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7일, 일요일, Santiago, International Hostel (오늘의 경비 US $35: 숙박료 17,500, 저녁 1,500, 택시 1,500, 식료품 300, 환율 US $1 = 600 peso) 아침 8시 반 버스로 아르헨티나 Mendoza를 떠나서 어제 Aconcagua 산에 가느라고 갔던 길을 다시 지나서 칠레 국경을 넘었다. 이 두 나라는 사이가 좋은지 한 건물 안에 출입국 관리소 사무실이 같이 있어서 출입국 수속을 빠르고 쉽게 했다. 다른 나라들은 보통 출입국 관리소 사무실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출국수속을 마친 후 한참 걸어가거나 차를 타고 가서 입국수속을 해야 하는데 이곳은 달랐다. 아르헨티나에서 칠레를 가자면 Andes 산맥을 넘어야 하는데 아르헨티나 쪽은 경사가 완만했는데 칠레 쪽은 경사가 급해서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내려갔다. 일단 내려간 다음에는 Santiago 까지는 평지다. 이곳 역시 Mendoza 지역이나 마찬가지로 포도밭이 많이 보였다. Mendoza나 Santiago나 방향이 다를 뿐 Andes 산맥의 산록에 위치한 지역이니 기후나 지형이 비슷한 모양이다. Santiago에서는 묵기를 원했던 La Casa Roja에는 (Red House) 빈방이 없었다. 할 수 없이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International Hostel에 들었다. 이 두 곳은 겉으로는 비슷하게 보이는데 너무나 차이가 난다. La Casa Roja는 Simon이란 30대의 호주 사람이 주인인데 그는 수년 전에 남미 배낭여행을 하다가 칠레가 맘에 들어서 Santiago에 정착해서 배낭 여행객들을 상대로 호스텔을 개업했다. 다 쓸어져 가는 제법 큰 저택을 사서 건물 한쪽만 수리를 해서 호스텔을 시작했는데 다른 쪽은 아직도 수리 중이다. 돈이 생기는 대로 조금씩 수리를 하다 보니 몇 년째 수리를 하고 있는데 반년만 더 하면 끝이 난단다. 그때는 Simon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곳은 한 마디로 배낭 여행객의 천국이다. 배낭 여행객이 원하는 것은 다 있다. 그리고 직원들은 모두 외국 배낭 여행객이다. 이곳에서 한두 달 돈을 번 다음에 배낭여행을 계속한단다. 그러니 분위기도 참 좋다. 즐겁게 며칠을 보내다 갈 수 있는 곳이다. (후기. 2009년 칠레에 속한 태평양 섬 Easter Island 여행을 하기 위해서 Santiago에 잠깐 들렸을 때 이곳에 다시 묵었다. Simon을 만나서 옛날 얘기를 좀 나누었는데 지난 6년 동안에 La Casa Roja 수리 공사를 끝냈다. 그리고 근처에 다른 건물을 매입해서 역시 외국인 여행자들을 상대로 하는 좀 비싼 호텔로 개조해서 경영하고 있었다. 2003년에는 미혼이었는데 그 동안에 칠레 여자와 결혼해서 애들도 벌써 두 명이나 두었고 셋째가 곧 나올 것이라고 했다. 이제 칠레에서 호텔업으로 큰 성공을 했고 더 이상 호주 사람이 아닌 칠레 사람으로 변신한 것이다.) 반대로 오늘 든 International Hostel은 영어를 좀 하는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직원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방도 들려면 들고 말려면 말라는 그런 태도였고 음료수를 하나 사자고 했더니 처다 보지도 않고 자기 하던 일을 계속하면서 "Wait a minute." 하고는 그만이다. 음료수를 산 다음에 영수증을 컴퓨터로 찍으면서 기다리게 해서 필요 없다고 했더니 "I have to do it." 하고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이것이 바로 공산주의 사회와 자본주의 사회의 차이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든다. 누군가가 엉터리 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을 지켜야하는 직원들이 엉터리로 운영하는 곳이다. 내일은 La Casa Roja에 빈방이 생긴다니 옮길 생각이다. 여행지도 아르헨티나-칠레 국경, 화폐 외에는 다른 나라 같지 않다 칠레 쪽 안데스 산맥은 경사가 매우 급하다 2003년 12월 8일, 월요일, Santiago, La Casa Roja (오늘의 경비 US $48: 숙박료 10,000, 아침 3,500, 점심 6,300, 식료품 6,300, 시내버스 600, 인터넷 900, 기타 1,000, 환율 US $1 = 600 peso) 오늘 운 좋게 La Casa Roja에 방이 나서 숙소를 옮겼다. 이곳은 건물 일부에서 공사가 진행 중이라 좀 산만한데도 항상 만원이다. 그만큼 배낭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가장 중요한 침실, 화장실, 부엌은 공사가 끝나서 깨끗하고 분위기가 그만이다. Santiago에 오는 배낭 여행객들은 모두 이곳에 묵는 것 같다. 호주인 주인 Simon은 항상 바쁘게 집안을 다니면서 손님들과 친구처럼 대화를 나눈다. 이제 좋은 숙소가 정해졌으니 관광만 하면 된다. 아침에 시내버스를 타고 중앙광장 Plaza de Armas에 가서 근처를 대강 둘러봤는데 볼만했다. 다시 오기로 하고 걸어서 호텔로 돌아오는데 좀 웃기는 일이 생겼다. 중앙광장 근처에서 주인 없는 듯한 개를 하나 발견하고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줬더니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다. 조금 따라오다 가겠지 했더니 계속 따라왔다. 가라고 소리도 처보고 돌을 던지는 시늉도 해봤더니 꼬리까지 치면서 따라왔다. 건널목도 잘 건넌다. 한 10분 그렇게 가다가 헬스클럽이 보여서 들어갔다. 개는 들어오지는 못하고 문 앞에 서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헬스클럽 직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다른 문이 없느냐고 물으니 없단다. 직원이 나가서 무슨 스프레이 같은 것을 뿌리며 개를 쫓아 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이놈은 아예 길 위에 들어 누어버렸다. 장기전을 펼 셈인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길로 다시 나갔더니 또 따라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이놈을 따돌리나 하고 궁리를 하면서 호텔 쪽으로 걸어가는데 철창문과 담으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가 나왔다. 아, 여기서 따돌릴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철창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더니 이놈도 따라 들어왔다. 철창문 안 아파트 건물 쪽으로 몇 발자국 가다가 잽싸게 돌아서서 철창문 밖으로 뛰어 나가면서 철창문을 닫아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이놈도 돌아서서 철창문으로 나오려다 안 되니까 담 밑으로 나오려고 발버둥을 쳤다. 멀리서 보니 조금 후 어떻게 담 밑으로 빠져 나와서 또 따라왔다. 금방 우리에게 따라 붙겠거니 하고 생각했는데 우리 쪽으로 좀 오다가 다른 길로 가버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시력이 안 좋아서 우리를 못 본 것이었나 (우리는 그놈을 볼 수 있었는데) 아니면 무슨 이유인지 우리를 포기했는지 알 도리가 없다. 오늘 옮긴 숙소, La Casa Roja "붉은 집" Santiago 중앙광장에는 옛날 건물들과 현대식 건물들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Santiago 중앙광장에는 기마경찰이 색다르게 보인다 남반구엔 크리스마스가 여름이다, 겨울 크리스마스에 익숙한 우리에겐 이상하게 생각된다 칠레 대통령 궁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