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론 읽는 기쁨] <12> 제2편 제1장 비로자나불 ➀
만다라회 기획, 박희택 집필
「실행론」 제2편 교리편의 제1장은 ‘비로자나불’에 관한 회당대종사의 자증교설이다. 제1절은 ‘자성법신’인데, 법계법신(法界法身)인 비로자나불을 우리들 저마다의 자성법신(自性法身)으로 직접적으로 이해한 안목이야말로 밀교교학의 새 지평을 연 탁견이라 할 것이다. 이 안목으로 대종사께서는 진각종도들로 하여금 금강지권(金剛智拳)을 맺은 비로자나불 형상으로 직접적으로 비로자나불 수행을 하게 하는 획기적인 수행법으로 인도하셨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비로자나불상이 전국에 두루 변재(遍在)되어 있는데, 이를 예배의 대상으로 공경하였을 뿐 행자가 비로자나불 형상을 하여 직접적으로 수행하는 착안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데 대종사께서는 진각종도들로 하여금 직접 비로자나불 인계(印契)를 맺는 신밀(身密)을 하고, 진언 염송의 구밀(口密)과 육자 관상의 의밀(意密)을 하는 삼밀수행(三密修行)을 하도록 인도하신 것이다.
제1절은 가~라항으로 구성되어 있는 바, 가항의 <자성법신>은 실행론 두 번째 속표지에 새겨져 있을 만큼 대종사의 자증교설 가운데서도 주요한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말씀이다. <진각종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제1회 참조), 비로자나불은 진각종의 교주(敎主)인데, 교주 비로자나불에 대하여 종조(宗祖) 대종사께서는 가항에서 이렇게 설하셨다.
“비로자나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실행론 2-1-1-가).”
이 자성법신의 말씀만 독송하여도 일체를 다 포괄하는 우주법계의 주인공임을 감득할 수 있다. 진실로 은혜로운 말씀이다. 시방삼세 온 우주에 아니 계신 곳 없으신 비로자나부처님, 이 비로자나부처님이 다른 곳이 아닌 내 마음에 계신 것을 먼저 알라는 가르침이야말로, 행자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과 주체를 통관(通觀)하게 해 주는 법열의 법문이다. 시방(十方)의 공간[宇]과 삼세(三世)의 시간[宙]에 충만하신 비로자나부처님은 행자의 자성법신으로 내재해 계신다는 일깨움 이상의 법문은 없지 않겠는가!
자성법신은 비로자나부처님과 행자가 일체임을 교설한 말씀인 바, 그렇기에 행자가 우주법계의 중심임을 깨우치게 해 준다. “나와 심인과 비로자나부처님은 한 덩어리가 되어 대(對)가 없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가 서 있는 곳이 바로 중심이다(실행론 2-1-1-라).” 대(對)는 대대(對待, 상대가 되면서도 서로를 반드시 필요로 하는 음-양과 남-녀와 같은 상대적인 이원관계)를 말하며, 대(對)가 없음은 무대대(無對待) 무상대(無相對)로서 절대(絶對)를 의미한다.
비로자나부처님이 내 마음에 자기성품[自性]으로 내재해 계시기에 행자는 동서와 남북, 밤낮과 계절 -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서도 자성을 밝히기만 하면 법계법신과 유가상응(瑜伽相應)이 된다. ‘비로자나부처님은 시방삼세 하나이라’는 법신불의 체대(體大, 본체)를, ‘온 우주에 충만하여 없는 곳이 없으므로’는 법신불의 상대(相大, 형상)를, ‘가까이 곧 내 마음에 있는 것을 먼저 알라’는 법신불의 용대(用大, 작용)를 말씀하신 것이다. 자성법신은 삼대일체를 밝혀 놓은 말씀이기도 하다.
비로자나부처님은 체대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체대로서 상대를 갖추셨고, 체대와 상대로 용대의 작용을 하신다. 그런데 이 용대 작용은 행자의 입장에서는 자성법신임을 인식하고 수행하는 것인데, 대종사께서는 이 점을 아주 밝게 일러주신 것이다. “내 자성이 법신임을 깨달아야 대도를 얻게 된다(실행론 2-1-1-다)”는 법구가 잘 대변하고 있다. 자성중생(自性衆生)이 아닌 자성법신(自性法身)임을 인식하고 수행하는 이 이상의 수행법이 있다고 하기 어려우리라. 나항과 다항의 말씀도 이러한 서술과 정히 일치하고 있다.
“내 마음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에 다 부처님이 계시니, 이것을 알게 되면 부처님을 속일 수 없다. 작게 말하면 마음이고 크게 말하면 우주에 가득 차 있으니, 이를 비로자나불이라 한다. 귀신도 아니고 사람도 아니며 허공도 아니다. 즉 부처는 작다 하면 작고 크다 하면 큰 우주 그 자체이다(실행론 2-1-1-나).”
“내 자성이 법신임을 깨달아야 대도를 얻게 된다. 마음 가운데 두고 말하자면 심인이며 밖에다 두고 말하자면 도솔천이다. 우주에 진리가 전기의 성품과 같이 충만하여 있으니, 전파가 있더라도 수신기가 있어야만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이, 심인상도(心印常道)가 있더라도 심인진리를 활용하지 않으면 인증을 할 수 없고 활용을 못한다. 따라서 진리에 들어간 사람은 이와 같이 된다(실행론 2-1-1-다).”
심인은 본심이므로, 밖에다 두고 말하면 지족(知足)의 뜻을 가진 도솔(兜率)의 천상 곧 도솔천(욕계 제4천)이 된다. 대종사께서는 교화 초기에 비로자나부처님을 도솔천부처님이라 부르기도 하셨다. 전파가 있더라도 수신기가 있어야만 방송을 들을 수 있는 것과 같이, 내 마음에 있는 자성법신의 진리를 인식하고 활용하여 자성중생을 스스로 제도하라는 가르침이 참으로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