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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벽전화실 원문보기 글쓴이: 벽전
천량차를 이렇게 정식으로 소개하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천량차에 대해 전혀 무지할 때 이런 차를 사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최근에 숙차잎으로 만든 천량차였던 것 같습니다. 맛이 달달하니 그런대로 마실만 했었는데 지금은 주위에 다 나눠줘서 비교해볼 수가 없는 게 아쉽군요. 중국어에서 천량차의 단위는 근根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한뿌리 두뿌리 이렇게 세는 거지요. 생김새가 길다란 원주 모양입니다. 엄청난 압력으로 긴압해서 모양을 만든 후에 외부를 대나무로 단단하게 포장합니다. 전체 무게는 거의 40킬로그람이 나갑니다. 혼자서 들기에 무리가 되는 차가 바로 천량차입니다. 호북성에서 생산하는 천량차는 千兩 무게로 만들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10량이 1근이고 1근은 500g입니다. 그럼 천량은 50Kg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는 36Kg 정도밖에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천량차라는 이름이 현대에 지어진 것이 아니고 옛날 도량형으로 1근이 360g 정도 될 때에 붙여진 이름이라 그렇습니다. 당시에는 천량이었으나 지금은 700량이 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칠백량차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대신에 천량차보다 작은 크기로 비슷하게 만드는 백량차나 오백량차는 있습니다. 천량차의 아류라고 할 수도 있겠고, 천량차가 워낙 덩어리가 크니까 팔고 사기 좋게 타협점을 찾았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지금 소개하는 천량차는 87년에 생산된 차입니다. 천량차 중에 이런 연수를 가진 차를 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요즘 보이차 노병의 수량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그와 비슷한 흑차 계열 노차의 가격도 많이 올랐습니다. 육보차, 육안차, 천량차 등 흑차계열 차 중에서 연수가 10년이 넘어가는 차는 보이차 못지 않게 비싸게 거래됩니다. 자, 그럼 천량차를 감상해봅시다.
엄청나게 단단한 차입니다. 전기톱으로 썰었습니다. 보이차칼이 잘 안들어가지요.
옆면입니다.
시음하기 위해서 자른 단면입니다. 겉면이 아닙니다. 자세히 보면 금화가 피어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천량차의 특징이 바로 이런 금화에 있습니다. 이게 많을수록 가치가 높아집니다.
우리기 위해서 조금 뜯었습니다.
세차한 뒤의 첫번째 물입니다. 향도 좋고 단 맛이 납니다. 탕색도 꽤 진하게 나옵니다. 원래 천량차는 보이차보다 긴압이 엄청나게 강하게 되어 있고, 발효가 두 배 정도 느리기 때문에 탕색이 연하게 나오는 차인데, 진기가 20년이 되다보니 이런 진한 탕색이 나오는군요. 보이차는 20년을 보고 저장하고 천량차는 40년을 보고 저장하는 차입니다. 그러므로 이 차는 보이차로 치면 10년 정도 된 셈입니다. 아직 창창하지요. ㅎㅎ
두번째 물입니다. 탕색이 정말 곱습니다. 맛도 더 좋아졌습니다. 단 맛이 더 강해지는군요.
세번째 물입니다. 단맛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네번째 물입니다. 갈수록 좋아집니다.
다섯번째 물인데 일부러 시간을 짧게 해봤습니다. 탕색이 많이 묽어졌죠.
여섯번째 물입니다. 다섯번째보다 진합니다.
일곱번째 물입니다.
여덟번째 물입니다.
아홉번째 물입니다. 천량차에 대해 알고 싶은 분은 이 차를 드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북경도사가 마셔본 천량차는 대략 10여종 되는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이 차가 가격도 가장 비싸고 맛도 가장 훌륭한 것 같습니다. 이보다 비싼 것도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서 엄두를 못 내고 있지요.
엽저입니다. 흑차계열의 차는 악퇴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엽저가 딱딱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이 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차를 시음하면서 내내 기분이 좋았습니다. 북경도사에게 있어서 요즘에는 차를 마시는 게 일종의 일이기 때문에 마시기 싫어도 마셔야 합니다. 소개하지 않은 수없이 많은 차들이 시음을 거쳐 버려집니다. 그런 차를 마시는 것은 괴로운 일이죠. 그러나 가끔 이런 차를 만나게 되면 일로서의 시음이 아니라 즐거운 차생활이 되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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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참으로 신기하리 만큼 다양한 차 종류에 입이 떡 벌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