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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욱아빠의 평화강정! 스크랩 강정 구럼비 해안, 한여름 무더위 속의 일상들
민욱아빠 추천 0 조회 58 12.07.27 15:0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한여름입니다.  열대과일 이름이라는 태풍 카눈이 지나간 후로 제주는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덥고 습해서 미칠지경의 여름날씨를 예고나 한 듯한 이름이었습니다.  바닷가의 습기는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 정도입니다.  찜통속에서 흘리는 땀마냥, 햇볕이 아니어도 바깥공기엔 땀이 줄줄 흐릅니다.  7월 말의 제주는 그렇게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정에도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겨울, 초봄의 한기에 물살도 한없이 맑고 시리게만 보이던 강정천의 물줄기도 한여름 더위에는 마치 늘어지고 부풀어오른 듯, 물살이 미적지근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한라산에서 내려오는 용천수의 시원함은 어디가지 않습니다.

  강정교 아래에는 예년이나 다름없이 그늘막과 평상이 설치되고 닭백숙을 비롯한 여러가지 음식을 팔며 손님들을 모읍니다.  이 풍경..  사실 저 어릴적에는 어느 개천에 가던지 쉽게 만날 수 있는 광경이었습니다.  바가지니 상술이니 하는 비판들을 떠나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웬만한 개천들은 오염이 된 데다가 여기저기 보를 만들어대며 수위를 높여놓아 이런 광경은 대부분 사라졌죠.  광경만으로는 어릴적의 추억을 불러오는 것 같아 정감이 서리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강정천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죠.  이런 광경을 아직은 볼 수 있다는 사실..

  물속에는 은어떼들이 노닙니다.  몇마리가 군집을 이루어 한자리에서 맴도는 걸 보면 이들도 자기영역이라는 게 있는 듯 합니다.  사실 은어낚시라는게 이런 영역속성을 이용하는 것이기도 하죠.  미끼은어를 이용하여 영역에 침입한 은어를 공격하게끔 하여 잡는 낚시가 은어낚시이죠.  여균동감독님이 얼마전 이런 멘션을 트윗에 남겼습니다.  강정천 끝에서는 고등어만한 은어들이 때때로 자신에게 말을 건다고..  은어가 설마 고등어만큼 크겠습니까마는, 강정천에서는 정말 큼직한 은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해질녘의 강정엔 푹푹찌는 더위속에 고즈넉하기만 합니다.  낮에는 미사와 예배와 간간의 저항이 매일같이 이루어지지만 저녁무렵의 강정해군기지 공사장엔 아무일이 없다는 듯 한가롭기만 합니다.

  공사장 출입문 사이의 도로엔 간간히 차가 지나다닐 뿐이죠.  하지만, 낮의 저항에는 미사는 언제나 중도에 고착당해 저지당하기 일쑤고, 공사차량을 저지하는 힘없는 저항은 언제나 상처만을 남기곤 합니다.  때로는 연행되고 다치기도 하죠.  얼마전엔 문정현신부님이 정문을 지키는 용역들에게 의도적으로 수염을 한움큼 뽑히는 수모를 당하기도 하셨습니다.

  제주엔 한겨울 북서풍이 불다 물러가면 여름엔 남동풍이 불어옵니다.  그러다보면 파도는 산남에서 높아지죠.  이날의 파도도 아주 잔잔하지만은 않았습니다.  게다가 태풍 카눈이 지나간 자리엔 오탁방지막이 파손된채 방치되고 있었습니다.  낚시꾼들은 포구방파제 아래에서 벵에돔을 연신 낚습니다.  자연은 섭리대로 지나가고, 낚시하는 이들의 일상은 강정에도 흐르지만, 강정의 아픔 구럼비의 아픔은 쉽게 테두리 밖으로 퍼지지 않는 듯 합니다. 

  케이슨도 그사이 5개나 늘었습니다.  언제 제작을 하였는지 모르겠지만, 5개가 나란히 모서리를 내민채 얌전히 수장되어 있었습니다.

  동남풍에 다소 높은 파도가 치는 구럼비에는 이제 파헤쳐진 살 위로 삼발이들이 뒤덮여 있습니다.  파도피해를 줄이려 해안가를 중심으로 삼발이들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카눈이 북상하면서 구럼비의 공사현장도 어느정도 타격을 받겠지 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격은 그다지 받지 않아보입니다.  바닷가 라인을 중심으로 쌓인 삼발이와 시멘트 구조물들은 마치 대비하고 있었다는 듯 견고해보였습니다.  그리고 무언가가 소소하게 만들어지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삼발이의 양도 무척 많아지고 높아졌습니다.  마치 삼발이만을 쌓아도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듯..

  중덕 삼거리로 올라와 망루에 올랐습니다.  줄지어 열을 맞춘 다양한 모양의 삼발이가 펜스너머 공사장 안에 하얗게 깔려있습니다.

  석양의 공사현장 안도 고즈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저녁이어서 그런지 움직임도 없습니다.

  바다쪽 시야에는 수장된 케이슨이 나란히 5개가 잘 보입니다.

  만을 메우려 쌓은 둑에도 삼발이는 견고하게 줄을 지어 서 있습니다.  저곳은 구럼비 첫 발파를 위해 폭약을 불법으로 해상이동시켜 상륙한 지점이었죠.

  반면, 청동기 문화유적이 발견된 지점은 펜스밖으로 내몰린 채, 관리되지 않아 덮개가 다 헤어지고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토건개발과 자본의 미친속도에 떠밀려 버려진 우리네 정서와 감성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포구에도 전경들은 언제나 대기모드입니다.  얼마전 활동가 한 분이 해저준설을 하는 바지선에 혈혈단신으로 올라 크레인 위에 오름으로 작업을 중지시켰던 일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서쪽 포구와 방파제엔 전경순찰이 생겼다 하더군요.

  여전히 육지에서 내려온 병력이 순찰과 감시를 담당합니다.

  동쪽 방파제와 공사장 입구쪽은 여전한 위치에서 전경들이 대기하구요.

  감시받는 느낌, 주눅든 것 같은 느낌의 포구와는 달리, 중덕삼거리의 사람들은 언제나 즐겁고 활발합니다.  여기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휴식도 취하며, 이런저런 단막극이나 노래연습도 하면서 말입니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는 하는데 이렇게 단장된 식당은 처음보았습니다.  이 안에서 사람들은 식사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때로는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제가 갔을때에는 저녁무렵이었죠.  많은 사람들을 위해서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고기를 굽는 평화로운 일상의 모습이 연출되었습니다.  한켠에서는 밥을 먹고 한켠에서는 외국인 활동가로 보이는 분이 강정의 활동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중덕 삼거리 뒤켠으로는 제주녹색당에서 봄에 만들어 가꾼 화분에 꽃과 식물들이 잘 자랐고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가꾼 텃밭이 있습니다.  여러 푸성귀와 열매들이 잘 영글어가고 호박은 제철만난 듯 덩굴가지를 여기저기 뻗어대느라 정신이 없어보입니다.  무더위는 이렇게 초록을 밀도있고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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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텁지근한 뿌연 공기너머 한라산은 여전히 강정을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저항과 홍보의 방법은 다양하지만, 많은 부분은 SNS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강정관련 행사나 일정은 이렇게 활동가들과 관심있는 이들의 손으로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집니다.  SNS등의 온라인이 아니었다면 강정은 이렇게 끈질기고 유쾌하게 저항할 수 있었을까 싶은 것도 사실이죠.

  그리고 하루하루의 일정안에서 자신들의 질서를 만들어 나갑니다.

  강정에 들러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평일 저녁에 강정의 모습을 담은 이유는 마침 녹색평론 제주독자모임을 강정에서 하자는 제안때문이었습니다.  이전부터 녹평 독자모임을 강정에서 해보려는 시도는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들과 시간상의 이유로 이루어지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이번엔 어떻게든 강정에서 하자는 의견이 개진되어 많은 사람이 모이진 못했지만 소수나마 강정에서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대신에 평소 녹색평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강정에 머무르는 활동가들이 몇 분 참석하여 새로운 만남을 가질 수 있었던 자리였죠. 

 

  녹색평론..  개인적으로는 현실적 판단에 입각한 이런저런 이야기와 의견들을 넘어 제 머리와 마음속에 존재하는 사상적 지점과 사회적 시점을 분명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한마디로 제겐 스승과도 같은 책이죠.  일단 날이 더우니 치킨에 맥주 한잔 하고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해질녘, 어두운 색깔의 복장으로 방패를 들고 포구를 지키는 젊은 전경들의 눈빛엔 위압감이 한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무전기로 수시로 어디엔가 보고하며 어깨를 한껏 펼치고 서 있는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점령군이며 감시자라는 듯한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군생활을 거치고 마치며 사회를 바라볼 줄 아는 우리의 시선안에서는 그들도 약자임을 압니다.  그들이 전역을 하고나면, 누군가는 우리와 같은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보거나 직접적인 억압과 탄압을 받는 대상이 되어갈 것입니다.  계급의 현실적 차이가 심해지는 이 과정에서 더욱 가능성이 커질 일이기도 하죠.  젊은 친구들의 위압감과 우월감은 그땐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까요?  그저 분노와 억울함의 슬픈 눈빛으로 변하지 않도록 그들의 의식이 깨이기만을 기도해야하는 건지..  그 번득이는 눈빛을 저역시 함께 마주보다가 그런 생각이 들어 먼저 눈동자가 흔들려버리고 말았습니다. 

  7월 30일부터 8월 4일까지 두개의 행렬이 제주를 반대로 반바퀴 돌아 제주시 탑동광장으로 오여 평화행사를 개최합니다.  탑동광장은 제가 사는 동네부근이죠.  일상을 진료실에 매여있어야 하는 전, 행진은 참석할 수 없지만 8월 4일의 평화행사는 참석하지 않을 수가 없죠.  아마도 강정관련 다음 포스팅은 이 행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더위에 지치지 말고 검게 탄 건강한 얼굴들을 탑동광장에서 반갑게 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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