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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섬 울릉도
신비의 섬 울릉도를 다시 보러 간다. 郡이라고 하지만 옛 남면의 울릉읍과 서면 그리고 북면이 전부로 인구가 만 명에 턱걸이하는 아주 작은 군이다. 그나마 삼천오백여 개의 섬 중에 일곱 번째로 큰 섬에 속한다. 섬 전체가 경사면이 가팔라 완충지대가 거의 없어 농경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일주 도로를 개설하는데 36년이 지났어도 아직 4킬로미터를 남겨놓고 있을 만큼 험난하다. 해양성기후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편이다. 포항에서 217km, 후포에서 159km, 동해에서 161km 물결을 헤집고 가야 한다. 울릉도 동남쪽 87.4km 지점에 동해바다의 막둥이 섬인 독도가 동도 서도로 자리를 잡고 있다. 일본이 수시로 안달이 나서 자기네 영토라고 우겨대며 급기야는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명문화시키며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가끔 우리를 얕잡아 보고 속을 볶아대지만 의연하게 대처하며 한반도의 부속도서로서 엄연한 우리의 땅임을 확고하게 해야 한다.
독도가 460만 년 전에 울릉도가 250만 년 전에 제주도는 120만 년 전에 해저 용암분출로 생성된 섬이다. 이는 독도가 비록 몸체는 아주 작아도 보다 오래된 섬으로 오히려 울릉도의 모섬이 되고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독도는 하나였으나 동도 서도를 비롯해 89개의 부속도서로 이루어졌으며 우산도 삼봉도로 불리다가 지금은 본토는 물론 울릉도와도 많이 떨어져 망망대해에 우뚝 솟아 있는 섬으로 외로움을 많이 탔던지 독도(獨島)라 부른다. 울릉도는 우산국으로 불렸다. 이사부가 정벌하여 신라에 귀속되었고 무릉도라 불리기도 하였다. 안용복 일행이 일본으로 건너가 조선의 영토임을 담판하여 인정받았다. 동서 10km 남북 9.5km에 해안선이 56.5km로 동그스름하다. 연평균 12도의 해양성기후로 독도와 운명을 같이한다. 육지와는 판이한 환경에 신비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만큼 빼어난 절경과 미처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하나하나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기도 하다.
묵호에서 바람을 안고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탔다. 물은 어찌나 맑고 푸른지 수십 미터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지 싶다. 끝없이 펼쳐지는 시퍼런 바다는 잔물결로 출렁거린다. 승객들이 다소 술렁거리며 뱃멀미로 울렁울렁 괴로워하기도 하였다. 그래도 배는 아예 모른 척 외면하고 열심히 제 갈 길만을 내달렸다. 드디어 저 멀리 수반 위에 떠있는 작은 섬이 점점 커지면서 해안의 절경을 드러내고 갈매기들이 비상을 하며 반갑게 맞아주는 듯싶다. 울릉도는 간만의 차이가 아예 없다시피 하니 갯벌 또한 생겨나지 않아 가파른 물길을 유지하고 있다. 도착 예정시간을 다소 넘겨 도동항에 입항하였다. 울릉도에서는 3무5다의 섬이라며 나름대로의 긍지를 갖고 자랑이 대단하다. 우선 공해가 없는 청정지역으로 양식이 없는 자연산만을 고집한다. 달아날 곳이 없으니 도둑이 없고 화산지대로 아직 열기가 남거나 수분이 넘쳐 찬피 동물 뱀이 없다. 여기에 중풍환자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곳곳에 향나무가 많다. 자생지에 돌 틈바구니를 비집고 온갖 해풍을 시도 때도 없이 맞으면서도 칼날 같은 산자락에서 삼천 년 가까이 푸른 숨을 내쉬며 향기를 머금고 있는가 하면 감정가격이 4억 원을 호가하며 특별보호를 받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둘러싸여 있으니 오며 가며 바람이 많다. 용암분출로 이루어진 섬이니 돌이 많다. 물이 많다. 좋은 물에 좋은 공기와 좋은 환경에서 살다보니 외관보다는 피부의 탄력이 좋은 피부미인이 많다. 이처럼 도둑이 없으니 집집마다 대문이 필요 없고 가진 것이 좀은 부족해도 마음 편안히 살아가고 뱀과 함께 맹수가 없으니 산속 어디를 가도 걱정이 없다. 내리는 빗물은 화산석이 꿀꺽꿀꺽 흡수하여 속으로 안고 흐르다가 용출되며 뱉어놓는다. 그래서 고인 물이 없어도 그 용출하는 물을 관으로 끌어들여 수력발전까지 하여 전력의 상당량을 자체조달로 충당하고 있다. 살기 좋은 섬 신비의 섬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이려하지만 너무 협소하다.
좌안도로 행남해안산책로를 걷는다. 바위를 깎고 절벽을 깎은 좁은 길에 오른쪽 바다가 연신 들락거린다. 용궁을 만들기도 하고 심연을 만들기도 한다. 간이 쉼터 같은 곳에서 어부의 손길을 바라보다가 대숲을 빠져나가 도동등대가 특유의 하얀 몸체를 드러내고 절벽에 만들어진 STS 회전식 (나선형) 계단을 수직으로 57m를 어질어질하게 내려간다. 촛대암이 나오고 주저리주저리 배어 있는 그의 전설도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되새김질 한다. 도동항이 행정중심이라면 이곳은 어업전진기지인 저동항이다. 도동의 오른편 사동에 신항이 만들어지고 있다. 앞으로 포항에서 오는 선박은 도동항에 묵호에서 오는 선박은 사동항에 후포에서 오는 선박은 저동항으로 선박의 출입도 분담할 모양이다. 먹을거리는 아무래도 어선이 많은 저동항이 낫지 않을까 싶다. 이제 해안선이 아주 험악하여 유일하게 개발을 못한 구간이다. 그 앞쪽에 죽도가 펑퍼짐하게 떠있다. 그 너머로 관음도도 보인다.
산자락을 오른다. 저동천을 따라 오른다. 아름드리 삼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바람구멍 風穴이다. 땅 밑으로 흐르는 지하수의 찬 공기가 바위틈으로 용출되어 내부 온도는 항상 섭씨4도c를 유지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아주 시원하게 느껴진다. 조금 더 올라 늠름한 말잔등 능선이 다가오고 그 아래로 내려와 봉래폭포다. 나리분지에 배어든 물이 용출되어 계곡을 타고 폭포를 만드는 것이다. 이 물이 저동과 도동의 식수원이 된다. 폭포는 위용을 떨치기에는 어딘가 허점이 있어 보인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자연스러움을 잃은 인간의 섣부른 손길이 오히려 망쳐놓았지 싶다. 물이 떨어지는 웅덩이도 없이 그냥 인간의 편의만을 의식한 듯 시멘제품으로 턱을 만들어 놓아 자연미는 고사하고 왠지 거부감이 앞선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공폭포를 그럴 듯 만드는 것이 더 감동을 주고 낫지 싶다. 아무래도 자연은 있는 그대로 놔두어야만 품위와 함께 제값을 자연스레 뽐낸다.
해가 많이 이울었다. 버스를 타고 다시 도동항으로 향한다. 좁은 바닥에 수많은 자동차는 무질서에 혼잡함을 부채질한다. 작은 광장에 고깃배도 별로 없이 좌판을 벌린 촌부는 잡고기 몇 마리를 고무다라에 담아놓고 기웃거리는 발길에 보이지 않는 실랑이로 날은 저물어가고 봉사단이 불어대는 색소폰 가락에 갈매기는 너울너울 신바람 군무를 추며 갑자기 섬에 갇혀 갈 길을 잃은 나그네는 혼자인 양 향수에 젖어 음악에 취하기도 한다. 다시 날이 밝았다. 우안도로를 타고 관광 겸 등산길에 나섰다. 울릉도 하면 선뜻 스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오징어인데 6월부터로 아직은 철이 아니다. 또 하나 호박엿이 있다. 엿공장에 들러본다. 공장이라고 하기엔 초라한 수공업 규모를 벗어나지 못했다. 엿뿐만 아니라 과자도 만들고 시식을 해본다. 울릉도서 유일하게 모래를 볼 수 있다는 사동항을 지난다. 한참 신항 공사 중이다. 몇 년 전 태풍에 도로가 유실되어 다시 시공한 곳이다.
통구미몽돌해변을 지나 거북바위다. 한 점 살점이라고는 없는 갈비뼈 같은 큰 바위다. 그래도 거기에 몸을 부비며 생명을 싹틔워 목숨을 이어가는 잡풀이나 나무를 보면 끈질긴 생명력의 위용에 감탄과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큰 바위에 작은 바위가 마치 거북이 형상을 하기도 하고 새끼 한 마리는 아예 바다로 뛰어들기라도 할 듯 겁이 없어 보인다. 얼굴바위 남근바위에서 사자바위와 투구봉에 얽힌 전설까지 구수하게 기사는 해설로 담아낸다. 햇볕이 가장 잘 든다는 남양이다. 이곳에도 방파제로 파도를 막기 위해 4개의 발이 뾰족하게 나온 시멘트 갓돌이 설치되어 있다. 테트라포트(TTP)인데 일명 삼발이 라고도 하는 구조물이다. 30~50t이나 되는 거대한 것이 바람에 날아갈 정도의 태풍이 불었다면 진실 같이 들리랴 싶다. 마치 거미줄에 다듬돌이 걸린 것만큼이나 신기하고 기상천외하다 싶다. 어쨌거나 방파제는 파도를 막아내기 위한 턱으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순환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온갖 요상한 모양의 바위가 전설을 담고 크고 작은 터널도 만들고 굴 입구 한두 군데 신호동이 자랑스럽게 격식을 갖추고 하나 뿐인 로터리며 유일하게 물이 고이는 웅덩이 같은 작은 저수지까지 관광자원으로 활용을 한다. 가파른 기슭엔 모노레일을 설치하여 나물을 재배하며 실어 나르기도 한다. 오늘은 드물게 화창한 봄날로 바다를 더 파랗게 물들이고 물결 따라 미역이 출렁출렁 거리며 지느러미를 휘젓듯 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 받은 흑비둘기에 군민의 대접을 받는 후박나무며 지금은 하얗게 꽃이 피었지만 가을에는 빨간 열매로 피를 맑게 할 만큼 한약재로 쓰인다는 마가목이 도로변까지 내려와 길손을 맞고 있다. 산악지대 뿐인 지형적 상황 때문인가 죽으면 작은 뗏목에 실려 불길과 함께 떠나보내는 화장문화가 일찍이 정착하였던 터라 무덤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데 북방식으로 봉분이 갸름하거나 돌로 덤불을 쌓은 돌무덤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12굽이를 넘어 현포다.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그만큼 깊기도 하다. 무려 3,500미터 바다 속에서 물을 뽑아 올리는 해양심층수공장도 세워졌다. 울릉도 성인봉(986m)은 동해바다 수중에 솟아난 화산의 정상부에 해당한다. 해저와 성인봉과는 자그마치 4,500여m나 차이 나는 거대한 높이의 산이 될 수 있었지 않나 싶기도 하다. 식물원 예림원을 지나 한눈에 보기에도 코끼리바위(공암)다. 대표적 주상절리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송곳봉에 용출소 수력발전소를 지나 송곳산 미륵봉 아래 성불사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천부에서 산자락을 타고 올라 나리분지다. 동서 1.5km 남북 2.0km로 60만 평이나 되는 울릉도에는 정말 깜짝 놀랄만한 유일한 평지인 분지이다. 분화구가 메워져 밭이 되고 마을이 형성 된 곳이다. 이 속에서는 섬이라는 느낌마저 잊을 만큼 숲속에 둘러싸여 아늑하다. 이곳에서 울릉의 물이 고여 각지로 흘러들었다가 용출되어 풍부한 물을 토해 놓는다.
나리분지에서는 더덕을 많이 재배한다. 그러나 향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사포닌 성분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병충해가 없어 내성이 필요 없으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독특한 향기조차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산마늘인 명이나물 삼나물 그리고 고가에 팔리는 고비가 인기를 끌고 있다. 흔한 것은 부짓갱이나물 이다. 간혹 동백나무도 보인다. 이곳까지 야생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나 보다. 울릉국화섬백리향에 우산고로쇠나무가 즐비하다. 굴피나무 상수리나무 등의 너와로 지붕이 얹어진 너와집(귀틀집)도 넘겨다보고 개척민이 억새 등으로 지붕과 벽을 둘러친 투막집도 들여다본다. 생각보다 겨울에 따스하고 여름에는 시원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평지를 산책하듯 걸어 신령수 약수에서 목을 축이고 수많은 나무계단을 밟고 땀을 흥건하게 흘리며 뻑적지근하게 올라 등성이다. 계곡엔 아직 눈덩이가 남아있을 만큼 시원한 공기가 올라온다. 천연기념물 189호 성인봉 원시림이다.
마침내 성인봉(聖人峰) 정상에 우뚝 섰다. 사방을 둘러보며 조망을 한다. 내려다보는 움푹 파인 곳에 나리분지를 둘러싼 산줄기가 아름답게 곡선을 그린다. 바다 너머 저 너머에 독도가 둥실 떠서 자꾸만 울릉의 품안이 그리워 징징거리는 것은 아닌지. 독도야 외로워 마라. 오천 만 아니 칠천 만 국민이 오늘도 널 부르며 사랑하고 있단다. 왜놈의 협박이나 감언이설에 현혹되거나 두려워 마라. 너는 조선의 피가 흐르는 대한의 적자이니라. 성인봉에 올랐으니 잠시라도 聖人이 된 기분이었으리라. 이제 하산이다. 주위가 울릉이란 말이 실감 나도록 울울창창하다. 가을에는 곱게 물들어 빼어난 단풍을 내어놓을 것이고 그 고운 빛깔에 취하여 자못 설레게 할 것이다. 이제 오르는 발길이 끊겼다. 외지에서 온 손님의 일정도 바쁠 터이다. 정적을 깨뜨리며 도동항에 갈매기를 의식이라도 하듯 꿩이 냅다 꿩꿩 소리를 내지른다. 잠잠할 만하면 다시 들려오는 소리에 송홧가루 휘날린다.
다시 약수공원에서 사이다 맛이 풍기는 탄산약수도 벌컥벌컥 들이켜고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도 올랐다. 시가지라고 하지만 협소한 골짜기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앙증스럽기까지 하다. 독도박물관 울릉향토사료관도 들러보았다. 전에 보았던 소를 이번에는 직접 보지는 못하였다. 이처럼 울릉도는 처음 찾아도 낯 설은 듯 낯이 익고 또 몇 번을 찾아도 낯익은 듯 낯이 설다. 아마 우리 땅으로 우리의 선조들이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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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말로만 들어왔던 울릉도!!! 역사책에서 배웠고,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랫말에서 확실하게 알게된 울릉도였는데 이글을 읽고 완벽하게 알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박선생님, 부럽고 놀랍습니다. 제주도 찍고, 울릉도 찍고, 다음은 어디로 날아가실런지 벌써부터 궁금합니다. 박선생님 덕에 앉아서 전국일주합니다. 여정 잘 살펴 다니시기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