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둘째 주 토요일 분당의 한 공원에서는 신명난 놀이마당이 펼쳐진다.
놀고 싶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공기치기, 달팽이, 떡장수, 구슬치기, 딱지치기 등 재미있는 전래놀이를 하며 논다.
어울려 노는 게 재미있으니 자꾸 모여 놀다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대표 이상호) 경기 성남용인지회 회원들의 놀이마당에 9살 아이를 데리고 놀러가 보았다.
잘 놀아야 ‘살아가는 기본’ 배우고 익혀
“딱지 따먹기 할 때, 딴 아이가 내 것을 치려고 할 때 가슴이 조마조마 한다. 딱지가 홀딱 넘어갈 때 나는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는 어느 초등학생이 지은 동시가 있어요. 딱지가 넘어갈 때 내가 넘어가는 것 같다는 그 마음, 놀이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요?” 7살 이성민군과 함께 놀이마당에 온 ‘놀이하는 사람들’ 성남용인지회의 회원 김수현(용인시 동천동)씨는 놀이의 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온 정신과 몸을 집중해 놀아본 아이는 세상에 당당하게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며 처음에는 아들 성민이가 놀이를 통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것이 기뻤는데 이제는 엄마 본인이 모여 노는 것이 너무 즐거워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놀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환영
요즘 아이들에게 ‘놀이’가 사라지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사람들이 ‘어쩔 수 없지 않느냐’로 일관하는 게 안타까웠던 어른들이 삼삼오오 모인 것이 단체의 시작이었다.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어도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사단법인 ‘놀이하는 사람들’을 2008년 창립했다. 주요 구성원은 학부모와 초등학교 교사들. 현재까지 서울, 경기, 충남, 인천, 제주, 충북, 경북 등 7개 지역에 18개 모임을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놀이하는 사람들’ 경기 성남용인지회도 그중 하나.
성남용인지회장 조태순(분당구 야탑동)씨는 “월2회 지회 모임을 통해 지회원이 함께 놀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해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은 샛별마을 당골공원에서 이웃들과 함께 놀고 있고요”라며 놀고자하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놀이가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가
‘놀이하는 사람들’에서는 작은도서관, 학교도서관, 교육·문화기관 등의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래놀이 자원 활동가 양성과정도 시행 중이다.
성남용인지회에서 교육부를 담당하는 김연정(분당구 구미동)씨는 전래놀이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성남 중원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놀이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 2년차에 접어든 지금, 아이들의 변화가 눈에 보여요. 놀이라는 것이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에요. 사회성이 길러지는 것은 물론 자기밖에 모르고 지는 것을 못 참던 아이들이 분노 조절을 하는 것이 보이고 실패 경험을 통해 단단해 지는 것이 느껴집니다”라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학습효과도 올라간다며 “학교뿐 아니라 놀이가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곳은 어디든 ‘놀이보따리’를 가지고 찾아간다”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어야 할 때
이날 당골공원에 놀러 온 아이들은 형, 누나와 함께 유모차를 타고 온 18개월 아기부터 초등학교 5학년까지 30여명. 그중 땀을 뻘뻘 흘리고 놀던 원가은(서울 자곡초 3년)양과 최지민(서울 자곡초 3년)양은 힘들지 않느냐는 리포터의 물음에 “하나도 안 힘들어요. 너무 즐겁고 재미있어요”라며 놀이마당을 찾아 친구와 함께 서울에서 분당까지 왔다고 했다.
분당동 당촌 초등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신지혜, 신가영, 서유진, 모채원양도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를 손꼽아 기다린다.”며 “여러 명이 함께 노니 너무 신나요.”라고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했다.
더 이상 양적인 행복을 논하지 않는 시대이다. 당골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을 본다. 잘 노는 아이들이 건강한 미래를 만들고 지금 행복한 아이들이 나중에도 행복할 것은 당연한 일. 이제 아이들에게 놀이를 돌려주어야 할 때가 아닐까.
문의 (사)놀이하는 사람들 성남용인지회 조태순 지회장 010-8762-6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