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엽집(万葉集 망요슈)』 단상

[안창목]

『만엽집(万葉集)』 단상

  일본의 대표적인 고전은 『고사기(古事記)』『일본서기(日本書紀)』『만엽집(万葉集)』 3권으로 그 중에서도 『만엽집』은 일본 고대인들의 진실한 감동을 솔직하게 표현한 국민적 시가집(詩歌集)으로 7세기후반-8세기후반에 걸쳐 만들어져 총 4,516수가 수록되어 있다. 내가 만엽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신라의 「찬기파랑가」 「모죽지랑가」 와 같은 향가를 읽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전하는 향가는 『삼국유사』에 14수 『균여전』에 11수에 불과하나 만엽집에 수록된 노래(일본의 옛 시조를 「와카(和歌)」 라고 부른다)는 단가(短歌 운율 5 7 5 7 7조)와 단가를 되풀이 해서 부르는 장가(長歌)로 현존하는 자료가 방대하다. 만엽집의 노래 속에는 곳곳에 「색동저고리를 입은 아이」「저고리 고름」 등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歌人(처음으로 노래를 읊은 사람)은 놀랍게도 천황에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일본인은 물론이며 만엽집에 무한한 매력을 갖는 사람은 많다. 지난날 경성제국대학 조선어문학과를 졸업한 김사엽(경북 칠곡1912-1992)박사는 최초로 만엽집 전체를 한글로 완역하였다. 700년경의 노래인 만큼 일본 현대어로는 도저히 의미의 매듭이 풀리지 않는 부분이 허다한데 김사엽은 그때마다 우리의 한글로 멋지게 풀이하였다. 또한 일본에서 성장한 이영희교수(1931-2021)도 이두체로 되어 있는 만엽집을 우리 고대어와 비속어(욕)로 풀이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처럼 남의 나라 일본의 시가집에 무한한 매력을 느끼는 것은 노래 속에서 일본의 뿌리 한반도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서 『만엽집』에 대한 연구는 방대하다 못해 넘치고 넘친다. 그 연구는 ㄱ.가인(歌人)별로 ㄴ.시대별로 ㄷ.지역별로 ㄹ.노래의 성격별로 등 다양하다. 여기서는 노래의 성격 즉 주제별로 간단히 살펴 보려고 한다.

1. 진충(盡忠)의 노래

     海行かば　水漬く屍　山行けば　草生す屍　大皇の　邊にこそ死なめ

     顧みは爲じ(권18. 4094 장가의 일부)

　  우미이카바   미즈쿠(카바네)   야마이케바  쿠사무스(카바네)  오오키미노 

     헤니코소시나메  카헤리미와세지

(바다물에 잠겨 시체가 되어도 산에 가 풀이 무성한 시체가 되어도 천황 곁에서 죽고자 후회는 하지 않겠다)

2. 경신(敬神)의 노래

        天地の　神を祈りて 　猟矢（さつや）ぬき 筑紫の島を さしていく吾は (권20. 4374)

       텐찌노  카미오이노리테  아사쯔야누키  쯔구시노시마오  사시떼이쿠와레와

천지의 신에게 기도를 해서 배에 화살을 박아세워서(항해의 안전을 위한 행위) 筑紫(지금의 큐슈九州)를 목표로 해서 가련다.

3. 자부모(慈父母)의 노래

    憶良らは　 今は罷らむ　子泣くらむ  それその母も 我を待つらむぞ(권3. 337 )

     오쿠라라와  이마와마카라무  코나쿠라무  소래소노하하모  와오마쯔라무죠

견당사(遣唐史/사신)로 당나라에 가서 만찬을 끝낸 山上憶良(관료이면서 歌人)은「자-이제 파티가 끝났으니 우리들 돌아갑니다. 집에서 아이가 울고 있고 처(母는 처를 의미함 )가 기다고 있으니까요」

4. 애자(愛子)의 노래

　　父母が　　殿(との)の後方(しりへ)の、

       ももよ草  百代(ももよ)いでませ　

　　我(わ)が来(きた)るまで(권20. 4326)

      찌찌하하가  도노노시리헤노   모모요구사  모모요        이데마세  와가키타루마데

아버지 어머니 집 뒤의 국화(百代草)같이 백세(百代)까지 사세요. 제가 군대(防人)에서 돌아 올 때까지

5. 연애(相聞)의 노래

八雲立つ  出雲八重垣  妻籠みに 八重垣作る  その八重垣を

(古事記상권)

야쿠모다쯔  이즈모야에가키  쯔마고미니  야에가끼쯔크루  소노야에가키오

구름이 몇겹이나 둘러싸인 出雲(이즈모:옛지명)의 땅에 처와 신혼살림에 좋은 곳을 찾았다. 처를 위해서 울타리를 몇겹이나

두르자

6. 회향(懷鄕)의 노래

筑波嶺(つくはね)の  さ百合の花の  夜床(ゆとこ)にも  愛(かな)しけ妹(いも)ぞ

昼も愛(かな)しけ(권20. 4369)

쯔쿠하네노  사유루노하나노 유도꼬나모  카나시케이모조  히루모카나시케

都久波祢乃  佐由流能波奈能  由等許尓母  可奈之家伊母曽  比留毛可奈之祁

(이두체식의 원문입니다)

군인(防人)으로 고향 멀리 떨어져 筑波山(관동지방)의 백합을 보니 밤에도 낮에도

고향의 처(妹는 처의 뜻)가 떠 오릅니다/

[유영례]

중국과 일본은 이웃이면서 우리와는 아주 밀접한 관계여서 불가분 잘 이해하고 잘 알아야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