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치밀하게 짜서 강렬하게 내뱉는 Bitter Sweet symphony!!

[joyjo1004]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이면 속에는 눈으로 보이는 것과 다른 모습의 진실들이 존재하기도 한다. 종종 TV 뉴스나 여러 매체들을 통해 가려지거나 왜곡되었던 사실들이 밝혀질 때면 국민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분노를 하기도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에는 많은 일들이 생기고, 거기에 얽힌 수없이 많은 이해관계들이 발생하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 [부당거래]는 바로 그러한 사회의 이면을 속속들이 파헤쳐 놓고 있다. 제목 그대로 지금 현실 속에서 맺어지고 있는 수많은 부당거래들을 통해 전달되는 사회성 짙은 메시지와 동시에 영화로서의 드라마틱한 재미까지 던져주는 범죄드라마다. 그래서 영화 [부당거래]는, 겉은 거칠고 강렬한, 그리고 그 속은 쓰디쓴 맛을 감춘 영화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각본을 매끄럽게 풀어낸 류승완 감독의 리드미컬한 연출력!! 시종일관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 흥미진진한 범죄드라마!!

전국은 범인이 잡히지 않고 있는 희대의 연쇄 살인사건으로 인해 떠들썩하다. 대통령이 나서서 대국민 퍼포먼스를 할 지경에 이른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장 유력한 용의자까지 수사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하기에 이른다. 자신의 단편영화 4개를 묶어서 내놓은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로 강렬한 데뷔를 마쳤던 류승완 감독은 그간 여러 편의 영화들을 통해 자신의 색깔을 두텁게 구축해 왔다. 거칠고 과격한 액션에 능청스러운 유머를 더한 역동적인 연출력으로 인정받아 온 류승완 감독은 이번 신작 [부당거래]에서는 보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써 승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액션이나 유머 등 자신의 장기는 적당히 살려내면서도 드라마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시종일관 여러 인물과 사건들을 복잡하게 엮어가며 관객들을 이야기 속으로 흡입시키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전작들이 드라마틱한 긴장감 보다는 액셔너블한 역동성에 중점을 둔 데 반해 이번 영화 [부당거래]는 탄탄한 각본을 바탕으로 한 류승완 감독만의 리듬감 있는 연출력이 빛을 발한 작품이라 할 만하다.

또 다시 사건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생기자 경찰청에서는 마지막 카드로 가짜 범인인 이른바 ‘배우’를 만들 것을 계획한다. 이에 경찰청의 강국장은 광역수사대 에이스 경찰인 최철기에게 승진을 보장으로 모든 것을 맡기고,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만 같았던 이 사건은 지속적으로, 그리고 더욱 복잡하고 지저분하게만 꼬여가기 시작한다. 전 국민을 상대로 감쪽같이 범인조작을 계획하는 경찰, 여기에 연루된 검사와 대기업 스폰서, 그리고 이러한 조작에 일조하는 언론 등 영화 [부당거래]는 꽤나 흥미진진하고, 묵직한 소재와 설정이 엿보이는 범죄드라마다. 자신들의 조건과 이득에 맞추어 영화의 제목처럼 부당거래를 일삼는 고위 인사들과 그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들이 서로 얽혀가며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를 완성해간다. 영화 [부당거래]의 가장 큰 힘은 이처럼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그들의 부정한 이해관계와 꼬여가는 사건들을 아주 치밀하고 짜임새 있게 엮어간다는 것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삼고 있음에도 영화는 지나치게 무겁거나 어둡지 않다. 무엇보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각본을 담당하지 않았는데,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각본에 류승완 자신만의 색깔 또한 잘 버무려 매끄러운 연출의 힘을 보여준다. 틈틈이 보여 지는 수컷 냄새 가득 풍기는 과격한 액션하며, 능청스러우면서도 거친 캐릭터들까지 더해져 상당히 리드미컬하고,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나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꼬여가기 때문에 중반 이후부터는 관객들도 조금은 늘어질 수 있음에도 마지막까지 극의 흐름에 몰입하게 만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류승완 감독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할 줄 아는 감독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진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나 [다찌마와 리]처럼 웃음기 가득한 작품들도 있지만 그의 작품은 거칠고 과격하며 지극히 남성적인 냄새가 가득한, 그래서 때로는 비장해 보이기도 하는 게 딱 그의 색깔이다. 류승완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그랬고, 참으로 오랜만에 그 느낌, 그 스타일을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다듬어 놓은 영화가 바로 이번 [부당거래]이다.

대국민 범죄 조작극에 동참한 경찰, 검사와 스폰서 등 현실적인 캐릭터와 사회성 짙은 드라마로써 공감과 긴장감을 극대화시키다!! 통쾌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는 강렬한 결말!!

앞서 말했듯이 영화 [부당거래]는 여러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조작이라는 중심사건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관계들이 곧 영화 [부당거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능력과 상관없이 학연을 이유로 승진을 하지 못하던 최철기는 승진을 조건으로 강국장과 거래를 한다. 이에 최철기는 가짜 범인인 ‘배우’를 만들기 위해 해동그룹의 대표이사인 장석구와 거래를 맺기에 이른다. 한편, 자신이 스폰을 받던 태경그룹의 김회장이 최철기로 인해 비리로 구속되자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하던 주양 검사는 우연히 최철기와 장석구 사이의 관계를 알게 되고, 그 순간부터 그들 사이는 복잡하게 꼬여가기 시작한다. 영화 [부당거래]는 그야말로 부당거래로 엮인 여러 인물들 간의 먹고 먹히며,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는 모습들로써 극의 긴장감을 팽팽하게 유지해 간다. 특히, 갖가지 야비하고, 치사한 방법까지 동원해 가며 어느 하나 물러서지 않는 그들의 관계는 마치 자연의 먹이사슬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그 사슬은 시종일관 흥미진진하게 엮여간다. 특히, 최근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검사와 스폰서들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의 한 축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발버둥 칠 수밖에 없는 경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배를 채우는 데에만 급급한 검사, 돈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득을 보장받으려 하는 대기업 스폰서 등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갖가지 부정거래들은 그저 영화 속 이야기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드러나 게든 혹은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든 이러한 인물과 거래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닮아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씁쓸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영화 [부당거래]는 범죄드라마로서의 재미와 더불어 이처럼 현실성과 사회성을 겸비한 캐릭터와 이야기로써 극적 긴장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사회적 일침을 가하는 대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단순히 허구적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설정과 사회성 짙은 메시지까지 가미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객들이 더욱 공감하며, 영화에 몰입할 수 있다.

※ 아래 문단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종일관 짜임새 있는 전개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영화 [부당거래]는 그 마지막 또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살인사건의 진범을 밝히는 반전 아닌 반전이 관객들의 뒤통수를 뜨끔하게 강타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부정거래들로 어렵사리 완성해낸 거짓투성이 결과물이 결국 단순한 진실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곧 그들이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그토록 발버둥 치면서 온갖 지독하고, 더러운 방법들로 붙잡으려 했던 것들이 결국 한 순간에 무의미하고, 바보스러운 과정으로 치부되는 결과임에 관객들의 기분 또한 뜨끔하고, 또 씁쓸할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무능하고, 이기적인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을 조롱하는 듯하여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한다. 인물 하나하나의 마지막 모습 역시 인상적이다. 되풀이되는 부당거래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점차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되는 최철기의 모습에서는 마치 우리들의 일면을 보는 듯하여 연민이 느껴지기도 한다. 협박과 뇌물수수를 일삼던 대기업 스폰서 장석두의 말로 역시 뿌린 대로 거둔 셈이 되어 통쾌하다. 하지만 경찰과 스폰서 사이를 오가며 이리저리 자신의 이익을 챙겨왔던 주양 검사는 또다시 교묘하게 살아남는다. 그렇지만 이 모습이 곧 지금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가지려하는 자들의 잘못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들춰지고, 가진 자들의 잘못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덮어지는 현실, 이게 바로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고, 우리들의 모습이니까 말이다.

소름 돋는 카리스마 황정민과 일품 능청연기의 류승범이 보여주는 완벽한 하모니!! 유해진, 천호진, 마동석, 이성민, 송새벽 등 초호화 명품조연들의 빛나는 연기 앙상블!!

배우들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연기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는 밤업소 밴드의 드러머와 종업원으로, [사생결단]에서는 부패한 형사와 마약 브로커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황정민과 류승범이 이번 영화에서는 승진을 위해 범인조작극을 계획하는 경찰 최철기와 스폰서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갖가지 부당거래를 행하는 부패한 검사 주양으로 분해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추었다. 이미 여러 영화들을 통해 자신들만의 연기 색깔을 구축해 온 배우들이기에 황정민과 류승범의 극중 연기는 자신들의 옷을 맞춰 입은 양 제대로 빛을 발한다. 류승완 감독표 거칠고 과격한 액션부터 세밀하고 복잡한 내면연기까지 소화해 낸 황정민의 연기는 소름이 끼칠 정도다. 거기에 이기적이고, 냉정한 검사로 분한 류승범 특유의 능청 떠는 연기는 가히 일품이다. 시종일관 긴장감감을 유발하는 황정민의 거센 카리스마와 극의 리듬감을 제대로 살려 낸 류승범의 개성 넘치는 연기 조합은 단연 손가락을 치켜세울 만하다.

황정민과 류승범이 영화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 주고, 거기에 이른바 충무로의 명품 조연 배우들은 그 뒤를 너무나도 든든하게 뒷받침해주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들 속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여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조연배우들이 총출동하여 극의 활략을 제대로 불어 넣어준다. 야비하고 악랄한 대기업 스폰서 장석구를 연기한 유해진은 역시나 맛깔스러운 연기로 꽉 찬 존재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최철기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어주는 의리파 경찰 마대호를 연기한 마동석, 이중적인 성격의 경찰국장을 연기하며 현란한 맥주 따르기 기술까지 선보이는 천호진, 다혈질의 부장검사를 연기한 이성민, 주양의 스폰서인 김회장을 연기한 조영진, 권력에 빌붙어 언론을 조작하는 신문기자를 연기한 오정세는 각자 캐릭터들로써 극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이들 뿐 아니라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한 송새벽이 최철기의 철없는 매제로 등장하여 짧지만 강한 웃음을 선사하며, 영화 [똥파리]에서 주인공의 의리파 친구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던 정만식은 극중 주양 검사의 어리바리한 사무실장으로 등장해 류승범과의 연기호흡을 통해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영화사 씨네2000의 이춘연 대표와 영화감독 이준익이 특별출연해 반가움을 더한다.

거칠고 과격한 액션 대신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드라마 전개에 무게를 실은 류승완 감독의 선택은 탁월했다.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를 극중 주양이라는 검사 캐릭터의 성격마냥 능청스럽고, 리듬감 있게 풀어낸 솜씨 역시 대단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최근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검사와 스폰서 간의 거래라는 민감한 사회적 소재를 건드린 점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겨준다. 마냥 편하게만 볼 수 없는 영화이지만 오락적인 재미 또한 요소요소에 충분히 배어 있기에 그리 어둡고, 무겁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각자 자신의 맞춤옷을 입은 듯 캐릭터들을 깔끔하게 소화해 낸 류승범과 황정민, 유해진 등 주, 조연 배우들의 연기는 영화를 더욱 파워풀하게 완성해 주었다. 이처럼 여러모로 칭찬할만한 요소가 많은 영화 [부당거래]는 시작부터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관객들에게 거칠고, 강렬하며 치밀하게 임팩트를 심어준다.

영화 [부당거래]는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비터 스위트(Bitter Sweet)’ 다. 씁쓸하면서 달콤한, 괴롭지만 즐거운, 이런 상반되는 두 느낌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 앙상블이 보여주는 영화적인 재미는 분명 통쾌하고 즐겁지만, 그 속에 내포된 예리한 사회풍자와 현실적인 메시지는 씁쓸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고로 영화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과 여러 배우들이 협연하여 완성해 낸 ‘Bitter Sweet symphony’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사는 것도 다 그런거 아니겠는가. 달콤함과 씁쓸함이 공존하는, 그런 것. ‘The Verve’의 노래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