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아는 후배 서예가의 작품입니다. ROTC 23기이기도 합니다.
새아침에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질서를 잃을지라도
성진(星辰)의 운행만은 변하지 않는 법도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영겁(永劫)의 둘래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 두고 이루지 못하는 한(恨)은
태초 이래로 있었나보다
다시 한번 의욕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불퇴전의 결의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의와 불의를
삶과 죽음을 --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파도 위에 이글이글 태양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새로 맞는 아침이 시인에게는 매우 비장하였습니다.
그분이 살아오신 시절이 그러하였을터.
어찌 맞이하던 또 떡국 한그릇을 비웠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더라도 오래도록 잊지말고 정을 나누면 그보다 좋은 것이 무예 있겠습니까...??
이렇게 나이 하나 보탭니다.
첫댓글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유배시절...
세한송백
장무상망
멋진 글귀입니다
내일은 매우 춥답니다.
잊는다는 것도 모르고 사라지니 그게 걱정입니다.
굽이치는 산맥 위에 보랏빛 하늘이 열리듯이~ 넘 멋진 표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