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을 마주할 때의 감정은 낯익음, 편안함, 그리움 같은 것이다.
오래된 물건, 오래된 집, 오래된 도시 등 손에 익고 눈에 낯설지 않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들은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는 더욱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오래된 도시는 그 안에 그러한 낯익음과 편안함, 그리움 등을 보상해 줄 다양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낯익은 집의 구조, 편안하게 느껴지는 골목길, 담벼락의 색깔과 무늬, 오래된 연못과 정원 등이 그것이다.
스페인의 오랜 수도였던 톨레도가 그런 곳이다.
우리의 경주와 같은 도시인 톨레도는 800년 이슬람 지배가 남겨놓은 아라베스크 문명 위에
그를 극복하려 안간힘을 쓴 기독교의 문화가 덫칠되어 있으나,
종래는 두 개의 문화가 서로를 품어 안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모양새다.
역사가들은 스페인에만 있는 그런 독특한 문화를 두고 '무데하르Mudejar'문화라고 별칭하고 있다.
본래 무데하르는 기독교의 스페인 재정복과정에서 기독교로의 개종을 거부하고 살아가던 이슬람인들을 지칭하는 비속어 같은 말이다.
개종한 모리스코들도 2등시민으로 학대받긴 마찬가지였지만 무데하르에 대한 억압은 더욱 가혹한 것이었다.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더 강렬한 이 문화의 색깔은 이제와서 스페인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하는 듯하다.
그래서 구릉 위에 올라 앉은 도시 안에는 수 많은 오래된 것들이 뒤엉켜 있다.
안달루시아의 기본 색상인 주홍색 지붕과 흙색 담벼락이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전체적인 이미지이지만, 실제 그 안으로 들어가보니 오히려 단단한 암석으로 축조된 건물들이 좁은 골목을 사이에 두고 빼곡히 들어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