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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학재 산행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제갈길[변준영]
멀리서 보면 ‘익스트림’, 가까이 가보면 ‘엔조이’
글/사진 유학재 휠라스포트 기술고문 / 협찬 휠라스포트
울릉도를 가기위해 몇 번을 추진했지만 시간을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여름에는 꼭 가야겠다 싶어 강행했다. 가깝고도 먼 곳이 울릉도라 큰마음을 먹고 휴가를 겸해서 움직이기로 한 것이다. 여름 성수기의 배편은 이미 6~7월초에 매진되었지만 다행히 울릉도의 친구로부터 도움을 받아 표를 구할 수 있었다. 3일의 짧은 여행을 통해 울릉도를 다 본다는 것이 무리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끝은 초라해도 시작은 거대하게 하여 그 일정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또 다른 묘미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행과 등산을 겸비하는 일정으로 세 가족이 함께 여행을 갔다.
가족의 특색을 살려 따로 또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첫날 이상세 부부는 성인봉 등산을 가고 나와 아들, 현우는 자전거 일주를, 나머지 한 가족은 낚시를 가기로 했다. 둘째 날은 세 가족이 함께 리지등반을, 마지막 셋째 날은 해수욕과 암벽등반을 하고 서울로 오는 일정이었다.
첫 번째 봉우리를 지나 두 번째 봉우리를 향해 가고 있다. 클라이밍 지식이 있다면 걸어가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나 안전을 위해 로프를 사용했다.
벼르던 울릉도로 세 가족이 떠나다
울릉도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반기는 친구가 있다.
한동안 도봉산 입구에 어택캠프라는 숙소와 인공암벽을 만들어 산에 다니는 사람들에게 좋은 공간을 제공했던 조중호다. 5년 전 이곳 울릉도로 낙향하여 게스트하우스와 여행사를 운영하며 터전을 잡고 있다.
일행은 숙소에 짐을 풀고 각 가족별 계획대로 움직였다. 우리가족은 자전거를 빌려 해안일주에 나섰고, 혹 모를 다음의 방문에 대비해 이것저것 눈요기를 해둘 요량이었다. 울릉도 해안을 따라 이어진 도로를 따라 한 바퀴를 다 돈다 해도 반나절이면 해결되니 급할 것도 없고 천천히 울릉도의 경관을 보며 움직이니 자전거 코스로는 제격인 것 같다. 또 이곳의 해안도로는 장인어른이 공사현장감독으로 참여한 곳이기도 해 의미 있었는데, 섬을 한 번에 다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해안도로가 끊어진 섬목선착장과 저동항은 배로 건너면 그만이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이 없어서인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천부항에 다다랐을 때 성인봉 등산을 하고 내려온 상세부부와 점심을 먹기 위해 그곳의 식당을 다 돌아다녔지만 음식을 팔지 않았다. 다시 도동이나 저동으로 나와 먹어야 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울릉도에선 큰 부두 말고는 두시반이 넘으면 음식을 팔지 않는다고 한다. 저녁 장사를 위해 잠시 쉰다고 하는데 나는 이런 문화가 유럽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한국에도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유럽에는 점심시간이 지나면 오후 장사를 위해 2~3시간 문을 닫는다.
이렇게 첫날부터 배고픔의 추억을 만들고 다음 날의 리지등반을 위해 울릉도에서 팀원이 조직됐다. 울릉산악회 회장 그리고 이곳으로 피서를 온 이정녕씨 부부, 조중호와 그의 딸 안나 등과 함께 등반을 가기로 했다. 중호는 딸의 이름을 ‘안나푸르나’의 앞 두 글자를 따서 안나라고 지을 정도로 산에 미친 산쟁이다. 그에게 또 다른 아이가 생겼으면 이름을 무엇으로 지었을까 궁금하다.
아직 이곳 바위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울릉산악회 이휘찬 회장의 세미 클라이밍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바위를 해야 하는 것인 줄 알고 흔쾌히 도동리지를 가기로 했다. 하지만 뜨거운 아니 아주 후텁지근한 날씨에 몸을 투자한 것에 비하면 도동리지는 리지라기보다 도동능선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은 곳이었다.
정상의 봉우리가 뒤로 보이는 중간 능선상에 일행들이 오르고 있다.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은 나무가 너무 우거져 길을 뚫고 가기 힘들어 포기했다.
이 회장의 제안으로 더위를 피해 새벽같이 등반을 가기로 하고 도동항에 새벽 5시에 모인다. 어제 약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제법 많은 양의 술을 먹었던 것 같은데 모두들 시간에 늦지 않게 모였다. 이 회장을 선두로 새벽 등산에 나선다. 해외원정 이후 이렇게 새벽에 등반을 나서기가 근래 들어 처음이다. 그는 행남해안산책로로 이동하면서 도동의 이것저것 설명을 하지만 벌써 나는 더위에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곳이 KBS <1박2일> 촬영지로 더 유명해졌다는 세속적인 소리만 귀에 들어온다. 20여분을 난간의 산책로를 따라가다 약간의 오르막의 정점에서 통행 위험지구 알림 표지판이 나오는 곳에서 리지는 시작된다. 이 회장이 선두로 숲속으로 들어간다. 통행금지로 인해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서인지 길옆의 풀들이 사람 키를 넘긴다. 길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올라가는 데는 무리가 없다. 이 회장은 이곳의 등산로가 금지되어있어 이른 새벽 사람이 없는 틈을 내어 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혹 모르는 낙석의 위험에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란다. 풀숲을 따라 이리저리 올라가다 보니 폐가가 하나 나온다. 폐가의 주인은 얼마 전까지 이곳에 거주를 하다 더 이상 오르내리기 힘들어 아래 마을로 이주 했다고 한다. 풀이 자란 모습으론 오랜 빈집 같지만 아직 집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고 전기와 TV안테나도 그대로 있다.
집을 지나 10미터 정도 더 올라가니 큰 등산로가 나온다. 울릉군청이 기존의 길을 정비하여 산책로로 조성하였다. 비로소 이곳까지 올라오니 이 회장이 아래 리지구간은 낙석의 위험으로 우회했고 상단 부분만 간다고 한다. 다시 가파른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오른쪽으로 능선이 나오는 작은 길로 들어선다. 나는 이제나 저제나 암벽 코스는 언제쯤 나오나 하며 뒤 따라갔고, 아침의 기온은 이미 우리가 움직이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더웠다. 땀을 닦으며 바위 구간을 걸어 오르다 잠시 바닷가를 구경하는데 나무숲 사이로 천도복숭아가 탐스럽게 매달려 있었다. 조중호는 이것을 보고 천상의 복숭아라며 하나씩 따서 모두에게 권한다. 잘 익은 복숭아는 우리에게 잠깐의 휴식과 함께 눈과 입을 동시에 즐겁게 해준다. 아마 누군가 여기서 쉬며 복숭아를 먹고 버린 씨가 제대로 자라나 열매를 맺은 것 같다.
바위 구간을 가다 보니 길이 조금 험해져 안전벨트를 차고 움직이기로 했다. 이 회장은 바위 구간이 이정도 수준이라며 그냥 가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지만 혹시 모를 만일에 대비해 장비를 준비하자고 했다. 나는 속으로 시간을 내어 작정하고 찾아온 리지등반인데 도봉산 포대능선보다 못한 정도로 어설프게 끝나는 것이 내심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바다를 보는 조망이 조금 위안을 주었지만, 돌아가 등반에 대한 글을 어찌 써야 하는지 걱정이었다. 분명 멀리서 본 도동리지는 바위투성이의 능선이었는데 와보니 바위는 없고 온통 나무 숲길이다.
삼선암 앞 장군수가 있는 해벽을 리딩하고 있는 조안나 양. 방금 전 수영을 하고 그 복장 그대로 바로 해벽 등반을 하고 있다.
울릉도 유일의 리지, 도동리지
이 회장의 말로는 바위절벽 능선과 숲이 맞닿아 있어 실제 다니는 길은 바위 쪽보다 숲길이 더 많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출발부터 계속 숲으로 오르다 잠깐 바위를 만난 것이 전부였다. 우리가 묵은 숙소에서는 이 도동리지가 분명 바위로 된 리지로 보였기에 흔쾌히 허락 했건만….
바위가 나와도 모두들 그냥 올라간다. 선두로 가는 상세에게 그래도 취재인데 안전을 위해 로프를 깔고 가자고 했는데 동행하는 사람들이 로프를 대부분 건들지 않고 간다. 그만큼 경사나 안전을 위해 로프를 쓸 정도의 난이도가 아닌 것이다. 두 번째 피치를 오를 때에는 올라가는 난이도보다는 실수로 낙상을 하면 좌우의 절벽으로 떨어질 수가 있어 모두 통과하고 지나간다. 해풍에 의해 울퉁불퉁하게 변해버린 바위는 깨지기 쉽게 변형되어 있어 작은 홀드를 잡으면 깨어지거나 밟고 오를 때 잘 부서진다.
정상 밑의 처음의 봉우리에 올라서야 사방의 시야가 트여 바다와 산이 모두 보인다. 멀리 성인봉의 형태가 마치 마등령에서 보면 소청과 중청으로 다시 대청으로 이어지는 능선처럼 완만하게 늘어져 있다. 어제 성인봉을 갔다 온 상세는 저곳이 생각보다 올라가는데 가파르다고 한다. 올라 가는데는 큰 문제가 없는데 나리분지로 내려가는데 경사가 심해, 올라 갈 때는 코가 계단에 닿고 내려 갈 때는 엉덩이가 계단이 닿는 코스라고 한다. 그만큼 작지만 험하다는 소리일 것이다. 어렵지 않게 작은 봉우리에 올라서니 그제야 바다 바람을 맞을 수 있다. 모두들 배낭을 내려놓고 시원하게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며 도동항의 경치를 구경한다. 비록 아침이지만 날이 뜨거워 바다의 수평선이 연무에 보이지 않는다. 초록빛 바다에 거친 조류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해안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울릉도는 바다물살이 세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이 회장은 울릉도를 돌아다닐 때 주의할 점이 두 가지 있다고 한다. 특히 해안도로를 다닐 때 더욱 주의해야 하는데 그것이 하늘과 바다라고 한다. 하늘은 울릉도 해안도로가 워낙 가팔라서 낙석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고 했고, 마치 이것이 현실이 되었는지 천부항 근처 도로에 대형 낙석 사고로 도로가 통제됐다는 연락이 왔다. 그리고 이곳의 바다는 간만의 차가 별로 없어서 아무 때나 바다 속에 들어가도 크게 위험하지 않지만, 가끔 먼 바다를 처다 봐야 한단다. 먼 바다에 바닷물이 담벼락처럼 생긴 것이 서서히 몰려오면 빨리 산 위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며, 담벼락 같이 생긴 것이 곳 큰 파도를 의미 한다고 한다. 이것이 해안가에 들이치면 도로를 덮쳐 차와 사람을 다시 끌고 간다고 한다.
리지 등반 중에 잠시 바닷가의 풍경을 마음껏 누리고 있는 일행들
이런 사고가 종종 있느냐는 내 질문에 사고는 그리 많지 않지만 아주 위험한 대상이라고 이 회장은 대답한다. 항상 바다와 머리 위를 조심하라고 말하며, 평소에 죄짓고 살지 말자고 한마디 더 보탠다.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정상의 바위로 향한다. 밑에서 보기에는 좀 어려운 등반 길 같아 기대를 많이 했지만 앞서 가는 이 회장의 동작을 보니 기대했던 만큼 어려운 코스가 아니게 올라간다. 그나마 로프를 사용한 것은 낙상하면 좌우의 절벽의 위험성이 내포되어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로프를 깔았다. 정상의 기쁨은 더위로 인해 그리 반갑지 않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한창의 더위가 사람도 지치게 만든다. 새벽 공기가 이렇게 더우니 앞으로 하루 일과가 걱정된다.
산에서 내려와 도동항 마을로 들어서서 이곳의 명물인 오징어 내장탕으로 허기를 달랜다. 오징어 내장이 어디 있나 싶었는데 끓어 나온 탕을 보니 분명 내장이라는 것이 가득 들어 있다. 오징어 내음이 날 것 같았지만 오징어 맛은 나지 않았고 생선의 비린내도 없었다. 담백하고 깔끔한 국물에 적당히 풀어 놓은 고춧가루가 얼큰한 맛이 아침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주인아주머니도 이 음식은 울릉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음식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곳 울릉도에 와서 정작, 그 유명한 울릉도 오징어회를 먹어 보질 못했다. 날이 너무 뜨거운 것과 보름달로 오징어 배가 출항하지 않는 것이 그 이유였다. 보름달의 밝은 달빛에 오징어 배의 불을 켜도 잡이가 되질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어시장엔 작은 자리돔만 그 주인 행세를 하고 있고, 육지에서 배타고 건너온 멍게만이 어시장을 주름 잡고 있다. 울릉도에 살아있는 오징어가 없다. 오징어도 더위를 피해 냉동 창고에서 꽁꽁 얼어 여름의 피서를 즐기고 있다. 다음 주면 ‘울릉도 오징어축제’라고 하는데 그 오징어들이 조만간 석쇠위로 올라가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것이다. 이열치열이라 했나 뜨겁고 매콤한 오징어 내장탕으로 몸을 덥히고 다음날 행선지를 섬목의 해벽으로 정했다. 이렇게 도동리지라고 할 것도 없는 등반을 하고 나니 모두들 더위에 지쳐 오후에는 시원한 봉래폭포로 가서 더위를 피하기로 했다.
삼선암 장군수 해벽에서 등반의 갈증 달래
마지막 날인 4일째에는 해벽 등반과 해수욕을 하고 서울로 귀향한다. 저동항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 걸리는 섬목선착장에서 다시 삼선암 쪽으로 가면 장군수라는 석수가 나오는 곳에 해벽이 있다. 이곳은 10개의 루트가 있는데 난이도는 보기와 달리 5.11c부터 5.10까지 다양하게 있다. 특징은 톱로핑 등반을 한다면 기존 루트와 상관없이 자기의 의지대로 새로운 루트를 만들어 갈수가 있다. 해풍으로 만들어진 홀드가 다양하여 문제될 것이 없다. 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하기 위해 오전에는 낚시와 해수욕을 즐기고 오후에 해벽을 하러 간다. 해벽은 북동쪽 면에 위치해 해가 중천을 넘어가면 그늘이 지고 바위틈에서 나온 석수의 시원함을 맛볼 수 있다. 우리일행 모두가 근처 선착장에서 해수욕과 낚시를 즐기고 있는 사이 나와 친구의 딸인 안나는 함께 바위를 한다. 안나는 현재 프랑스 유학 중이며, 지금은 방학 중이라 울릉군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어릴 때 부모가 조기교육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가르치기 위해 프랑스로 보냈다. 하지만 그는 자라면서 스포츠클라이밍보다 다른 것에 관심을 가졌고, 지금은 토목을 전공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어렸을 적부터 암벽을 시작한 안나의 동작의 흐름은 아름답기만 하다. 지나가는 차들이 안나의 등반을 보고 지나치다가 다시 후진을 하여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다가 간다. 하지만 내가 등반을 할 때에는 차들이 힐끗 쳐다보고 무관심으로 지나간다. 울릉도에 온다면 이곳 삼선암 장군수 해벽은 더위를 시키기 위해 좋은 자리임은 분명하다.
이른 새벽, 아직 안개로 인해 아침 해가 보이지 않고 빛만 구름 사이로 나와 일행의 모습에 또 다른 영감을 준다.
excite tip
배드 볼트(Bad Bolt) 연결고리,이런 확보물은 조심하자
종로에서 선배 유기수씨를 만났다.
얼마 전 울산암 비너스길을 등반한 적이 있어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있어 여쭤보았다.
이 길은 그가 26살 때인 1974년에 김동욱‧박일환씨와 같이 개척한 곳이다.
그때는 바윗길이라는 것이 그냥 등반선을 잡고 올라가기만 하면 됐다고 한다.
비너스길도 그렇게 6시간 만에 올라갔다는 것이다. 선배는 그때도 그 길을 거의 자유등반으로 올라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년 전에 등반을 했는데 웬 볼트들을 그리 많아 박아놨느냐며 투덜대었다.
그는 아직도 젊은이 못지않은 등반을 하며 선등을 하지 않으면 등반의 의미가 없다고 한다.
남을 따라가는 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며, 또한 자신의 등반을 퇴화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공감 가는 말이다.
따라가는 입장에서는 어려움만 있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전율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 그는 아웃도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구적인 사업을 했다.
특히 산악자전거 쪽에서는 아직도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 이런 비너스길을 울산암에서 가장 선호하며,
주말이면 줄을 서서 기다려 하는 때가 많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비너스길에는 각 피치마다 인공 볼트로 확보를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내가 이번에 본 확보물은 가장 최악의 설치물이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알루미늄 볼트 행거다.
이것은 고산거벽등반 시 무거운 스테인리스 행거를 가져가는데 문제가 있어 대체품으로 나온 것이다.
즉 1회용이기 때문에 고정용으로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추후 이곳을 등반하는 사람은 유심히 보라. 알루미늄 행거가 와이어에 계속 쓸려 반쯤 닳아 없어진 것도 있다.
두 번째는 리벳볼트이다.
이것은 암벽에 구멍을 내어 안쪽에 넣어 고정시키는 형태가 팽창식이 아니라 수축식으로 되어있어
장기간 고정 확보물로 사용시 빠질 우려가 있는 볼트이다.
이것 역시 고산거벽등반 시 신속하고 간단한 작업을 위해 사용되는 장비이다.
특히 이 볼트는 오버행에서 그 하중이 볼트 방향, 즉 잡아당기는 형태가 되면 쉽게 빠진다.
이 볼트와 행거는 미국에서는 이미 ‘배드 볼트(Bad Bolt)’로 규정하고 사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기부를 받아 미국 전역에서 이런 볼트를 교체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여기에 설치된 와이어는 비너스길 상단에 설치된 슬링보다는 났지만
이것 역시 설치 방방법도 불량 삼각 연결법으로 규정하여 하지 말아야 하는 연결법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아래에 100kg의 무게가 매달리면 양쪽에 50kg씩 분산되지만
볼트 행거의 가운데 부분은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꼴이 되어 100kg의 하중을 받는다.
하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두개를 박았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역할과 다를 바 없다.
이에 대한 보완으로 체인을 이용해 V자로 연결하거나 한 줄씩 늘어트리는 11자 연결로 바꿔야 한다.
위험은 그 위험이 보이지 않는 곳에 있어 드러나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모두가 주의하고 확보물 역시 백업을 해야 한다.
물론 지금까지 비너스길에서 이런 문제로 인한 사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위험 요소를 모르고 등반하면 알려줘야 한다.
위험 요소를 보고 알고 그냥 지나치는 것이나 알면서도 다른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더 위험한 행동이다.
위험이란 기다리지 않는다. 우리가 그 위험을 미리 방어해야 한다.
비너스길을 오르면서 나는 피치마다 계속 새로운 곳에 다시 확보를 했다.
등반에 있어 안전이란 나에게 최대의 무기이기에 나는 언제나 이 무기를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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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유학재 산행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제갈길[변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