聾巖 (농암)애 올라보니 老眼 (로안)이 猶明 (유명)이로다.
人事(인사)이 變(변)한들 山川(산천)이 똑 가샐가
巖前(암전)에 某水某丘(모수 모구)이 어제 본 듯하예라.
현대어 풀이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와) 롱암(바위 이름)에 올라 보니 늙은 나의 눈이 오히려 더 밝아진 것 같다.
사람에 관한 일들이야 변한들 산천이야 변하겠는가.
바위 앞에 있는 이 물과 저 언덕이 어제 본 듯이 변함없구나
여기서 "聾巖 (농암)"이 어디에 있는 바위일까?
어떤 사람은 리현보가 안동시 도산면 사람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례안현(禮安縣) 분강(汾江) 가에 있는 바위라고 한다.[허경, <분석 고전국어>(승문사, 1978), p. 324]
그래서 <신증 동국여지승람>권25 례안현을 보았다.
다른 이름으로 "매곡현(買谷縣). 선곡(善谷). 선성(宣城)"이라 했다.
그 지리적 위치를 보니, 동쪽에 녕해부 경계까지 41리, 남쪽에 안동부 경계까지 12리,
서쪽에 영천군 경계까지 39리, 북쪽에 봉화현 경계까지 41시 경도까지 545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책의 "산천(山川)"조에는 "분강(汾江)"이 없다. 다만 "손량천(損良川). 라화석천(羅火石川). 매토천(買吐川)"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라화석천은 매토천의 하류라고 했다.
이 "汾江"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례안현을 현재 지도에서 보면, 그 고을 서남쪽에 안동시가 있고, 서쪽에 "안동호(安東湖)"가 있다. 이 안동호는 낙동강이 흘러 고인 곳이며, 례안현에는 그 고을 서쪽에 이름모를 작은 개천이 서쪽으로 흐른다. 다시 말해서 <신증 동국여지승람>의 하천 이름과는 다르다.
더구나 한반도 경상북도 례안군에 "汾江"이 있을 까닭이 없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설명이 있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리현보는 나이 70살에 벼슬을 그만두고 자기의 고향 경상도 례안현에 돌아와서 이 시조를 읊었다고 하는데, ...
"분강촌도(汾江村圖)"가 있기는 한데, 요즘엔 "汾江"이란 말의 해석은 빠져 있다.

롱암종택도 있다고 하니, 아마도 "분강"도 있는 모양이다.
참으로 이상하다.
강은 강이고, 내[川]는 내일 뿐인데,
<신증 동국여지승람>에도 없는 강이름이 한반도에 버젓이 나와 있는지 궁금하다. 가서 확인해봐야 겠다. 도산서원도 가보긴 했지만, 정작 이것은 보지 못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