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인검(四寅劍)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는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劍) 혹은 간단히 사인검(四寅劍)이라고 불리우는 양날의 칼이 왕실에서 제작되었다. 이 칼은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제작된 것으로서 순양(純陽)의 성질을 지녔기 때문에 음(陰)한 사귀(邪鬼)를 물리칠 수 있다고 믿어졌다. 사가(私家)에서도 일부 제작된 흔적이 있으나 사인검의 대부분은 왕실에서 제작하여 궁중에 보관하거나 혹은 종친(宗親)과 총신(寵臣)들에게 하사되었다. 미신을 배격하는 조선의 유학자들은 사인검 제작 풍습을 좌도(左道)라고 비난하고 중단할 것을 주장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내내 사인검의 제작은 계속 이어지게 된다.
사인검은 대부분이 주조(鑄造)에 의하여 제작되었고 단조(鍛造)로 만들어진 경우에도 재질이 연철(軟鐵)이었기 때문에 실전적인 의미에서는 칼이라고 보기 어려우며 벽사용(僻邪用)의 부적(符籍)에 가까운 물건이다. 하지만 개화기에 우리나라를 찾았던 외국인들은 다른 칼은 다 제쳐 놓고 이 사인검에만 집중적인 관심을 보였으며 현재도 해외의 도검 관련 사이트에서 가끔씩이나마 이야기 되는 조선의 칼은 이 사인검 뿐이다. 사인검은 그 형태가 일본, 중국의 도검과 확연히 구별되며 온갖 기이한 주문과 기호, 다양한 별자리가 칼 전체에 걸쳐서 금과 은으로 아로새겨져 있기 때문에 조형적으로도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동양적 신비감이 느껴진다. 현대에 와서 이미 사인검 제작의 전통은 단절되었으나 사인검의 전통 공예적인 가치와 그 안에 담긴 전통 신앙의 의미는 여전하며 이를 복원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