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박유정-예천여자중학교 3학년
"네 엄마 손은 왜 이래?"
"우리 엄마는 괜찮은데."
친구들은 우리 엄마 손가락을 보면 꼭 한마디씩 한다. 초등학교 때는 이런 말을 들으면 부끄러워 어디 쥐구멍이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우리 엄마는 특별해."
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 엄마 손가락은 다른 사람에 비해 엄지 손가락이 짧고 뭉툭하다. 태어났을 때부터 뭉툭했다고 한다. 지금 난 엄마 손가락을 추억 주머니라고 부르는데 추억하면 행복을 떠올리곤 하는데 내게 추억 주머니는 슬픔, 죄송함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예회 중 부모님과 손을 잡고 원을 도는 율동이 있었는데 엄마 손가락을 친구가 잡자 그 친구는 깜짝 놀라며 너희 엄마 손은 왜 이래라고 날 이상하게 쳐다봤다. 엄마는 당황해 하며 어찌할 줄 모르며 서 있자 난 엄마 보고 집에 가라며 생떼를 썼다. 나중에 아빠께 들었는데 엄마께서는 회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첫무대에 함께 서기 위해 사정사정해 겨우 오셨다고 한다. 그때 엄마에게
"내가 화냈는데 괜찮아?"
라고 물으니 엄마께서는 옅은 웃음을 띄시며
"난 우리 딸 무대 본 것만으로 행복한 걸?"
이라 하시며 나를 꼭 안아주셨다. 또 초등학교 6학년 때 자기가 만든 도자기를 파는 행사를 했었는데 그때 나는 손을 다쳐도자기 모양이 엉망이었다. 그래서 아무도 내 물건을 사주지 않아 몰래 화장실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갔다오니 내 도자기를 누가 사갔다고 선생님께서 흐뭇하게 웃으시며 축하해 주셨다. 동생들에게 자랑하려고 집에 빨리 왔는데 내 도자기들이 엄마 방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아침에 부끄럽다고 엄마보고 오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께서는 내 물건을 내가 슬퍼할까봐 사오셨던 것이다.
이렇듯 난 엄마의 엄지 손가락에 대해 슬픈 추억 밖에 갖고 있지 않다. 뒤늦게 깨달아 죄송스러운 마음 역시 포함되어 있다. 엄마 손가락은 다른 사람에 비해 작고 못생겼지만 나에게 있어선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손가락이다. 엄마께서 언제나 웃어주시기에 엄마가 오시면 환하게 웃으며 "다녀오셨어요?"라고 말하고 회사에서 마음 쓰라리신 일은 없으셨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드린다. 지금까지 내가 속썩여 온 것들을 내 웃음과 행복만으로도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엄마를 무한히 사랑할 것이다. 날 사랑해 주신만큼 엄마의 엄지 손가락을 더이상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멋있다며 엄마와 함께 추억을 되새기론 한다.
"저 때문에 가슴 많이 아프시던 어머니,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