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르 미츠바 & 바트 미츠바
누구나 살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깊이 고민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만 19세가 되면 법적으로 성인이 되지만, 유대인 사회에서는 조금 더 일찍, 그리고 훨씬 더 깊은 영적 의미를 담아 성인을 맞이합니다. 바로 만 13세 남아가 치르는 바르 미츠바(Bar Mitzvah)와 만 12~13세 여아가 치르는 바트 미츠바(Bat Mitzvah)입니다.
이 성인식은 단순히 나이가 찼음을 축하하는 파티가 아닙니다. 회당 회중들 앞에서 수천 년간 내려온 양피지 성경을 히브리어로 직접 낭독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윤리적·종교적 책임감을 공식적으로 선언하는 거룩한 첫걸음입니다. 아이의 떨리는 목소리가 거룩한 공간을 채울 때, 공동체 전체는 한 사람의 인격체가 세상에 바로 섰음을 온 마음으로 축복합니다. 유대인 성인식의 핵심인 '성경 낭독'과 그 안에 담긴 감동적인 풍속을 함께 들여다 볼까요?
📜 '계명의 아들과 딸'이라는 이름의 무게
'바르 미츠바(Bar Mitzvah)'는 히브리어로 '계명의 아들', '바트 미츠바(Bat Mitzvah)'는 '계명의 딸'을 의미합니다. 이 성인식을 치르기 전까지 아이의 행동에 대한 종교적·윤리적 책임은 부모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날 이후부터 아이는 스스로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유대 율법을 준수할 의무를 지닌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받습니다. 성인식은 부모의 품을 떠나 영적 자립을 선언하는 정서적 이정표가 되어줍니다.
📖 손으로 직접 쓴 거룩한 양피지, 토라(Torah)
성인식의 하이라이트는 회당(Synagogue)의 성궤에서 토라 롤(Scroll)을 꺼내 회중 앞에서 읽는 것입니다. 토라는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양피지에 훈련된 서기관이 모세오경을 손으로 직접 적어 내려간 거룩한 경전입니다. 모음이나 음표가 없는 순수 자음 히브리어로 적혀 있어 읽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성인식을 치르는 아이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이 구절을 암기하고 독송 법을 익히며 깊은 몰입과 인내를 배웁니다.
👈 성경을 가리키는 손가락, 야드(Yad)의 의미
토라를 읽을 때 아이들은 손가락 모양을 한 은제 지시봉 '야드(Yad)'를 사용합니다. 손의 기름기나 땀이 양피지 성경 훼손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거룩한 문자를 직접 손대지 않고 경외함으로 다가가는 정성을 담고 있습니다. 작은 손으로 야드를 쥐고 한 줄 한 줄 글자를 짚어 나가는 아이의 모습에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의 엄숙함과 고결함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 머리와 어깨에 두르는 성스러운 의복: 키파와 탈리트
성인식 날 소년은 머리에 '키파(Kippah)'라는 작은 모자를 쓰고, 어깨에는 정결한 숄인 '탈리트(Tallit)'를 두릅니다. 키파는 자신보다 높은 곳에 하나님이 계심을 인정하는 겸손의 표시이며, 탈리트에 달린 실타래(찌찌트)는 하나님 계명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뜻합니다. 성인식을 통해 비로소 어른들과 동일한 신앙 의복을 갖춰 입는 모습은 아이에게 깊은 자부심과 성숙함을 심어줍니다.
🕊️ 여성에게 열린 신앙의 문, 바트 미츠바의 역사
과거에는 남아 위주의 '바르 미츠바'만 대대적으로 치러졌으나, 20세기 초(1922년) 칭찬받는 유대학자 모데카이 카플란이 자신의 딸을 위해 최초의 공식 '바트 미츠바'를 연 이후 여성의 성인식도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오늘날 개혁 및 보수파 유대교에서는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토라를 낭독하며 성인으로서의 권리와 의무를 다합니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전통을 유지하며 평등을 품어낸 아름다운 진화입니다.
🍬 사탕 세례와 하바 나길라의 기쁨
아이의 토라 낭독과 연설(드라샤)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회당을 채운 하객들은 아이를 향해 말랑말랑한 소프트 사탕을 던집니다. 이는 아이의 앞날에 달콤한 축복과 기쁨만 가득하기를 바라는 유쾌한 풍속입니다. 예배 후 열리는 연회에서는 전통 민요 '하바 나길라(Hava Nagila)'에 맞춰 아이와 부모를 의자에 앉혀 공중에 띄우는 신나는 춤판이 벌어집니다. 엄숙했던 순간이 환희의 축제로 바뀌는 감동적인 반전입니다.
🪙 경제적 자립을 돕는 유대의 지혜: 축의금 문화
유대인 성인식에서는 하객들이 숫자인 '18(히브리어로 '삶/생명'을 뜻하는 단어 '하이'의 숫자 값)'의 배수로 축의금을 선물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성인식 축의금은 아이 명의의 계좌에 적립되어, 아이가 성인이 되어 사회로 나갈 때까지 투자 및 관리를 거칩니다.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경제적 관념을 배우고 미래를 준비하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유대인 특유의 현명한 교육 철학을 보여줍니다.
유대인의 성인식은 단순히 자라나는 아이를 대견해하는 파티 그 이상의 깊이를 가집니다. 자음만 적힌 오랜 성경 구절을 수개월간 땀 흘려 익히고, 수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목소리로 당당히 선언하는 과정. 그 속에서 아이는 성숙의 가치를 깨닫고 사회적 책임을 온몸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처럼 정성스러운 통과의례가 존재하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단순히 나이라는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이 깊어지는 진짜 '어른'이 된다는 것. 바르 미츠바와 바트 미츠바의 토라 낭독 소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진정한 성숙이란 무엇인지 따뜻한 질문을 던져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