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부근의 록클라이밍①
임무의 "경성 부근의 록클라이밍"
조장빈·이강승(譯) / 근대등반사팀
〈록클라이밍 경성부근(ロツク·クライミング -京城 附近-)〉은 임무(林茂)가 서울 근교의 암벽등반에 대해 인터뷰 한 기사로 《조선과 만주(朝鮮及滿洲)》(1931. 8월호, 제285호)에 실렸다.
이 기사는 1930년을 전후하여 서울 근교의 등반 대상지와 코스, 등반기술 및 장비 등에 대해 소개한 것으로 두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문단에서는 서울 근교 산인 북한산ㆍ도봉산ㆍ관악산ㆍ남한산의 등반대상지와 코스에 대해 소요 장비와 피치별 등반 기술 및 간단히 난이도를 언급하고 있고 두 번째 문단에서는 장비와 기술 습득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암벽등반의 개요가 아니라, 서울근교에서 암벽등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사례로 말하고 있다.
임무가 등산화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보면, 그는 암벽화로 외국제 루버슈즈도 사용한 듯하다. 당시 네일부츠가 일반적이었고 이이야마나 후퍼는 스카페티를 신었는데, 그가 크랙이나 침니보다 페이스 등반에 더 유리한 고무창 암벽화를 착용하였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기사의 내용 하나하나는 우리나라 초기의 암벽등반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사료로 관련 자료와 함께 고찰이 요구된다.
임무가 "대단한 모험이지만 등산가에게는 최고의 장소"라고 했던
도봉산 선인봉 중앙벽에서의 하강
록클라이밍 –경성 부근-
R.C.C 林 茂
1
경성부근에서 초심자에게 가장 알맞은 록클라이밍이 가능한 장소는 보현봉으로, 이곳에서 연습을 하는 것이 가장 적당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록클라이밍 기술이 체득되면 그 다음으로는 적종암(吊鐘岩, 북한산의 백운대 후방)으로 가는 것이 보통의 순서다.
적종암은 북한산 연봉 가운데 우뚝 솟은 한 봉우리로 경성부근에서는 가장 험준한 암봉이다. 그 험준함 정도는 일본 알프스의 작은 고야리가다케(小搶岳)에 비견될 수 있다. 적종암은 백운대에서 보면 진짜로 직벽에 가까운 모습이며, 등정에는 백운대로부터 출발하여 우이동 측면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다. 그곳을 마무리하면 다음은 도봉산이다.
도봉산은 경원선 창동역의 동북방에 위치하며 12개 봉우리로 이어져 있다. 그 중 가장 높은 것이 자운봉이다. 최고로 높은 봉우리인 것이 확실하지만, 도봉산 중에서 클라이밍이 가장 쉬운 봉우리로 여성들도 등정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초심자 혹은 여류등산가에게 안성맞춤이라 하겠다.
다음은 만장봉으로, 상당히 험한 곳이라서 팀을 이루어 클라이밍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그 봉우리를 동남향으로 오르게 되면 선인봉이 나온다. 거기에는 네 군데 배를 깔고 등정하여야 하는 프리클라이밍을 한다. 하강 시에는 피톤을 박고 바로 중앙 정면으로 내려오는데, 대단한 모험이지만 등산가에게는 최고의 장소로 여겨진다.
선인봉 다음에는 주암(柱岩)이 있는데, 지명이 기둥을 의미하는 것처럼 우뚝 솟아있다. 그곳은 아직까지 누구도 등정한 사람이 없으므로 결국 처녀봉이라 하겠다. 우리 경성의 클라이머들은 그곳의 등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음으로 도봉산 우이암이 있는데, 그곳은 대략 해발 사백에서 오백 정도로 그리 높은 봉우리는 아니다. 등정에는 여러 가지 테크닉을 사용하여야 하므로 매우 흥미 있다. 지금 그 등반 순서를 말하자면, 처음에는 침니클라이밍으로 오르고 그것이 극복되면 프리클라이밍으로 이동한 후 특별히 15미터 내지 20미터의 돌출된 부분을 핑거클라이밍으로 오른다. 이어서 피톤을 5~6개 사용하면 충분한 구간을 지나고 이어서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강 시에는 피톤 한 개를 박아 고정시키고 거기에 로프를 걸어 북측면 방향으로 복각식(複脚式) 압자일렌을 이용하여 하강한다. 그리고 약 14미터 정도 돌출된 귀 부분은 오버행 하강법으로 내려온다. 우이암이 기술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 로프 연습을 하기에도 이곳이 가장 좋다.
도봉산 연봉은 온통 바위뿐이어서 경치가 좋지 않기 때문에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등산을 한다면, 창동역에서 원통암으로 가서 망월사를 거쳐 의정부로 내려갔다가 오는 것이 최상의 코스다.
관악산은 암장이 적지 않은데, 산의 정상을 오르기 위해서는 다음의 방법이 있으며 부인들이나 초심자용의 산이다. 한강신사 뒤에서 출발하여 남쪽으로 내려간다. 조선시대 무학이라는 스님이 살았는데, 경회루를 건축하며 지질조사를 해보니, 관악산 정상에서 경회루가 정확하게 일직선상에 위치하여 빤히 보이게 되므로 불이 나기 쉽다는 역관의 이야기가 있어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복궁에 이르는 길 양측에 석단을 쌓고 해태를 문 앞에 배치하였던 것이다. 또 이 산을 화산이라고 불리던 것을 이때 관악산으로 개명하게 되었다. 관악산에서 가장 험한 곳은 자운암으로 단면절애 위에 건축되어 있다. 그곳에서 4~5정(丁) 아랫단에는 연주암이 있다. 관악산에서 이어진 능선이 삼성산을 이루고 그곳에 삼막사가 있다. 상당히 큰 절로 조선인 중에서 이곳으로 놀러오는 이도 매우 많다. 삼막사에서 능선은 안양으로 뻗었는데, 그 계곡은 경치가 매우 뛰어나다. 또 노량진에 이르는 길도 있다.
하이킹에 적합한 곳으로는 남한산성이 최고이다. 왕복의 노정은 14리(里) 정도이며, 길이 아주 아름다워서 도보여행에 최적이다. 산 위에는 삼백호 정도의 인가와 주재소 보통학교 등이 있다. 거기에서는 사적(史跡) 연구의 일환으로 이야기할 만한 것이 많이 있다. 당연히 록클라이밍 장소를 이야기해야하는데, 그곳은 등반할 만한 곳이 없다.
북한산에 대해 말하며 잊었지만, 만경대는 피크 위를 종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곳을 빠져나가면 백운대 혹은 적종암에 이른다. 적종암은 처음에 프리클라이밍으로 올라 약간 오버행 같은 짧은 구간을 등정 한 후 이어서 프리클라이밍으로 오른다. 정상 근처에서는 침니클라이밍을 하게 된다. 그 바위는 여성도 등정할 수 있지만 보현봉에서 대강의 테크닉을 연마한 사람에게는 확실히 유괘한 장소임에 틀림이 없다. 이 경우에도 확실히 우이동 측으로 하산하면서 하루 플랜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북한산을 등반하는 것은 확실히 북문으로 빠져서 세검정의 측면을 통과하여 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2.
경성부근의 산은 하나로 된 바위가 많으므로 바위 등정은 정말로 재미가 있지만, 등산을 하기에는 평범한 경치가 많다. 따라서 록클라이밍을 연습하고 숙달하기에 좋은 환경이라고 하겠다.
록클라이밍 시 준비해야할 것은 로프, 피켈과 피톤 4~5본(本) 그 외에 배낭이 있으면 된다. 복장은 평상복으로도 충분하다. 피톤은 선인봉, 적종암의 정면, 주암에서 사용한다. 등산화는 루버슈즈가 더 낫고 가능하다면 외국제가 좋다. 모래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프릭션에도 매우 유리하고 또 물에도 강하다. 네일슈즈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익숙해질 때까지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고 또 걸어갈 때 사각사각 소리가 나서 옆 사람에게 불쾌한 느낌을 줄 수가 있다.
경성부근에서 록클라이밍 연습을 한다면, 앞으로 어디를 가도 어렵지 않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특히 금강산을 간다면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서적 등으로 연구들을 하지만, 록클라이밍은 확실히 실제로 부딪혀서 연습을 쌓아야 하고 사람들에게서 배워서 습득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것은, 그렇게 연습하고 나서 읽는 편이 현명하고 당연한 순서라고 얘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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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산 기사 중에 관악산명의 개명 사유와 당시 산의 북사면 중턱에 위치한 자운암의 위치 등 오류는 원문 번역 그대로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