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번의 제주 방문에도 불구하고
가파도는 초행길이다.
서너차례 마라도방문 기회에 거쳐갈 수 있었지만
공교롭게 시간을 내지 못하였다.
이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다 마침 가파도 청보리축제가 있다고 해서
올레 10-1길 걷기도 할 겸 찾아보기로 하였다.
<가파도 표지석>
제주 남단에 낮게 엎드려 있는 작은 섬인데다
마라도 같은 최남단이라는 프리미엄도 없는지라
언제나 가파도는 마라도에 비해
외면 받아온 섬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가파초교에 마라분교가 있을 만큼
인구규모도 크고 면적도 넓은 섬이다.
모슬포항에서 출항하는 배는 불과 20여분만에
가파도항에 도착하였다.
평소엔 드나드는 배가 하루 4차례에 불과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했다.
가파도 선착장부근은 이미
관광지로서의 가파도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가파도 표지석과 관광 안내소 등이 갖추어져 있고
몇개의 식당 간판도 있다.
꽤많은 관광객들이 함께 배에서 내린지라
얼른 방향을 올레길로 잡아들었다.
약5키로에 불과한 올레길이지만
해안을 완전히 일주한다면 7키로정도는 좋이 되어보인다.
드물게 맑은 날씨인지라
가파도에서 바라보는 송악산과 산방산, 그리고 한라산의 자태는 매우 특별했다.
연중 한라산의 깨끗한 얼굴을 보기 어려운데
이 날은 너무도 맑고 투명한 모습으로 바닷물색과 어우러져 찬란한 모습이다.
청보리축제는 끝물이어서 보리는 이미 누렇게 탈색되어 있었고
축제를 찾는 이는 더이상 없었다.
다만 낮게 드러누운 가파도를 덮고 있는 황금빛 보리의 물결은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가파도 올레는 해안을 따라 걷는 길이다.
섬 전체를 빙둘러 일주할 수도 있고
반바퀴쯤 돌고 중간을 가로질러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배 한 척 오가는 시간동안
청보리밭과 민가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 듯한데
일주도로가 잘 만들어져 있어 완주한 다음
섬의 중간부분을 한 번 더 오르내리는 게 좋을 듯 하다.
그래도 시간은 충분해 보인다.
가파도 올레 중 눈에 띠는 것은
할망제당이다.
바닷가 바위 위에 첩첩이 돌을 쌓아 제실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명주실 등을 걸어두고
바다에 기도했을 해녀들의 모습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그 제당이 두 곳 마련되어 있는데
모두 북쪽을 향하고 있음은 어찌된 이유인가?
한라산 마고할멈인 설문대할망을 바라봄인가?
원형의 제당이 그녀들의 마음상태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