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돌파! 저항과 대안의 숲을 이룹시다
- 김수민 공동운영위원장 후보
녹색당 창당준비위가 꾸려진지 3년이 지났습니다. 올해 2014년 지방선거에서 모든 후보가 낙선했습니다. 선거 이상으로 정당활동을 결산하는 것은 없습니다. 우리는 선거와 그 사이사이에 유의미한 정치주체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지난 지방선거의 패인은 더도 덜도 아닌 ‘지극히 낮은 인지도’였습니다. 지역 당원들이 지역에서 열심히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풀뿌리운동에 참여할 여유를 주지 않는 고용불안과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 높은 인구 유동성, 토호와 보수정당에 일찍이 점령당한 여러 진지들... 이 상황에서 물은 주지 않고 뿌리부터 내리라는 가혹함과 무책임함은 풀뿌리운동을 고사시킬 것입니다.
올 초 헌법재판소는 총선 정당득표율 2% 미만 정당에게 떨어지던 정당등록취소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어차피 득표율 2% 미만인 정당은 시간이 지나게 되면 있으나마나한 정당임을 헌재도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세상에게는 우리를 기다려야 할 의무가 없습니다. 우리도 도전 없는 생존을 이해받을 권리도 없습니다. 녹색당이 없어지면 안 된다며 이름을 유지하는 데만 골몰한다면, 녹색당이 있어야 할 이유를 증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데도 실패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도 녹색당을 굳이 유지해야 할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지는 않았습니다.
‘3·8프로젝트’ 가동! 선거학교는 기본
첫 열쇠는 ‘전국당’. 부대표직 신설로 대표단 구성
우리가 2% 미만 지지율에도 불구 정당의 조직을 아주 오랜 시간 유지하며 살아남는 것조차도 맹렬한 도전 정신에 따라서만, “느리게 질주”하는 것으로만 가능합니다. 기권이나 유예도 철저하고 열정적인 계산에 따라서 해야 합니다. 창당 3년만에 국회에 진출한 독일 녹색당에 우리를 비교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 방안에 대한 일상적인 고민도 없는 것은 차치하고, 어디서나 벌어질 만한 정체성 논쟁도 겪지 못했고 우리가 편입된 정치 질서에 대한 대응도 부진했습니다.
선거를 대비하고 후보자를 양성하는 사업은 누가 대표자를 맡든 당이 해야 할 사업입니다. 다가오는 총선에 출마가능한 후보자수, 당에서 뒷받침할 수 있는 출마자수, 실제로 낼 수 있을 것 같은 후보자수가 거의 실시간으로 체크되어야 합니다. 선거에서 각 후보 선거본부에서 사무장과 회계책임자를 도맡을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 선거학교의 개설은 필수입니다. 2016년 총선 지지율 3% 돌파, 2020년 총선 8% 돌파를 목표로 하는 ‘3·8프로젝트’를 가동해야 합니다. 창당 효과를 배가하고 당을 그나마 홍보할 기회였던 2012년 대선을 우리는 맥 없이 기권한 바 있습니다. 2017년 대통령선거 준비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 이전에 해야 할 사업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 당은 당원수에 비해 당이 너무 넓습니다. 가까이 다가앉아야 합니다. 전국당이 나서서 쟁점을 던지며 공론장을 형성해야 합니다. 당대표자는 그러한 일에 흥미를 가지고 능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민첩하고 선도적인 전국당에는 과감하게 움직이고 대표성이 뚜렷한 당대표자가 필요합니다. ‘공동운영위원장’이라는 길고 알쏭달쏭한 이름도 ‘공동대표’로 바꿔야 합니다. 대표와 보조를 맞추면서 견제도 해가며 조정할 수 있는 주체가 필요합니다. 당대표와 전국운영위 사이 단계에 체계를 만들겠습니다. 전국직선으로 2명, 지역운영위원장들이 호선하는 2명으로 4명의 부대표직을 신설하겠습니다. 신속함과 안정성을 모두 재고하려면 이러한 대표단 구성이 필수적입니다.
대표단이 지역 전략 챙기고, 대변인직 신설로 대외 기능 강화
전국당 강화는 지역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미기도 합니다. 당의 잠재력이 높은데 당원수가 적은 지역 등 전략 지역을 택해 대표단이 손수 나서 광역시도당과 협력해 이 지역에서 당을 홍보하고 조직하겠습니다. 또한 녹색당은 당의 성격과 현황상 당에 가까운 시민, 조직과의 연대가 절실하고 기초단위에서는 당원과 비당원 지지자가 어우러져서 지역사업을 벌이는 모델이 필요하므로, 지역에 맞는 조직화 전략도 컨설팅하겠습니다. 돈만 내려보내지 않겠습니다. 기다리지 않겠습니다. 대표단이 뛰어들겠습니다.
우리는 각 지역에서 가시적으로 세를 형성한 풀뿌리조직이 연합해서 만든 당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전국정당을 만든 것입니다. 이점을 잊지 않고, 전국당의 당내를 아우르는 역할 뿐 아니라, 언론홍보와 대외협력을 강화하겠습니다. 빠듯할수록 강화해야 할 사업입니다. 이를 위해 대변인직 신설도 중요합니다. 대변인은 부대표직과 겸임할 수도 있고 별도로 선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환경정당’을 넘어 생태적 지혜로 민생을 재구성하자
상담하는 지역당 - 가장 깊고 큰 억울함 곁에 녹색당이 있습니다
지난 3년을 거쳐 우리가 대중적으로 얻은 이미지는 ‘환경정당’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생태’가 아니라 ‘환경’입니다. 부문적이라는 뜻입니다. 생태적 지혜로 사회 곳곳을 재구성한다는 인상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전략적으로 특정부문에 열중할 수 있습니다. 소수정당인 이상 이는 당분간 지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대중에 이미지로 유포된다면 우리의 험로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환경정당’이라는 이미지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선택한 결과도 아닙니다. 역시나 낮은 인지도의 산물이자 ‘녹색’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박한 이해를 반영할 뿐입니다. ‘환경정당’이라는 이미지만으로 제도권에 진출할 수 있으려면 복지가 고도화되고 사회가 다원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물론 그런 나라에서조차 녹색정당은 소수정당입니다. 녹색정당이 한국사회에서 힘을 얻고 녹색전환에 이바지하려면 ‘민생정당’의 면모를 갖춰야 합니다. 우리가 이미 잠재력을 보인 농업 분야는 물론, 노동자, 영세상인, 실업자 등의 이목과 참여를 모으는 정책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정책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활동도 그에 맞게 구성되어야 합니다.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해온 저는 활동의 기본이 ‘상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조직이 당의 이념이나 정책을 전파하는 데 너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기초지역의 당원들은 ‘말하기’보다 ‘듣기’에 따른 활동을 펴면서 이웃의 아픔을 나누고 녹색당 사람들의 친근한 얼굴을 드러냅시다. 당이 당원들에게 민생, 민원, 노동, 교육, 생태환경 상담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하는 과정을 편성하겠습니다. 우리는 말 없는 자연과 뭇생명을 대변하는 정당입니다. 그리고 자연히 우리는 가장 억울한 사람 곁에 있을 것입니다.
당 바깥의 녹색과 미래의 녹색을 맞이하는,
‘끝 없는 창당’으로 저항과 대안의 숲을 이룹시다
우리에게 우선 과제이자 근본 과제는 단연 ‘탈핵’입니다. 탈핵은 하나의 부문이 아닙니다. 핵발전은 이 시대의 악을 남김없이 상징하고 있습니다.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는 결코 무차별적이지 않습니다. 차별과 억압의 결과로 핵 가까이 존재하거나 방사능에도 취약하고 사회적으로도 약자인 사람들부터 죽고 다칩니다. 이러한 ‘무차별적 차별’이 응집된 핵발전소와 사상 최대의 승부를 벌일 녹색당은, 나뉘어져 있는 분야들을 ‘녹색 가치’를 기본으로 망라해 거대한 전환을 이뤄야 합니다. 모인 사람을 유지하려다 움크리지 말아야 합니다. 녹색당 바깥의 녹색, 지금은 녹색에 이르지 못한 장래의 녹색과 연대하고 통합하고, 이 과정을 추동하는 것이 결국 ‘녹색 전환’임을 증명하면서 끝 없는 창당을 진행합시다.
공직에 있던 저의 지난 4년을 떠올립니다. 낙동강변 골프장과 수상비행장을 막아냈습니다. 대형사고가 난 곳, 비정규직 등 힘 없는 사람들이 우는 현장을 누볐습니다. 복지, 보육, 문화에서 정책대안을 관철해 소수파도 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다음 우리 당의 2년이 제 지난 4년의 ‘전국판’이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낙선했지만, 다음 총선과 지선에 출마할 우리 훌륭한 후보들이 설움 겪지 않도록, 우리의 후보가 대선에서 ‘거대한 소수’의 비전을 설파할 수 있도록 2년을 바치겠습니다. 녹색으로 돌파합시다, 저항과 대안의 숲을 이룹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