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에 범람하는 환경호르몬
가정에서 접촉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종류와 수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유통되고 있는 화학물질은 36,000여종, 23,000만톤에 이르고 있으며 해마다 200여종의 새로운 화학물질이 들어오고 있다.
환경호르몬이란 생물체에서 정상적으로 생성, 분비되는 물질이 아니라 인간의 산업활동을 통해서 자연계에 생성 중 방출된 화학물질이 흡수되고 인체에서 호르몬처럼 작용하면서 유래된 이름이다.
다이옥신과 같은 환경호르몬들은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기도하고 또 강화시키기도 하면서 극소량으로도 인간 및 동물의 생체내에 작용하여 남성의 정자 수를 감소시키거나 남성의 여성화, 다음 세대의 발육과 성장 및 각종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지구상의 멸종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한 요인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갈치 오염도, 멸치의 20배
최근 조사된 국내의 환경호르몬 조사 자료가 시민들에게 잠재적으로 건강에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점차 그 오염도가 증가세를 보이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해양수산부가 낸 2006년도 국내산 수산물 어종 별 다이옥신류 잔류실태 조사보고서에서 따르면, 국산 수산물 가운데 다이옥신류에 가장 심하게 오염된 수산물은 갈치로 멸치보다 오염도가 약 2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다랑어(참치), 갯장어 순으로 오염도가 높았으며 넙치, 숭어, 멸치, 가자미 등은 이들보다 1/10~ 1/20 수준의 오염도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갈치의 오염도는 일본이 2004년 조사한 갈치 오염도 보다 높았다. 수산물의 다이옥신 문제가 가장 심각한 노르웨이에서 조사한 수치는 대서양넙치를 제외하면 모두 우리보다 낮았다.
해양수산부는 이 보고서에서 "국산 수산물을 통해 국민 한 사람이 섭취하는 다이옥신류는 하루 0.794pg으로 국내 허용기준의 20% 수준"이라고 밝혔지만, 보통 사람보다 많은 생선을 섭취하거나 다이옥신에 취약한 임신부 등은 수은 노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우리 국민 체내 수은농도, 독일의 7배
2006년도 혈중 중금속 조사 자료를 토대로 한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체내에 쌓인 수은농도가 미국이나 독일에 비해 최고 7배 이상 높다고 한다.
우리 국민들의 수은의 평균 혈중 농도가 l당 4.34㎍으로 미국 0.82㎍의 5.3배, 독일보다는 7.5배가 더 높았다. 2000명을 조사했는데 절반에 가까운 905명이 독일의 안전기준치인 5㎍을 넘어섰고, 위험 가능성이 높아지는 15㎍을 넘는 사람도 36명이나 됐다는 것이다. 특히 남자는 평균 농도가 안전기준을 초과해 최고 수치는 무려 55.94㎍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수은은 생태계의 먹이연쇄 과정을 거쳐 농축되는 성질이 있는 만큼 보통의 먹을거리가 오염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수은은 적은 양에 노출돼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산모와 태아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또 신경발달 장애와 신장(콩팥)에 독성을 일으켜 기능을 떨어뜨릴 수가 있으며 내분비호르몬의 교란 작용을 보인다.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 PVC 재질로 이루어진 것은 어린이들이 빨면서 가소제(프탈레이트)가 용출되어 나온다.
생선 섭취 시는 껍질을 벗기고 드세요.
일상 속에서 노출되는 가소제 노출로도 정자의 수나 운동성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보고되었다. 식품과 일상 소비제품 속에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하는 물질들에 오염되는 경우가 있는데, 시민들이 우선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이나 식품은 우선 피해야 한다. 어린이와 임신부들은 환경호르몬에 민감한 그룹으로 어린이들의 장난감은 PVC계통은 피해야 하며, 오염된 식품을 섭취하지 않도록 피해야 한다.
플라스틱용기를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용기에서 가소제 등 환경호르몬이 다량으로 용출되어 나올 수 있다.
다이옥신 등의 오염도가 생선류의 근육보다 내장에서 최고 40배까지 심하기 때문에 생선을 먹을 때는 껍질을 벗기고, 간과 내장부위 및 등과 옆의 지방부위를 제거해야 한다.
■ 일상생활 속 환경호르몬 위험도 낮추기
ㆍ 가급적 농약노출이 적은 농산물 이용하기
ㆍ 즉석요리 용기는 피하고 유리, 사기 그릇 이용하기
ㆍ 즉석요리 식품은 전자렌지에 가열하기 보다는 냄비의 끓는 물에 중탕하기
ㆍ 랩, 비닐로 덥힌 따듯한 음식은 피하기
ㆍ 플라스틱 용기의 열 노출 피하기
ㆍ 냉장고 속에 플라스틱 용기 오래 보관하지 않기
ㆍ 젖병을 소독 할 때는 끓는 물에 5분 이상 두지 않기
ㆍ 플라스틱 용기는 부드러운 수세미로 닦기
ㆍ 따듯한 캔 용기는 되도록 피하기
환경호르몬 피해 줄이기 위한 장기 대책 필요
일반 시민들이 우선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개인적으로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의 노출을 피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회 전체가 오염되어가는 데, 혼자만 오염에서 벗어 나고자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연구비를 투자해서라도 전문가들로 하여금 종합적인 환경 건강영향조사와 대책을 세우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이 더 이상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피해에 노출되지 않도록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주길 바란다.
글/임종한/인하대학교 병원 산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