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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알을 따를 것인가?
열왕기상 18:17-21
17.아합은 엘리야를 보자 말을 건넸다. "그대가 이스라엘을 망치는 장본인인가?"
18.엘리야가 대답하였다. "내가 이스라엘을 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을 망하게 하는 사람은 바로 왕 자신과 왕의 가문입니다. 왕께서는 야훼의 계명을 버리고 바알을 받들어 섬겼습니다.
19.이제 온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멜 산으로 모이게 하여 나에게 보내십시오. 그리고 이세벨 왕비에게서 녹을 받아 살고 있는 바알의 예언자 사백오십 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사백 명도 함께 모아주십시오."
20.아합은 모든 이스라엘 백성들을 부르고 예언자들에게 가르멜 산으로 모이라고 하였다.
21.엘리야가 백성들 앞에 나서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작정입니까? 만일 야훼가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시오." 그러나 백성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연일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엊그제 8월 1일에는 우리나라가 기상관측을 시작한지 111년 만에 역대 최고 기온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일 강원도 홍천의 수은주가 40.6도까지 오르며 1942년 대구에서 기록한 40도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날 전국 16개 지역의 공식 관측소 최고 온도 기록도 바뀌었습니다. 밤에도 30도 안팎의 그야말로 ‘초열대야’가 한반도를 휘감고 있습니다.
한반도의 폭염은 지구 온난화에 따라 형성된 티벳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상호강화 작용, 그리고 태풍 ‘종다리’ 소멸로 발생한 동풍이 영동에 비를 뿌리고 건조한 상태로 서쪽으로 넘어오는 ‘푄 현상’이 주요 원인이라 분석되고 있습니다.
한반도 기후변화와 대책을 연구 중인 국립기상과학원은 앞으로 폭염이 더 길고 잦아지다가 2030년 쯤에는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연도별로 기온의 높고 낮은 변동폭은 있었으나, 2030년 즈음이 되면 이제까지 겪어왔던 여름철 기온의 변동폭을 훨씬 뛰어넘는 예측불허의 시기가 될 거라는 진단입니다.
또한 지난 기록들을 살펴보면 여름이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미래의 여름은 6~8월이 아니라 5~9월로 갈 확률이 높아 어쩌면 겨울에서 곧장 여름으로 들어가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겨울이 없는 동남아식의 열대 기후로 바뀌는 것은 아니며 '겨울에는 극한', '여름에는 폭염’ 패턴으로 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번 폭염의 주요 원인은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지배적인 것이므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지 않는 이상 이와 같은 폭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점점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기상학자들의 일치된 의견입니다.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는 2100년이 되면 한반도 평균기온이 현재보다 5.9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상기후 현상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기상학회(AMS)와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연례 기후 보고서를 통해 폭염, 가뭄, 폭풍우 등 지구의 악화된 기후조건을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폭염은 역대 가장 더웠던 2016년에 이어 지역을 불문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평균보다 훨씬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 또한 온실가스 배출과 연관이 있습니다.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역대 최고로 가장 위험하다고 분류되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3가지 물질의 대기 중 방출량이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 표면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405ppm까지 치솟아 대기 관측 사상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고 합니다.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스페인, 우루과이에서도 연중 최고기록을 갈아치웠고, 특히 멕시코는 4년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지난해 1월 27일 43.4도를 기록해 역대 남반구 기온 중 최고치를 기록했고, 북반구인 파키스탄에서는 5월 28일에 53.5도까지 치솟아 전 세계 최고 기온을 나타냈습니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에서는 재앙에 가까운 산불이 큰 피해를 주었습니다. 스웨덴은 평년과 달리 32도 이상의 고온이 계속되면서 몇 주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산불을 키웠습니다.
또 북극에서도 전례 없는 '열기'가 덮쳐 지난해 지표면 온도는 1981∼2010년 평균과 비교해 1.6도 높아졌습니다.
이 보고서는 "오늘날 북극의 따뜻한 공기와 해수면 온도는 지난 2000년 동안 관측된 적 없는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빙하 역시 38년 연속 감소하고 있고, 해수면 높이 역시 6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지구의 평균 해수면은 1993년에 비해 7.7㎝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도 많이 내려 지난해 강수량이 평균치를 훨씬 웃돌았으며 이런 현상은 최근 3년간 더욱 두드러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번 보고서에는 60여 개국의 과학자 450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아합과 엘리야의 대결 장면을 목격합니다. 아합을 필두로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과 야훼를 믿는 예언자 엘리야가 가르멜산 정상에서 목숨을 건 대결을 합니다.
아합 왕은 북 이스라엘 오므리 왕조의 2대 왕입니다. 북 이스라엘은 건국 왕조 여로보암이 불과 2대에 신하의 모반으로 망했고, 모반으로 왕권을 찬탈한 제2왕조 바아사 역시 2대에 이르러 군사 쿠데타로 막을 내렸습니다. 제3왕조라 할 수 있는 시므리는 불과 7일간 통치했고, 시므리 정권을 무너뜨린 오므리가 제4왕조를 이루었습니다. 오므리가 왕으로 있던 12년 동안 초기에는 내전을 치르느라 편한 날이 없었고, 후기에는 우상숭배로 백성들을 미혹했습니다. 오므리가 죽자 그의 아들 아합이 왕이 되었는데 그는 역대 이스라엘 왕들 중에서 가장 악랄한 왕이었다고 평가 받고 있습니다..
아합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알 숭배 정책을 시행했고 시돈 왕 엣바알의 공주인 이세벨을 아내로 맞으면서 우상숭배를 북 이스라엘 전역으로 퍼뜨리는 인물이 됩니다.
이세벨의 아비 엣바알은 ‘바알이 그와 함께 있다’는 뜻을 가진 바알의 제사장이었다가 그가 섬기던 시돈 왕을 죽이고 스스로 왕이 된 자입니다. 이세벨의 벨도 바알을 의미하는 단어로 아비와 마찬가지로 바알의 여사제였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아합과 이세벨은 수도 사마리아에 바알 신을 위한 거대한 신전을 지었으며 우상인 아세라 상도 세웠습니다. 아합은 바알 신전에 450명의 제사장을 두었고, 이세벨은 아세라를 위해 4백 명이나 되는 이교 제사장을 두었습니다.
그런 이스라엘을 향한 하느님의 결정은 3년 6개월간 비를 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우상숭배로 백성들은 가뭄과 기근에 다 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합과 이세벨의 바알 숭배는 더욱 강화되었습니다.
3년 반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야훼께서 엘리야에게 "가서 아합을 만나거라. 내가 비를 땅 위에 내리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야훼의 말씀에 엘리야는 아합을 만나러 길을 떠납니다.
드디어 엘리야와 아합이 얼굴울 마주합니다. 아합은 엘리야를 보자 "그대가 이스라엘을 망치는 장본인인가?" 묻습니다. 3년 6개월간 비를 내리지 못하게한 자에 대한 미움이 진하게 배어 있는 질문입니다.
엘리야가 대답합니다. "내가 이스라엘을 망치는 것이 아닙니다. 이스라엘을 망하게 하는 사람은 바로 왕 자신과 왕의 가문입니다. 왕께서는 야훼의 계명을 버리고 바알을 받들어 섬겼습니다.“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당당함이 엿보입니다.
엘리야는 아합에게 대결을 요청합니다. 온 이스라엘 백성을 가르멜산으로 모이게 하고 이세벨 왕비에게서 녹을 받아 살고있는 바알의 예언자 사백오십 명과 아세라의 예언자 사백 명도 함께 모아달라고 요구합니다.
가르멜산 정상에 모인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엘리야가 자신들의 거취를 정하라고 요구합니다. "여러분은 언제까지 양다리를 걸치고 있을 작정입니까? 만일 야훼가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고 바알이 하느님이라면 그를 따르시오." 하지만 백성들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습니다. 야훼 하느님에 대한 믿음보다는 왕의 권력이 더 무서웠던 거겠죠.
엘리야는 황소 두 마리를 가져다가 제단을 쌓고 제사를 드리되 야훼와 바알신 중 어느 쪽이든지 불을 내려 응답하는 신이 참 하느님이라는 것을 인정하자고 제안합니다.
드디어 제단이 쌓아지고 대결이 시작됩니다. 먼저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 850명이 그들의 방식대로 기도를 합니다.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은 준비한 황소를 받아 잡아놓고는 아침부터 한낮이 되기까지 바알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아무런 응답이 없자 그들은 자기네가 만든 제단을 돌면서 절뚝거리는 춤을 추춥니다. 그러다 급기야는 더 큰 소리를 외치며 칼과 창으로 몸에 상처를 내 피까지 흘렸습니다. 한낮이 지나 제사 시간이 될 때까지 그들은 신접한 모습으로 날뛰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답은커녕 아무 소리도, 아무 기척도 없었습니다.
그러자 엘리야가 온 백성에게 자기 앞으로 다가오라고 말합니다. 백성들이 다가오자 그는 허물어진 야훼의 제단을 고쳐 쌓았습니다.
엘리야는 야곱의 열두 지파 수대로 돌을 열두 개를 모아 제단을 쌓습니다. 그리고 제단 주위에는 곡식 두 가마 정도 들어갈 만큼 큰 도랑을 팠습니다.
엘리야는 장작을 쌓은 다음 황소를 잡아 그 위에 올려놓고, 물을 네 동이 가득 채워 번제물과 장작 위에 쏟으라고 백성들에게 말합니다. 그렇게 세 번을 붓자 물이 제단 주위로 넘쳐흘렀고 옆 도랑에 가득 괴었습니다.
제사드리는 시간이 되자 예언자 엘리야가 앞으로 나와서 외칩니다. "오,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여, 이제 당신께서 이스라엘의 하느님이시고 제가 당신의 종이며 제가 한 모든 일이 당신의 말씀을 좇아 한 것임을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알게 하여주십시오. 응답해 주십시오. 야훼여, 저에게 응답해 주십시오. 그리하여 이 백성으로 하여금 야훼께서 하느님이심을 깨닫고 그들의 마음을 돌이키게 하신 분이 당신이심을 알게 하여주십시오."
그러자 야훼의 불길이 내려와 제물과 함께 나무와 돌과 흙을 모두 태웠고 도랑에 괴어 있던 물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말려버렸습니다.
이 광경을 본 백성들은 땅에 엎드려서 부르짖었습니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
엘리야가 백성들에게 소리칩니다. "바알의 예언자들을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조리 사로잡으시오." 엘리야는 백성들이 잡아 온 그 예언자들을 키손 개울로 끌고 가 거기에서 모두 죽입니다. 그리고 아합에게 이제 내 귀에 비오는 소리가 들리니 돌아가서 음식을 들라고 말합니다.
아합이 돌아간 뒤 엘리야는 가르멜 산 꼭대기에 올라가 무릎을 꿇고 얼굴을 양 무릎 사이에 묻고 기도합니다. 일곱 번 되풀이하며 기도하자 바다에서 손바닥만한 구름이 한 장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내 하늘이 구름으로 덮이어 캄캄해지면서 바람이 일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야훼와 바알신의 대결을 보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미혹하게 하고 삶을 피폐하게 만든 바알과 아세라라는 우상숭배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오늘 우리 시대의 바알과 아세라는 무엇일까요?
저는 진리를 외면한 권력, 돈과 명예라고 생각합니다. 진리의 가면을 쓰고 권력과 돈,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이들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고 지배자가 되면 기근과 가뭄, 백성들의 고통이 뒤따릅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그 불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못하죠. 그럴 때 진정한 예언자, 선각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서두에 지구 온난화와 폭염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는데 우리 모두가 당하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피조물이 당하고 있는 이 고통의 본질은 무엇인가요? 진리를 외면한 인간의 위선과 거짓, 자연과의 공존 대신 자연에 대한 무자비한 착취,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 대신 빼앗고 지배하려는 욕심 같은 것들이 아닐까요?
바알과 아세라 선지자들이 엘리야와의 경쟁에서 패한 후에 모두 몰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이세벨은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기는커녕 복수의 칼을 갑니다. 이세벨은 엘리야에게 사신을 보내서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내일 이맘때에는 반드시 네 생명을 저 사람들 중 한 사람의 생명과 같게 하리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신들이 내게 벌 위에 벌을 내림이 마땅하니라.’(왕상 19:2).
이 말을 들은 엘리야는 유다 땅 가장 남쪽인 브엘세바로 도망갑니다. 거짓과 위선, 욕심과 착취, 우상숭배에 대한 위대한 승리를 거두었지만 그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 것입니다. 이세벨의 칼날을 피해 도망친 엘리야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이렇게 고백을 합니다. ‘야훼여 지금 내 생명을 거두시옵소서. 나는 제 조상들보다 낫지 못하니이다.’(19:4). 엘리야가 이세벨을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알만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하느님의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야훼께서는 엘리야를 보내 새로운 질서를 만들게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엘리야를 보내 다마스쿠스 성에 들어가서 하자엘을 기름 부어 시리아의 왕으로 세우고, 님시의 아들 예후를 기름 부어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게 합니다. 그리고 사밧의 아들 엘리사를 기름 부어 자신의 뒤를 이을 예언자로 세우라 하십니다. 야훼의 준엄한 약속은 ‘하자엘의 칼을 피하여 살아난 자는 예후에게 죽을 것이고 예후의 칼을 피한 자는 엘리사에게 죽으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예후는 이스라엘 왕 요람, 유다 왕 아하시야, 아합의 아내 이세벨, 사마리아에 거하였던 아합의 70명 아들들, 아하시야의 형제들, 바알을 섬겼던 북 이스라엘의 모든 선지자들과 제사장들을 처형합니다. 그리고 바알의 신당이 있는 성으로 가서 목상들을 가져다가 불사르고 바알의 목상을 헐며 바알의 당을 훼파하여 변소를 만들었습니다 (왕하 10:26-27).
우리가 피해 온 찜통더위는 금방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존재하는 한 점점 더 무서운 기세로 우리에게 경고할 것입니다. 우리 인간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방식을 바로잡아 새로운 질서를 만들지 않는다면 하느님께서는 이 세상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새 하늘 새 땅의 새 질서를 위해 애쓰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축원드립니다.
<2018.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