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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미술관 활성화 방안 고찰
강 경 호
1. 왜 지역미술관을 말하는가?
과거엔 미술관이 대도시 중심으로 건립되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나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예술의전당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그러다보니 지역민은 물론 미술대학 학생들마저 서울이나 대도시로 올라가야만 작품을 볼 수가 있었다.
지금도 세계적인 작가들의 걸작전이나 대형전람회는 여전히 대도시 중심으로 열릴 수밖에 없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지방화시대가 열리면서부터 중·소도시 뿐만 아니라 군단위의 작은 행정단위까지 속속 미술관이 건립되어 지역민의 미술향유와 더불어 지역 작가들의 발표의 장이 확장되어 지역미술의 균형있는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술예술이 특정계층의 전유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예술장르, 또는 그러한 공간으로 인식해 온 대다수 지역민들에게 예술은 특정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문화현상으로 낯설기보다는 친숙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예술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역민들에게는 여전히 ‘예술은 어려운 것’, ‘자신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것’, ‘특정 계층의 유희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민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예술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치밀하고 섬세한 계획을 수립하여 장차 어떻게 미술관을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미술관을 건립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공립이나 군립으로 건립하는 미술관들은 지자체장의 선심공약의 산물인 경우가 많아 건립 이후 지역민의 참여도가 낮아 활성화가 잘 되지 않는 실정이다. 사립, 또는 사립미술관의 경우는 운영비의 한계가 있으며, 건강하고 유익한 운영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도 실현시킬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수가 많다.
지역미술관이 겪는 어려움은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볼 수 있다. 첫째 획기적이고 개성있는 콘텐츠의 부재이다. 대도시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평면적인 회화작품과 가끔 전시되는 조각 작품 등 순수예술을 중심으로 작품전이 개최되어온 전통적인 운영방식이 그것이다. 다양한 예술양식의 흐름과 함께 변화된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안일한 미술관 운영으로는 결코 미술을 찾는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보다 다양한 기획을 통해 미술애호가들의 시선을 모아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미술에 무관심했던 사람들을 미술공간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오늘날 시골(농촌)은 빠르게 고령화되어가고 있다. 이들에게 난해한 입체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고 해서 누구 하나 미적 감동을 받겠는가. 로칼리즘과 지역민의 눈높이를 감안하는 전시기획을 가져야 지역미술관으로써의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도시와 지역간에 벌어진 미술의 격차를 줄이고 한국미술의 균형있는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정계층과 도시중심으로 발전해 온 한국미술이 온전하게 발전하고 소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논고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지역미술관의 고충을 들여다보고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위해, 전남의 대표적인 미술관과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의 운영실태를 살펴보고자 한다.
2. 전남의 주요미술관 운영 실태
1) 고흥 남포미술관
전남 고흥군 영남면 팔영리의 한적한 시골 정취가 배어있는 팔영산 자락에 남포미술관이 있다. 남포미술관이라는 명칭은 남포(南浦) 곽귀동 선생의 호에서 따왔다. 곽귀동 선생은 1965년 고등공민학교 형태로 배움터를 마련했다가 1967년 점암중학교를 세운 설립자이다. 이후에 행정구역이 영남면으로 변경됨에 따라 1989년 영남중학교로 교명이 바뀌었다가 2003년 학교가 폐교되었는데, 그의 아들 곽형수 씨가 선친의 유지를 따라 2005년 전남 제1호 등록, 1종 미술관으로 개관한 미술관이다.
남포미술관은 4개의 전시장과 공연장, 창작교실 등을 갖추고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생활 친화적 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시골이라는 장소성이 갖는 문제를 극복하려고 특색있는 기획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07년, <옛사람들, 그 삶의 흔적을 보다>전은 민화특별전시로 조선시대의 민화 ‘기노사연도’(보물 639호), ‘산수병풍도’ ‘ 강산전도’ 등 85점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2011년, 특별기획전 <움직이는 예술마을>은 감성과 이성이 조화를 이룬 예술작품 전시와 관람객이 함께하는 체험프로그램 개발로 시골미술관의 기능확장과 문화센터로 발전 가능성을 엿본 장으로 평가된다. 2013년 예술과 과학을 결합한 <은하철도의 밤 전>은 17명의 작가 작품 27점을 올해 말까지 선보이는데. 이 작품전은 일본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소설 「은하철도의 밤」을 모티브로 한 것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가상의 우주여행 체험의 장을 제공하고, 관람객에게 과학을 예술에 접목시킨 미디어, 사진, 조각,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우주항공산업의 메카를 꿈꾸고 있는 고흥군의 지역성에 알맞은 이 전시회를 통해 지역민에게 꿈과 비전을 줄 수 있어, 고흥이라는 특정 지역에 알맞은 전시회로 평가될 것이다.
2) 곡성 옥과미술관
전남 곡성군 옥과면 옥과리 산 1-3번지에 소재한 옥과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도립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988년 아산 조방원 화백이 평생 동안 수집한 간찰 5,770점, 서화 서첩류 99점, 성리대전 목판각 939점과 부지 4,236평을 전라남도에 기증하여 1992년 전시관 300평을 건립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미술관장을 포함하여 5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운영구조가 기존의 시골 사립미술관과 두 가지 측면에서 구분된다. 1차적으로 하드웨어적인 미술관 운영구조를 체계적으로 갖췄고,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적인 미술관 소장품의 데이터 베이스와 정보라인을 구축했다. 이러한 특성화로 2,000년~2001년 문화관광부로부터 문화기반시설관리운영평가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전시관은 기획전시실(1층)과 상설전시실(2층)이 있는데, 기획전시실에서는 국내외 청장년 작가를 대상으로 기획으로 초대 또는 초청전시를 하고, 상설전시실에서는 미술관 소장 작품을 순차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옥과미술관의 자랑이라고 할 수 있는 전국미술관 중 가장 많은 간찰 7,024점을 소장하고 있어, 간찰 연구활성화를 위해 간찰 분류작업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탈초, 번역, 영인작업을 순차적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관련프로그램으로 ‘옛 편지 따라 쓰기’를 실시하고 있다.
그 동안 옥과미술관의 전시를 살펴보면, <이승우전>, <야촌 윤인수전>, <선·후·인 정기전>, <한국 대만 현대판화전>, <영·호남 한국화전>, <광주시립미술관 양산동 창작스튜디어 발표전>, <이하윤 개인전>, <양문기 전>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2012년에 시도한 체험프로그램 <가족 손잡고 명화 따라 그리러 미술관 가요>는 엄숙한 미술관의 문턱을 낮춰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1년 예산 1억 원이라는 한정된 재원과 공립미술관이라는 구조적인 한계를 벗어나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도심과 격리된 지리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고, 미술관 옆 성륜사 등 지역명소 및 관광지와 연계한 관람객을 끌어오는 과제가 있다.
옥과미술관이 지역의 진정한 ‘문화허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시 유치 뿐만 아니라 지역민과 관람객을 위한 참여프로그램 확대와 인근 관광지 등 명소와 연계한 특성화를 통해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인다. 더불어 미술관 기능 외에 방대한 전통 관련한 소장품을 보유한 미술관이라는 특성을 살리는 것 또한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3) 보성 우종미술관
보성의 우종미술관은 여수지역의 (주)와이엔텍 설립자인 박용하 회장이 2008년에 사재를 털어 설립하였다. 미술품을 수집하던 아버지 밑에서 산수화와 신선도 등을 접하며 집에서 머무르던 화가들을 보고 자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술에 대한 안목과 애정을 가진 인연으로 인해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시골에 미술관을 건립하게 되었다. 1,200여점의 소장품을 수집할 정도로 ‘컬렉터’였던 박회장은 부친의 이름을 따 미술관 이름을 지었다.
우종미술관은 지상 3층 규모의 미술관으로 1층과 2층은 소장품 중심의 기획전 위주로 운영되고 있으며, 3층은 고미술품과 도자기, 토기, 민예품 등을 전시하는 상설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개관전인 <현대미술의 발자취전>에서 박수근·천경자·백남준·이우환·최쌍중·이중섭 등 국내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선보여 전국적인 미술관의 면모를 보였다. 우종미술관의 소장품은 이뿐만 아니어서 마르크 샤갈, 앤디워홀, 챠이궈창, 요시하라 지로 등의 작품 20~30여점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세계적인 대가들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우종미술관은 1년에 4회의 전시회를 열고 있는데, 그 중 3회는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1회는 작가의 초대전을 연다. 2009년 황영성을 시작으로 강종열·진원장 등 남도를 대표하는 초대전을 열어왔다. 2012년에는 그 영역을 넓혀 뉴욕에서 15년 동안 활동하다가 귀국하여 서울에서 활동하는 <박정환 초대전>을 열기도 하였다.
이밖에 우종미술관은 지역 어린이들의 문화향수와 욕구충족과 미술체험학습을 통하 창의력 제고에 역점을 둔 프로그램도 매년 열고 있다. 2011년 <아트 펀 펀>, 2012년 <꿈을 향하여 Nice 샷!>, 2013년에는 뮤지엄 페스티발 <예술체험 그리고 높이> 등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11월 24일까지 <꿈꾸는 샤갈과의 동행전>과 <가을 묵향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꿈꾸는 샤갈과 동행전>에는 샤갈을 비롯해 무라카미 다카시·야요이쿠사마·앙드레 브라질리에·호안 미로·권기수·김영주·박창돈·박황률·안동숙·이수동·이존수·장욱진·변종하·천경자·홍종명·황영성·황요엽·황주리 등 작가 19명의 24점이 전시되고 있다. <가을 묵향전>에서는 허백련·노수현·주지환·박향환·이상범·성재휴·조방원·장우성·허건·허행면·김정현·박승무·황청하·신영복 등 국내의 대가 14명의 21점이 전시되고 있다.
그러나 보성 CC안에 미술관이 위치하고 있어 일반인들의 눈에 쉽게 띄지 않아 아직까지 대중들에게 알려져 있지 않다. 우종미술관이 확실하게 지역문화의 허브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러한 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해 보다 연구하고 미술관을 알리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4) 함평군립미술관
함평군립미술관은 ‘나비의 고장’으로 널리 알려진 함평군 함평읍 엑스포공원 안에 자리잡고 있다. 지상 1층과 2층에 3개의 전시실과 창작실, 다목적실, 강당, 세미나실을 갖춘 면적 3,804㎡ 규모의 국내 최대규모의 군립미술관으로 2011년 11월 문을 열어 개관 2년째이다.
함평군립미술관은 함평 출신 안동숙 화백이 기증한 120점, 전남교육감을 한 안종일씨가 기증한 서양화·한국화·서예·조각공예·사진 등 126점을 비롯해 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곳에는 안동숙 화백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 34점이 ‘오동 안동숙관’에서 상설 전시되고 있다.
2012년에 서울·광주 등 타 지역에서 활동중인 함평출신의 작품을 <고향을 그리다가>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하였다. 그리고 2013년에는 함평나비축제를 기념하는 작품으로 송수남 화백의 <마음에 꽃이 피다> 초대전을 가졌다.
함평군립미술관은 3개의 전시관에서 매년 3회씩, 총 9회의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래문화 인재육성을 위한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과 미술관 실무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함평의 양대 축제인 나비대축제와 국향대전 기간 동안 주말을 이용해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청소년들에게 예술작품 감상 능력 및 장래 진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체험형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술관 실무연수 프로그램은 큐레이터 양성을 위한 실무과정으로 미술관련학과 졸업자나 졸업예정자에게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창작실에서는 예술에 관심있는 일반인에게 그림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함평문화원장이 서예교실을 매주 2회씩 열고 있다. 또한 <유쾌한 미술관>을 열어 아이들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춤으로써 미술관을 찾는 가족단위의 관람객이나 관광객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함평군립미술관은 이제 겨우 개관 2주년을 맞고 있어 보다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진정한 지역미술관으로 발돋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함평군의 양대 축제가 이곳에서 개최되므로 미술관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해야 할 것이다.
5) 함평 잠월미술관
함평군 해보면 산내리에 위치한 이 시골 미술관은 미술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김광옥 부부가 사재를 털어 2006년 10월 개관한 전남 제4호 등록미술관이다. 잠월미술관은 불갑산 자락의 한적한 곳에 위치해 미술관을 찾아 산중에 오게 하는 오지의 풍광 좋은 시골 미술관이다.
휴관일인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이곳은 기존의 미술관이 전시에 충실한 것에 비해 지역민과 함께 호흡하며 지역민의 일상에서 발견하는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동안 문화적 혜택을 누리지 못한 동네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민들과 한 가족 같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시골미술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잠월미술관 역시 개관 초기에는 다른 미술관처럼 전시기능에 충실했다. 그러나 깊은 산중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전시회 오프닝 행사가 끝나면 거의 관람객이 없어 살아있는 공간으로 활력이 넘치는 미술관을 생각하는 계기를 주었다. 다시 말해 ‘숨쉬는 예술’, ‘즐길 수 있는 예술’을 생각하여 지역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미술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체험프로그램은 농촌 사람들이 흔히 농사에 사용하는 도구들, 예를 들어 한두 번 쓰고 버리는 프라스틱 못자리판 위에 초벌구이된 도자기를 이용하여 음표를 붙이는 등 실생활을 예술영역으로 끌어들였다. 그러다보니 예술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인 줄 알았는데 자신들의 생활 속에 있는 것을 변용하면 의미있는 예술품이 되는 것을 깨달은 마을 어르신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전문염색장과 함께 하는 천연염색체험을 통해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옷으로 만들어 입기도 하고,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이 마을 어르신들은 모두가 예술가라고 할 수 있게 되었다.
예술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서 누구든지 창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산내리 주민들은 <무한도전! 나도 사진작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과 자신들의 삶, 그리고 주변의 풍경을 사진 속에 담기 시작하면서 마을 공동체는 한 가족이나 다름없게 하나가 되었다. 그러므로 잠월미술관은 엄숙하고 정적인 기존의 미술관 형태를 완전히 청산하고 지역 속으로 녹아드는 미술관으로 변모하게 되었다. 그 결과 <무한도전! 나도 사진작가>는 기획재정부 복권기금의 지원을 받은 광주·전남미술관, 박물관 연합기획전 <노년별곡-일흔하나에 부르는 사랑노래>의 일환으로 진행되기도 하였다.
잠월미술관은 2007년부터 매년 <우리 마을 산내리전>을 개최하고 있다. 자연친화적인 프로그램 운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함평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기획전시 <함평천지에서-열정과 고집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옹기와 막걸리의 만남-막걸리 秀다>를 개최하여 지역 주조장과 연계해 술에 관련된 전시회를 열기도 하였다. 이 전시회에서는 관람객이 직접 술을 마실 수 있도록 하여 지역민의 참여를 높였다.
2012년에는 지역 어린이들이 작가와 함께 하는 문화예술 활동프로그램으로 <산내리, 꿈꾸는 아지트전>을 열어 아이들이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제작하는 기회를 가져 문화예술적 감수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였다.
2년째 함평국군병원에서 매주 수요일 <찾아가는 청춘낙서>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이 주로 어르신과 아이들을 상대로 한 프로그램이었다면 이 프로그램은 환자와 간호사, 그리고 군의관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 도자기 체험 수업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모든 연령대를 아우른다.
잠월미술관은 미술공간이지만, 그러나 지역적 특성을 살려 10여명의 어르신을 상대로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함께 하리’로 약속할 만큼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한글교육도 실시하고 있어 어르신들에게 삶의 기쁨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갖게 하고 있어 주목된다.
6) 영암 아천미술관
영암군 신북면 모산리에 위치해 있는 아천미술관은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유수택 씨가 사재를 털어 건립한 미술관이다.
전남도 1급 미술관으로 등록된 이 미술관은 허백련·양인옥·강연균·노의웅 등 남도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과 유명조각가들의 조각작품을 포함해 300여점을 소장하고 있다.
아천미술관은 구관, 신관, 관리동, 유물관 등 4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다. 신관은 추상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관이 운영되고 있으며,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구관은 구상작품과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미술관 앞 야외전시장에는 천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음악당이 있으며 10여점의 조각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유물관 1층에는 독립운동가 유혁 선생의 옥중서신 등 독립운동 당시의 다양한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후손과 가족의 유품과 기록이 보관되어 있어 이채롭다.
아천미술관은 매년 5월에 영암지역 초·중·고 학생들이 참여하는 사생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지역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개관 이래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전시회는 연2회 기획전시를 마련하며, 다문화가정을 위한 미술체험 프로그램, 장애인들을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 등 소외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술 외적인 프로그램으로 대학생들과 함께 다문화 가정집 수리를 실천하고 있는 점이 이채로우며, 어린이들을 위한 미술체험을 운영하고 있어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미술관의 상을 키워가고 있어 독특하다.
매년 다양한 주제로 마련한 초대전을 열고 있는데, 2013년에는 미디어작가 진시영의 작품을 초대해 작가와의 대담을 비롯해 미술체험 행사를 개최하였다.
아천미술관의 대표 프로그램인 <낯선 땅 멋진 삶>은 이주여성들이 한국사회를 이해하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전문강사의 지도로 이루어지는 이 프로그램의 결과를 작가들과 함께 전시회를 개최하여 이주여성들에게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게 하고 자긍심을 심어주고 있다.
7) 담양 대담미술관
담양군 담양읍 관방제림 아래로 흐르는 돌다리 건너편 숲속에 대담미술관이 있다.
2010년 서양화가인 광주교대 정희남 교수가 사재를 털어 개관한 이 미술관은 1층에 미술관과 카페가 함께 있다. 관방천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숲과 어우러진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차를 마시는 쉼터로써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이곳 환경에 맞는 발상이 적절해 보인다. 2층은 프라이빗 공간으로 예술과 생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다양한 강좌와 행사가 열리는 복합적 기능을 보여준다.
미술관 2층에서는 방석 100여개를 마련하여 이른바 <방석음악회>를 여는가 하면, 지역민들과 타일로 문패 만들기 사업을 추진해 지역민과 함께 하는 미술관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관 앞마당에는 아트콘테이너가 자리하고 있는데, 주차장으로 활용되던 공간을 1층 교육체험공간으로 쓰고 있다. 2층은 각종 세미나실과 레지던시 작가실로 한국 전통양식의 황토방과 신발을 신고 들어갈 수 있는 구조로 지어져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였다.
아트콘테이너 옆에는 인근 주택을 매입해 민박시설로 활용하고 있어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게 안식과 편리함을 제공하고 있어 주목된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앞마당에서 세미나는 물론 각종 행사와 캠프파이어를 할 수 있도록 조성해 추억을 쌓을 수 있게 하였다.
대담미술관은 2012년 미국 작가 2명을 레지던시 작가로 초청했으며, 2013년에는 일본인 작가 1명이 입주작가로 들어와 활동하고 있는데, 전남문화재단 레지던시 사업모범 사례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등 남미지역과 아프리카 전시 등을 유치해 다른 미술관과의 차별을 꾀하고 있다. 2013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의 강정희 교수를 초청해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한편, 대담미술관은 지역민과의 소통을 위해 체험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타일, 티셔츠, 에코백, 손수건, 가면체험, 사랑의 편지 쓰기 등이 그것들이다. 이들 프로그램들은 학교 연계 프로그램으로 초·중·고 학생들에게 실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티셔츠 등에 그림을 그리게 하여 미술교과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주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정서적 효과와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불어 마을 주민과 다문화 프로그램으로는 주민들과 함께 하는 전시와 사랑의 편지쓰기, 음악회, 영화상영, 다문화가정 춤공연 등으로 이루어진다.
관광객 및 일반인 체험 프로그램으로는 예술문화 체험활동을 통한 부부와 연인, 가족과 추억만들기, 축제연계교육, 작가와 함께하는 미술수업 등을 펼쳐, 미술공간이 지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장이 되고 있어, 미술의 영역을 넘어 지역민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8) 무안 오승우미술관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은 무안군 삼향읍 초의로 144-7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 지항 2층으로 되어 있는 미술관은 제1전시실과 커페 테리아, 아트샵이 마련되어 있고, 지상 2층에는 2·3전시실과 비디오 영상실이 있는 이 건물은 2009년 완공되었다가 2011년 개관하였는데 오승우 화백이 기증한 180여점이 소장되어 있다.
그동안 <오승우 화백 작품 소장전>, <청년작가전>, 환경을 주제로 한 <에코미술전> <신문용 화백전> 등을 개최해 왔다.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은 연중 단체전 중심으로 5회 가량 전시를 하고 있는데, 2012년부터 교육·체험 프로그램 강화에 나서고 있다. 기존의 전시 중심의 프로그램과 함께 지역민을 위한 ‘미술영재프로그램’은 지역내 초등학생들과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영재를 양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무안군 주민대상 미술감상 및 미술 실기 등의 미술강좌, 가족 및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관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아직 일천한 역사와 시골이라는 지역적 한계로 인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미술관 홍보와 함께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더욱 활성화시키는 것이 과제이다.
3. 대안공간 ‘반디’의 운영실태
기존의 미술전시를 기본으로 현대가 요구하는 다양한 문화적 현상을 수용하는 순수비영리공간을 ‘대안공간’이라고 한다. 그 대표적인 공간이 1999년에 부산에서 <대안공간 섬>이라고 할 수 있다. <대안공간 섬>은 ‘새로운 미술문화’와 ‘열린토론의 장’을 지향하는 부산의 미술가들이 힘을 모은 돋보이는 공간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역미술의 한계만을 한탄하고 있는 것이 요즘 지역미술단의 실정이다. 1999년 부산 광안리 바닷가의 아트타운에서 출발한 <대안공간 섬>은 30대의 젊은 작가들이 작은 일이라도 시도해 보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라는 소박한 뜻으로 시작했다. 부족한 힘이지만 신진작가들을 지원하고 타장르를 아우르고, 의미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지역미술 담론을 확장시키려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왔다.
이후 2002년부터는 <대안공간 반디>의 이름으로 전시활동 뿐만 아니라 교육프로그램, 신진작가 및 기획자 발굴, 세미나와 워크숖, 작가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홍보, 국제비디오 페스티발 주최와 같은 활동을 해오고 있다.
<대안공간 반디>는 권력적인 관습, 제도, 미학으로부터 자유로운 창작과 비평을 지원하고, 지역의 시각문화를 풍성하고 다원적으로 발전시키며, 건강한 미술담론을 유포하는 진원지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다.
<대안공간 반디>가 운영해 온 영역을 살펴보자.
1) 전시
지금까지 120회가 넘는 전시를 열었다. 전시준비기간이 많이 필요한 설치작품들을 전시하다보니 그리 많은 전시를 흡수하지 못하였으나 반디의 이름으로 운영된 이래 모든 전시를 지원하였다. 공모와 발굴을 통한 신진작가 전시, 유명작가, 다시 보는 작가와 같은 채널을 통해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해 왔다. 동시대 감수성을 흡수하는 다양한 형태의 기획전이 마련되었다. 특히 타 장르를 수용한 특별전,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전시들과 같이 기존의 전시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들과 빛, 영상, 소리 등 새로운 매체를 아우르고 상업성과 무관한 실험적 전시가 주를 이루었다.
특히 의미있는 전시회에는 세미나 등을 통해 담론을 펼쳐 전시회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 보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2004년 <우리에게 도시란 무엇인가?> 전시와 관련한 주제로 ‘도시의 기억과 상상’이라는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2007년엔 <기억의 더깨를 넘어서>라는 전시와 관련한 주제로 ‘기억의 더깨를 넘어서’라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담론의 장을 마련하였다.
2) 부산 국제 비디오 페스티발
부산 국제 비디오 페스티발은 영상미술의 저변확대와 신진작가의 지원을 위해 2004년 처음으로 진행하였다. 3회에 걸친 비디오 페스티발은 국내작가들의 공모과정을 통해 선정하여 상영하였고, 2007년부터는 국제전으로 확대하여 해외전문가들의 추천으로 이전보다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지지 않았지만 영상미술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과 신진작가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한 장으로 기능해 왔다.
3) 교육프로그램
2005년부터 시작된 교육프로그램은 미술관련인, 일반인,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진행해 왔다. 작가들의 관심에 비해 교육환경이 미약한 영상 미술 관련 수업으로 비디오아트의 전반적인 이해와 촬영, 편집 등 기초 강의와 작품제작과정이었다. 2007년 목욕탕 건물로 이전하고 좀 더 용이한 공간이 확보되자 본격적인 강의가 가능해졌다. 작가, 큐레이터 교육프로그램 및 미술이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4) 지역작가 홍보 프로그램과 아카이브
부산 인근의 작가들 중 젊고 유능하며 세계미술과 충분히 공명할 수 있는 작가들을 선정하여 세계에 알리려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도록을 제작한 후 국내·외 미술관, 화랑 등에 배포하는 사업을 통해 여러 작가들이 국내·외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해외진출과 여러 전시 등에 초대되는 결과가 있었으며, 확보된 작가 자료들로 국내·외 큐레이터, 디렉터 등 미술관련 전문인들에게 지속적으로 홍보하여 지역 작가들의 활동 범위를 확장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5) <대안공간 반디> 관련 홍보
신문과 방송, 잡지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반디의 공간 및 전시 소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매 전시회가 있을 때마다 대부분 지역의 언론에 보도되었다. 여전히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미진하지만 지역 언론들은 반디의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고, 또 지지해 주고 있다.
4. 지역미술관이 가야 할 길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지역의 미술관들은 지방자치단체나 뜻이 있는 독지가, 또는 한 사람의 미술가의 미술에 대한 헌신과 뜻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 지역 미술관들은 지역미술관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 예도 있지만 대부분이 지역미술관들은 주어진 환경에서 안주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잠월미술관의 경우는 지역미술관이 가야 할 하나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지역미술관들은 가야 할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황하거나 모색 중에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반해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는 30대의 젊은 기획동인 3인이 주도적으로 나서 지역의 새로운 미술운동을 펼치겠다는 뜨거운 관심으로 활동을 하다가 자금부족으로 3년만에 활동을 중지했다. 그러나 다시 지속적인 지역미술의 침체와 대안적 공간 출현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동인의 한 사람인 김성연의 작업실을 개조하여 다시 활동을 재개하는 열의를 보여준다. 이때 그들이 가진 공간의 크기가 30평이었으니 우리 지역 미술관들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후 2007년 120평의 폐목욕탕을 개조하여 이전한 후 보다 적극적인 미술활동을 전개하는 등 부산지역 미술발전에 커다란 획을 긋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대안공간’은 부산지역을 넘어 한국미술단에 의미있는 미술공간의 가능성을 우리들에게 시사해 준다.
이제 지역미술이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답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대안공간 반디>보다 훨씬 크고 훌륭한 공간을 가졌다고 미술관이 갖는 공공성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미술관의 공공성이 무엇이고, 공공성이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수도권이나 대도시, 또는 세계 시장의 하위체계의 지역미술관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조형언어를 구성하거나 색다른 말하기 방식을 찾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전시방식은 낡고 고루하고 식상해 관람자드를 끌어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작가-작품-관객’의 체계에서 ‘작가-작품’의 층위를 강화하는 방식 대신 ‘관객’을 구성하고 발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적으로 ‘관객-작가’의 도래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역미술관이 가야 할 길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주지하다시피 현대미술의 흐름은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의 액자틀에 갇힌 회화나 조각 작품 등의 순수미술 중심의 전시는 왠지 식상하다. 물론 이것들을 배제할 수 없지만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는 새로운 방식의 미술전시 및 현대인의 삶을 담은 다양한 문화현상을 미술관이 수용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20여년간 우리나라 문학을 기획하면서 전통적인 방식의 문학프로그램인 문예지 발간, 시낭송, 시화전, 문학강연, 세미나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문학을 중심에 두고 미술, 음악, 무용 등을 문학과 연계하는 내용으로 문학행사를 기획하였다. 아무래도 정적인 문학만으로는 독자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잡지사 마당에 무대를 설치하여 자주 이러한 기획으로 문학행사를 한 결과 전국의 수많은 문학애호가들이 몰려와 대성황을 이루곤 하였다.
하물며 진부하고 추상적인 문학행사가 이러할진대, 시각적인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미술전시, 미술행사에 손님이 없다는 것은 그만큼 기존의 틀에 박힌 미술전시형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으로 진지한 반성과 노력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술계에도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여 미술관에 무용이 들어오고 미술이 연극, 무용, 음악과 만나 ‘다원예술’ 혹은 미술과 무용의 역동적인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존의 미술관에서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친근하고 즐거운 문화사랑방으로 변모해야 한다. 지역민이 손쉽게 참여하고 소통하며 소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불어 자연의 품에 있는 시골미술관의 여건을 활용하여 생태적인 공간,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한 마디로 말해 지역민의 삶과 함께 하는, 지역민의 숨결이 느껴지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최근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에서 열린 <무안황토굿예술제>에서 보여준 것처럼 경품권 추첨으로 지역민을 잡아두려는 생각을 버리고 지역민이 즐거운 마음으로 직접 참여하는 미술관 운영을 생각해야 한다.
다음은 보다 실질적인 지역미술방안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본 것들이다.
부산의 <대안공간 반디>처럼 지역의 뜻있는 젊은 작가들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하나의 예술활동, 또는 미술운동의 힘으로 연계시켜 그 중심에 미술관을 두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그들과 힘을 모아 그 지역의 로칼리즘을 살려 그 지역만의 독특한 미술운동 및 예술운동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그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전을 그저 모아서 전시를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운동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전시회 때마다 색다른 주제로 이끌어 나갈 때 뚜렷한 예술운동으로 승화될 것이다. 지역의 학생, 일반인, 작가들과 연계한 공동작품전을 모색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안의 경우 해양, 영산강, 품바, 고려청자, 백련, 양파, 황토 등의 소재를 이용해 지역성을 강조시킬 때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무안의 역사, 문화의 정체성 확립을 도모해 보는 전시도 가능하다. 지역 작가와 지역미술관의 공공성이란 이런 것들을 두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여타한 미술관들처럼 쓸만한 작가들을 초대하고 1년에 몇 번 기획적으로 그치는 뻔한 전시회는 매우 식상하지 않을 수 없다.
때로는 미술과 문학의 만남, 미술과 음악의 만남, 미술과 무용의 만남, 미술과 영화와의 만남 등 다른 예술장르와의 만남도 시도해 타 예술과의 융합, 또는 타 예술장르와의 경계 허물기 등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것도 적극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앞에서 말했듯이 잠월미술관의 경우처럼 지역민의 생체험과 어우러지는 사업들을 기획하여 그동안 미술은 정적이고, 엄숙하고, 자기들끼리만 하는 특정계층의 예술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과 숨결 속에서 예술이 나오기도 해서, 예술은 아주 친근한 것, 그래서 누구나 한 번 참여해 볼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무안군 오승우미술관의 경우, 지리적인 여건을 살려 곁에 있는 초의선사 기념관과 연계해 불교적 상상력과 차(茶) 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구상해 볼 수가 있다. 초의선사 기념관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이 그냥 미술관을 쳐다보고 지나쳐 가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서로 힘을 모았을 때 보다 큰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역미술관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미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야 한다. 지역 학교와 연계해 학생들이 내 집처럼 드나들며 미술관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에서 미술시간을 하나의 의례적인 교양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려서부터 미술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발굴했을 때 이들이 장차 성인이 되었을 때 미술관에 드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군립으로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 건물만 지으면 자동으로 미술관이 운영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술관을 운영하는 주체와 그 지역 작가들의 연구와 고민이다. 지역미술관의 문제를 발견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지역미술발전을 위한 세미나 주제발표
강 경 호
1958년 전남 함평 출생/문학박사, 시인, 문학평론가, 미술평론가/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2010년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 수상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 『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 『함부로 성호를 긋다』 『휘파람을 부는 개』, 문학평론집 및 연구서 『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최석두 시연구』, 미술평론집 『영혼과 형식』, 문화유산답사기 『다시, 화순에 가고 싶다』 『역사와 생명의 고을, 무안』 『화순 누정 기행』, 에세이집 『내 마음의 소리 1』 『내 마음의 소리 2』/현재, 시전문지 계간 《시와사람》 발행인 겸 주간, 광주대학교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광주전남현대문학연구소 소장, (사)에코미래센터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