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책부 오금이 발제
『나는 한때 』, 지우, 반달(2021)
발제 : 최민욱
날짜: 2024년 4월 19일(금)
1. 작가 소개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하고, 국민대학교 미술교육과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엉뚱한 상상으로 책을 짓는다. 지은 책으로 『유치원엔 네가 가!』, 『때』가 있다.
- 작가의 말
『때』: “목욕탕에서 늘 열심히 때를 미는 때 타월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룰 때를 상상하며 말합니다. ‘누구나 때가 있듯이, 소원하는 것을 이룰 때도 올 거야.’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따뜻한 감동을 받거나 시원하게 웃을 때가 제 소원이 이루어지는 ‘때’일 것입니다.”
『나는 한때』 : “그의 머리카락 숱은 적어지고, 나의 머리카락은 하얘집니다.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색이 바뀌고, 누군가의 머리카락은 여행을 떠납니다. 기억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좋은 것을 추억하려고 노력합니다. ‘시간’을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기억하는 것으로 시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 머리카락을 보며 한때 있었을 또는 한때를 맞이할 우리를 응원합니다.”
2. 이야기 나누기
- 책의 장면(머리카락의 한때)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이유일까요?
: 내 유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던 망아지 머리를 흔들며 뛰는 장면
: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아이에게 고삐처럼 머리채를 잡히는 장면
: 슬픔에 젖어 비를 맞고 있는 장면
: 아기 때 새싹처럼 났던 머리 정중앙 그 부분만 빠져버린 대머리 아저씨의 머리 휘날리는 장면
: 출산 후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친구가 생각난 긴 머리 휘날리며 기타 연주하는 장면
: 인생의 흐름에서 아이와 나는 어떤 시점에 있는지 볼 수 있었던,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해 짐작해 볼 수 있었던 파노라마처럼 길게 펼쳐진 머리카락의 여정을 보여준 장면
*마지막 길게 펼쳐 놓은 장면은 앞 장에서 부분만 나왔던 모습을 전체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인생의 흐름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장면 장면 흥미로워 했다.
*한 주인공의 인생 서사가 아니라 남성, 여성이 교차되면서 부부의 어린 시절부터 손자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으로 읽힌다
(특히 남편은 여행 간 머리 부분을 보며, 이것은 아주 슬픈 책이라고 했다^^).
*꼭 한 부부의 서사로 읽지 않아도 모든 여성, 남성의 경험으로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
*"멱을 감다"라는 표현을 사용한 작가의 의도가 있을까? 어른의 시점이기도 하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라 단순히 '씻었다'라고 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 책을 읽고 자신의 어느 한때가 생각났나요(어떤 날의 감정, 어떤 날의 사건, 어떤 날의 경험 등)?
: 책에 나온 대머리 아저씨와 똑 닮은 사장님 덕분에 생각난 나의 첫 직장 시절
: 중학교 입학하면서 긴 머리를 일명 몽실 언니 스타일 단발로 잘라야 했던 학창 시절
: 아이가 어렸을 때 자기 머리를 가위로 싹둑 잘라버렸던 사건
: 머리를 밀었을 때의 해방감
: 출산 후 머리가 하도 빠져서 이러다 대머리가 되는 것 아니야 하고 걱정했던 마음
: 머리 염색을 하고, 자르고 했던 모든 순간들
- 심경의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 혹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 머리 스타일을 바꾼 적이 있나요?
: 항상 단발머리를 유지하고 있다가 출산 후 머리가 하도 빠져서 오기로 머리를 기르게 된 것
: 스님의 삭발식
: 결혼 사진 촬영을 앞두고 했던 첫 염색
- 자신에게 시간을 기억하는 특별한 방법이나 도구가 있나요?
: 사진, 음악, 편지
*시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데, 굳이 우리가 시간을 간직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 나는 지금 어느 때에 있다고 느끼나요?
- 키워드 뽑기
인생, 성장, 기억, 한때, 탈모
3. 책을 읽고
출판사에서 책 제목을 두고 ‘한때 나는’과 ‘나는 한때’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한때 나는’은 변한 상황을 인정하지 못하고 과거에 ‘고착된 나’를 떠오르게 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을 꼰대라고 부른다. 반면 『나는 한때』는 과거 어떤 순간들을 겪어낸 ‘지금의 나’를 이야기한다. 현재의 내가(머리카락이) 이야기하는 추억 혹은 성찰로 볼 수 있다. 과거의 시간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와 분명 다른 사람이다. 심지어 작가는 제목 뒤에 긴 밑줄을 그어 읽는 이로 하여금 문장을 완성하도록 한다. 나는 한때 어떤 사람이었나? 그 물음에 답을 하다보면 지금의 나를 설명할 수 있을까?
“나는 한때 새싹이었고 껌과 친구가 되기도 했고 망아지였다가 커튼이기도 했어. 어느 때는 불타고, 노을지고, 터지기도 하면서 내가 아니기도 했어. 때때로 콧대 높은 자존심은 눈물이 되기도 하고 간절한 바람이 되기도 했어. 어느 날은 슬픔이었고 어느 때는 고삐였다가 여행을 떠나 이상한 곳에 도착하기도 했어. 가끔 바람이 불거나 햇살을 받으면 다시 돌아와 멱을 감았어. 어떤 날은 우아한 기대로 씩씩하게 청춘을 돌려놓았고 종종 반음 다른 합창을 불렀어. 때로는 시작하는 이를 응원했고 걸음이 같은 이를 만나기도 했어. 한때 나는 여러 가지 이름이었어.”
작가는 영리하게 누구에게나 있는 몸의 때(전작 『때』)와 머리카락을 통해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때가 있다’는 메시지는 어느 한때를 꿈꾸는 내 ‘지금’을 긍정하고, 응원하는 말이다.
머리카락의 자서전을 읽으면서 내 40여년의 시간을 그려본다. 머리 묶기 귀찮았던 엄마로 인해 삐뚤빼뚤 단발 어린이었다가 짧은 스포츠 머리를 했던 사춘기 소녀였다가 검고 긴 생머리를 휘날리기도 초록, 황금, 붉은 그리고 뽀글 머리이기도 했던 청춘이었다가 아이에게 머리채 잡히지 않기 위해 항상 똘똘 묶은 머리의 엄마였다가 지금은 남편이 잘라 준 편안한 단발로 돌아온 나. 그러고 보니 지우 작가의 머리카락이 보낸 한때와 내 머리카락의 한때가 그리 다르지 않다. 어떻게든 나를 내보이기 위해 지지고 볶고 하던 삶을 지나 평범하지만 조금은 편안해진 오늘을 살고 있는 나는 시간이 주는 위로를 믿는다. 시간은 참으로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누구하고도 같을 수 없는 나의 시간, 그렇지만 살다보면 또 그렇게 다르지 않은 나의 시간들. 그래서 우리는 다름을 이해하고 나와는 다른 삶을 응원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 모두는 한때 여러 가지 이름이었고, 앞으로도 여러 가지 이름으로 살아갈테니 말이다.
첫댓글 민욱씨의 "한때"를 만나게 되어 기뻐요~ 앞으로 "한때"를 함께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