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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을 위하여
#1. 우주력 6세기. 화성생명법인의 유적지
화성의 대지에도 눈은 내린다. 희박한 공기가 모여 구름을 이루고, 이윽고 제 무게에 못 이겨 결정이 되어 내리는 것이다.
“눈이 오고 있군요. 지구별에서 본 게 400년 전쯤 되는가 싶은데……”
지구교 총연합회 화성본부 회당의 사제 론078이 감상적인 어조로 말했다.
“지금은 지구별에서도 보기 드문 풍경이지요. 일부러 극지방을 찾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수선013이 론078과 함께 찾은 화성생명법인은 우주개발시대 초기의 흔적을 모아 놓은 유적지였다. 화성생명법인이 지구인의 외계 우주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찾던 곳이었으므로 생명의 흔적이 강조된 우주시대 초기의 동식물 표본이 많았다.
“말씀하신 ‘화성의 검은 장미1000’입니다. 복제 피로현상을 극복하지 못한 초기 품종이라서 재생이 불가능한 생명입니다마는.”
검은 색이 강조된 갈색의 장미였다.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다른 풀꽃들 속에서 ‘화성의 검은 장미1000’은 유독 어두운 갈색의 꽃을 피우고 있었다.
“초기 이주민들에게 화성의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식물을 찾는 일은 생존이 걸린 문제였지요. 저 검은 장미는 1000의 재생번호를 표시하고 있지만, 백만 이상의 실험 끝에 성공한 품종입니다.”
산소를 숨 쉬지 않아도 되는 우주력 6세기의 지구계 인류에게는 실감이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수선013은 필요한 공기를 자족할 수 있도록 개조된 몸을 갖고도 처음 화성에 착륙했을 때 호흡기를 착용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후에 사막바오밥나무가 개발되어 공기의 대량 보급이 가능해질 때까지 저 볼품없는 검은 장미는 화성인을 먹여 살렸어요. 꽃에게서 꿀을 얻고, 줄기와 이파리에서 비타민류의 영양소를 얻고…… 곡류의 형태로 진화하여 단백질을 공급해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귀중한 산소를 만들어 내고……
게다가 다른 생명체로 진화하여……‘화성의 검은 장미1000’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신념과도 같은 존재의 이름이 되었다더군요.”
론078은 다른 세계의 사건을 전하는 양 나직하게 이야기했다. 수선013은 그의 그러한 태도에서 애착을 가진 자의 담담한 믿음을 보았다. 초기 화성인의 직계로 유전 계보를 이어온 론 가의 사람들…… 론078과 론773……은 모두 그렇게 화성에 대해 애정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수선013은 전날 영통회의 통제실에서 훔쳐 읽었던 ‘화성의 검은 장미1000’에 관한 일련의 기억을 되살렸다.
#2. 지구력 2055년 6월. 서울. 어떤 로봇공학자의 독백
저 작은 집단 생물에게 주어지지 않은 능력은 부끄러움뿐이었다. 저들이 부끄러움을 깨우쳤을 때, 소위 문명은 시작되었다 - 인간이 나뭇잎을 엮어 치부를 가리기 시작했을 때 신께서는 아마도 인간계 최초의 공산품이었을 그 ‘옷’을 보시고 그렇게 말씀하셨을 것이다. 신께서는 인간이 노동을 시작한 것으로 고통을 자초하였음을 아심으로 그렇게 탄식의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두뇌를 쪼개어 ‘좌측 뇌는 생각을 하고 우측 뇌는 생각을 저장한다’ 따위의 학문을 시작했을 때부터 ‘초월, 즉 육체로부터 일탈한 지성이 지성만으로 생명의 자격을 누릴 수 있을까?’의 의문을 갖게 된 오늘날까지의 지성공학(知性工學) 역사에서, 가장 많은 시름을 얻었던 사람 중의 하나가 나였다. 저들은 자신이 보고 싶은 사실만을 진실로 인정하여, 내게서 아내를 빼앗아 가는 야만적인 행동을 저질렀다.
내 아내는 내가 만들었다. 나는 내 아내를 사랑했는데 세상은 그것을 불륜으로 보았다. 오직 나만을 사랑하도록 회로가 만들어진 내 아내는 내게서 만들어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세상으로부터 배척을 당했고, 남편인 나로부터 별리를 선고받았다.
“교수님은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인간형 로봇 중에서 가장 인간에 닮은 로봇을 만든 천재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전문가인 내 눈으로도 인간과 다른 점을 찾아낼 수 없었으니, 하물며…”
내게 아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지구를 떠날 것을 강요한 과학정보국의 간부는 그렇게 말했었다. 그는 그 대가로 내 아내에게 인간권을 주겠다고 하였다.
“교수님은 인간형 로봇을 가장 사람답게 만들어 아내로 삼으므로 인간존중법과 인간윤리보존법을 위반했습니다. 법은 인간과 부부가 된 인간형 로봇은 폐기처분하도록 하고 있고, 상대역인 인간은 시민권을 박탈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 판결에 만족하십니까?”
내가 내 아내의 인간권을 놓고 흥정을 할 때의 상황이었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지적 소유권을 팔아 아내의 인간권을 샀다. 그들이 타협을 청해 왔기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로봇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폐기시키느니…”
나는 내 아내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인정받는 조건으로 아내의 제조법을 세상에 팔았다.
#3. 지구력 2096년. 앞 장면의 40년 후. 어느 로봇공학자의 독백
나는 일개 로봇공학자로서 그대를 만들었네. 그대는 한 인간의 집념의 소산이었네. 내가 첫 여인을 잃은 후 그대를 만들 결심을 한 것은 순전히 사랑이 이유였네.
내 여인은 나그네족 시절의 내가 사랑한 보통 여자였네. 오가다 만났고, 서로 외로운 사람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마음이 맞아 같이 살기로 했는 데,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시름시름 죽어갔네. 알고 본즉 불치병에 걸려 죽음 여행을 떠난 여인이었는데, 나를 만나 반년쯤 더 살다 간 것이라고 여인의 부모는 고마워하였네.
“내 딸의 최후를 지켜주어서 고맙네. 그 아이는 자네를 만난 덕택에 외롭지 않았을 것이네.”
나그네족의 죽음여행은 사회풍조 중의 하나였네. 지구별은 우주시대로 개명된 만큼 신종 질병도 늘어 죽음의 방법은 참으로 많았네. ‘근기소멸(根氣消滅)도 그 중의 하나였는데, 멀쩡하게 잘 살던 인간이 갑자기 줄 끊어진 연처럼 생명력을 잃는 증상이었네. 세상의 빠른 발전 속도에 따라가지 못해 극도의 소외감에 시달린 보통 인간의 본능이 사회에 대한 반항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이 그러한 생명포기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하였네.
나는 분했네. 내가 사랑하던 여인이 나에 대한 사랑보다 사회로부터 외면을 당한 데 대한 분노에 더 큰 영향을 받았고, 그 때문에 스스로 생명의 기운을 버리고 죽어갔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었네. 그래서 생각했네. 생명의 소멸을 앞당기도록 재촉하는 못된 세상이라면, 오직 하나 사랑만으로 세파에 견디어 나갈 수 있는 여인을 만들어 내 여인을 빼앗아 간 세상에게 돌려주면 어떻겠는가 하고. 내가 그대를 창작할 결심을 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네. 그대는 오직 한 가지 사랑회로만을 갖고 태어날 것이었네.
나는 로봇공학을 공부한 공학도였네. 그래서 그대를 만들게 되었네. 커다란 실패와 작은 성공을 되풀이 한 후, 그대는 인류 최초의 인조 지성체로서 탄생했네.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 목표를 그대에게 지성을 주는 것으로 하였네.
그랬는데……
내가 세상의 질시에 쫓겨 그대에 관한 모든 지적 소유권을 포기하고 그대의 인간권을 사서 지구에 남긴 후 화성으로 유배를 떠났다가 중도 귀향했을 때, 15년 만에 다시 만난 나의 아내 인조 지성체는 아기를 낳는 흉내를 내다가 실패하여 폐기용 고철이 되어 있었네.
나는 그대의 인간화에는 성공을 보지 못하고, 그대의 딸을 통해 겨우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던 것일세. 그리고 이제 나머지 절반을 채워 딸을 완전한 인간으로 만들었는데……
#4. 지구력 2095년 5월. 화성생명법인. 수선013이 얻은 정보의 재생
“이모님은 간디의 작품일세.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에 의해 기획 재생된 18세기의 사람.”
류우는 고해성사를 하듯 말했다. 그의 시선이 향한 모니터 화면 속 장면은 머리에 이어 가슴이 절개된 두 미인을 커다랗게 비추고 있었다.
“아버지는 야망이 컸어. 현직인 동아연방의 수상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만큼. 아버지의 정치적 기반인 만주 일대에서는 근세에 중국을 정복한 민족의 후손이 다시 제국을 세워 황위에 오른다는 전설이 급격히 퍼지고 있네.”
김진욱은 류우가 설명한 내용의 사연을 다른 계통을 통해 전해 듣고 있었다. 그의 가슴앓이의 원인이 되기도 한 사건의 중심에는, 무균실 안에 시신으로 누워 있는 ‘이모님’이 있었다.
류우의 입에서 ‘이모님’이라는 말이 나오자 김진욱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고, 간디와 류우의 얼굴에도 근심의 빛이 곱절로 짙어졌다.
#5. 지구력 2090년 봄. 지구별. 동아연방 만주 심양. 앞 장면의 5년 전
“제가 류우입니다. 이 친구는 간디, 재생의학 전문의이지요.”
이목구비가 뚜렷한 귀공자풍의 사내가 인사를 청했다. 머리통이 우악스럽게 커다란 아리안계의 사내와 함께였는데, 일행으로서의 두 사람은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으로 보였다.
“김진욱 씨라고 들었습니다. 우린 흑장미의 팬이지만 당신의 작품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세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4색 장미극단’의 지구 순회공연 도중의 일이었다. 극단은 환상예술을 공연하고 있었고, 김진욱은 연출을 맡은 작가였다.
“…적자가 확실한 공연에 투자를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세 사람은 환상예술작가와 후원자, 의사로서 첫 대면을 하였다.
“흑장미님은?”
“좋지 않아. 공연을 할 형편이 아닌데……”
후원자인 류우의 질문과 의사인 간디의 답변이었다. 김진욱은 자신에게 들려주기 위한 힐책의 말이라고 새기고 입을 다물었다.
“더 나빠지기 전에 방법을 찾아야……”
공연장 안에서 흑장미의 대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로운 품종의 장미를 만들어 꽃을 피우고, 꽃잎과 꿀을 따서 술을 빚은 이유는, 언젠가 돌아올 그에게 자랑하기 위해서였지요. 나는 알고 있답니다. 기다림은 슬프지만 설렘이 있고, 만남은 즐거우나 새로운 이별을 낳는다는 사실을.”
환상극 ‘화성의 검은 장미1000’은 고대 지구의 전설 ‘처용무’를 21세기 말의 화성세계를 무대로 삼아 각색한 것이었다. 처용이 타국에 유랑하여 여인을 맞아 사랑을 하고, 배신을 당한 후에 더 큰 사랑을 깨닫는 기둥 줄거리에, 한 재생의료학자의 화성입신기를 접목시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었다.
#6. 지구력 2090년 6월. 심양. 앞 장면의 연속
“우리 집이 근처야. 내가 객주가 될 테니 한 잔 하지.”
류우의 권에 간디가 즉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몸통의 반절보다 커 보이는 머리통을 흔들며 반색을 했다.
“심양까지 끌고 와서 이모님 댁 명물인 장미주 한 잔 맛보여 주지 않을 생각이었나?”
“알았어. 가자구. 내가 그렇게 몰인정한 사람은 아니라구.”
공항에서 도시 외곽까지 가는 비행열차에 오른 후 간디는 김진욱에게 자신들이 가는 목적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저 친구 이모님 댁이야. 20세기 초까지 중국 대륙을 지배했던 황실의 직계 후손인 분이시지. 대단한 미인이신데 당신도 보면 반할 걸.”
비행열차의 차창 아래로 고도 심양의 경치가 지나가고 있었다. 김진욱은 황금색 유리기와가 햇살을 받아 보석처럼 빛을 발하던 북릉의 경치를 생각해 냈다. 그는 나그네족으로 떠돌던 시절 북릉 공원에 들려 중국 대륙을 호령하던 청 태종의 생전의 위세를 짐작하게 하는 능의 규모에 감탄하며, ‘저런 곳을 배경으로 인간계의 영고성쇠를 나타내는 환상극을 한 편 만들어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이모님 댁이 보이는군.”
비행열차가 하강을 시작했다. 김진욱은 시야 안에 들어오는 경치에 또 다른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했을 뿐 아니라 자연을 창조하고 있기도 하구나 하는 감상이었다. 비행열차가 멈춘 정류장 옆에는 고대 중국의 건축 예술을 현대의 기술에 접목시킨 아름다운 건물이 온통 장미꽃이 만개한 화원 가운데 단정히 서 있었다.
장미꽃들 사이로 한 여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화사한 장미 문양의 비단 의상을 길게 늘이고 있어 애써 확인하지 않는다면 꽃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줄 만큼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인사하지. 이모님이시네.”
류우의 소개말이었다. 여인은 걸음걸이만큼이나 조용한 어조로 환영인사를 했다.
“예진입니다. 어서 오세요.”
그 순간 김진욱은 생각했다. 이 여인을 주인공으로 하여 환상극을 만들면…… 배경은 옛 황실의 유적이면 좋을 듯…….
류우의 계속되는 소개말이 들려왔지만 김진욱이 할 수 있는 일은 꾸벅 고개를 숙이는 것뿐이었다.
“간디는 이모님도 아실 테고, 이 친구는 김진욱이라는 이름의 나그네족으로 환상예술로 한 몫 하는 작가라지요. 화성에서 주워 왔어요.”
#7. 지구력 2091년 7월. 서울
“당신은 아름다운 여성만 보면 작품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군. 그래서야 어디 이모님에게 마음 놓고 데려갈 수 있겠나?”
“왜? 류우가 이모님을 빼앗길까 염려된다고 하던가?”
“류우 그 친구는 지금 흑장미에게 빠져서 제정신이 아니라네. 염려하는 건 바로 날세.”
간디와 김진욱이 대화를 나누며 들어선 곳은 대연회장이었다. 류우의 선대가 이끄는 정당이 총선에서 승리하여 새로운 정부를 세운 후 축하 행사의 일환으로 만든 자축 파티의 현장이었다. 김진욱과 간디는 정장한 신사와 숙녀들 사이로 예진을 찾아 헤매는 중이었다.
연회에 참석한 인사들은 온갖 형색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진욱은 나방이의 가면을 썼고 간디는 갈색 곰의 가면을 썼다. 두 사람은 예진이 행사에 참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급히 달려온 길이었다.
“심양에서는 폐를 끼쳤는데 이번엔 우리가 모셔야지.”
환상극을 기획한답시고 머물던 봄베이에서 김진욱이 간디를 재촉하여 달려올 때 내세운 명분이었다. 심양에서의 반년 남짓한 생활 동안 그와 간디는 예진의 장미장원(薔薇莊園)에서 숙식을 함께 했었다. 예진은 류우가 아버지인 선대 류우의 선거를 돕기 위해 떠난 후에도 두 사람을 붙잡아 두려 했는데, 간디가 억지로 끌어 자신의 집이 있는 봄베이로 갔던 것이다.
“이번에 이모님을 만나면 작품 얘기는 꺼내지도 말아. 경을 칠 테니까.”
간디의 다짐이 있었지만 김진욱은 또 예진이 여주인공이 되는 영화를 구상했노라고 자랑을 했고 간디에게서 핀잔을 들은 것이었다.
“흑장미에 반해서 타령을 해대더니 이모님을 본 후엔 계속 이모님 타령이군. 하지만 알아두라구. 이모님은 절대 안 돼.”
“흑장미 타령은 류우가 더했지. 난 이모님의 절대 추종자라네.”
김진욱은 간디와 그렇게 대화를 나누면서 흑장미와 류우를 생각해 보았다. 류우, 그 친구가 열중하지 않았다면 나도 흑장미의 열렬한 추종자의 대열에서 이탈하지 않았을 걸.
류우는 불치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흑장미의 치료 방법을 찾기 위해 아주연방의 모든 의료진을 동원할 기세로 분주히 돌아다녔지만 명의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그 친구, 흑장미를 재생시킬 전문가를 찾아 연방 안을 헤집고 다니는 모양이던데, 왜 당신이 나서지 않나?”
김진욱이 류우의 안타까워하는 양을 보다 못해 간디에게 말했을 때 간디는 어두운 기색으로 답변을 피했었다.
두 사람이 찾는 예진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김진욱은 토끼나 사슴 가면의 여성을 보면 스쳐가며 냄새를 맡아보곤 했다. 예진에게서는 항상 은은한 장미향이 풍겼기 때문이었다.
연회의 분위기가 절정에 올랐을 때였다. 사회를 맡은 인기 연예인이 동아연방의 새로운 수상의 입장을 알렸다. 장내의 인사들은 길을 열어 주인공을 맞았다.
호랑이 가면을 쓴 선대 류우가 연방의 새로운 수상다운 위엄을 갖추고 꽃길을 걸어 입장했다. 그의 곁에는 장미꽃 문양이 선명한 드레스를 떨쳐입은 팬더곰 가면의 여성이 나란히 따르고 있었다.
수상과 팬더곰 가면의 여성이 등장한 순간 김진욱은 오싹 추위를 느꼈다. 무언가 불길한 행사를 목전에 둔 것 같은 예감에 잔뜩 굳어 있었는데, 수상과 팬더곰 가면의 여성이 앞을 지날 때 사실로 확인되었다. 팬더곰 가면의 여성에게서는 장미향이 풍기고 있었다.
“…류우 수상께서 부인과 함께 입장하시고 계십니다.”
사회자의 소개로 수상과 팬더곰의 여성이 가면을 벗었다. 김진욱은 와들와들 떨었다. 간디가 김진욱의 팔을 잡고 걱정 스러운 듯 물었다.
“몰랐었나?”
김진욱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는 입에 거품을 물고 간디에게 몸을 기댔다. 후일 간디가 진단한 바에 의하면 천재에게 흔한 간질병이 최초로 발병한 순간이었다.
김진욱은 간디의 도움을 받아 연회장을 벗어났다. 멀리서 팬더곰 가면을 손에 든 예진이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는 양을 그의 혼미한 정신은 느끼지 못했다.
#8. 지구력 2091년 10월. 제주
환상극 ‘나를 사랑한 별, 내가 사랑한 별’의 시사회가 열리는 노천극장에서 작가인 김진욱은 자신의 자가용 비행정의 좌석에 앉은 채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노천극장의 중앙 공간을 무대로 삼아 펼쳐진 극의 장면은, 한 송이 튤립으로 형상을 나타낸 별의 정기가 자신이 사랑하는 난파선의 선원에 의해 무심코 꺾일 위기 상황을 보여 주고 있었으므로 관객들은 꽃의 사랑을 안타까워하여 숨을 죽이고 있었다. 김진욱은 꽃과 꽃의 요정으로 분한 별의 정기가 교묘히 조화되어 나타나는 영상을 보면서, 가슴 한 곳이 텅 빈 듯 허기를 느끼고 입술을 짓씹었다.
이건 아냐. 나는 이따위 작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 이건 기술일 뿐 예술이 아냐. 저 꽃은 별의 정기야. 별은 자연이자 그 정화인 영혼이기도 한데 영혼의 사랑이 저렇게 도식적일 수는 없어. 이 극은 실패야. 생명이 없는 극화 따위나 만들다니……
극은 우연히 튤립이 가득한 별에 불시착한 난파선의 선원이 자신의 죽은 딸이 남긴 튤립을 심고 애지중지 가꾸는 가운데 별의 정기가 꽃으로 화하여 사랑을 나눈다는 기둥 줄거리에, 선원을 뒤따라 온 추적자들-선원은 범죄자였다?-과의 사투가 첨가되고, 선원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별의 정기인 튤립이 자신의 모습을 인간으로 변화시켜 추적자들에게 희생되는 일면 선원을 300년 후의 세계로 보내는데, 신세계에 도착한 선원은 그곳에서 만난 인간 여인을 환상 중에 보았던 튤립과 혼동하여 사랑하므로 별의 정기인 튤립의 사랑은 비극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작가인 김진욱은, 난파된 배가 폭발할 때에 부상을 입고 생사지간의 혼돈 중에 있던 선원을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변신한 튤립이 그의 순수함에 감동되어 사랑하게 되는 장면에 특히 초점을 맞추고 초현실적인 장면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는데, 별의 정기가 변화한 여인의 역을 맡은 여배우가 자신이 의도한 만큼의 연기를 보여 주지 않는 데서 실망을 느끼고 영혼이 없는 극화를 만들었다고 자탄하고 있었다. 이 시기의 환상극 연기자는 얼굴과 육체뿐만 아니라 감성까지 관객을 위해 내놓아야 했는데, 연기자의 극에 몰두하는 감정이 그대로 관객들에게 사실인 양 이입되었기 때문에 김진욱은 주연으로 삼은 여배우의 감성 수준이 그녀가 분한 별의 정기인 튤립의 순수한 사랑에 미치지 못함을 애석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라면, 아냐. 그 여인들이라면…… 김진욱은 예진과 흑장미를 동일선상에 놓고 자신의 필생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환상을 그리고 있었다. 꽃이 있는 도시, 별, 그곳에서 벌어질 인간계의 이야기…… 그 여인들이라면 내 이야기를 나 이상으로 잘 표현해 줄 텐데…….
“이 친구 아까부터 보니 혼자서 궁상 떨고 있어.”
문득 소리가 들리며 비행정의 문이 열렸다. 어느새 극은 끝나고 관객들의 박수소리가 작가의 등장을 재촉하고 있었다. 김진욱은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얼굴들을 향해 반가운 인사를 대신한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계속 궁상이나 떨고 있지 나오기는 왜 나오나?”
반가운 얼굴들의 주인공은 간디와 류우였다. 김진욱은 간디의 핀잔을 들으며 비행정의 밖으로 나왔다. 관객들의 환호가 그를 맞았다. 김진욱은 스스로 미숙하다고 생각한 작품에 찬사를 보내주는 관객들에게 몇 마디 겸양의 말을 한 뒤 무대를 내려 왔다.
“기다린 분이 있다네.”
간디의 말이었다. 그때쯤 김진욱은 어떤 향기를 느끼고 가슴이 바쁘게 뛰놀고 있었다.
“이모님이 오셨다네.”
류우가 가리킨 곳에서 한 줄기 장미향이 은은히 풍겨 오고 있었고, 향기의 주인공인 예진이 조용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
#9. 같은 날. 제주 공항. 앞 장면의 연속
동경행 비행열차가 출발을 재촉하는 기적을 울리고 있었다. 김진욱은 예진과 류우, 간디를 배웅하기 위해 송영대에 나와 있었다. 동아연방 제일의 관광지로 부상한 제주도는 온갖 고유의상을 입은 여행객들로 분주했다. 김진욱은 수천을 헤아리는 여행객들 속에서 단 한 사람 예진에게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병이 났어요. 그래서 동경으로 가요.”
예진의 서툰 한국어가 중병을 치르는 여인의 심사를 더욱 현실감 있게 전달하고 있었다.
“이모님이 굳이 만나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말이야. 여러 달 소식을 끊은 자네가 무심했지. 무척 서운해 하셨다네.”
병자를 힘들게 모시고 왔다고 불평하는 김진욱에게 류우와 간디는 오히려 타박을 해댔다. 그들의 타박이 아니더라도 김진욱은 예진을 본 순간부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입고 있는 고유 의상에 그려진 장미문양 만큼이나 화사하던 예진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여, 자신이 큰 죄를 지은 듯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병색이야. 이모님은 유전학상으로 큰 결함이 있어.”
간디가 김진욱의 그러한 자책감을 의식한 듯 낮게 주의를 주었지만 그의 가슴앓이를 더욱 키운 결과를 낳았을 뿐이었다.
“이곳의 일을 끝내고 바로 따라갈 테니 기다려 줘.”
김진욱의 말에 간디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수술을 늦출 수 없을 만큼 중병에 있는 분이 나를 기억하여 찾아왔다…… 동경행 비행열차가 멀어져 갈수록 김진욱의 가슴도 무거워져 왔다.
#10. 지구력2090년 10월 심양. 장미장원. #6의 연속
“화조주의 한 종류에 장미꽃을 띄웠을 뿐인데……”
장미주의 맛에 감탄사를 보내는 김진욱에게 예진은 그렇게 겸양의 말을 하곤 했다. 사철 꽃이 피고 지도록 온도가 조절된 장미장원의 꽃밭은 만추의 만주벌에서 홀로 무릉도원인양 아름답기만 했다.
장미장원에서 머물던 반 년 여의 세월 동안, 김진욱은 장미주 얘기만 해댔다. 다른 명주들의 이름과 맛을 모르는 바도 아니었지만 그저 장미주에 대한 찬사로 일관했다. 장미주의 맛과 향기, 그 재료와 제조법, 숙성되는 과정, 술을 담는 용기, 마시는 사람의 예절에 이르기까지 그가 찬사를 보내고 싶은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김진욱은 마실수록 더 많은 칭찬의 소재를 개발해 냈고, 취할수록 더 많은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러나 그는 그 무엇보다도 큰 찬사의 소재일 수 있는 예진에 대해서는 시종 입을 열지 못했다. 술을 빚고 잔에 따르고 취한 상대의 대화 상대가 되어 주는 그녀의 마음에 대해서 입을 떼는 것은, 어떤 불가침의 성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김진욱이 나그네족 출신의 환상극 작가로 제법 명성을 가진 사람임을 알게 되자 예진은 그의 작품들을 애써 구해 본 모양이었다. 김진욱은 예진이 눈시울을 붉히며 나타날 때마다 더욱 술을 마셨다. 예진이 보고 감동했을 자신의 작품들은 예진이 가진 아름다움에 비해 너무나 부끄러운 거짓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진의 작품에 대한 안목은 김진욱 자신을 만나게 되어 열린 소녀적인 순수함의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으므로 자신의 것을 최고의 것으로 알고 있는 예진의 그런 맹목성이 그를 더욱 부끄럽게 했던 것이다.
“류우가 아버지를 돕기 위해 떠나야 한다네.”
여러 날 만에 돌아온 간디가 김진욱에게 떠날 것을 채근하여 한 말이었다. 두 사람은 흑장미의 재생 방법을 찾기 위해 자주 장미장원을 비우곤 했었다.
“흑장미는 어때?”
김진욱의 반문이었다. 그의 흑장미에 대한 기대는 간디와 류우의 그것에 못하지 않았다.
“어려워. 어떤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간디는 말꼬리를 흐렸다. 답변하기 어려운 질문을 받을 때 보이는 그의 버릇이었다.
“언제 떠나야 하지?”
진욱은 비로소 피하던 질문으로 들어갔다. 장미장원을 떠난다는 것은 도착했을 때부터 생각해 온 일이었지만, 동시에 도착했을 때부터 피하고 싶었던 일이기도 했다.
예진이 심양 공항까지 배웅 나왔을 때 김진욱은 그간 수없이 생각 속을 맴돌던 질문을 던졌다.
“이모님. 제 공연에 함께 해주시지 않겠습니까?”
예진은 답변 대신 얼굴을 붉히고만 있었다. 간디가 목청을 높여 핀잔을 주었다.
“이 친구는 입만 열면 일 얘기지. 그렇지만 이모님은 안 돼!”
#11. 지구력 2091년 11월. 동경. #9의 연속
‘국립 인간재생연구소’주위의 산책로를 허름한 점퍼 차림의 김진욱과 의료복 차림의 간디가 걷고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안색들이었다.
“어려울까?”
김진욱이 안색만큼이나 무거운 어조로 물음을 던졌다. 간디는 시종 제 발끝만 보며 걷고 있었다.
“당신은 이 연구소에서 제일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라고 하더군. 이 연구소는 세계 제일의 시설과 기술을 자랑한다고 광고를 때리던데, 그 세계 제일의 연구소 안에서도 제일 뛰어난 당신이 안 된다면, 이모님은…… 정말 어려운가?”
간디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김진욱은 그의 태도에서 절망을 읽었다.
김진욱이 예진의 병과 그녀의 생명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것은 간디의 편지에서였다. 간디는 제주에 남은 김진욱에게 동경에 오지 말 것을 종용하는 영상 편지를 보내 왔었다.
-이모님은 인조 생명이라네. 알다시피 구 중국 황실의 정통 후계자는 적서를 막론하고 세상에 남아있지 않네. 이모님이 단절된 황실의 핏줄을 잇게 된 이면에는 어떤 정치 전문가의 권력에 대한 야망이 있었다네.
그 야망의 사나이는 구 황실이 남긴 능묘를 파헤쳐 몇 백 년 전에 파묻힌 시신에게서 유전자를 훔쳤네. 구 황실이 동아연방 제일의 인구 대국인 구 중국 지역의 시민들에게서 얻고 있는 신뢰를 표로 연결시킬 계획으로였네.
구 중국 지역의 시민들이 왕정을 바라지는 않으면서도 구 황실에 대해 외경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세계의 중심이었던 -그렇게 믿고 있었던- 과거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네. 예의 사나이는 훔쳐낸 유전자를 죽은 자신의 아내의 것과 조합시켜 복제인간을 만들어 장식용 부인으로 삼았네. 그의 선거 구역은 구 중국 황실의 발원지인 심양이었으므로 그가 부인으로 맞은 구 황실의 여성은 시민들의 향수를 자극해 선거에서 승리하게 했고, 그를 중앙의 정계로 진출시켰다네.
나는 이 일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 중의 하나일세. 구 황실의 능묘에서 훔쳐낸 유전자를 예의 정치 전문가의 죽은 부인에게 시술한 사람이 나였다네.
자네는 이모님이 일생에 단 한 번 믿음을 준 사람으로 보이네. 이모님은 자네에게 자신의 병을 감추고 싶어 했는데 나는 일찍이 이모님의 그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네.
이모님은 노환일세. 서른 안팎의 여성이 노환이라면 믿어지지 않을 테지만 복제인간인 이모님이 가진 유전자가 몇 백 년 전의 것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될 걸세.
잊지 말게. 이모님이 자신의 병든 모습을 자네에게 감추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김진욱은 간디의 영상 편지를 받고 그가 권한 것과는 반대로 바로 동경으로 건너왔다. 간디는 으레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별반 나무라지도 않았다.
“전혀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간디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김진욱은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어려워. 이모님에게 맞을 만한 새로운 육체를 찾아야 하는데, 조건이 여간 까다롭지 않아.”
김진욱은 간디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하소연하듯 간청했다.
“고마워. 길이 있다면 달려봐야지 어렵다고 미리 포기할 수 있나. 당신이 안내하게. 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따르겠네. 길을 찾아내 주어서 정말 고맙네.”
#12. 지구력2096년. 화성생명법인. #3의 다른 시각에서의 연속
‘교수’는 자신의 딸이 완전한 인간으로 살아난 것을 기뻐했지만 정작 딸은 그렇지 못했다. ‘이모님’과 흑장미의 결합체인 흑장미002는 병상에서 내려온 후 첫 번째 의사 표시로 기왕의 기억 속의 모든 사람을 거부하고 다른 세계로 떠나겠다고 하였다.
“지구로 가겠습니다. 내 동생들과 공연 여행을 계속하겠습니다.”
류우가 따라나섰지만 흑장미002는 잠깐 고개를 숙였을 뿐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녀와 그녀의 세 의자매가 만든 ‘4색 장미극단’은, 5년 후 ‘교수’가 판다 제4교배체에게 습격당해 사경을 헤맨다는 소식을 듣게 될 때까지 화성 세계와 소식을 끊고 지구 전역을 떠돌았다.
#13. 지구력 2095년 1월. 동아연방의 감옥
류우와 간디가 김진욱이 수감된 감옥으로 면회를 온 것은 4년만의 일이었다. 김진욱이 예진을 심양의 장미장원에서 탈출시켜 국경을 넘다가 잡힌 후 납치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은 재판정에서의 상면이 세 사람의 마지막 상봉이었다.
“화성으로 가주게. 그곳에서 군의 환상예술이 진가를 발휘할 일이 있네. 그것이 가석방의 조건이네.”
“……”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확연히 해두기 위해서 고백하겠네. 이모님은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의 희생자일세. 그것도 가장 방법이 나쁜 고대 생명의 재생.”
“그렇다면 그 소문이 역시……”
“맞네. 고급 귀족들 사이에 생체예술의 취향을 가진 인사들이 많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네. 당신이 환상예술을 하여 인간의 정신계를 온통 흩뜨려 놓듯이 생체예술의 대가들은 스스로 여자를 만들어 노리개로 삼았던 것일세.”
“……”
“취미의 궁극은 고대 황실의 고귀한 피를 훔치는 것이었네. 그러나 그렇게 재생된 복제인간들은 생명이 길지 못했네. 복제피로현상 때문이었지.
이모님의 전신은 열여덟에 죽었네. 18세기 청 황실의 공주의 신분으로 일찍 요절한 이모님을 류우의 부친 선대 류우 님이 살려낸 이유는 전설 때문이었네. 만주벌은 구황실의 발생지로 황제의 부마가 된 자가 천하를 잡는다는 전설이 전승되고 있다네.
이모님은 실패한 케이스일세. 군이 수감된 직후 세상을 뜨셨네. 걱정을 하시더군.”
“……”
“화성엘 가주게. 우리도 흑장미와 함께 곧 갈 걸세. 흑장미가 공연 도중에 쓰러져 류우가 마음고생이 크다네.”
#14. 지구력 2095년 5월. 화성생명법인. #4의 계속
늙고 젊은 두 사람의 의사가 수술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김진욱의 친구 간디와 교수로 칭하는 백발의 재생의료학자……
김진욱과 류우가 두 의사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모님은 힘들게 되었네.”
간디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김진욱은 몸으로 돌진하여 시술을 맡은 늙은 재생의료학자에게 부딪쳐 갔다.
“왜? 왜? 살려낸다고 했잖아!”
늙은 재생의료학자의 목덜미를 붙잡은 김진욱이 죽일 듯이 흔들어대고 있었다.
#15. 지구력 2095년 6월. 소행성지대. 소행성 팔라스의 우주선 발사기지
“나도 로봇팔의 조종간을 잡았네. 교수는 최선을 다했어.”
김진욱과 간디가 한 척의 소형 우주선을 배웅하고 있었다. 동력을 갖추지 않고 발사시의 관성만으로 우주를 향해 전진하고 있는 예의 소형 우주선에는 ‘이모님’이 탄 타임캡슐이 실려 있었다.
“이모님의 재생에는 내게 가장 큰 책임이 있네. 류우의 부친이 그런 야망을 품은 줄을 모르고 덜컥 못할 짓을 해버렸으니.”
간디는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다. 옛 제국의 황녀를 살릴 것을 계획한 이는 류우의 아버지 선대 류우였다. 동아연방의 수상이었던 선대 류우는 무덤에서 살아난 황녀를 후처로 삼으므로 황위에 걸맞은 신분이 되려 하였다. 간디는 선대 류우의 그러한 야심을 간파하지 못하고 수족 노릇을 했던 과거를 일생의 치욕으로 알았다.
“이모님은 복제피로현상의 희생자일세. 생체 재생과는 달라서 유전자 재생은 수명이 길지 못하네. 우리가 살려내려 한 유전자가 그렇게 젊고 아름다운 여인일 줄 알았다면, 짧은 삶을 피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간디는 프로젝트의 실패를 계획하지 못한 자신을 저주했다. 배양기 속에서 숙성되고 있는 여인의 모습에서 고대 제국의 황녀다운 단정한 아름다움을 보았을 때, 걸작을 만드는 예술가로서의 희열에 들떠 주변 사정을 돌아볼 여유를 잃고 말았었다.
“교수는 말했네. 길게 잡아 30년, 짧으면 10년 후에는 유전자 재생의 단점을 보강할 새로운 기술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고대 유전자의 재생을 계획한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음을 예고한 이도 그분이었네.”
‘이모님’의 시신을 우주로 보낼 것을 계획한 이는 류우였다. 류우의 아버지 선대 류우는 자신의 후처의 죽음을 구 제국의 황녀의 죽음으로 만들어 남편인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을 세웠었다. 류우는 자신의 아버지가 서모인 ‘이모님’의 죽음을 기화로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 파렴치함에 치를 떨었다.
“어딘가 아버지의 경호원들이 찾지 못할 곳으로 감추어 주게. 우주가 가장 안전할 듯싶네만.”
자신들만 아는 궤도를 공전하는 소행성을 만들어, 우주를 떠돌게 한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소행성지대 저편 목성궤도에 맞물려 있는 트로이 행성군은 그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타임캡슐의 은신처였다. 트로이 행성군은 아직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우주였으므로 싸움에만 능할 뿐인 경호원들의 눈길을 속이는 장소로는 가장 적격인 셈이었다.
“시신으로서의 부패를 경험한 유전자가 생명력이 약할 것이라는 사실쯤 미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내가 바보야, 바보.”
간디는 자신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때렸다. 몸통에 필적할 만큼 큰 그의 머리통에는, 그를 30대 중반의 나이에 동아연방 제일의 재생의료학자로 만들어준 천재가 숨어 있었다.
“나도 교수의 생각과 같네. 사실 이번에 흑장미와 이모님을 함께 수술할 계획을 세운 사람도 교수였어. 흑장미의 육체에 남아 있는 생기와, 이모님의 두뇌 속에 숨은 이생에 대한 열망이 상호 교환되면, 두 생명 모두 살아날 것이라고 했네.”
김진욱이 폭발한 것은 그때였다. 간디가 말한 ‘이모님’의 ‘이생에 대한 열망’의 정체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생각한 탓이었다.
“닥쳐! 결과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주제에 무슨 변명이야!”
#16. 지구력 2095년 6월. 화성생명법인
같은 시각, 폭발하고 있는 이는 또 있었다. 회복실의 병상에서 깨어난 흑장미가 곁에서 간호하고 있는 유신호에게 뜻밖의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여기는? 조카님은 어디에? 꿈속의 나를 보여주는 예술을 하는 우리 김진욱 조카님……”
#17. 지구력 2096년. #3의 연속. 어떤 생체예술가의 수기
“40년쯤 이 자리에 있으면서 정권이 바뀌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옳다고 인정한 진리가 반드시 진리일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제의 애국자가 오늘의 역적이 되고, 오늘의 민족 반역자가 정권이 바뀌면 시대를 앞선 선각자가 되는 일은 흔한 일이더군요.
교수님은 현재까지 시장에 나온 인간형로봇 중에서 가장 인간에 닮은 작품을 내놓은 천재라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문제가 된 로봇을 보고 인간이 아닌가 깜짝 놀랐으니까요.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존중법이나 인간윤리보존법 따위는 박물관행이 될 테지만, 애석하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의 인조인간 조형은 중범죄가 된다는 뜻이죠.
이 유형의 범죄에 대한 사회의 감정은 알고 계시겠지요. 검사의 구형은 종신 격리 또는 무기 유배일 것이고, 선고는 20년형은 예사일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그 사람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모두에게 좋은 방향으로 해결책을 찾으면?”
카이젤수염은 정부 최고 당국자의 전권특사로 나를 찾아 왔었네. 일개 로봇공학자였던 내가 만든 그대는 가장 완전한 인간형 로봇으로 연방 안의 정권 실세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었고, ‘인간은 인간과 유사한 생명을 생식 이외의 방법으로는 창작할 수 없다’는 인간존중법 등에 구속을 받아, 그 같은 벼랑 끝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 15년 전의 나였네.
“저 여인을 인간으로 인정해 준다면, 모든 권리를 버리고 연고가 없는 곳으로 떠나겠습니다.”
내가 화성으로 떠났을 때의 조건이었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지적 소유권을 양도하고 그대의 인간권(人間權)을 샀네.
“우리는 약속대로 저 여인의 인생에 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저 여인이 이쪽 꽃거리에 휩쓸려들어 몸을 팔게 되었을 때에도 그리했는데…… 저 모양이 되지 않았다면 당신을 부를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대는 골격만 남은 몸으로 검게 탄화된 물체를 수건에 싸서 품안에 끌어안고 있었네. 그 물체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나는 내가 세상 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음을 느꼈네.
“저 여인은 아기를 갖는 흉내를 내려 했습니다. 그 결과 저런 탄소의 덩어리를 낳아……”
#18. 지구력 2096년. 화성생명법인. 앞 장면의 다른 시각에서의 계속
나는 드디어 그 옛날 지구에서 못 다한 생명창조의 완성을 이루었다. 과학정보국의 보호시설에서 그녀 품안의 탄화된 인간 형상을 발견하고 빼앗아온 후, 그 흉측한 무기물의 덩어리 속에 숨은 그녀의 자취를 조합하여 우리의 딸을 낳은 지 20년, 그 딸의 몸에 그녀에게서 유전된 치명적인 결함이 심어져 있음을 발견하고 치유법을 찾아 노력해 온 지 또 20년, 40년 인고의 세월이 결실을 맺어 드디어 인조 생명에게 완전한 생명을 주는 데 성공했다. 이제 새로이 만들어진 생명은 그대와 나의 아이로 제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사랑의 결실인 아기도 낳을 것이다. 무기물의 덩어리를 낳은 40년 전의 인조인간이 아닌 지성을 갖춘 존재로서, 뼈와 살과 두뇌가 있는 완전한 아기를 낳게 될 것이다.
40년 전, 연구 기록을 강탈당할 때 심어두었던 바이러스가 트로이 목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 낸 것이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지구 정부의 재생전문가들이 그 때에 내게서 빼앗은 기록을 토대로 과거의 사람을 재생하는 연구를 한다는 소문을 듣고 나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바이러스가 숨은 변형된 공식으로 만들어진 생명체는 당연히 결함이 있을 수밖에 없고, 결함을 조작한 이의 손길이 닿지 않으면 해결책은 찾아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의 결함이 있는 복제인간을 찾아 두 생명을 하나로 묶는 것이 내가 생각해 낸 인간으로서의 완성 방법이었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몸 안에 품은 복제 생명이 강력한 생존 욕구를 가졌음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더구나 기억을 만들어 두뇌에 심어주는 방법을 아는 환상예술의 전문가가 예의 복제인간이 가진 생존 욕구의 목표였고, 내가 후계자로 생각할 만큼의 실력을 갖춘 재생의학의 전문가가 내 곁에서 수술도를 잡아 또한 제몫을 해주었으니, 내 딸의 재생을 위해 이보다 더한 조화가 또 어디에 있으랴 싶었다.
예심법정의 창문 너머로 보인 담장 가의 덩굴장미는 검은 색깔 암담함을 꽃 피우고 있었다. 인간존중법과 인간윤리보호법의 각종 조항을 들어 공박해 대는 인간들의 손가락질 속에서 나는 그녀에게 장미 화환을 바치는 상상을 하였다. 그녀의 후손이 될 복제인간들은 장미를 길러 생계를 삼는 본능을 타고 날 것이었다. 그때에 나는 내 연구를 되찾을 때의 상징으로 정부에 건넬 인간형 로봇 조형 기록 속에 장미를 사랑하는 마음을 낙인 삼아 숨겼고, 그 트로이 목마에 숨겨진 바이러스는 예상대로 결함이 있는 실험체를 낳아 이제 내 딸 흑장미의 생명을 완성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구 쪽의 재생의료학자는 내가 남긴 기록을 완벽하게 숙지했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인간 재생 방법으로 지성체 창조의 결함을 극복하는데 일조를 하여 화성생명법인의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내 염려를 불식시켜 주었다. 내가 그녀의 아기를 원본으로 삼아 만든 내 딸과, 지구에 남긴 내 기록을 발전시켜 내 후계자가 될 젊은 친구가 만든 고대 제국 황녀의 복제는, 서로 약점을 보완하여 완전한 생명으로 재탄생할 것이었다.
나는 만족한다. 내 학문의 후계자를 얻을 수 있었고, 내 여인을 내 기억 밖의 지성체로 만들어 독립된 생명으로 태어나도록 했으니, 일개 로봇공학자의 복수로 보다 더한 완성이 또 어디 있으랴!
나는 40년 전에 한 여인을 만들어 아내로 삼았던 전력을 가진 탓에 인간윤리보존법의 공격을 받고 도망치듯 지구를 떠났던 과거를 갖고 있는 생체예술가였다.
#19. 화성생명법인. #9의 계속
그 무렵 류우는 또 한 차례의 당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었다. 깨어난 흑장미가 또 다른 변환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난 누구지요? 난 공연을 해야 하는데…… 난 조카님을 보고 싶고…… 탈출 도중에 헤어졌는데…… 아냐, 이상해. 무대 위에서 쓰러졌던 게 나였는데……”
교수는 말하고 있었다.
“두 불완전한 육체가 하나로 접목된 데 따른 약간의 부작용일세. 곧 우성이 결정되어 전체를 지배할 테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20. 우주력 6세기. 화성생명법인의 유적지. #1의 연속
주위의 소란이 수선013의 상념을 깨웠다. 영통회의 깃발을 앞세운 일단의 순례자들이 유적지 주변을 둘러싸고 묵도 중에 있었다.
“저들은?”
“다음 파도지요. 죽음이 예정된. 화성은 저들 덕택에 피가 모자란 적이 없어요.”
론078의 음성은 기복이 없었다. 수선013은 그의 그러한 태도가 극단적인 자기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고백했던 것이다.
“살인은 화성의 산업이지요. 순례자들이 모두 지구행 선표를 갖고 있는 건 아니거든요.”
지구별은 시원의 땅이었다. 그러나 가진바 자원을 모두 연소시켜버린 죽은 별이기도 했기 때문에 외계의 여행자들에게 성지순례를 빙자한 중과세를 하여 경제수단을 삼는다고 하였다.
“지구별은 파괴예술의 실험장이었지요. 신, 혹은 정의의 이름으로 서로를 죽였어요. 화성의 집단광기도 그와 같습니다.”
순례자들은 종교의식을 마치고 빠져나가고 있었다. 론078은 그들을 눈으로 전송하며 조소의 말을 계속했다.
“저들 중의 대부분은 다음 유적지에서 죽을 겁니다. 매복이 기다리고 있다니까. 전생테가 하나 더하기는 하겠지만, 보험을 들어 두었을 테니 화성 경제에 보탬이 되겠지요.”
수선013의 표정이 굳어졌다. 론078은 담담히 다음 말을 이었다.
“화성은 지구계 인류 최초로 인간재생을 완성시킨 화성생명법인을 가진 별입니다. 그 후손들은 당연한 듯이 살인과 인간재생을 산업으로 삼았습니다. 초기 화성 이주민들이 시작한 인간재생업은 이 어처구니없는 시대가 만들어낸 생존방법이었지요.
나는 그들 무리의 두목쯤 되겠지요. 생명파괴를 성공시킨 살인전문가가 찾아오면 속죄의식을 베풀어 주곤 하였으니……”
순례자들이 화성생명법인에 이어서 찾는 곳은 화성독립전쟁의 상징인 저항군 요새의 폐허라고 하였다. 론078은 눈발이 날리는 하늘을 보며 말을 맺었다.
“지구인의 번식방법인 남녀의 교합에는 극도의 긴장감을 즐기는 부차적 목적이 있다지요. 극한상태의 정신병과 같은 것이라서 초월적인 성취로 보았던 교파도 있었다더군요.
전쟁도 그와 같습니다. 집단광기와 개인 발작의 차이일 뿐, 저들은 긴장감을 즐기기 위해 서로 죽이는 것입니다.”
지구교 화성총본부 총사제인 론078은 자기혐오의 늪에서 헤어나기 위해 허우적대는 슬픈 영혼이기도 했다.
첫댓글 금 번에 올린 글들은
미를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단편들의 조합으로서
미래 가상 소설이군요.
2천년 대 중 후반이라면
작가인 형님이나 저 역시
저 세상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고
아마 제 작은 애는 그때쯤
할머니가 되어 공상소설에나 나오는
신문명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볼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릴 적 꿈과 공상의 세계를
좋아했던 저는 상기 단편들을 보면서
미국이 제작한 SF 드라마나 영화를
매우 좋던 생각이 납니다.
그런데 미래로 갈 것도 없이
007 영화에서는 이미 미래
가상현실에 나오는 신무기들이 등장하므로
영화 속 장면은 과거와 미래가 같이 공존하며
색다른
미국과 적국인 소비에트 연방의 대결을 보면서 신무기가 불을 뿜고 미래형 로켙과 자동차, 신장비가 각축을 벌이는 장면,미를 주며
각
그리고 각
제임스 본드를 사랑하는 미녀첩보원과의
육감적인 사랑과 이국적인 거리 풍경 등
007 영화들은 지금도 큰
장기간 상영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음에 가상소설을 집필하실 때는
현실과 가까운 배경과 무기체계, 그리고
미녀들과의 사랑이 가미된 첩보전에
도전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쁘신 분에게 괜한 주문을
드린 것 같아 죄송하네요.
SF가 변두리문학 쯤으로 여겨지는 우리 여건에서 고집을 피워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려워요. 더구나 대중소설로서의 판타지가 아닌 순수문학으로서의 SF를 흉내내는 건..... 제 역량 부족이겠지요. 아무튼 등단작이 대표작이 되어버린 잡류이니만큼....
이 소설은 연작소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만.... 앞 이야기와 뒷 이야기를 연속해서 읽을 때 뜻이 통하게 되어 있어요. 단편의 조합이 아니고 장편의 부분의 연속이지요.
헌데.... 전문을 읽는 분이 드문가 봅니다. 제 동생 녀석도 공연히 어렵게만 쓴다고 투덜대더군요. 역시 능력 부족....
충고 감사드립니다. 기왕 시작한 거니 20부작을 완성한 후 대중적인 작품에도 도전해 보아야겠네요.
여하간 대단하십니다.
철학적으로 해석을 하면서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정규 학문의 끈이 길지않으심에도 불구하고
정식 작가들만이 이어나갈 수 있는 작품을
수준 높은 글을 엮어가시는 형님의 능력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아직 단편조차 써보지 못한 제 글 평은
유치하다고 생각되네요.
다시 찾아뵙는다고 하면서도
아직 오산에 가지 못해 죄송합니다.
가게 되면 전화를 드릴테니
병점 회원과도 같이...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고 행복하세요.
매번 좋은 충고 말씀 고맙습니다. 당치도 않은 시도를 하면서 '제대로 가고 있는 한가' 하고 불안의 연속인데, 이피터 님의 댓글로 용기를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시게 될 경우 하루 먼저 연락을 주세요. 시집 몇 권 챙겨 놓겠습니다.
재미있당^^
잘읽고갑니다
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