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6명이 모이기로 했는데 한놈(3반 윤표)은 집에 갑자기 일이 생겨 (충북)충주를 내려가는 바람에 참석 못허고
또 한놈은 재경회장(호근)이라는 쉑기가 다음날 등산일정이 있어서 못나온다고 해서 본의아니게 안양에서 살거나
(태희,상교) 안양에 직장이 있는(상민,홍석) 4명만 모였다.
어제의 모임은 2주 전부터 예정한 것으로 홍석이가 3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태희를 만나기 위해 모였다.
거리가 가까운 상민이와 홍석이는 저녁 7시에 평촌역 중앙광장에서 먼저 만나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아구찜 또는
탕으로 결정하고 상민이가 가끔 가는 못난이 아구찜으로 자리를 잡았다. 종일 날씨도 후덥지근하고 기분도 안좋은
상태라서 앉자마자 안주도 나오기 전에 소주 일잔을 들이키고 입안을 청소하고 꿀꿀했던 마음도 비워버렸다.
' 이상하게도 친구라는 놈만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니면 쏘주때문인가?'
하여간 상민이와 둘이 소주 한 병을 마시는 시간 동안도 우린 얼굴을 마주하며 학창시절 어려웠던 환경...
직장생활의 아쉬움...
지난번 만났을 때의 추억... 이런 즐거운, 진지한, 슬픈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 그렇게 30분 정도 있었을까?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 쪽에서 40대 중반 정도 보이는 앞머리가 벗겨진 아저씨가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우리쪽을 보고 왜 아는척을 안하냐고 물었다. 흐헉! 그 아저씨가 태희였다..
놀라움과 반가움이 겹치는... 말로써는 표현하지 못할 무언가를 느끼며 악수를 하고 얼굴을 만져보고 너 태희 맞느냐고
물어보고 반가움의 소주 한잔을 건네고 건배를 외치며 셋의 얼굴에는 입의 크기와 비례한 웃음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상교가 평촌역 광장에 와있다는 전화가 와서 홍석이가 데리고 들어오자 오늘의 멤버구성이 이루어졌다.
안주를 하나 더 시키고 소주를 시키고 명함을 서로 주고 받고.... 업종에 대해서, 같은 업종에 있는 친구에 대해서,
지금 사는 곳, 일하는곳, 부모님들 가족들 근황 등등 ...너무 오랜만에 만났으니 궁금한 것도 많고 할 이야기도 한없이 많다.
태희는 재경모임이 처음이었지만 모두 학창시절 안면이 있던 사이였고 더군다나 3학년때 나랑 엄청 놀러다녔던 사이다.
우리 엄마가 태희랑 놀지 말라고 몇번을 얘기하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은 나때문에 저놈이 공부를 못한건데..ㅋㅋㅋ
학창시절 얘기가 나오자 내마음을 알았는지 태희가 원망의 말을 늘어놓았다...
"홍석이 쉑기 때문에 술먹고 담배피고 놀러다니고 여자 만나고 공부도 드럽게 안하고...!"
'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나 때문은 아닌것 같은데.... '
공부좀 했던 상민이하고 상교는 참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2시간 정도가 흘렀나보다..
빠질 수 없는 2차.. 자동코스인 당구장으로 향했다. 태희 150, 상교 200, 홍석이 250.. 오늘은 3쿠션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1만원빵.... 3년만에 당구를 친다는 태희.. 이놈은 완전 사기다마다. 150당구가 뭔 쿠션을 3~4개씩 친다냐?
20년만에 만나서 친구를 사기치는 나쁜놈..ㅋㅋㅋ. 상교는 잘치는 200인데 오늘따라 잘 안맞는 모양이다..
에이쒸만 찾는 것이..
홍석이도 오늘은 술이 많이 취하는지 뻔한 기본쿠션도 못치고 헤맨다.. 결국은 가락쿠션을 먼저 들어간 태희가 멋지게
마무리 해서 3만원은 태희의 주머니 속으로.. 상교와 나는 열심히 쳐서 거의 따라갔건만 허무한 마음으로 다음 기회에..
쯔쯔 .................
당구장을 나와 노래빠로 입장...
3시간동안 윈저 큰거 2병 맥주 40병을 신나게 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이야기 하고 건배하며 시간을 보냈다.
새벽 1시가 되서야 밖으로 나왔다.. 1층 분식집에서 잔치국수와 고추만두로 속을 달래고 평촌역 광장에서 담배를
피며 오늘의 재회를 기뻐하며 앞으로 30년은 같은 시간을 보내자며 다짐했다.. 태희는 엄청 아쉬운지 자기집에서 자고
아침에 출근하라고 몇번 얘기했지만 마눌님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7월 4일 재경 산행에서 보자고 다짐하며 집으로
향했다. .....................................
어제는 술기운에 힘들기도 하고 일도 있고 해서 후기를 못남기고 오늘에서야 그제의 기억을 되살려 후기를 남긴다..
지금 밖에는 간간이 폭우가 쏟아지고 나는 또 글을 쓰며 친구들 생각을 하고 있다...
친구들을 한번 두번 만나며 아련하고.... 깊고... 아쉽고... 그리운... 그런 감정들을 느낀다.
살아가면서 가족이 아닌 남에게서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친구이기에 가능한 감정일 것이다...
언젠가 친구의 무덤에 절을 하러 갈지도 모르겠다.. 또 내가 먼저 죽어 친구의 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살아가면서 보고싶고, 아무런 이야기나 할 수 있고, 서로 의지하며 마주볼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냥 기쁘다. ^^ 호근아 ! 안나온거 후회되지 이놈아!!! ㅋㅋㅋ
김태희(집 - 안양평촌, 회사 - 화성 선진케이블)
홍상민(집 - 안산, 회사 - 안양 네오웨이브)
김상교(집 -안양평촌 , 회사 - 서울 로지스 종합물류회사)
양홍석(집 - 안산 , 직장 - 농협)
첫댓글 후기도 버전 업이군...ㅋㅋㅋ 태희 반갑다...근데..지나가다 만나면 누군지 모르겠는걸..ㅎㅎㅎ
담에는 같이보자..^^
글솜씨가.... 소설가 부럽지 않은걸... 잘 알지못하던 친구들이지만... 왠지 가깝게 느껴진다.
근식이두 4반 반창회 사진으로 얼굴 봤다. 재경친구들도 학교다닐때 말한마디 못하고 졸업한 친구들이 많지만 만날수록 정이 더하고 보고싶고 그렇다..^^ 행사때 만나면 인사라도 하고 기회 있으면 술한잔 하자.. 반갑다.^^
태희 많이 변했구나....옛날에 심플했었는데 원숙미가 물씬, 태희가 날 알아 보려나.......재경은 2차가 환상이네, 난 언제 저러케 놀았나 가물가물하네.
경희두 많이 부러워 하는구나..^^ 호근이랑 함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