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여름쯤,
안성 내 집을 찾아 온 고교동창 두 부부와 치앙마이 한달살기를 이야기했었다.
실현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했지만
지난 2월,
그 중 한 친구인 B가 35년 직장인 생활을 마감하면서 현실화 가능성이 생겼다.
6.27부터 열흘간 필리핀 보라카이 부부 여행을 동행하며
서로의 의식과 생활패턴에 대한 이해를 넓힐 기회를 가젔고,
이후 본격적인 치앙마이 한달살기 준비에 돌입했다.
항공, 숙소예약, 한달간의 대체적 스케쥴을 B가 전담했다.
나는 중간에 갑자기 아랫마을 이웃과 필리핀 보홀 여정이 계획되어
그 일을 진행하느라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국내 굴지의 식품회사 임원과 모국립대학 부설 식품회사 사장으로 재직했던 B인지라
탁월한 기획력과 세밀한 실행계획으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진행해주었다.
고교 시절 일년동안 B의 어머니가 해 준 밥을 먹을만큼 막역한 죽마고우였지만
대학진학 후 40년 넘게 서로 다른 길을 걸었고
또 결혼으로 새로운 가정과 인간관계도 이루었다.
나이든 사람들에게 타국에서 한달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젊은이들처럼 좋은 네트워크 인프라와 이해관계 없는 여행자 모드의 태도를 갖기 쉽지 않다.
부부가 함께 있다해도 무엇보다 무료함과 헛헛함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한 달 동안 말벗이 되고 일상생활을 함께해 줄 친구나 이웃이 있다는 건
성공적 한달살기를 위한 거의 필수조건이라 할만 하다.
B 부부와의 지난 일주일은 환상적 캐미였다.
단 한번도 의견충돌이나 어긋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한달살기에 임하는 마음자세와 행동패턴에 큰 차이가 없었고
무엇보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려 노력하였다.
가급적 계획된 스케쥴에 따르고자 했고
시간약속 같은 작은 부분에도 충실하며
새로운 상황들에 대한 사전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졌다.
모두 내 오랜 친구 B의 탁월한 리드와 동행자들의
넓고 깊은 이해와 배려가 있어 가능했다.
교통비, 식비 등 공동지불할 일들이 많아 공동경비를 미리 마련하고
B가 꼼꼼히 영수증을 챙겼다.
정산이 번잡하고 쉽지 않은 일이란건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신뢰와 성실성, 책임감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오늘은 마침 B의 65번째 생일이었다.
아침식사 때 어제 아내와 준비한 케이크에 촛불을 붙여 들고 그의 방을 찾았다.
그는 불을 끄며 행복해했다.
그의 아내는 미역국을 끓여주었다.
저녁엔 내가 님만해민 mimmanhaemin 의 한식당 미소*에서
무한정 삼겹살로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좋은 벗이 있고,
여행을 좋아하는 같은 취미가 있고,
이해심과 배려심 깊은 배우자들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건
한달살기와 같은 장기 여행에 있어 마법의 양탄자와 같은 것이다.
첫댓글 좋구나. 짧지 않은 인생을 살면서 마음을 나누고 정감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고 감사할 일이지. 치앙마이에서의 유종의미를 기원하며...
잘 지내냐? 많이 추워지고 있다며?
이곳은 아침저녁으로 초가을 날씨다.
B는 박동철이다. 기억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