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의 만남
심현섭
태어나서 살아간다는 것은 죽음과 가까워진다는 의미이다.
태어나기 전에는 죽음과의 거리가 없다.
산다는 것이 죽음을 향한 여행이라면 공연히 쓸쓸해진다. 그러나 늙음이 멈추지 않는 한 영원히 산다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몸은 하루하루 누추하고 나약해 가며 주위에 사랑하던 모든 사람들이 다 내 곁을 떠나, 어느 날 전연 낯모르는 사람들 속에 놓여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앉았다가 일어날 수도 없는 몸을 이끌고 계속 살기를 원할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칙칙한 어둠처럼 달갑지 않다. 죽음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육신을 가지고 죽음을 피할 수 있다한들 결코 바라고 싶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죽음 앞에서 그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기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그래서 천수를 누리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인간으로 태어나서 큰 은총을 받은 것임에 틀림없다.
천지의 도리를 휘둘러 돌아보면 모든 것이 태어나고 멸하지 않음이 없으니 이 생멸의 법을 초월하여 영원한 것을 도무지 인간 된 머리로는 상상할 도리가 없다.
「코스모스」의 저자로서 풀리처상을 수상하였고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였던 칼 세이건은 어느 날 팔에 생긴 검은 반점이 여러 달이 되도록 없어지지 않자 아내의 독촉으로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되었다. 강연으로 저술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던 그로서는 몸에 이상이 있으리라고는 전연 예상하지 못하였다.
거듭 된 정밀 검사를 통해서 혈액암의 일종으로 희귀한 골수이형성증이라는 병으로 판명되었다. 유일한 치료방법은 골수이식뿐이었는데 골수가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는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운 좋게도 누이동생으로부터 두 번에 걸쳐 이식을 받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의사를 찾아서 시애틀로 이사까지 하면서 투병하였으나 결코 일어서지 못하고 62세의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하였다. 한창 인생의 꽃을 피울 나이에 암은 그의 몸 속에서 죽음의 칼을 갈아 그의 목숨과 함께 그가 힘들여 쌓아 놓은 모든 것들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렸다.
우리 주위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쓸어져 가고 있다. 누가 폐암으로 두 세달 투병하다가 죽었다고 하고 또 누가 위암으로 대장암으로 그것도 오래 갈 것도 없이 두 서너 달 앓다가 고통스럽게 주위의 안타까움 속에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
예전에 연로하신 할머니들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하고 인사를 하면 손사래를 치며 "아니야 많이 살았어, 더 살으면 뭐해 이제 가야지." 하시다가 얼마 뒤 아침 잠을 깨지 못하고 고히 돌아가시곤 하였다.
삶의 미련을 떨구고 훌훌 육신의 옷을 벗어 흔들며 영의 세계로 가신 분들은 행복하기 그지없다. 우리들의 추억조차 아름답다.
살아야 하는 삶이 죽음으로 중단되는 것이 애처러운 것이다. 돌연 아무 예고도 없이 준비 없는 삶의 마감을 당해야 하는 오늘날의 처지가 너무나 불안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어느 덧 암은 사망원인 중에 첫 번째가 되었다. 그러면서도 증세가 없어 조기에 발견되기가 매우 힘든 병이다. 자각증세를 느낄 때는 이미 상당히 진전되어 치료시기를 이미 놓친 경우가 많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 몸 안에도 이미 암세포가 자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안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육체를 이루는 세포에 어떤 발암인자가 작용하여 불규칙하게 분열함으로써, 그 세포 자체가 육체를 구성하는 제어로부터 벗어나 무계획적·일방적으로 증식하게 되는 병'이라는 것이 사전적인 암의 정의이다.
고도로 발달된 현대의학으로도 암의 발병원인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치료기술도 답보상태이다. 병원에서 치료 불능의 선고를 받고 민간요법에 의존해서 투병하다가 쓰러져 가는 환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예전과 달라서 나이가 많아 걸리는 병도 아니다. 젊은 사람들도 더러더러 암으로 쓰러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 죽음과 마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사는 세상이 되었다.
2002년 한국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평균 172명이 암으로 사망하였다. 교통사고 사망자 25명, 자살자 23명을 다 합친 것보다도 3배 이상 많다. 연간 6만3천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암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10만명에 달하고 있다.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대처해야 할 시점이 되었으며 국민건강에 일대 위기라고까지 말해지고 있다.
암예방 전문가들에 의하면 과일 채소를 많이 먹고 적당한 운동과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좋다고 한다. 권위 있는 연구소의 임상결과를 보면 발암원인의 상당수는 분명히 잘못된 식생활에 기인하고 있다고 지적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일부 있었던 암이기는 하지만 20세기 후반기부터 발병률이 현저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육류의존의 식생활과 가공식품의 범람에 있다는 지적이다. 2년 전 뉴욕타임스에서는 항암효과가 뚜렷하고 영양도 풍부한 10가지 건강식품을 발표한 바 있다. -Tomato, Spinach, Red Wine, Seeds, Broccoli, Oat, Salmon, Garlic, Green Tea, Blue Berry
죽음은 피할 수 없는 삶의 업보이나 그것이 하늘의 뜻으로 기꺼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때와 장소가 있다. 죽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은 삶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 더욱더 때아닌 죽음을 몰고 오는 암과의 결연한 투쟁을 선언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앞으로 얼마나 더 살아갈 것인가?" 라는 질문보다는 "내가 얼마나 더 살면 죽음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게 될까?" 하고 묻고 싶다.
첫댓글 암, 그 정체는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