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명의 죽음' 통일교 실체와 경제 규모 해부
통일교 창시자인 문선명 총재가 끝내 별세했다. 문 총재는 감기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병세가 악화돼 지난 8월13일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했다. 8월 초에도 심한 기침 증상을 보여 일주일 가량 입원했다가 퇴원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입원했고, 현대의학으로 병세 호전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에 따라 같은 달 31일 가평 청심국제병원으로 옮겨졌다. 결국 오늘 새벽 1시54분 경기도 가평의 청심국제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향년 92세. 병실에는 가족과 신도들이 지키고 있었다. 문 총재의 빈소는 청심평화월드센터에 마련될 예정이다.
통일교는 현재 전세계 1백94개국 3백여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종교 단체로 성장했지만,다. 고인이 된 문 총재에 대한 평가는 찬반으로 엇갈리고 있다.
문 총재는 1920년 평북 정주에서 태어났다. 서울에서 경성상공실무학교 전기과를 졸업하고, 1943년 일본 와세다대학 부설 공고 전기과를 졸업했다. 8.15해방 후 일본에서 귀국했다.
그후 종교운동을 시작했으며, 1946년 평양에서 신비주의 운동을 일으켜 2년 후에 사회질서문란혐의로 체포돼 평양형무소에 수감되었다가 함흥 감옥에 수감된다. 그러다 한국전쟁 때 국군의 진격으로 형무소를 나와 월남했다. 월남 초기에는 부산에서 부두노동자 생활을 하며 전도 활동을 시작했다.
그리고 34세 때인 1954년 서울에서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통일교의 전신)를 창시하고 교주가 되었다.1957년 만든 통일교 경전 원리강론을 통해서 구원은 내세가 아닌 문선명 총재를 통한 현세에서의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는 새로운 교리를 만들었다.
이때부터 그는 교단조직을 체계화하고 각종 단체들을 설립하며 출판물들을 간행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그는 초기부터 해외선교의 필요성을 강조하여 1958년에는 일본으로, 그리고 1959년에는 미국으로 선교사들을 파견했는데, 이것이 통일교가 현재와 같이 세계적으로 활동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재림 메시아로 주장하는 교리 때문에 주류 기독교로부터 이단으로 규정돼 배척당했다.
통일교는 1963년 5월 정부에 사회단체로 등록하였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이 후 통일교는 1966년부터 전국대학원리연구회를 창립하고 각 대학교에 서클이나 연구회를 조직하기 시작했으며, 1968년에는 국제승공연합을 창립하여 공산주의 비판, 승공사상 고취 등 각종 반공운동을 전개하였다.
문 총재는 교육사업, 경제 활동, 통일 운동, 국제 교류, 남북 교류, 언론사 운영, 문화예술, 스포츠 등을 통해 막강한 기반을 다졌다. 그는 국제적인 거물이기도 하다. 2009년 1월31일은 문 총재의 90세 생일이었다.
이 날은 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시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 미국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한승수 국무총리 등 세계 여러 지도자들이 축하인사 및 선물을 보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평화자동차 박상권 사장을 통하여 90년, 80년, 60년짜리 산삼 세 뿌리와 함께 축하의 글을 자수로 새긴 리본,장미 90송이와 백합 90송이를 담은 화병과 화환 등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문 총재에게 큰 위험이 닥치기도 했다. 2008년 7월19일에는 문 총재 부부가 탄 헬기가 경기 가평에서 불시착해 전소했으나 문 총재 등은 가벼운 상처만 입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문 총재는 서울 서초구 반포에서 회의를 가진 뒤 그의 일가족과 몇몇 통일교도들과 함께 전용 헬기에 타고 경기도 가평군 청평면의 청심국제병원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날 악천후가 심했다. 결국 헬기가 장락산 정상 부근에 추락,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행히 문 총재의 일가족과 헬기 승무원을 포함한 총 16명은 무사히 대피했고, 그 후 헬기는 폭발하여 전소됐다. 중경상을 입은 3명을 제외한 문 총재를 포함한 나머지 일행들은 경미한 부상만 입었다.
@문선명 총재의 막내아들 형진씨(왼쪽)가 종교를 관장하고, 삼남 현진씨(오른쪽)는 비영리기구를 총괄한다.
문선명 총재는 부인 한학자 여사와의 사이에 7남7녀를 두었다. 첫째·둘째·여섯째 아들은 사고나 자살로 죽었다. 현재는 4남 문국진(43) 통일그룹 회장이 사업 경영을, 막내아들 문형진(33) 통일교 세계회장이 종교로서의 통일교를 맡아 이끌고 있다. 하지만 내부 주도권을 놓고 자녀들끼리 내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일명 ‘통일교판 왕자의 난’이다.
2조 가까운 자산 쥔 ‘경제 권력’
통일그룹의 기업·기관 규모 얼마나 되나
계열사 15곳…업종도 의료·레저·항공 등 다양
▲ 통일그룹이 대주주인 서울 강남의 센트럴시티 건물.
ⓒ시사저널 이종현
통일교는 기존 종교 단체와 차별화되어 있다. 막대한 현금 동원 능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기업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은 통일교 관련 사업에 재투자되고 있다. 때문에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종교적인 신념으로 뭉쳐진 거대한 경제 권력이 통일교이다”라고 말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통일그룹의 자산은 1조7천3백61억원이다. 산하 계열사는 세계일보, 용평리조트, 일화, 일신석재, 일상해양산업 등 15개에 달한다. 업종도 언론에서부터 식음료, 리조트, 여행, 조선, 교육, 스포츠 등 다양하다. 통일그룹 계열사 중에서 7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 리조트 분야이다.
조만간 용평리조트와 여수 디오션리조트 등을 중심으로 종합 리조트 체인망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2012년 열리는 여수엑스포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겨냥한 추가 개발 계획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05년 문국진 회장이 취임한 이후, 적자 위주의 계열사 경영도 많이 호전되었다. 통일그룹은 지난 1월4일과 5일 여수 디오션리조트에서 산하 기업들의 실적 발표회를 가졌다. 세계일보의 경우 전년 대비 73%나 경영이 개선되었다. 용평리조트는 지난 2003년 쌍용으로부터 인수한 후 처음으로 흑자를 냈다.
문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래 성장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1998년 부도가 났던 일화를 증시에 재상장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2세 체제를 앞두고 통일교가 본격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겉모습에 불과하다. 통일교의 저력은 다른 곳에 있다. 통일교대책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통일교 산하 기업·기관 수는 50곳을 넘는다. 복지, 의료, 문화, 스포츠·레저, 교육, 해운, 여행, 항공, 건설, 유통, 출판·인쇄, 투자, 대북 사업 등 걸치지 않은 업종이 없어 보일 정도이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거둔 수익을 선교나 NGO(비정부 기구) 사업에 재투자하다 보니 계열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도 정확한 운영 규모는 알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 운영되는 통일교 관련 조직도 베일에 가려져 있다. 통일교는 최근 한·일 해저 터널 등 대규모 공사 계획을 발표했다. 소요 예산만 92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한 해 예산과 맞먹는 대규모 공사를 미국에서 공언하기도 했다. 이런 자금들이 어떻게 조성되어서 사용되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한 상태이다.
이영선 통일교대책협의회 사무총장은 “매년 집행되는 자금이 천문학적인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자금 집행은 극히 일부 인사들만이 관여하기 때문에 정확한 규모는 추측이 불가능하다. 과도기를 거치면서 회계 문제 또한 투명하게 바뀌기를 기대한다”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이석 기자
(2011.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