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네가 심은 꽃에도 / 이종영
짧은 설 연휴에 비하여 귀경길 고속도로는 생각 밖으로 여유로웠다. 규정 속도를 넘겨 달릴 수 있을 정도였다. 차창 밖 산야는 해빙기를 맞아 녹지 못한 잔설을 서서히 풀어내며, 겨울에서 봄으로 제 몸을 순환하는 중이었다. 답답한 차내 공기를 바꾸려 해도 창틈으로 드는 입춘 바람이 매서워 선뜻 창문을 열지 못했다. 이때 뒷좌석에서 친구와 통화를 마친 딸아이가 한마디 건넨다. 지난주 대학을 졸업한 아이다. "아빠, 힘들어도 조금만 더 수고하세요. 올라가서 맛있는 점심 사드릴게요." 바다를 헤쳐 나가는 모천회귀(母川回歸)의 연어처럼, 이제 막 사회라는 거친 바다로 나아가는 딸아이. 품을 떠나는 아이에게 삶의 이정표가 될 세 가지 당부를 전하고 싶다.
첫째, 꿈을 잊지 않는 사람이 되거라. 독일의 지휘자 에센바흐는 "그대의 꿈이 한 번도 실현되지 않았다고 해서 실망해서는 안 된다. 정말 가엾은 것은 꿈을 꿔보지 못한 사람들이다"라고 했다. 꿈이 있는 자는 도전의 가치를 알지만, 꿈이 없는 자는 삶의 의미를 잃기 쉽다. 뜬구름 같은 환상에 머물지 말고, 진심으로 원하는 것을 향해 가슴 가득 꿈을 키워가거라. 계절 따라 부는 바람은 네게도 불어와, 네가 심은 아름다운 미래의 꽃을 반드시 피워낼 것이다. 매사에 부정보다 긍정을 택할 때 삶의 질 또한 바뀐다는 것을 늘 기억하렴.
둘째, 향기를 내는 사람이 되거라. 네가 품은 향기에 취해 사람들이 곁에 머물 수 있도록 말이다. 이는 화려한 인공 향수를 뜻하는 게 아니다. 네 내면에서 우러나는 진정한 인품의 향기다. 타인을 사랑할 줄 알고,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겸손과 미덕을 지닐 때 그 어떤 향수보다 짙은 향이 번진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열정 또한 아름다운 향취를 풍긴다. 만나는 모든 이에게 너만의 맑은 향을 나누어 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찬 삶이 어디 있겠니.
셋째, 항상 말을 아끼는 사람이 되거라. 중국 고사성어에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즉 한 번 엎지른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신중하지 못한 말과 행동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기도 한다. 주나라 문왕의 스승 태공망 여상의 일화가 좋은 예다. 젊은 시절 여상은 집안 살림을 돌보지 않고 글공부에만 몰두했다. 가난에 지친 아내 마 씨는 결국 이혼을 청하고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다. 홀로 남은 여상은 고난을 견디며 학식을 쌓아 문왕의 스승이 되었고, 후에는 제나라의 제후가 되었다. 출세한 여상 앞에 어느 날 전처 마 씨가 찾아와 다시 아내로 받아달라 청했다.
여상은 말없이 물 한 그릇을 떠와 땅에 쏟은 뒤, 마 씨에게 그 물을 다시 담아보라 했다. 마 씨가 안간힘을 썼지만 그릇에 담긴 것은 진흙뿐이었다. 그때 여상이 말했다. "한번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법이오." 어떤 자리에 있든 언행에 신중을 기하라는 준엄한 교훈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처세보다 진솔한 언행을 보여줄 때, 비로소 사회라는 벌판에 당당히 홀로 설 수 있다. 우리 삶이 늘 평탄할 수는 없다. 예기치 못한 실패와 눈물, 아픔도 찾아올 것이다. 설령 시련이 닥치더라도 좌절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빠가 늘 마음의 거울로 삼는 시 한 편을 네게 보낸다.
서 있는 곳으로 부터 시작하라
버튼 브레일리(Berton Braley)
과거는 신경 쓰지 말고 서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하라
과거는 새로운 시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침내 과거를 잊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이는 책의 새 장의 시작이며
새로운 경주의 시작이다
이미 지나간 날들은 뒤돌아보지 말고
서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하라
세상은 당신의 지난날 패배에는 관심이 없다
당신이 새로 시작해서 성공할 수만 있다면
미래가 당신에게 주어진 시간이며 시간은 흘러간다.
할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았지만
과거의 걱정과 절망은 잊어버려라
지금 당신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져 있으며
미래는 용기내어 행동하는 자의 것이다
서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하라
지난날의 실패나 영광은 돌이킬 수 없다.
중요한 건 오늘이며 내일도 곧 올 것이다
전투에 뛰어들어 당당히 맞서라
그리고 과거는 역사 속에 묻어두어라
이미 일어난 일, 과거는 이미 죽었다
그 과거로 인해 축복받지도, 저지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용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라
서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