했다. 여전히 사랑하는 커플, 또 콩깍지가 벗겨져 사랑이 식어버린 관계로 나온다.
Q. 독특한 연출 방식이라고 느꼈다. 동화를 듣는 것 같은, 특히 연출에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스토리는 굉장히 플랫하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는 인물의 감정이 쌓여 터뜨려지면서 보는 이의 공감을 유도한다. 내가 의도한 바는 플랫하기를 의도했지만, 출연 배우들이 너무 유명한 배우들이다 보니, 의도한 대로 안보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로 영향이 있었다.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유명 배우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영화 '산나물 처녀'의 한 장면, 사진: 통신원 화면 캡처]
Q.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찬실이는 감독 자신인가?
감독을 상상했다. 자전적 이야기라고 관객들은 추측할 듯하다. 찬실과 나는 어느 정도 성격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 말투가 닮았고, 사투리를 쓰는 부분은 내가 강말금 배우에게 요청하기도 했다. 나는 찬실이라는 인물보다는 훨씬 더 복잡한 사람이다.
Q. [찬실이는 복도 많지] 주변 인물들도 흥미롭고 사랑스럽다. 특히, 장국영 캐릭터가 탄생한 배경이 무엇인가?
한때 영화를 그만두려고 했다. 영화를 다시 붙잡기 위해서는 불씨가 필요했고, 초심이 필요했다. 나는 어려서 홍콩 영화를 굉장히 좋아했다. 영화를 점점 알게 되면서 오락 영화, 예술영화를 가르는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고, 결국은 그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 어린 시절의 영화에 대한 첫사랑에는 '장국영'이라는 빅스타가 있었고, 영화 속에 인물로 창조해 낼 수 있겠다는 용기가 났다.
Q.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코미디에 관심이 많다. 좋은 코미디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유명한 말이 있다. 좋은 코미디는 태생부터가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고통, 상처들이 코미디로 승화되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고 싶다. 찬실이게는 어려운 상황임에도 코믹한 부분이 있었다. 그 점이 희망적이라고 생각했고,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이다.
Q. [산나물 처녀]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매우 다른 영화라고 느꼈다. [산나물 처녀]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두 영화는 제작 의도 자체가 달랐다. [산나물 처녀]는 전래 동화를 재해석 하려 했기에 인물들의 감정을 쌓기가 힘들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관객이 보시기에 익숙한 서사일 것이다. 다른 영화에 비교해 특별할 것도 없다. 찬실이라는 인물은 인간의 외로움과 개인의 자립을 탐구한 것은 아닐까 한다. 소설가 박완서 씨가 어느 해에 아들을 잃고, 다음 해에 남편을 잃었다. 인간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정서적인 독립이 아닌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했었는데 그들이 없어서 정말 살기가 힘들었다고 쓰여 있었다. 그녀의 다짐이 죽기 전에 정서적인 독립을 하고 싶다고 한다. 수필을 읽고 인간은 혼자서는 살 수가 없지만 혼자서 단단하게 일어서는 독립도 중요하다고 깨닫게 되었다. 찬실이가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데 주변 인물들이 돕는다. 사회는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외로움은 인간의 하나의 감정이다. 혼자서도 당당히 설 수 있는 정서적인 독립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고 싶었다.
Q. [찬실이는 복도 많지] 영화의 제목도 한 몫 했을 듯, 멋진 제목을 어떻게 떠올리게 되셨는지?
원래 제목은 아니었다. "기다리는 마음"이었다. 중간에 바뀐 제목이 "눈물이 방울방울"이었다. 후반 작업 끝나고 관객처럼 보고 있었을 때, 스스로 드는 생각이 '찬실이는 복도 많구나.'였다. 처음에 제안했을 때 반대표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와서는 좋은 제목이라는 후기를 듣는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한 장면, 사진: 통신원 화면 캡처]
Q. 아버지의 편지를 통해서 표현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역할은?
실제로 실직했을 때 아버지께서 빠른 우편으로 손편지를 보내주신 적이 있었다. 힘을 내라는 응원의 편지였다. 아버지와 평생 사이가 나빴었는데 그 일을 계기로 마음이 풀렸다. 영화 속 편지를 읽는 아버지는 실제 내 아버지 목소리다.
Q. 다음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
로맨틱 코미디가 될 것이다. 시나리오만 1년 넘게 작업 중이다. 여전히 팬데믹으로 영화관 사정이 안 좋고, 촬영도 미지수다. 트라우마가 있는 두 인물이 있다. 그런 두 사람이 좌충우돌하는 코미디다.
* 김초희 감독: 1975년 부산 출생.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파리1대학에서 영화이론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부터 2015년까지 10여 편의 독립영화 프로듀서로 일했으며, 이후 [산나물 처녀](2016)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 등을 연출하였다. 연출한 영화들은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첫 장편 데뷔작인 [찬실이는 복도 많지](2019)는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한국영화감독조합상, CGV아트하우스상, KBS독립영화상), 제45회 서울독립영화제 관객상을 받으면서 한국영화계 새로운 바람을 이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이성은 원장이 CTV Morning Live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타와 한국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s://ottawa.ctvnews.ca]
이 밖에도 독립영화, 미디어 아티스트의 작품도 소개될 예정이며, 9월 1일~14일에는 임상수 감독 컬렉션 [하녀(2011)], [돈의 맛(2013)]을, '한국의 도시'라는 주제로 9월 20일~10월 13일에는 [택시운전사(2017, 장훈)], [곡성(2016, 나홍진)], [바람의 언덕(2020, 박석영)], [밀양(2007, 이창동)], [애월(2019, 박철우)], [경주(2013, 장률)]가 상영된다.
2021.9.30~10.30 KOREAN FILM FESTIVAL CANADA(몬트리올)
제8회를 맞는 캐나다 한국 영화제(KFFC)는 매해 하나의 테마를 선정하여 단편 영화 공모전(SIDE BY SIDE), 아트 톡(ART TALK), 비주얼 아트 공모전(DIY-GALLERY) 세 가지 구성으로 진행된다. 올해로 8회째를 맞는 캐나다 한국 영화제(몬트리올)는 "여성의 삶(Women’s lives)" 시리즈 두 번째로 "한국 영화 속에 나타나는 여성의 관점: 경계 너머의 내러티브들(1950~2021)"을 주제로 신청받았다. 기존에 한국과 캐나다 교민으로 제한되었던 참가 자격을 세계로 확대하여 그 의미를 확장하였다.
[한국 영화제(몬트리올), 사진: https://koreanfilm.ca]
예술이 말하다(ART-TALK)는 회의, 워크숍 및 패널 토론을 특징으로 하는 멀티미디어 플랫폼이 캐나다와 그 너머에서 소외된 그룹과 커뮤니티가 직면한 다양한 장벽에 초점을 맞춰 언어, 문화, 세대 간 불균형과 관련된 고충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지난해 진행된 '예술이 말하다'에 참여한 이들은 헬렌 리, 임순례, 신수원, 고희영, 박현영, 노영미, 이은규, 달용진, 노광우, 최진희, 사이먼 맥엔테가트 등이었고, 아케이브( https://koreanfilm.ca/archives/art-talks/2020)에서 이들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영화 속 여성의 관점'을 주제로 자기 생각과 연구를 토론하는 3분에서 10분 사이의 인터뷰부터 비디오 에세이(Voiceover가 있는 이미지) 및 종이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동영상을 창작하여 접수하고 있다. 한편, 올해 ART-Talks 콘퍼런스에는 최근 영향력 있는 영화 리뷰로 유명한 유튜버인 한국계 캐나다 신인 아티스트 "스피키마(SPIKIMA)"가 흥미로운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갤러리: 2020년 '도전! 포스터대회' 수상작들, 사진: https://koreanfilm.ca/DIY-G]
주캐나다 한국문화원 영화담당 코디네이터인 박혜민 씨에게 물었다.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에서 기획하는 많은 프로그램의 교민과 현지 캐나디언의 참여 비율이 궁금했다. 점점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영화 소개뿐 아니라 K-pop과 한식 수업, 전래동화를 소개하는 K-story,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참여자들의 비율은 프로그램마다 다르지만 이번 상영회 참여율은 교민이 10~20%를, '감독과의 대화’의 경우, 약 50% 이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밴쿠버 국제영화제 내 한국영화제 소개 중, 사진 출처: https://viff.org]
지역별로 진행하던 영화 상영회를 캐나다 전 지역을 묶어서 기획하게 된 의도와 배경을 묻자, 2020년부터 코로나19 이후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에서는 한국 영화 정기 상영회: 케이 시네마(K-Cinema)와 오타와 한국영화제(Ottawa Korean Film Festival, OKFF)를 온라인으로 진행하였고, 문화원뿐 아니라 밴쿠버, 토론토, 몬트리올 영사관에서 진행하던 영화제도 팬데믹 상황으로 인하여, 온라인 혹은 온·오프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상영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다. 온라인 상영은 공간적·시간적 제약을 벗어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장점이기에 4개의 공관이 합동으로 영화제를 진행하게 되면, 더 많은 관객에게 다양한 한국 영화를 소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홍보 면에서도 더 효과적이며, 공관과 문화원이 영화제를 통합하여 진행하자는 논의를 하게 되었고, 2021년 최초로 캐나다 전역 통합 '한국 영화 축제(K-Cinema Celebration in Canada)'를 시도하게 되었다고. 이후 오프라인으로 영화제가 진행되더라도 홍보, 영화 다양성 등 더 많은 시너지를 낼 수 있기에 4개의 공관이 지속해서 협업할 예정이라고 하니, 교민의 한 사람으로서 팬데믹의 시대를 관통하는 진정한 힘이 이렇게 여러 집단이 다양하게 연대하는 방법으로 협업을 이루어 내는 것이 아닌가 싶어 반가웠다. 앞으로 더욱 더 많은 참여와 성과가 있기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2021년 8월 재외동포재단 스터디코리안 해외통신원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