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사상
제가 이해한 원효의 원형 화쟁사상이란 논쟁에 있어 그 주장의 목적이 불교의 교리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포용하고 조화시키는 사상을 원효의 원형 화쟁이라 이해하였습니다. “내 주장만 옳고 남은 틀렸다.”라는 집착을 버리기 위해서요. 그 화쟁사상이 변질되어 오늘날 고유의 철학적 정체성을 약화시키고 무원칙한 습합(習合)을 정당화했다 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종교는 들어올 때 기존에 있던 민간신앙 샤머니즘 그리고 기복신앙과 싸워야 합니다. 불교도 그랬고 기독교도 그랬고 이슬람도 그랬죠. 문제는 화쟁사상입니다. 저는 과장일수도 있으나 그 화쟁사상이 변질되어 그 민간신앙과 기복신앙을 비판적으로 선별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몰론 원효의 원형 화쟁사상 자체는 오류와 진리를 치열하게 가렸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후대에 와서 화쟁사상이 모든 것을 품어야 한다는 절충주의로 변질되었습니다.[1] 심지어는 이 후대에 변질된 절충주의 로서의 화쟁이 종파·사상에 관계없이 모두가 성불의 길로 회통한다는 불교 교리인 통불교 사상으로 이어졌죠.[2]
불교는 그것 때문에 결국 민간신앙과 기복적 신앙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불교교리가 무엇입니까? 집착을 버리고 신은 없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가 불교 교리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불교는 어떠합니까? 집착을 버려야 한다던 불교의 절엔 부자 되게 해달라 자식 잘되게 해달라 절하는 사람들이 절을 채웠으며 연등엔 세속적 소원을 적고 있고 신이 없다던 불교는 연기·무아 사상과 거리가 먼 토착 샤머니즘 및 기복적·주술적 요소들로 가득 채웠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제가 보았던 오늘날 불교의 현실태입니다.
심지어는 글주제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현재 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았던 ‘남묘호렌게쿄’, ‘대순진리회’ 에 대해서 불교인에게 물어 본적이 있었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그들도 불교이다. 우리는 선을 긋지 않는다”였습니다. 이것이 통불교 사상이자 변질된 화쟁사상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배척해야 할 비불교적 요소까지 '우리는 선을 긋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품어버리는 것은 포용이 아니라 변질된 통불교 그리고 변질된 화쟁사상이 가져온 단적인 폐해입니다.
저는 생각합니다. 이 통불교적 사상과 오늘날 변질된 화쟁사상을 버리고 다시 옛날 원효의 화쟁사상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그리고 그 화쟁사상을 바탕으로 기복적 신앙을 버리고 샤먼적 부분 주술적 부분을 버려야 한다고 그것이 불교의 진정한 정신을 살리는 거라 저는 생각합니다.
[1] 박태원. (2012). 화쟁사상을 둘러싼 쟁점 검토. 한국불교사연구, 2, 125-170.
[2] 이종익, 「통불교사상」,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