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무르익는 계절입니다. 이번주는 학교에 초등만 남아있었네요. 상급2반도 서울로 떠나는 바람에 학교가 적막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주에는 모든 학년들이 등교를 하겠지요. 북적북적 시끌시끌.... 학교가 평소처럼 활기로 가득할 것 같습니다.
1. 초등은 이번주에도 북유럽신화를 계속했습니다. 이번주에는 로키, 발데르, 헤임달, 브라기... 생김새도 성격도 능력도 다른 여러 신들과 만났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에도 그 특징들이 잘 담겨있지요. 진샘이 칠판에 정성들여 그림을 그려주고, 아이들도 그 그림들을 유심히 살피며 그리는데, 공책에 그려진 결과물은 아이마다 다르고, 특히 아이들이 그린 신들의 모습이 그 그림을 그린 아이의 모습과 많이 닮은 걸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합니다.
서로의 그림을 보면서 언제나 다른 아이의 것이 잘 그려진 것 같다고... 엄살을 피우며 재잘재잘 거리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조용해집니다. 그럴때면 아이들이 옆 페이지에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글을 쓸때는 왜 조용해질까요? ㅎ 사진으로보면 매일이 비슷해 보이지만, 그날 그날 만나는 신들에 따라 아이들은 다양한 드라마와 감정, 또 새로운 세계와 만납니다. 그래서.. 매일 그림을 그리고 글로 정리하는 과정의 반복에도.. 아이들은 지루해하지 않으면서 즐겁게 새로운 인물과 만나고, 그 과정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오늘은 저도 아이들처럼 공책에 진샘의 그림을 따라 그려보았습니다. 아이들이 보면서 "오! 잘그렸다.. 근데 진샘은 자유롭게 마음대로 그리는데 소라샘은 그대로 그렸네...." 합니다. 칭찬인지 뭔지 모르겠습니다. ㅎ
2. 지난주와 이번주는 점심급식을 자체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들살이를 가기 전에 아이들이 먹고 싶은 메뉴를 추천받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메뉴가 참 다양하고 의외다 싶은 것도 있었지만, 진샘은 들살이부터 이번주까지, 아이들이 추천한 메뉴를 모두 먹을 수 있게 해주고 싶어했습니다. 참치미역국, 국수, 돼지불고기, 삼겹살, 카레, 떡볶이, 된장찌개, 수제비, 부대찌개, 밥버거, 삼각김밥 등등..
특히 이번주에는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밥버거와 삼각김밥이 왜 먹고 싶은지.. 나로서는 좀 이해가 안되었지만ㅎ, 아이들은 그런 것도 먹고 싶은가 봅니다. 게다가 직접 만들었으니... 얼마나 맛있었을까요? 만드는 과정에서도 재미있어했고, 또 무척 진지하게 임했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새로운 급식업체에서 제공하는 점심을 먹게 됩니다. 그동안 아이들과 점심식사 메뉴를 의논하고 또 함께 만들어먹고.. 하다보니.. 한편으로는 좀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앞으로도 기회가 될때마다 요리를 해보는 시간을 자주 갖게되면 좋겠습니다.
3. 4월부터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공책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연필을 쥐는 손아귀 힘이 적어 글씨가 흐리고 모양도 제맘대로 였습니다. 띄어쓰기도 줄 맞추기도 마냥 자유롭기만 했었는데, 한달 여 만에 아이들의 글씨쓰기가 많이 변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써야할 내용이 많아지면 잠시 투덜대기는 하지만, 연필을 쥐는 손도 점점 야무져지고, 글씨 모양도 조금씩 균형을 잡아갑니다.
들살이 이후로는 진샘이 써준것을 보고 쓰는 글만이 아니라, 직접 자신의 글을 쓰는 작업도 시작했습니다. 직접 체험해서 익숙한 이야기를 사실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자기가 쓴 글을 얼른 진샘에게 보이고 싶어 공책을 들고 줄을 지어 기다리는 모습이 참 대견하고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써 놓은 글을 보면, 맞춤법이 맞지 않는 경우도 종종 눈에 뜨이지만, 진샘은 별로 개의치 않는것 같습니다. 맞춤법을 자꾸 지적하고 고치게 하다보면 정작 자기가 쓰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게되고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4. 언젠가.. 아이들이 "무서운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진샘이 물었습니다. "얘들아, 나는 무서운 샘이가, 재미있는 샘이가?"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진샘은 무서우면서 재미있는 샘이에요." ㅎㅎ 진샘은 무척 흐뭇한 표정을 지었던 것 같습니다.
매일 올리는 사진을 보면 하루가 언제나 평화롭게 흘러가는것 같지만, 가끔씩 아이들 사이에서 다툼이 생기기도 하고, 진샘에게 혼날 일들도 종종 생깁니다. 그럴때면 진샘은 아주 호되게 아이들을 혼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진샘이 수업을 하는 동안 교실 분위기는 (내가 느끼기에)때로는 좀 산만하다^^싶을 만큼 자유롭습니다.
아이들은 순간 순간 진샘에게 스스럼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또 진샘의 이야기에 반론을 제기하며, 다른 활동을 자유롭게 제안하기도 합니다. 그런 가운데 예상하지 못한 재미있는 일들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하고, 진샘과의 끈질긴 대화를 통해서 하나의 주제가 심도를 갖게 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매 수업시간을 부담이나 압박감 혹은 지루함 없이 활기차고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데에는, 교사가 전체 수업에 깨어있으면서, 끊임없이 적절한 균형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 그런 균형감은 오랜 경험과 아이들의 반응을 섬세하게 관찰하려는 노력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엄하지만 아이를 주눅들거나 수동적으로 만들지 않는.. 재미있지만 아이들이 교사를 존중하고 또 자기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런 교사....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옥상 텃밭에서 아이들이 장난을 좀 심하게 친 모양입니다. 진샘에게 혼이 나고 있네요. 혼나는 아이들 자세가 참 혼나는 아이들 답습니다.ㅎ 이번주 베스트 컷으로 골라봤습니다.
두번째 베스트 컷은.. 수제비를 만들던 날... 진샘에게 밀가루 반죽 한움큼 받아보겠다고 두손을 벌리고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 모습입니다. 얼마나 진지하게 귀여웠는지..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