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반주법
<피아노로 노래하는 즐거움>
악기를 사용한 기악 음악에서도 우리는 노래한다 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데, 과연 어떤 악기가 가장 노래하기 쉬운 악기일까?. 호흡을 조절하여 입을 통해 공기를 불어낸다는 점에서 관악기, Bowing을 통해 성악에서의 호흡을 조절하는 것과 흡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음정도 손가락으로 직접 줄을 눌러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현악기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비하면 모든 악기 중 가장 노래하기 어려운 악기가 바로 피아노가 아닌가 생각된다. 피아노는 평균율에 의해 조율된 특정한 음 높이의 현들을 가지고 있고, Hammer가 그것들을 때려서 소리를 만들어 내기까지에는 건반에서부터의 여러 단계를 거친 간접적인 과정과 또한 한 번 눌러서 소리가 나면 더 이상 음량을 조절(증폭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할 수 없다는 특성 등 노래의 요소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노래하기에 무척 까다로운 악기임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악기와의 밀착성보다는 악기와 마주보고 앉았다는 거리감에서 감정의 전달도 용이하지 않다.
(1) Touch
건반을 누를 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손가락 끝의 감각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손가락의 힘이 건반을 거쳐 Hammer로 이어지고 이후 이 Hammer가 줄을 때리는 순간, 바로 그 순간 건반에 가해지는 힘의 양과 질에 의해 소리의 크기와 색이 결정된다. 이 과정에서 건반을 누른 후 손가락을 뗄 때의 움직임에 따라서도 음색의 차이는 매우 커진다. 즉, 특정한 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Attack과 Release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Touch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울림에 있다고 본다. 이것은 성악에 있어서 잘 발성되어진 공명된 소리에 비할 수 있는데, Attack할 때의 힘의 조절(아랫배의 지탱)과 Release할 때의 유연한 손목의 사용(포물선을 생각하며 소리를 내보내는 것과 같다)에 의해 울림이 있는 살아있는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렇듯 에너지가 가득 찬 울림이 있는 소리는 아무리 그 크기가 작더라도 멀리 울려 퍼질 수 있고, 이러한 소리만이 성악적인 소리와 하나가 될 수 있다.
7) Pedaling
Pedaling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Touch가 좋아도 Pedal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하면 음들이 섞이거나 흐름이 끊길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음을 연결시켜 주기 위한 것뿐만 아니라 음색을 만들어주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어떠한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귀로 확인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가끔 페달을 일정한 간격으로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보는데, 이러한 경우 나중엔 페달을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갖는 것 같다. 하지만 깨끗한 Staccato나 Leggiero를 요하는 Passage에서는 분명히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즉, 페달은 사용할 때도 있지만 사용해서는 안 될 때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항상 적절히 사용해야한다.
Pedal 역시 Touch와 마찬가지로 발을 뗄 때 그 순간 손에서 이루어지는 긴장감의 정도와 흡사한 감각으로 Release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Tenuto로 처리하는 음에서 페달을 사용할 때는 손에서와 마찬가지로 Release할 때 한 번의 탄력을 더 주고 떼어준다. 반대로 음의 여운이 길게, 그리고 작게 남아야 할 경우에는 떼는 시점을 귀로 확인하면서 중간에 소리의 여운이 뚝 잘리지 않도록 앞에서와는 다른 종류의 긴장감을 가져야 한다.
(3) Articulation
성악곡에서의 Articulation은 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반주를 할 때 항상 가사의 음절들이 눈에 들어와야 한다. 기악곡에서는 여러 가지의 Articulation이 가능하여 무심코 기악곡에 익숙한 Articulation을 노래 성부와는 다르게 연주하는 경우가 있으니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
(4) Dynamic
합창의 경우 Dynamic의 폭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조심해야 할 것은 합창의 소리가 크다고 해서 무리하게 거친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반대로 합창이 아주 작은 소리를 낼 때는 피아노 소리가 그보다 크지 않도록 합창과의 Balance를 유지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자세로 Dynamic의 변화를 준비하는 cresec.나 dim.에서는 다소 표현을 크게 하여 합창만이 갖는 큰 물결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한다.
(5) 조성의 느낌
조마다의 계이름은 모두 같지만 각각의 조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느낌들은 모두 다르다. 그것은 특정한 색깔이나 분위기로 느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많이 붙을수록 밝기도 하지만 약간은 진취적인 것이 지나쳐 방황하는 듯한 불안함과 긴장감을 갖게 되고, b계통의 조에서는 온화함과 안정감, 그리고 가벼움을 느끼게 된다. 특히 곡 중간에 전조가 될 때는 이러한 분위기의 변화를 확실히 느끼며 연주를 해야한다.
(6) 내성의 움직임
독창 반주와 달리 합창 반주를 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은 내성의 움직임에 민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있는 상성부에만 흐름을 맞추게 되면 외성과 다른 움직임을 갖는 내성을 놓치게 되어 내성의 움직임에 의한 Phrase의 신축성을 표현하지 못하게 된다.
(7) 지휘자와의 호흡
피아니스트가 연주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형태의 반주와 앙상블이 있지만 그 중 합창 반주가 결코 쉽거나 간단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반주자는 지휘자와 100% 호흡이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휘자의 음악의 내용뿐만 아니라 음악적인 습성가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그의 Baton Technic에도 익숙해야 한다.
예술 가곡에 대한 연구는 피아노로 노래할 수 잇게 한다. 고도의 예술성을 내포한 예술 가곡을 공부하는 것은 합창 반주를 잘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피아노를 통해 시의 세계를 충분히 표현하여 반주부를 노래 성부와 동등한 위치로 끌어올린 슈베르트를 비롯하여 슈만, 브람스, 볼프, 그리고 말러와 슈트라우스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가곡을 보면 피아노 파트가 얼마나 섬세하게 씌어져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또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피아노 테크닉과 예민한 음악적 감각이 필요함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작곡가마다 피아노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 또한 알게 된다. 대체적으로 슈베르트는 사실적인 묘사를, 슈만은 내면적인 감정의 묘사를, 브람스는 고전적인 전통을 지키면서 극에 달하는 감정을 내면적으로 승화시킨 보다 음악적인 성숙함을, 볼프는 매우 자유로운 세계 안에서 다양하고 진보적인 곡의 형태와 표현적인 어법을, 그리고 말러와 슈트라우스는 관현악의 화려한 색채감을 피아노를 통해 나타냄으로써 각각의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구축했음을 볼 수 있다.
노래를 한다 함은 음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어떤 음형이나 프레이즈도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연주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음악의 존재 가치이며, 앙상블에 있어서는 상대방에 대한 나의 존재 가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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