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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八 頓漸品
제팔 돈점품
時 祖師 居曹溪寶林 神秀大師 在荊南玉泉寺.
시 조사 거조계보림 신수대사 재형남옥천사.
때에 조사는 조계 보림에 계시고 신수대사는 형남 옥천사에 계셨다.
于時 兩宗 盛化 人皆稱南能北秀.
우시 양종 성화 인개칭남능북수. .
그때에 두 종이 모두 다 성대히 교화하니 사람들이 모두 남능과 북수라고 말하였다.
故 有南北二宗頓漸之分 而學者 莫知宗趣 師 謂衆曰.
고 유남북이종돈점지분 이학자 막지종취 사 위중왈
그리하여 남과 북의 두 종이 돈과 점으로 갈라졌는데 배우는 사람들은 근본취지를 몰랐으므로 조사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法本一宗 人有南北 法卽一種 見有遲疾.
법본일종 인유남북 법즉일종 견유지질.
“법은 본래 한 종이건만 사람이 남북을 둔 것이다. 법은 곧 한가지인데 보는 것이 더디고 빠를 수 있다.
何名頓漸 法無頓漸 人有利鈍 故名頓漸.
하명돈점 법무돈점 인유이둔 고명돈점.
무엇을 <돈>이라 하고 무엇을 <점>이라 하는가 하면 법은 돈과 점이 없는데 사람에게는 영특함과 둔함이 있으므로 <돈>이고 <점>이라 한다.”
然 秀之徒衆 往往譏南宗祖師 不識一字 有何所長, 秀 曰他得無師之智 深悟上乘 吾不如也.
연 수지도중 왕왕기남종조사 불식일자 유하소장, 수 왈타득무사지지 심오상승 오불여야.
그러나 신수의 대중들은 이따금 남종의 조사는 한 글자도 모르니 무엇이 그리 대단하겠느냐하며 비방하였는데, 신수대사는 말하기를 “그분은 스승이 없는 지혜를 얻어서 상승의 법을 깊이 깨달았으니 나는 그 분만 못하다.
且吾師五祖 親傳衣法 豈徒然哉. 吾恨不能遠去親近 虛受國恩 汝等諸人 毋滯於此 可往曹溪 參決.
차오사오조 친전의법 기도연재. 오한불능원거친근 허수국은 여등제인 무체어차 가왕조계 참결.
또 나의 스승인 오조께서 친히 가사와 법을 전하셨으니 어찌 공연한 일이겠느냐.
내가 멀리 가서 친근하지 못하고 헛되이 나라의 은혜만 받고 있어 한스러우니 너희들은 이곳에만 머물러 있지 말고 조계에 가서 배우도록 하여라.” 하며
一日 命門人志誠曰 如聰明多智 可爲吾 到曹溪聽法, 汝若聞法 盡心記取 還爲吾說.
일일 명문인지성왈 여총명다지 가위오 도조계청법, 여약문법 진심기취 환위오설.
어느 날 문인인 지성에게 명하기를 “너는 총명하고 지혜가 많으니 나를 위하여 조계에 가서 법을 듣고, 들은 법은 마음을 다하여 기억해 두었다가 돌아와서 나를 위해 설하여 달라.” 하였다.
志誠 稟命 至曹溪 隨衆參請 不言來處 時 祖師 告衆曰今有盜法之人.
지성 품명 지조계 수중참청 불언래처 시 조사 고중왈금유도법지인.
지성이 명을 받고 조계에 이르러서 대중을 따라 참례하고 법문을 들었으나 온 곳을 말하지 않았는데 그때 조사가 대중에게 “지금 법을 도적질하는 사람이 이 모임에 숨어 있다.” 하시므로
潛在此會 志誠 卽出禮拜 具陳其事.
잠재차회 지성 즉출예배 구진기사.
지성이 곧 나와서 예배하고 그간의 일을 다 말씀드리니, 조사가 말씀하셨다.
師 曰汝從玉泉寺 應是細作. 對曰不是. 師 曰何得不是. 對曰未說卽是 說了不是.
사 왈여종옥천사 응시세작. 대왈불시. 사 왈하득불시. 대왈미설즉시 설료불시.
“네가 옥천에서 왔으니 필시 염탐꾼이겠구나.”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렇지 않은가?”
“말씀드리지 않았을 때는 그러합니다만 말씀드렸으니 그렇지 않습니다.”
師 曰汝師 若爲示衆. 對曰常指誨大衆 住心觀淨 長坐不臥.
사 왈여사 약위시중. 대왈상지회대중 주심관정 장좌불와.
“너의 스승은 어떻게 대중을 가르치시는가?”
“항상 대중을 가르치시기를「마음을 머물러 고요함을 살피어보고 장좌하여 눕지 말라.」하셨습니다.”
師 曰住心觀淨 是病 非禪 常坐拘身 於理 何益. 聽吾偈 曰.
사 왈주심관정 시병 비선 상좌구신 어리 하익. 청오게 왈.
“마음을 머물러서 고요함을 관하는 것은 병이지 선이 아니며, 마냥 앉아 있는 것은 몸을 구속하는 것이니 이치에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나의 게송을 들어보아라.
生來 坐不臥
생래 좌불와
死去 臥不坐.
사거 와부좌.
살아서는 앉아서 눕지 못하고
죽어서는 누워서 앉지 못하네.
一具臭骨頭
일구취골두
何爲立功課.
하위입공과.
한 덩어리 냄새나는 뼈다귀가
어찌 공과를 세우리오.
志誠 再拜曰弟子 在秀大師處 學道九年 不得契悟 今聞和尙 一說 便契本心.
지성 재배왈제자 재수대사처 학도구년 부득계오 금문화상 일설 편계본심.
弟子 生死事大 和尙 大慈 更爲敎示.
제자 생사사대 화상 대자 갱위교시.
지성이 다시 절하며 말하였다.
“제자가 신수대사의 처소에 있으면서 도를 배운지 9년이 되었으나 깨닫지 못하였는데 지금 화상의 한 말씀을 듣고 문득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제자에게 생사의 일이 크니 화상께서 대 자비로 다시 한 번 가르쳐 주십시오.”
師 曰吾聞汝師 敎示學人戒定慧法 未審汝師 說戒定慧行相 如何 與吾說看.
사 왈오문여사 교시학인계정혜법 미심여사 설계정혜행상 여하 여오설간.
“내가 들으니 너의 스승은 학인들에게 계, 정, 혜의 법을 가르친다 하시던데 알지 못하겠으니 너의 스승이 계, 정, 혜를 어떻게 설하시는지 내게 말해 보아라.”
誠 曰秀大師 說諸惡莫作 名爲戒, 諸善奉行 名爲慧, 自淨其意 名爲定. 彼說如此 未審和尙 以何法誨人.
성 왈수대사 설제악막작 명위계, 제선봉행 명위혜, 자정기의 명위정. 피설여차 미심화상 이하법회인.
“신수대사께서는「모든 악을 짓지 않는 것을 계라 하고, 모든 선을 받들어 행하는 것을 혜라 하며,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것을 정이라 이름 한다.」라고 설하시는데, 화상께서는 어떠한 법으로 사람을 가르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師 曰吾若言有法與人 卽爲誑汝 但且隨方解縛 假名三昧.
사 왈오약언유법여인 즉위광여 단차수방해박 가명삼매.
“내가 만일 사람에게 줄 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곧 너를 속이는 것이 되느니라. 단지 경우를 따라 얽힘을 풀어줄 뿐인데 이름을 빌려 말한다면 삼매라 하느니라.
如汝師所說戒定慧 實不可思議也 吾所見戒定慧 又別.
여여사소설계정혜 실불가사의야 오소견계정혜 우별.
너의 스승이 말씀하시는 계, 정, 혜는 생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니 내가 보는 계, 정, 혜와는 다르구나.”
志誠 曰戒定慧 只合一種 如何更別.
지성 왈계정혜 지합일종 여하갱별.
“계, 정, 혜는 다만 한가지인데 어찌 다를 수 있습니까?”
師 曰汝師戒定慧 接大乘人 吾戒定慧 接最上乘人. 悟解 不同 見有遲疾.
사 왈여사계정혜 접대승인 오계정혜 접최상승인. 오해 부동 견유지질.
“너의 스승의 계, 정, 혜는 대승의 사람을 대하는 것이지만 나의 계, 정, 혜는 최상승의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깨달아 앎이 같지 않으므로 지견이 더디고 빠름이 있느니라.
汝聽吾說 與彼同否. 吾所說法 不離自性 離體說法 名爲相說 自性 常迷.
여청오설 여피동부. 오소설법 불이자성 이체설법 명위상설 자성 상미.
너는 내가 말하는 것이 그와 같은지 다른지 들어보아라. 내가 말하는 법은 자성을 떠나지 않느니라. 체(體)를 여의고 법을 설하는 것을 상으로 설하는 것이라 하는데 자성을 항상 미혹하게 하느니라.
須知一切萬法 皆從自性起用. 是眞戒定慧法 聽吾偈 曰.
수지일체만법 개종자성기용. 시진계정혜법 청오게 왈.
모름지기 알아라. 일체의 만법이 모두 다 자성으로부터 일어나느니라. 이것이 참된 계, 정, 혜의 법이니라.” 나의 게송을 들어보아라.
心地無非 自性戒,
심지무비 자성계,
心地無癡 自性慧,
심지무치 자성혜,
心地無亂 自性定,
심지무난 자성정,
不增不減 自金剛,
부증불감 자금강,
身去身來 本三昧.
신거신래 본삼매.
마음자리에 잘못 없는 것이 자성의 계요,
마음자리에 어리석음 없는 것이 자성의 혜요,
마음자리에 어지러움 없는 것이 자성의 정이며,
더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는 것이 자기의 금강이요,
몸이 가고 몸이 옴이 본래 삼매이니라.
誠 聞偈悔謝 乃呈一偈 曰.
성 문게회사 내정일게 왈 .
지성이 게송을 듣고 뉘우쳐 감사하며 한 게송을 바치었다.
五蘊幻身 幻何究境,
오온환신 환하구경,
廻趣眞如 法還不淨.
회취진여 법환부정.
오온의 허깨비 몸이여
허깨비가 어찌 구경(究竟)이리요,
진여로 돌이켜 나아가면
법이 도리어 깨끗하지 못하리.
師 然之 復語誠曰. 汝師戒定慧 勸小根智人 吾戒定慧 勸大根智人.
사 연지 부어성왈. 여사계정혜 권소근지인 오계정혜 권대근지인.
조사가 “그렇다.” 하시고 다시 지성에게 말씀하셨다.
“네 스승의 계, 정, 혜는 작은 근기의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고 나의 계, 정, 혜는 큰 근기의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권하는 것이다.
若悟自性 亦不立菩提涅槃 亦不立解脫知見 無一法可得 方能建立萬法.
약오자성 역불립보리열반 역불립해탈지견 무일법가득 방능건립만법.
만일 자기의 성품을 깨닫고서 보리나 열반을 세우지 않고 또한 해탈지견도 세우지 않으면 한 법도 가히 얻을게 없어서 바야흐로 만 법을 세울 수 있느니라.
若解此意 亦名佛身 亦名菩提涅槃 亦名解脫知見.
약해차의 역명불신 역명보리열반 역명해탈지견.
만일 이 뜻을 알면 이것을 부처님의 몸이라 하며 보리와 열반이라 하며 해탈지견이라 하느니라.
見性之人 立亦得不立亦得 去來自由 無滯無碍 應用隨作 應語隨答 普見化身 不離自性 卽得自在神通 견성지인 입역득불입역득 거래자유 무체무애 응용수작 응어수답 보견화신 불리자성 즉득자재신통 遊戱三昧 是名見性.
유희삼매 시명견성.
견성한 사람은 세워도 되고 세우지 않아도 되니 가고 옴이 자유로워 막힘이 없고 걸림이 없어서 경우에 따라 작용을 하고 물음에 따라 답하며 널리 화신을 나타내지만 자성을 여의지 않으므로 곧 자재한 신통과 유희하는 삼매를 얻는다. 이것을 견성이라 이름 하노라.”
志誠 再啓師曰. 如何是不立義.
지성 재계사왈. 여하시불립의.
지성이 다시 조사께 여쭈었다. “어떤 것이 세우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師 曰 自性 無非無癡無亂 念念般若觀照 常離法相 自由自在 縱橫無得 有何可立.
사 왈 자성 무비무치무난 염념반야관조 상리법상 자유자재 종횡무득 유하가립.
조사가 말씀하셨다.
“자성은 그릇됨도 없고 어리석음도 없고 어지러움도 없어서 순간순간이 반야를 비추어 보아 항상 법이라는 생각을 여의고 자유자재하며 가로 세로 모두 얻으니 무엇을 세우겠느냐.
自性自悟 頓悟頓修 亦無漸次 所以 不立一切法. 諸法 寂滅 有何次第.
자성자오 돈오돈수 역무점차 소이 불립일체법. 제법 적멸 유하차제.
자성을 스스로 깨달아서 몰록 닦으면(돈오 돈수) 늦고 더딤이 없으므로 일체 법을 세우지 않느니라. 모든 법이 적멸한데 무슨 순서가 있겠는가?”
志誠 禮拜 願爲執侍 朝夕不懈.
지성 예배 원위집시 조석불해.
지성이 예배드리고 모시기를 원하여 아침저녁으로 게을리 하지 않았다.
一僧志徹 江西人 本姓 張 名 行昌 少 任俠.
일승지철 강서인 본성 장 명 행창 소 임협.
지철스님은 강서 사람이다. 본성은 장씨이고 이름은 행창인데 젊어서는 불한당이었다.
自南北分化 二宗主 雖亡彼我 而徒侶 競起愛憎.
자남북분화 이종주 수망피아 이도려 경기애증.
남북이 나뉘어 교화하였지만 두 종주는 네 편, 내 편이 없었는데 그 문도들은 서로 다투며 미워하였다.
時 北宗門人 自立秀師 爲第六祖 而忌祖師傳衣 爲天下所聞 乃囑行昌 來勅於師 師 心通 預知其事
시 북종문인 자립수사 위제육조 이기조사전의 위천하소문 내촉행창 내자어사 사 심통 예지기사
卽置金十兩於座間.
즉치금십양어좌간.
그때에 북종의 문인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신수대사를 육조로 삼았으며 조사에게 가사가 전해진 것이 천하에 알려지는 것이 꺼려서 행창을 시켜 조사를 해치려 보냈는데 조사께서는 타심통으로 그 일을 미리 아시고 금 열 냥을 자리 사이에 준비하여 두고 계셨다.
時夜暮 行昌 入祖室 將欲加害 師 舒頸就之, 行昌 揮刃者 三 悉無所損.
시야모 행창 입조실 장욕가해 사 서경취지, 행창 휘인자 삼 실무소손.
밤이 깊어져 행창이 조사의 방에 들어와 해치려 하니 조사가 목을 쭉 내미시므로, 행창이 칼을 세 번이나 휘둘렀으나 조금도 다치지 않으셨는데
師 曰 正劍 不邪 邪劍 不正 只負汝金 不負汝命. 行昌 驚仆 久而方蘇 求哀悔過 卽願出家
사 왈 정검 불사 사검 부정 지부여금 불부여명. 행창 경부 구이방소 구애회과 즉원출가
조사께서 “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바르지 못하니라. 너에게 전생에 돈을 빚졌지만 목숨은 빚지지 않았느니라.” 하시니 행창이 놀라 자빠졌다가가 한참 만에 깨어나 슬피 울며 잘못을 뉘우치며 출가를 원하였으나
師遂與金言, 汝且去 恐徒衆 翻害於汝 汝可他日 易刑而來 吾當攝受.
사수여금언, 여차거 공도중 번해어여 여가타일 역형이래 오당섭수.
조사가 금을 주시며 말씀하시길, “너는 우선 가거라. 대중들이 도리어 너를 해칠까 걱정되니 네가 다른 날에 모습을 바꾸어 오면 내가 마땅히 받아 주겠노라.” 하셨다.
行昌 稟旨宵遁 後 投僧出家, 具戒精進 一日 憶師之言 遠來禮覲.
행창 품지소둔 후 투승출가, 구계정진 일일 억사지언 원래예근.
행창이 조사의 뜻을 받들어 달아났다가 다른 스님을 의탁하여 출가한 뒤, 계를 갖추어 정진하다가 어느 날 조사의 말씀을 기억하고, 멀리서 찾아와 절하고 뵈었다.
師 曰 吾久念汝 汝來何晩. 曰昨蒙和尙 捨罪 今雖出家苦行, 終難報德. 其惟傳法度生乎.
사 왈 오구념여 여래하만. 왈작몽화상 사죄 금수출가고행, 종난보덕. 기유전법도생호.
조사께서 “내가 너를 오랫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찌 이리 늦었는가.” 하시니 “예전에 화상께서 죄를 용서하여 주신 덕분에 지금은 비록 출가하여 고행을 하지만, 그 은덕을 갚기가 어렵습니다. 은덕에 보답하는 길은 오직 법을 전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弟子 常覽涅槃經 未曉常無常義 乞和尙 慈悲 略爲解說.
제자 상람열반경 미효상무상의 걸화상 자비 약위해설.
제자가 일찍이 열반경을 보았으나 상(常)과 무상(無常)의 뜻을 깨닫지 못하겠으니 비옵건대 화상께서 자비를 베풀어 간략히 가르쳐 주십시오.” 하였다.
師 曰無常者 卽佛性也, 有常者 卽一切善惡諸法 分別心也.
사 왈무상자 즉불성야, 유상자 즉일체선악제법 분별심야.
이에 조사가 “무상이라는 것은 곧 불성이고, 유상이라는 것은 일체 선과 악의 모든 법을 분별하는 마음이다.” 하시니
曰和尙所說 大違經文. 師 曰吾傳佛心印 安敢違於佛經.
왈화상소설 대위경문. 사 왈오전불심인 안감위어불경.
“화상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경문에 크게 어긋납니다.” 하므로 조사가 말씀하셨다.
“내가 부처님의 심인(心印)을 전하는데 어찌 감히 불경을 어기겠느냐?” 그러자
曰經 說佛性 是常 和尙 却言無常 善惡之法 乃至菩提心 皆是無常 和尙 却言是常.
왈경 설불성 시상 화상 각언무상 선악지법 내지보리심 개시무상 화상 각언시상.
“경에는 불성이 곧 상이라 하였는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무상이라 말하시며 선악의 법과 보리심이 다 무상인데 화상께서는 도리어 상이라 말씀하십니다.
此卽相違 令學人 轉加疑惑.
차즉상위 영학인 전가의혹.
이것이 서로 틀리는 것이라 학인으로 하여금 점점 더 의심스럽게 합니다.” 하므로
師 曰涅槃經 吾昔 聽尼無盡藏 讀誦一遍 便爲講說 無一字一義 不合經文 乃至爲汝 終無二說.
사 왈열반경 오석 청니무진장 독송일편 변위강설 무일자일의 불합경문 내지위여 종무이설.
조사가 말씀하셨다.
“열반경은 내가 옛적에 무진장이라는 비구니가 독송하는 것을 한 번 듣고 곧 그에게 설명해 주었는데 한 글자, 한 뜻도 경에 맞지 않는 것이 없었는데 너에게도 두 가지 말이 있을 수 없느니라.”
曰學人 識量 淺昧 願和尙 委曲開示.
왈학인 식량 천매 원화상 위곡개시.
“제가 아는 것이 얕고 어두우니 원컨대 화상께서 자세히 가르쳐 주십시오.”
師 曰汝知否 佛性 若常 更說什麽善惡諸法. 乃至窮劫 無有一人 發菩提心者.
사 왈여지부 불성 약상 갱설십마선악제법. 내지궁겁 무유일인 발보리심자.
“네가 아느냐? 불성이 만일 상(常)이라면 다시 어떻게 선과 악의 모든 법을 설하겠느냐? 한량없는 세월을 다하더라도 보리심을 일으킬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故 吾說無常. 正是佛說眞常之道也.
고 오설무상. 정시불설진상지도야.
그러므로 내가 무상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처님이 설하신 참된 상(常)의 도리이니라.
又 一切諸法 若無常者 卽物物 皆有自性 容受生死 而眞常性 有不偏之處.
우 일체제법 약무상자 즉물물 개유자성 용수생사 이진상성 유불변지처.
또 일체의 모든 법이 만일 무상(無常)이라면 곧 물건마다 모두 자기의 성품이 있어서 생과 사를 받아들이므로 참된 상의 성품이 두루 하지 못하는 곳이 있으리라.
故 吾說常者 正是佛說眞無常義.
고 오설상자 정시불설진무상의.
그러므로 내가 말하는 상이라는 것은 바로 부처님께서 참된 무상의 뜻이니라.
佛 比爲凡夫外道 執於邪常 諸二乘人 於常 計無常 共成八倒 故 於涅槃了義敎中 破彼偏見,
불 비위범부외도 집어사상 제이승인 어상 계무상 공성팔도 고 어열반요의교중 파피편견,
부처님께서 평소에 범부와 외도들은 삿된 상(常)에 빠지고 이승의 사람들은 상을 무상으로 알아서 다 같이 여덟 가지 뒤집힌 생각을 하기 때문에 열반 요의교를 말씀하시는 가운데에 그런 편견을 없애고자,
而顯說眞常眞樂眞我眞淨 汝今依言背義 以斷滅無常 及確定死常 而錯解佛之圓妙 最後微言 縱覽千偏 이현설진상진락진아진정 여금의언배의 이단멸무상 급확정사상 이착해불지원묘 최후미언 종람천편 有何所益.
유하소익.
진상(眞常)과 진락(眞樂)과 진아(眞我)와 진정(眞淨)을 밝혀 말씀하셨는데 네가 그 말만 의지하여 뜻을 잘못 알고 아무것도 없는 무상(無常)과 고정된 상(常)으로 부처님의 불가사의한 최후의 미묘한 말씀을 잘못 이해하니 비록 천 번을 본들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行昌 忽然大悟 乃說偈言.
행창 홀연대오 내설게언.
행창이 그 순간 크게 깨달아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因守無常心
인수무상심
佛說有常性
불설유상성
무상의 마음을 지킴으로 인하여
부처님이 유상의 성품을 설하셨는데
不知方便者
부지방편자
猶春池拾礫.
유춘지습력.
방편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여
봄 못 속에 조약돌 주음과 같았다.
我今不施功
아금불시공
佛性 而現前
불성 이현전
내가 이제 아무런 공을 들이지 않았는데
불성이 앞에 나타나니
非師相授與
비사상수여
我亦無所得.
아역무소득.
스승이 주신 것도 아니고
나도 또한 얻은 바가 없도다.
師 曰 汝今徹也 宜名志徹. 徹 禮謝而退.
사 왈 여금철야 의명지철. 철 례사이퇴.
조사가 말씀하셨다. “네가 이제 똑똑히 알았으니 마땅히 이름을 지철이라 하여라.”
지철이 절하고 감사하며 물러갔다.
有一童子 名 紳會 襄陽高氏 子.
유일동자 명 신회 양양고씨 자.
동자가 한 사람 있었는데 이름이 신회이고 양양 고씨의 자손이었다.
年 十三 自玉泉來 參禮 師 曰 知識, 遠來艱辛 還將得本來否. 若有本卽合識主 試說看.
년 십삼 자옥천래 참례 사 왈 지식, 원래간신 환장득본래부. 약유본즉합식주 시설간.
나이 13세에 옥천사로부터 와서 참배하니 조사가 “선지식아, 멀리서 오느라 고생이 많았구나. 근본은 얻어 가지고 왔느냐? 만일 근본이 있다면 당연히 주인을 알 것이니 한 번 말해 보아라.” 하시니
會 曰以無住 爲本 見卽是主. 師 曰這沙彌 爭合取次語. 會 乃問曰和尙 坐禪 還見 不見.
회 왈이무주 위본 견즉시주. 사 왈저사미 쟁합취차어. 회 내문왈화상 좌선 환견 불견.
신회가 말하기를 “머무름이 없는 것으로 근본을 삼으니 보는 것이 곧 주인입니다.” 하므로 조사께서 “이 사미가 어찌 그리 경솔하게 말하는가.” 하셨는데 “화상께서는 좌선하실 때 보십니까? 보시지 않으십니까?” 하므로
師 以拄杖 打三下 云吾打汝 通 不通. 對曰 亦通亦不通. 師 曰吾亦見亦不見.
사 이주장 타삼하 운오타여 통 불통. 대왈 역통역부통. 사 왈오역견역불견.
주장자로 세 번이나 때리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때렸는데 아프냐? 아프지 않느냐?”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합니다.”
“나도 역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느니라.”
紳會 問如何是亦見亦不見. 師言 吾之所見 常見自心過愆 不見他人 是非好惡. 是以 亦見亦不見.
신회 문여하시역견역불견. 사언 오지소견 상견자심과건 불견타인 시비호악. 시이 역견역불견.
신회가 묻기를 “어떤 것이 또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는 것입니까?” 하니 조사가 말씀하셨다.
“내가 보는 것은 항상 자기 마음의 허물만 보는 것이지 다른 사람의 옳고 그름과 좋고 나쁨을 보는 것이 아니니라. 그러므로 보기도 하고 보지 않기도 하는 것이니라.
汝言亦通亦不通 如何. 汝若不通 同其木石 若通 卽同凡夫 卽起恚恨 汝向前 見不見 是二邊.
여언역통역불통 여하. 여약불통 동기목석 약통 즉동범부 즉기에한 여향전 견불견 시이변.
네가 말한 아프기도 하고 아프지 않기도 하다 하는 것은 어떤 것이냐? 네가 만일 아프지 않다면 나무나 돌과 같고 만일 아프다면 곧 범부와 같아서 곧 성내고 원한을 일으킬 것이니 네가 아까 보거나 보지 않는다는 것은 곧 두 가지 극단이다.
通不通 是生滅 汝自性 且不見 敢爾戱論. 紳會 禮拜悔謝. 師 又曰.
통불통 시생멸 여자성 차불견 감이희론. 신회 예배회사. 사 우왈.
아프거나 아프지 않다고 하는 것은 생, 멸이니라. 네가 자성을 아직 보지 못하였으면서 감히 그렇게 희롱하듯이 말하느냐.” 신회가 뉘우치며 절하고 사과하였다. 조사가 또 말씀하셨다.
汝若心迷不見 問善知識覓路, 汝若心悟 卽自見性 依法修行, 汝自迷 不見自心 却來問吾 見與不見.
여약심미불견 문선지식멱로, 여약심오 즉자견성 의법수행, 여자미 불견자심 각래문오 견여불견.
“네가 만일 마음이 미혹하여 보지 못한다면 선지식에게 물어서 길을 찾아야 하고, 네가 만일 마음을 깨달았다면 곧 스스로 성품을 보고 법대로 수행하여야 할 것인데, 너는 스스로 미혹하여 자기의 마음을 보지 못하였으면서도 도리어 나에게 와서 나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吾見自知 豈代汝迷. 汝若自見 亦不代吾迷, 何不自知自見 乃問吾 見與不見.
오견자지 기대여미. 여약자견 역불대오미, 하불자지자견 내문오 견여불견.
나의 봄은 스스로 아는데 어찌 너의 미혹함을 대신하겠느냐? 네가 만일 스스로 보더라도 나의 미혹함을 대신할 수 없는데, 어찌 스스로 알지 못하고 스스로 보지 못하면서 나의 보고 보지 않음을 묻느냐?”
紳會 再禮百餘拜 求謝過愆 服僅給侍 不離左右.
신회 재례백여배 구사과건 복근급시 불리좌우.
신회가 다시 백여 번 절을 하며 허물을 사죄하였고 부지런히 모시며 좌우를 떠나지 않았다.
一日 師 告衆曰吾有一物 無頭無尾 無名無字 無背無面 諸人 還識否.
일일 사 고중왈오유일물 무두무미 무명무자 무배무면 제인 환식부.
어느 날 조사가 대중에게 “나에게 한 물건이 있는데 머리도 없고 꼬리도 없으며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으며 등도 없고 얼굴도 없으니 너희들은 알겠느냐?” 하시니
紳會 出曰是諸佛之本源 紳會之佛性.
신회 출왈시제불지본원 신회지불성.
신회가 나와서 “이것은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며 신회의 불성입니다.” 하므로
師 曰向汝道無名無字 汝便喚作本源佛性 汝向去 有把묘蓋頭 也只成箇知解宗徒.
사 왈향여도무명무자 여변환작본원불성 여향거 유파묘개두 야지성개지해종도.
조사가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이름도 없고 글자도 없다 하였는데 네가 문득 본원이며 불성이라고 하니 너는 어디 가서 지도자가 되더라도 한낱 지해종도(안다는 확신을 내세워 이름이나 글자의 집착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무리) 밖에 만들지 못하겠구나.”
祖師滅後 會入京洛 大弘曹溪頓敎 著顯宗記 盛行於世.
조사멸후 회입경락 대홍조계돈교 저현종기 성행어세.
신회가 조사가 돌아가신 후에 서울에 들어가서 조계의 돈교를 크게 넓히고 현 종기를 지으니 세상에 유행하였다.
師 見諸宗 難問 咸起惡心 多集座下 愍而謂曰學道之人.
사 견제종 난문 함기악심 다집좌하 민이위왈학도지인.
조사께서는 여러 종파들이 힐난하면서 모두가 나쁜 마음을 품고 모여드는 것을 보시고 불쌍히 여기며 말씀하셨다.
一切善念惡念 應當盡除 無名可名 名於自性無二之性 是名實性.
일체선념악념 응당진제 무명가명 명어자성무이지성 시명실성.
“도를 배우는 사람은 일체의 착한 생각과 악한 생각을 마땅히 다 없애어서 무어라 이름 할 것이 없어야 자성의 둘이 없는 성품이라 이름 하는 것이며 이것을 이름 하여 실다운 성품이라 하느니라.
於實性上 建立一切敎門 言下 便須自見.
어실성상 건립일체교문 언하 변수자견.
실다운 성품 위에 일체의 교문(敎門)을 세우는 것이니 말 아래에 모름지기 스스로 볼지어다.”
諸人 聞說 總皆作禮 請事爲師.
제인 문설 총개작례 청사위사.
모든 사람들이 이 말씀을 듣고 다 예를 드리고 스승으로 모시기를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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