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개와 막걸리
오늘 우리 점심 시간에 직원식당에서 찬메뉴로 부침개가 올라왔다.
나는 어릴 적 아주 시골에서 자라서 인지 쑥버무리기(쑥과 밀가루를 사카린 물로 버무려 밥솥 위에 쪄서 먹는 음식으로 정확한 명친은 몰라 내 나름대로 정의해본것임), 전(표준어 부침개), 개떡( 밀가루를 소다와 콩으로 버무려서 밥을 지을 때 밥솥에 찌면 빵처럼 부풀어 올라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던 전통 시골 간식) 이런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야말로 시골스럽고 전통스런 이런 음식이 요즘 피자문화에 길들여진 어린애들에게도 주면 먹을까 싶지만 우린 어려서 즐겨먹지도 못하고 가끔 먹었던 것 같다.
우리식당에는 2가지 메뉴중에 1가지를 선택하여 먹게 되어 있는데 부침개가 메뉴의 한켠을 채우고 있으면 늘 그랬듯이 부침개가 찬으로 되어 있는 메뉴를 선택해서 먹는다. 또 배식하는 아주머니에게 힐끔 눈치를 주며 하나만 더 주실 것을 주문하면 “어! 1인당 한 개씩만 배식하는데” 하시면서도 이내 빙그레 미소를 머금으며 “맛있게 드세요. 매니저님!” 하나더 남몰래 식판에 올려주신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빈좌석을 찾아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후 오후 일과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덧 해가 서녘하늘 아래를 향해 줄담음치고 있는 시간 쯤에 나의 수하 직원 한 명이 “매니저님 간식 안드실래요?” 하며 점심 때 부쳐놓은 부침개를 얻어왔으니 드셔보라는 말을 남기며 조그마한 회의실로 향했다. 이친구도 함평 엄다 출신으로 촌놈이어서 인지 나의 맘을 잘 찾아 읽는 괜찮은 부하직원이다. 나는 고맙기도 하고 또한 워낙 좋아하는 음식이라 뒤를 따라 들어가보니 부침개가 먹음직스럽게 두사라를 가득채우고 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희진아 부침개에는 간장이 있어야잖니? 그리고 막걸리 한사발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응! ” 하는 말로 부침개를 먹으면서 나는 또 한번의 옛 추억을 살리는 이야기보다리를 꺼내들었다.
요즘도 대학가 뒷골목에는 부침개에 막걸리 한사발 파는 곳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대학다닐 때 서울 성동구 화양리 대학가 주변 식당에도 늘 이런 메뉴에 막걸리를 마셨던 기억이 생생하다. 또 막걸리에 새우깡 한봉지를 사가지고 교정 잔디밭에 앉아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민주화가 어떻고 전두O은 어떻고 하며 내일 데몬스트레이션 전략을 짰던 학창시절이 있었다. 막걸리와 부침개. 내가 생각하기에는 음식궁합에 잘 맞는 음식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보면서 오늘 도하나의 숨겨놓은 나의 초등학교 시절 에피소드를 늘어놓고자 한다.
옛날 시골에서는 논에서 모내기를 하던가 김매기, 타작 등 이런 힘든 일을 할 때는 농부님내들의 갈증해소를 위해 항상 막걸리가 맛갈스런 김치와 함께 따라 다녔다.
우리집 아마 모내기를 하던 때가 아닌가 싶다. 내가 “옛향수의 엿단지”라는 추억담에서에서 벍힌바 있듯이 나는 유년시절을 전라남도 함평의 아주 시골마을 조부모님 슬하에서 자랐다.
그런던 어느날 할머니께서 참을 머리 위에 이시고 나가시면서 나에게
“연아! 막걸리 한대 받아가지고 논으로 와라. 잉!”
하시며 큰 주전자를 하나 주시곤 멀지감치 논을 향하고 계셨다. 나는 동구에 있는 전방(도회지 작은 구멍가게 또는 슈퍼를 시골에서 이르는 말)으로 뛰어가 막걸리 한대를 받아가지고 낑낑대고 들고 논으로 향하며 주전자 안에 가득찬 희멀건 물(막걸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을 하였다.
“도대체 뮈길래? 어른들은 일을 하시기만 하면 이것을 마실까?”
얼마나 맛이 있을까, 아니야 맛이 있을까가 아니라 굉장한 맛뿐만이 아닌 그 무엇이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나의 뇌리에 꽂혀 나는 주전자를 힘껏들어 한모금을 먹어보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그 어린아이가 한 모금의 막걸리를 마셔보니 약간 달보드락하기도 하고 약간 씁스름한 것 같기도 하고 그야말로 헷갈렸다. 그래서 또 한 모금을 하였다. 달보드락한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번에는 몇 발작 걸어가다 또 한 모금을 마셨다. 정신이 약간 아딸딸 하였다. 참으로 전라도 사투리로 기분이 묘했다. 그래서 또 한 모금을 마신 후 나는 그만 어느 논꼬랑(고랑)에 그만 막걸리 주전자와 함께 푹쓰러지고 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떠보니 온몸은 막걸리에 흙탕물에 뒤범벅이 되어 논가에 서있는 나무 그늘 아래 누워있었던 것이었다. 아! 글쎄, 막걸리를 받으로 간 손주녀석이 아무리 기다려도 인부들이 참을 다드실 때까지 나타나지 않아서 걱정이 되기도 하시고 화도나기도 하시어 할머니가 다시 내가 오던 길로 와보시니
아뿔사! 이게 왠일인가.
그만 손주녀석이 논꼬랑에 흙과 막걸리와 함께 뒤범벅이 되어 벌겋게 그을린 얼굴로 정신을 못차리고 주전자는 이그러져 그 옆에서 뒹굴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할머니게서는 몹시 놀라셨고 큰일이 벌어진줄 아셨다고 한다. 얼른 들어 올려 가만히 보니 입속에서는 술냄새가 나고 있어 이녀석이 막걸리를 마셨다는 사실을 아시고는 조금 안도하시며 나를 엎고 논옆 나무그늘에 놓았던 것이였다.
나는 그 일로 막걸리에 얼마나 혼이 났는지 또 할아버지한테 어찌나 혼쭐이 났는지.........
막걸리만 보면 그리고 부침개만 보면 늘 그때 추억이 봄날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아련하게 떠오른다.
나를 그렇게 아껴주시고 귀여워해주셨던 할머니가 이세상을 떠나신지도 벌써 십년이 훌쩍 넘어버려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이내 할머니가 보고싶고 그리워져 또 눈시울이 뜨거위진다.
나는 요즘 옛시골의 향수와 그리움이 몰려올 때면 나의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나의 애마에 올라타고 시골길을 향해 힘찬 액세레터를 밟는다.
마치 나의 어릴적 시골의 정겨웠던 향수를 나의 사랑하는 2세들에게 알려주고 또 그전율을 조금이나마 느끼게 해주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