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둔역, 영화 세트같이 아담한 역사가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었다.
* 지평 장터 초입에 자리한 베트남 쌀국수집,
지평에서 맛본 베트남 쌀국수, 대한문학세계 기자, 소운/박목철
지평은 양평군에 속하는 면 중 하나인 지평면에 소재한 면 소재지의 지명이다.
우연한 기회에 지평을 찾았다가, 흡사 어린 시절 보았던 읍내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모습에 반해 자주 찾게 되는 매력 있는 곳곳으로, 양평에서 그리 멀리 떨어진 곳도 아닌데
양평읍이나, 용문과는 사뭇 다른 한마디로 시골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이 지평이다.
딱히 뭐가 볼 게 있다든가 하는 것도 아닌데, 양평이나 용문과는 달리 도시의 바쁜 일상보다는
시간이 멈춘 듯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좋은 곳이 지평이다.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돈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할까, 우리나라 읍이나 면 소재지의 특색이라면 예전에 서울이 그랬듯
쫓기듯 돌아치는 모습이 서울의 변두리를 옮겨 놓은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는데,
지평은 그런 흐름에서 비켜선 조용한 곳으로 보는 이는 좋지만, 사는 사람은 경제적 활력이 없다는
불만도 있을 것 같은 곳이 지평이다. 아담한 규모의 거리를 한 바퀴 돌아보면 사람 보기가 어려울
만큼 적막이 감도는 조용한 곳이 지평이다.
지평면을 조금 지나 구둔역에서 문화 행사가 있다고 해서 간만에 식구가 모두 나들이를 했다.
구둔역?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閉驛)으로 문화 관광지로 탈바꿈하려고 여러 시도를
한다는 소리를 막내를 통해서 들었기에, 어떤 곳일까 하는 기대감마저 있었다.
이런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모습을 드러낸 구둔역은 흡사 영화 세트같이 작고 아담했다.
모래시계에서 보았던 정동진역의 정겹던 모습이 무색할 작고 아담한 역이 서울에서 지척인
지평에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미 관광객들이 앙증맞은 역사(驛舍)를 배경으로 사신 찍기가
한창 들이었고, 그들이 내는 약간의 웅성거림까지 정겨운 한 폭의 수채화였다.
역사에 자리한 아담한 카페에서 찬 커피도 마시고 구둔역의 역사가 일천(日淺)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웅장한 향나무에 매달린 숱한 소망이 바람에 펄럭이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오늘의
나들이가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구둔역사 문화 공간에서 펼쳐지는 인형극도 아주 유익하고
재미있었다. 특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에겐 좋은 나들이 코스로 추천할 만하다)
* 역사 후원에 자리 잡은 향나무가 역의 연륜를 말 하는 듯, 공연장에서 나눠 준 소망이 펄럭이고 있다.
먹을 곳이 부실하면 아무리 볼 것이 많아도 나들이 코스로는 실격이다.
공연을 마치고 지평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라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지평에서 먹기로 한 것은 지평에 알려지지 않은 베트남 쌀국수 맛집이 새로 개업했기 때문이다.
막내가 다문화 가정 관련 일을 하며 알게 된 베트남 분이 얼마 전 지평에 쌀국수집을 열었다는 소식을
전해 왔기에 점심은 그곳에서 먹기로 계획을 미리 세워 두었다.
* 새로 이전해 개장한 베트남 쌀 국숫집 간판이 산뜻하다. (지평 장터 초입에 있어 찾기도 쉽다)
쌀국수집은 지평 장터 초입에 자리하고 있었다.
원래 맛집이 다 그렇듯 이 쌀국수집도 처음에는 베트남 부인이 만들어 대접한 쌀국수를 맛본
이들이 맛이 좋다고 식당을 해 보라고 권유해서 시작한 것이고, 외진 마을에 간판도 없어 아는
이들만 물어물어 어렵게 찾던 그런 식당이다. 소운도 이 집을 처음 찾을 때 한참 헤매야 했다.
소운은 쌀국수를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하도 맛있다고 해서 찾긴 했지만 별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주문을 하고도 지겹다 할 만큼 기다리며 뭔가 준비가 덜 된것 아닌가 생각 했는데
기다림 끝에 나온 쌀국수를 보니 -이건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먹음직스럽고 맛도 좋았다.
먹성이 까다로운 딸과 손주 녀석이 이 집 쌀국수 마니아가 되어 종종 찾곤 했는데,
옹색하게 집에 꾸린 식당을 보며 제대로 식당을 내서 해보지, 하는 생각은 늘 있었다.
그런 인연이 있는 식당이 지평 장터에 버젓이 자리 잡아 신장개업이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당은 예전과 달리 구색을 제대로 갖추었고, 한쪽 벽에는 베트남에서 생산된 식품들이 진열되어
있어 호기심에 이것저것을 만져 보기도 했다. 한쪽에는 그 유명하다는 과일 두리안이 상자에 담겨
있었다. 두리안은 현지에서도 싼 과일이 아닌데 꽤 비싸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먹음직스러운 베트남 쌀국수, 베트남에서 시집온 분이 전통 맛을 살린 쌀국수이다.
소고기로 끓여낸 쌀국수는 담백하면서도 맛있었다.
이구동성으로 "아마 쌀국수로는 이 집 맛을 따라오는 집이 없을 거야"
하기야 식당을 개업하기 전에도 추천을 받아 쌀국수를 맛본 분들은 하나같이 최고라고 극찬하던
집이니 그 맛이 어디 가겠는가? 쌀국수를 좋아하시는 분은 정통 쌀국수를 맛보시려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추천해 드리고 싶다. (소운이 기자라 하니, 대가라도 받고 광고? 전혀 아니다.
단지 맛집도 소개하고 어렵게 이국에서 살려고 애쓰는 다문화 가정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다)
* 부부의 다정한 모습,
지평,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소운은 지평을 올 때마다 어린 시절 봤던 시골 읍내 정경이
연상되어 너무 좋다. 고즈넉한 적막과 돈을 벌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느낌이 없어서 더욱 정겹다.
술 도가를 찾아서 지평 밀 막걸리를 두 병 샀다. 요즘은 쌀 막걸리가 대세라 밀 막걸리는 찾기 어렵지만,
지평에는 한 세기 역사를 자랑하는 지평 막걸리 양조장이 있어 밀 막걸리를 쉽게 살 수 있다.
행복한 나들이도 했으니, 저녁에 밀 막걸리로 기분 좋게 한잔해야겠다.
베트남 쌀국수, 소운/박목철
지평에서 쌀국수를 먹었다.
먼 이국에서
이곳까지 시집와
고향이 그리웠을 게다.
그리움을 삭여
제 엄마의 손맛을 살려낸
뽀얀 국물에서
나도 진한 고향 맛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