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년 신입회원 발제
『눈물바다』, 서현, 사계절(2009)
발제 : 최민욱
날짜: 2023 년 5 월 12 일(금)
1. 작가 소개
친구를 기다리던 어느날 서점에서 무심결에 뽑아 펼친 그림책 한 권. 글이 없는 책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당황스러움도 잠시, 상상으로 가득한 묘한 매력이 시선을 끌어당긴다. 어린이의 전유물로생각했던 그림책은 서현에게 또 다른 새로운 책 읽는 즐거움을 가져다줬다. 어릴 적부터 줄곧 만화가를 꿈꿔오던 그는 그날 이후 그림책 작가가 되기로 했다.
서현 작가는 스스로 ‘유머를 찾아 머릿속을 헤매는 여행가’라고 표현한다. 하루에 한 가지씩 재미난 일을 하며 지낸다. 서현 작가는 노란색을 즐겨 쓴다. 노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굉장히 힘이 넘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본인의 캐릭터에도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책은 하나의 세계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내가 보고 싶은 세계를 펼쳐서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좋아요. 바스락거리며 종이를 넘기는 행위와 그 물성까지 포함된 세계죠. 그 중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도 이야기를 전할 수 있어서 여러 가지 장애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언어가 달라도 그림책에 담긴 그림 언어를 통해 책의 정서를 공유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림책은 정말 멋진미술작품이기도 해요.”
“그림책을 어린이만 보는 책으로 구분 짓지 말고 하나의 장르로 접근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은 모든 나이를 아우르는 힘이 있거든요. 대체로 글과 그림이 함께 하지만 그림의 속삭임에 더 귀 기울이게 되는 상징이 가득한 매체이기도 해요.”
- 수원문화예술 매거진<인인화락> 가을호(VOL.34) 중
프로필: 1982 년 수원 출생,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Hills)에서 그림 공부
2009. <눈물바다> 발간
2012. <커졌다!> 발간
2015. 제주도 그림책갤러리 제라진 - 그림책 작가 서현 전시 ‘그림책 바다-놀아라, 아이들!’전
2016. 부산 어린이책전시 - ‘놀고 자빠진 책’ 서현 그림책 원화전
2017. <간질간질> 발간, 제 58 회 한국출판문화상 수상
2018. 대전 계룡문고 - ‘서현 작가의 간지러운 그림책’ 전
2019. 피스북스 - ‘시원하다, 후아!’ 전
2020. 수원슬기샘어린이도서관 - ‘마음이 씨익’ 그림책 원화전
2021. <호라이>, <호라이 호라이> 발간
2023. <호랭떡집> 발간
2. 책을 읽고
아이가 4 살이던 때 함께 서점에 갔다. 아이가 서현 작가의 <호라이호라이>를 집어 들었다. 나는 아이에게 “이 책은 아니야.”라며 다른 책을 골라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한사코 <호라이호라이>를 고집했다. 그때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과 ‘어른이 좋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이 아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서점에서 얼핏 넘겨봤을 때는 특별한 의미도 없고, 교훈도 없는 묘한 책이라고 느꼈다. 어린이가 읽는 책이라함은 모름지기 어떤 가르침 혹은 내가 가르치고 싶은 어떤 가치가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집에 와서 찬찬히 읽어보니,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아이와 함께 낄낄대며 읽는 것 자체도 좋았는데 생명, 정체성, 자유그리고 우주에 이르기까지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많았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그림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서현 작가는 그림책에 대한 나의 편견을 깨 주었다.
<눈물바다>는 서현 작가가 직접 쓰고 그린 첫 책이다. 어릴 때 눈물이 많았고, 많이 울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썼다고 한다. 울고 싶은 상황과 나의 처지, 거친 눈물바다를 항해한 후 슬픔이 마르고 속이 후련해지는 과정을 절제된 언어와 과장된 유머로 섬세하게 표현했다. 밤톨처럼 귀여운 아이는 이미 눈물 모양이다. 그런 나를 짝사랑하는 친구, 시험을 포기한 듯 엎드린 친구, 망원경으로 컨닝한 친구, 진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문제를 푸는 친구, 딴 생각에 빠져 있는 친구, 시험지를 아예 먹어버리는 친구 모두 우리가 교실에서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모습이라 웃음이 절로 난다. 점심으로 고봉밥에 맛 없는 풀때기만 나오니 모두들 애벌레가 되었다. 서현 특유의 유머다. 마음을 몰라주니 야속한 친구의 화풀이 덕분에 나만 혼나 억울하다. 설상가상 비도 오고, 집에 오니 부모님의 싸움과 질책에 마음 붙일 곳도 없다. 달 마저 나와 함께 운다. 온 세상이 같이 울어줘서 인지 프레임에 갖혀 있던 나는 내 방에서 거실로, 다시 집 밖 세상으로 눈물 바다를 통해 탈출한다. 내 눈물 속에서 엄마 아빠도, 친구들과 선생님도 허우적 댄다. 얄미운 사람들에 대한 일종의 복수인가?
놀란 사람들과 신난 사람들이 뒤죽박죽, 울면 선물을 안 준다는 산타와 바닷 속 인어공주, 토끼와 거북이, 피노키오, 스파이더맨과 함께 현실과 상상을 오고가며 나는 신나게 눈물 파도를 탄다. 그러다 문득 내가 눈물 바다에 빠뜨린 사람들이 보인다. 미안한 마음에 힘을 내 본다. 그들을 건져내고 말린다. 나는 속이 너무도 후련하다.
어른이 되고 속이 후련하게 울어본 적이 얼마나 있나 싶다. 어린 시절에도 맘 편히 실컷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실컷 울어 보렴’이란 말보다 ‘울지 말라’는 소리를 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눈물이 바다가 될 정도로 실컷 울고 나면 후련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아이에게 그런 눈물을 마음껏 허용하고 기다려줬던가 반성해 본다.
<눈물바다> 속 아이는 울었지만 나를 미소 짓게 하고,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고, 나 역시 실컷 운 것처럼 후련했다. 순식간에 눈물을 흘리고, 또 금방 웃을 수 있는 아이들을 떠올려 본다. 아이들이 울면, 슬플 수 있고 마음껏 슬퍼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슬픔을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아이는 슬퍼도 힘을 낼 수 있을테니까.
3. 이야기 나누기
- 짧은 감상평과 평점 주기
: 대체로 4점 이상의 평점이 나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숨은그림 찾기 하듯 책을 읽는 재미, 울고 난 듯 후련해지는 느낌, 어른이나 아이할 것 없이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만한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 시험을 치른다거나, 억울한 감정을 느끼고 감정의 파도를 겪고 빨래하듯 상황을 정리하는 장면을 이해하려면 초등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재미로 접근하고 조금 더 큰 아이들에게는 감정의 정화 측면에서 접근해도 좋겠습니다.
- 인상깊었던 등장 인물이나 장면
: 많은 분들이 마지막 '아, 시원하다' 장면을 꼽아주셨습니다. 더불어 눈물 바다 속에 뒤죽박죽 섞여 있던 많은 것들도 언급되었습니다.
: 달이 함께 울어주는 장면을 보며 외톨이 같던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고, 울어도 좋다고 옆에 있어주는 누군가곁에 있다면 아이가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 눈물 바다에 빠졌다 나온 경험(어린 시절 혹은 최근)
: 우리는 생각보다 실컷 울고, 감정을 정화해 본 기억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 아이의 눈물을 받아들이는 자세
: 아이의 울음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마음을 나누고,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이의 눈물을 가장 잘 달래줄 수 있는 것 같다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
: 글로 정리해 본다. 여러 번 글을 다듬으면서 부정적인 감정과 점점 멀어지게 된다.
: 지금 나의 신체적 컨디션이 괜찮은지(잠은 잘 잤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등) 점검한다.
: 가까운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공감 받는다.
첫댓글 오늘 모임에서 나누어진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는데, 이렇게 정리해 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덕분에 저도 다시 책을 보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
첫 발제 준비하느라 너무 고생하셨는데 모임 내용 정리까지 해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모임 첫 출발 잘 한듯합니다.
우리 함께 잘 해봐요..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