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제1회
방송일 1999년 1월 27일 수요일 밤 9시 55분
$#1. 게 경매장 (어두운 새벽)
중매인들, 여럿 모여 경매가 한창 진행중이다.
경매사 : 자- 사만 이천, 사만 삼천, 사만 사천, 사만 팔천, 자 오만,
카메라, 한쪽으로 옮겨가면 재호(중매인 모자 쓴), 석구(모자 쓰지 않은) 보인다. 경매사를 보는 재호의 눈이 매섭다.
재호 : (모자 벗어 손 가리고, 수신호로 육만 부르고)
경매사 : 자 육만,
다른 중매인들 비싸다는 듯 고개 갸웃하고.
석구 : (재호 보며, 작게 울상 손 내리라는 신호 보내며) 야,
재호 : 기다려봐.
장고 : (화나 오기 부리며, 수신호로 칠만)
경매사 : 자 칠만, 칠만, (부르며 재호 보면)
재호 : (슬며시 웃으며, 모자 쓴다)
장고 : (재호 보며, 이상하다는 듯) !?
경매사 : (재호의 웃는 얼굴 위로) 140 칠만원! (어리버리한 장고의 얼굴 위로) 다음, 경기 서해 원풍. 오만원부터. 자 오만, 오만 오천, 육만, 육만 오천, 자 칠만, 칠만 오천...
그때, 장고 재호를 힐끗 보고. 재호, 경매사만 보고.
석구 : (재호 가까이 서서 작게 몸이 달아) 야, 저건 사지 마, 죽어도 사지 마. 너. 저거 나빠 임마.
재호 : (석구 안 보고, 낮은) 가만있어.
석구 : (안달이 나서) 야, 저거 사면 주머니 엔코난단 말야.
재호 : (모자를 벗어, 제손을 가리고 수신호를 보낸다 (팔만 오천))
경매사 : 자 팔만 오천
장고 : ?!
경매사 : 자, 205번 팔만 오천.
석구 : (황당하다는 듯 재호 보며, 놀란) 팔만 오천?
$#2. 경매장 밖
재호와 석구, 게를 트럭에 싣고 있다.
석구 : (신이 나서 실으며) 야, 우리 땡잡았다, 야 짝당 구만은 넘겠다. 역시, 강재호다.
재호 : (입가에 함박 웃음 지으며, 말없이 게만 싣고 있다)
이때 장고, 재호와 석구 쪽으로 다가오며
장고 : (재호에게, 기분 나쁜) 돈 많이 벌었겄다.
재호 : (어깨에 게 얹어서 트럭 쪽으로 가며, 느믈스레 웃으며) 고마워, 안 불러줘서. 잘 못하면 돈 쓸뻔 했는데 입 꽉 닫고 있대?
장고 : (기막히다. 재호 옆으로 바싹 붙어, 어깨로 재호를 밀며,험악하게 낮은 소리로)야, 강재호. 너 그러는 거 아니다. 남은 앞대가리에다 돈 다 쓰게 만들어 놓고, 맨 나중에다 상품을 돌려? 너, 물건 바뀐 거 알구, 일부러 돈 질렀지?
재호 : (느믈스레, 그러나 눈빛으로 지지 않고) 장고형, 괜히 시비 걸지 말어, 우리가 장사 하루이틀 붙어? 재수 좋은 날 있음, 재수없는 날 있는 거지, 그때마다 열받으면 오래 못살지? 아니, 막말로 형이 열 받았다고 해서, 내가 기가 죽길 하겠어, 아님 물건을 내주겠어? 안 그래?
장고 : (열 삭히려 작게 숨 몰아 쉬고, 재호 가슴팍 괜히 툭툭 치며) 너 나중에 보자. (하며, 갑자기 게짝 발로 세게 걷어차고, 붙을래? 하는 얼굴로 재호 본다)
재호, 장고 무섭게 노려보고, 석구 게짝 들고 얼어서 서 있다.
재호 : (잠시 그대로 있다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그러니까, 화 좀 풀려?
장고, 화난 얼굴로 바닥에 침 딱 뱉고 가고. 재호, 가는 장고 보며 비웃으며, 석구 쪽으로 고개 돌리면, 석구, 게짝 들고 얼어서는 서 있다.
재호 : 너 뭐해?
석구 : (두려운 얼굴로) 쟤 무서.
재호 : (작게 웃으며) 석구야, 너, 이 세상에 진짜 무선 게 뭔지 아냐? 주먹? (고개 젓고, 강조) 돈.
$#3. 교정을 달리는 재호의 차
$#4. 교정.
진우, 현수, 두사람 계단 올라오고 있다.
진우 : (현수 보며) 현수야, 너 오늘저녁에 시간 있어?
현수 : (진우 안보고) 왜?
진우 : 어. 우리엄마가 너 집에 한번 데리고 오래. 보고 싶다고.
현수 : (가던 걸음 멈추고 진우 맘에 안들게 보며) 진우야, 내가 전부터 너한테 말했지? 난 부담스러운건 딱 질색이라구. 너 한번만 더 그런소리 하면 더 이상 너 안 만난다.
진우 : 알았어. 알았어.
현수 : (다시 가던 길 가고)
진우 : 야, 너 그대신 이번주말에 스키장 갈거지?
현수 : 생각해 보...(하는데, 재호 차 현수앞에 와서 급정거 한다. 현수, 놀래서 차 범퍼 한손으로 짚고 재호 흘겨보다 지나간다)
카메라 돌면, 운적석에 앉은 재호 보이고 일부러 그랬다는 듯이 슬몃 웃다 고개들고.
$#5. 강의실
웅성거리는 학생들. 중앙에 앉아있는 재호, 창가 쪽에서 다른 학생과 얘기하고 있는 현수를 보고 있다. 입가에 조금은 야비한 웃음 띄웠다.
민철E : 이름의 조현수래. 뉴질랜드 보트사, 벤처기업 회장 딸이랜다. 오빠가 있긴 한데 오빠보다 낫다나봐. 요즘 선배들 쟤 때문에 난리 났다. 쟤 잡으면 인생, 팔자 핀다 이거지.
재호 : (회심의 미소 지으며 고개 약간 숙이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치다 현수에게 눈길 다시 주고)
$#6. 신형의 교수방
신형, 앉은 자세로 어색하게 '안녕하세요, 이신형입니다' 하고는 맘에 안 드는지, 다시 '이신형입니다, 안녕하세요' 하다가, 한숨 한번 쉬고는 앞 소파에 앉아, 신형 귀엽다는 듯 보고 웃는 길진을 보며.
신형 : (길진 보고, 어리버리하게) 앞에게 나, 뒤에게 나?
길진 : (정색하고) 솔직히 말해도 돼?
신형 : (무슨 말이 나올까 싶다) ...
길진 : (너그럽게 웃으며) 둘 다 별로야.
신형 : (기운 빠지고, 길진 보며 한숨) 후...
길진 : 나는 그냥 니가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 너답지 않게 왜 그렇게 굳어서 그래. 편하게 해.
신형 : 편안하게. 어떻게?
길진 : 일단 칠판에다 이신형이라구 이름을 써, 그리고 말해. 정교수님이 병환으로 강의를 못하게 되셨다.그래서 나, 이신형이 왔다, 잘 지내보자?
신형 : 너무 딱딱하지 않어?
길진 : 첫 강의부터 능청맞게 할 수는 없잖아.
신형 : (침 삼키고, 다짐하듯) 맞어. 그리구 나는 능청맞은 거 그거, 딱 질색이야. (자신에게 말하는) 편안하게. (길진 보며) 그지? 편안하게?
길진 : (너그럽게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그래.
신형 : (여전히 긴장한) 그럼 다시 한번 해볼게, 편안하게. (굳은 얼굴로 웃으며) 안녕하세요, 이신형입니다.(기운 빠지는)
$#7. 강의실
신형, 칠판에 '이신형'이라고 쓰고는 돌아서서 짐짓 자신감 있게 하지만, 어색하게 웃으며.
신형 : 반갑습니다. 이신형입니다. 오늘 수업 시작하겠습니다. (하고 조금 불안하게 눈들어 현수 보면)
현수 : (다른 사람 안 보이게 입 가리고 작게) 잘 해. (하고 나서 딴청한다)
현수와 신형이 주고받는 눈빛 아무도 모르게.
신형 : (심호흡하고, 다시 학생들 본다)
재호 : (앞에 놓인,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현수를 의식하며 작게 현수 쪽으로 곁눈질 보내고,잔 내려놓고 신형을 본다. 현수한테 자신을 어떻게 알릴까 생각하는 눈빛이다)
신형 : 지난번 정교수님이 구장까지 나가셨다니까.. (책을 펴며) 저는 십장부터... (학생들 보며, 억지 너스레) 어, 구장 내용중 궁금한게 있으면 질문 주시고, 없슴 다행이구요. (책 보며) 자 그럼 260페이지, 10장. 청년기. 성숙과 사회학.
그때, 학생들 이상하다는 듯 작게 웅성인다. 신형, 고개 들면 재호 손을 들고 있다.
신형 : (어리버리해서는 재호 보고) 왜, 질문 있어요?
재호 : 강의실을 잘못 찾아오신 거 같습니다.
현수 : (재호 본다) ?
재호 : (현수의 시선 느끼고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신형 보며) 그 내용은 지난 학기에 배웠습니다.
신형 : 어, 그럴 리가 없는데..
재호 : 그럴 리가, 있습니다. 십이 십삼세부터 이십일 이십이세사이는 인간 발달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시기인 청년기,Adolescence다. 제 일절, 신체 발달. 제 이절, 성적 성숙. 제 삼절, 정신 성장.제 십일장, 청년기. 현대사에 모든 청년들의 중심과제는 내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학생들, 와우하는 환호 소리.
신형 : ?
재호 : 발달심리학도 가르치신다더니, 책을 잘못 가져오신 거 아닙니까? 지금은 생리심리학 시간입니다.
신형 : (당황스럽다, 책 표지를 본다. 난감하다)
학생들, 작게 비아냥 섞인 웃음소리 들리고.
신형 : (난감하다) 어유, 이거 미안합니다, 제가 착각을... (한숨)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책 바꿔가지구 다시 오겠습니다. 어유, 미안합니다. (하고, 나가려 하면)
재호 : 출석은 부르시고 나가셔야죠? 전, 강재홉니다.
신형 : (재호 보고) ?
현수 : (재호를 본다, 뭐 저런 놈이 있나 싶은)
$#8. 복도
신형, 화가 나고 난감해선 강의실 문 열고 성큼성큼 복도를 걸어간다.
$#9. 목욕탕 주차장 아침
어디선가 트럭이 와 석구 앞에 선다. 트럭문 열리고, 장고 내려 수표 다섯장 세서는 석구에게 준다. 석구, 기분 좋아하며, 빠르게 돈을 주머니 여기저기 벌려넣는다.
장고 : (그런 석구 보며) 야, 다음부턴 좀 통째로 좀 바꿔. 맨날 반반씩 이게 뭐냐, 추접스럽게.
석구 : 나두 양심이 있지 어떻게 나쁜 것만 갖다 주냐, 좋은 거 나쁜 거 섞어서 갖다 줘야지.
장고 : (어이없다) 양심? 임마, 너나나나 어차피 구정물 쓴거야. 섞어서 갖다주면 좀 낫냐? 이래 속이나 저래 속이나 오십보 백보지.
석구 : 오십보 백보 차이가 얼마나 큰데? 백보는 오십보 두배야 두배.
장고 : 으이그, 이런 썩박.
석구 : (버럭) 아, 내가 썩박이라구 부르지 말라고 그랬지? 내이름놔두고 왜 그렇게 불러?
장고 : 야, 썩구라구 그러면 좀 났냐? 야 임마, 상자나 내려. 어?(차안의 조수에게) 야, 스무개만 바꿔라.
석구 : (장고에게) 딱 스무개다, 형, 나 산수는 하는 거 알지?
$#10. 강의실
강의 끝난 분위기, 학생들 나가는.
민철 : (재호 툭 치며) 완전 촛잔가 본데 너무한 거 아니냐?
재호 : (가방 챙기며) 공짜로 강의 받는 것도 아니고, 돈 내고 강의받는데, 수업을 하려면 준빌 제대로 해야지.이래서 시간강사들 수업은 듣기가 싫다니까.
민철 : 깐깐하긴, 술 한잔 하자.
재호 : 할 일 없는 너나 마셔.
민철 : 말 좀 이쁘게 해라.
재호 : (작게 웃는) 레포트 써야 돼.
민철 : 그래? 수요일날 보자. (하고 나간다)
재호 : 그래. (가방 챙기며, 앞쪽에 앉아있는 현수 본다. 관찰하는눈빛이다)
현수 : (생각 없이, 가방 챙기고 재호쪽을 향해 간다. 아무 생각 없이 재호 옆을 지나가는데)
재호 : (현수가 옆을 지나갈 때 의도적으로 커피잔 들고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그 바람에 재호와 현수 부딪히고 현수의 옷에 커피가쏟아진다. 현수보고)
현수 : (순간, 조금 놀라 옷을 보면 옷에 온통 커피가 묻어있다, 고개 들어 심란한(?) 얼굴로 재호 보고)
$#11. 복도
현수, 굳은 얼굴(거의 무표정한)로 나오면, 재호, 뒤따라 나오며'이봐요'하고 현수의 팔을 잡는다. 현수, 돌아보고 재호의 손을 팔로 탁 쳐 푼다.
재호 : (여유 있게, 웃음진) 화났어요?
현수 : (재호보고, 무표정하게 있다가) ... 났으면?
재호 : (왜 반말인가 싶다. 작게 웃고, 현수 아래위로 훑어보고) 옷이 엉망이네. 나한테 옷 있는데 갈아입을래~~~요?
현수 : (제 옷보고, 재호보고, 탐탁지 않은) 가지고 있는 옷, 깨끗해?
재호 : (또 반말이네, 하는 얼굴로 보고 웃다 가방에서 옷 꺼내주며) 입을 만, 해.
현수 : (탐탁지 않게 그 옷을 빼앗듯이 가지고 말없이 가버리고)
$#12. 여자 화장실 앞
재호, 한쪽 벽에 기대서서 여자 화장실쪽을 보며 재밌다는듯 웃음 머금고 있다. 화장실 안으로 여학생들 우르르 들어가거나, 나온다.
$#13. 화장실 안
여학생들, 몹시 북적대는 속에 현수, 난감한 얼굴로 옷을 들고 서있다. 더는 못 기다리겠는지, 작게 한숨 쉬고 사람들 밀치고 나가고.
$#14. 화장실 밖
현수, 나오면
재호 : (현수 보고) 안 갈아입었어?
현수 : (그 말에 재호 보며, 짜증(?) 참으며, 사이) 사람이 너무 많아.
재호 : 내가 좋은 장솔 아는데, 거기서 갈아입을래?
현수 : ?!
$#15. 비상구 계단 참 (일층과 이층을 연결하는)
현수, 기막혀 어이없는 웃음 입가에 짓고 재호 보고 있고. 재호, 자기 상의 들고 현수 앞을 가리고 서 있다.
현수 : (작게 어이없는 웃음 지고 있다) 너 뭐하는 짓이야? 나보고여기서 니가 가려주는 (옷 만지며) 이걸 방패 삼아서... 옷을, 갈아입으라구?
재호 : (느물맞게, 현수 눈 보며) 나 갈까? 혼자 갈아입을래? 나도그러고 싶은데, 그게 더 위험할 거 같아서?... 난 혼잔데. 문은 아래 위, 두군데나 나있지, 사람들이 어디로 들어올지도 모르고, 혹시라도 (약한 강조) 내가 문열고 구경할지도 모르고.
현수 :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하는 표정)
재호 : 옷이 비싸 보이는데, 빨리 드라이를 맡기는 게 좋을텐데, 어떡할래?
현수 : (이 자식 봐라 하는 심정으로, 비아냥 섞인 웃음 지으며) 너이름이, 뭐니?
재호 : 강재호.
현수 : 강, 재, 호? 기억해, 둘게.
재호 : 눈, 감을까?
현수 : (도리질하고 재호가 들고있는 옷을 자기 쪽으로 당겨 가리고재호 눈을 보면서 옷을 벗는다)
재호 : (그런 현수 보다가 약간 모로 얼굴 돌리고, 대단한 애군! 하는 눈빛으로 작게 웃고)
$#16. 애인처럼 전경, 낮
동네 사람들, 여럿 입구를 막고 웅성거리고 있다.
여자E : 이게 다 뭐냐구 어! (하고 깨지는 소리)
$#17. 애인처럼 안
열린 문 사이로, 사람들 구경하는 모습 보이고. 뚱뚱한 40대 여자가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던지며.
여자 : 이거 내 남편이 다 해준 거지. 이것두, 이것두. (하며, 난리를 치고)
카메라, 돌아가면 정진숙은 팔짱을 끼고 바 안에서 여자의 하는 양을 무표정하게 보고 서있다.
여자 : (진숙에게 삿대질하며) 지난달에도 빈 봉투, 이번달에도 빈 봉투, 그 돈 다 어딜 갔나 했더니, 니년한테 퍼 줬구나. 내 돈 내놔, 내 돈 내놔, 이년아! (하며, 바에 있는 의자를 던지고)
진숙 : (비아냥거리는) 그게 던진다고 부서져요?
여자 : (진숙 보고, 기도 안 찬) 뭐, 이년아!
진숙 : (여자 한번보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아 수화기 들고 버튼 누른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면, 웃음기까지 밴) 경찰서죠? 어, 나야, 정. 김경장님? 우리집에 아줌마 깡패가 들었네, 자기가 좀 와줘야겠다?
여자 : (놀라) 이 년아 뭐 하는 짓이야. 전화 못 끊어?
진숙 : (여자 보며) 내가 이렇게 당하고, 아줌말 순순히 놔둘 거 같애요? (씩 웃고) 이봐요, 당신 남편 여기 안 왔어. 내가 몇 번을 말해? 여긴 당신 남편 같은 사람들이 오는 데가 아니야. 여자 밝히는놈이 여길 왜 와. 내 명함? 어디서 주웠겠지. 내가 보기엔, 아줌마가 나보다 백밴 이뻐. 아줌마같이 이쁜 여자 놔두고 당신 남편이 여길 왜 와, 약 먹지 않구서야?
여자 : 이년이! (하고 진숙의 뺨을 친다)
진숙 : (고개 돌아가고)
여자 : 이년이, 누굴 갖구 놀려, 지금?!
진숙 : (여자 보며) 또 때려봐요.
여자 : 치라면 내가 못 칠거 같애. (한대 더 친다)
진숙 : (가만히 여자 쪽으로 고개 돌리는데 입이 터졌다. 웃음 섞인, 이 앙다물고 여자 빰 친다)
여자 : (손등으로 피 닦고)
진숙 : 미쳤니? 나만 맞게, 피 닦어.
$#18. 재호의 차 안
짜증난 얼굴로 담배 피우면서 운전하고 있다.
석구E : (다급하게) 야, 야, 진숙이 이모 가게 난리 났어, 난리. 이모가 또 어떤 새끼 후렸나봐. 진숙이 이모보다 두배 큰 여자 가, 가게 난장치구, 깨부수고. 야 난 겁나서 못 가. 너 빨리 가봐 라, 빨리.
재호, 급하게 우회전시켜 간다.
$#19. 애인처럼 앞
재호의 차 급정거해 선다. 재호, 차에서 내려 급히 문열고 들어간다.
$#20. 애인처럼 안
문 벌컥 열리고 재호, 들어와 둘레 살핀다. 조용한 노래 흐르고 있다. 온통 난장판이다. 여기저기 테이블과 의자 넘어져있고 유리 깨져 있다. 재호, 심난한 얼굴로 바 쪽으로 고개 돌리면 진숙, 술 한잔 마시고 잔 내려놓고 재호 보고 어색한 미소 짓는다.
$#21. 낡은 식당 안, 저녁
진숙, 소주 따라 마시고 있고 재호, 답답한 얼굴로 담배 피우며 진숙 안 보고 있다.
진숙 : (술잔 내려놓고 작게 웃으며 재호 보고) 안 따라 줘?
재호 : (안 보고, 무시) ...
진숙 : (가볍게 웃음진듯한) 사내 자존심으론 술 못 따르겠다? 그래. 그럼 내가 따라 마시지 뭐. (술 따라 마시는)
재호 : (조금 화난, 진숙 꼬나보며) 도대체 왜 그렇게 살아요? 술장사 때려 치랬죠? 징그럽지도 않아요?
진숙 : (술 마시며) 너두 내가 술 마시구 오바이트한 돈으로 컸어.잘 난 척 말어.
재호 : 그게 얼마예요, (버럭) 갚아줄 테니까?!
진숙 : (재호 보고 웃는다) 악쓰지 마라, 힘 빠져.
재호 : (이 앙 물고) 난 정말, 정말 이모 맘에 안 들어요.
진숙 : (맥주 마시며, 아랑곳없는) 저 엄마두 맘에 안 들어하는 놈이 이모라구 오죽할까.
재호 : (맘아픈 비아냥) 그럼, 날 버린 엄마를 사랑할까요?
진숙 : (재호 안쓰럽게 보면) ?
재호 : (건성처럼) 유괴범이 애 꼬시듯, 까까 줄게 놀러가자. 재영이, 나, 멋모르고 쫓아갔었어요. 자기 자식 그렇게 끌고 가서, 놀이 동산에 버리구, (맘 아프게 웃으며) 설마 엄마가 날 버렸을까, 집에 가면 있겠지... 그렇게 물어물어 집에 왔더니, 이모 어땠어요? 술 취해 툇마루에 누워선, (맘 아픈 웃음 지으며) 잘 놀다 왔니? 그랬죠?
진숙 : (맘 아프게 웃으며) 미웠니? (웃으면서 천천히 지갑에서 돈 꺼내 테이블 위에 놓고 재호 보며) 그래두 집에 혼자 가지는 마라. 이모 술 마셔서 다리 다 풀렸어.
재호 : (화가 나 탁자 꽝 친다) 아우!
$#22. 길가 가로수
진숙,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고 재호는 못마땅한 얼굴로 등을 쳐주고 있다.
재호 : (짜증 난) 허리 숙여요, 그래야 나오지 이러면 나와요.
진숙 : (재호의 손 치우고, 일어나 손바닥으로 입가 닦으며, 재호 얼굴보고 웃으며 재호의 뺨을 툭툭 치고)니가 날 미워하지 않는다는 거 알어.
재호 : 아니요.
진숙 : 넌 누굴 사랑하는 게 겁나지. 사랑이 널 바보로 만들까봐. 아서, 세상은 바보 같애. 바보같이 사는게 옳아, 재호야.
재호 : (이 앙 다물고, 맘 아프게) 지겨워요, 그 사랑타령. 도대체 이모가 말하는 사랑이 뭐예요? 말해봐요. (격앙된)칠년 전에 부인 버리고 이모한테 온다던 김 사장, 왔어요? 삼년 전에 돈 벌어온다던 박 아저씨, 왔어요?! 그 사람들 가면서 이모 죽자 사자 모은 돈 전부 들고 퉜죠? (맘 아퍼, 소리지르는) 그게 사랑이에요?! 울 엄마처럼, 부모가 자식 버리는 게 사랑이냐구요?!
이모 : (재호 눈 보며) 그래도 나 그 사람들 때문에, 그땐 행복했어. 니 엄만, 너 낳고, 재영이 낳고, 행복했어.
재호 : 그래요, 그래요, 그래! 그 사랑이란 거, 이세상 사랑요, 이모, 다 가지세요. (하고 가서 짜증스럽게 차 문 연다)
진숙 : (재호의 등 뒤로 E) 재호야.
재호 : (돌아보면)
진숙 : (나무에 기대 잔잔하게 웃으며 재호 보고) 오늘 잠깐 이런 생각이 들었어. 니 엄마 집 나갈 때 나이가 스물 아홉... 스물 아홉에 남편 없구 돈도 없구 아들 하나, 딸 하나. (서글프게 웃으며) 힘들었을거야.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힘들었을 거야.
재호 : (한숨쉬고 진숙을 노려보며) 탈 거예요, 안 탈 거예요?
$#23. 레스토랑 안
길진의 웃음소리 크다. 카메라 테이블로 가면 식사하는 분위기다. 신형은 길진을 밉게 보고 현수는 옆에서 웃음 참고 있다.
신형 : (포크와 나이프 들고, 눈만 들어 길진 보며) 어머, 어머, 저렇게 좋을까, 아주 뒤로 넘어가네, 넘어가. 송길진교수님, 그만 해. 네, 그만하세요.
길진 : (웃음 참고) 미안하다, 미안해, 너무 재밌어서... (현수 보며) 현수야, 재밌지?
현수 : (웃음 참으며, 음료 마시며, 신형 보며) 아냐 언니, 안 재밌어. 절대 안 재밌어.
신형 : 솔직히 말해, 너두 재밌잖아. 두 사람은 재밌어서 좋겠다. 난 열 받아서 짜증나는데.(사이) 길진이 형, 난 이제 걔 얼굴만 봐도 딸국질 할 거 같애. 나 보기보다 소심한 거 알지? 형, 걔 성격 못됐지? 아주 돈 많은 집, 버릇없는 외동아들 같던데... 강재호 걔 어떤 애야?
길진 : (너그러운) 소문에 의하면 아버지가 미국 MIT 교수래드라.
현수 : (길진 보는)
신형 : (현수의 얼굴 위로, E) MIT?!
길진 : (신형 보며) 신형아, 내말 잘 들어. 요즘 애들 우리때하고 달러. 지들끼리 정교수하고 시간강사하고 차별을 둬. 그런 걸로 자존심 상하면 수업 못해. 걔, 다른 애들보다 나이두 많구, 잡기 쉽지 않아. 잊어버려.
신형 : (주의 깊게 묻는) 걔 성적은 어때?
길진 : (물 마시고) 조기졸업 계획하는데, 될 거 같애.
신형 : (걱정된다) 똑똑한가 보네. 암튼, 머리 약은 놈들이 공부도 잘한다니까, (괜히 짜증스런) 걘 경제학과 학생이 뭐하러 부전공을 심리학을 한대?
현수 : (웃으며) 왜, 외국에선 많이 하잖아.
신형 : 강의 맡았다고 일주일 전부터 마음 들떠서, 잠 못자고 아침에 먹은 청심환이 억울하다. (길진 보며, 부러운 듯) 형, 형두 첫 강의 할 때 그렇게 떨렸어?
길진 : (웃고)
현수 : (신형 보며) 아이구, 언니가, 무슨 놀림을 당했냐? (작게 놀리듯) 뭐, 걔 말두 틀린건 아니지. 교수가 수업 때 책을 잘못 가지고 들어온다, 그건 말이 아니지?그 덤벙대는 버릇 좀 고쳐라. 어?.
길진 : 그건 현수말이 맞다. 너, 오늘 식당 올때부터 커피 마시고 싶대놓고, 자리에 앉자마자 콜라 시켰지?그리구 콜라 가져오니까, 커피 먹고 싶다고? (사이) 무슨 일이든, 매사에 일을 좀 순서 있구 차분하게 해.
신형 : (듣기 싫다) 으이구 으이구, 그래, 나 원래 그런 애야.(서운한) 오늘 두 사람 다 종일 나 구박하고, 놀렸지?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현수 : 아참, 아줌마한테 밥 먹고 간다고 얘기했어?
신형 : (물 마시며) 엄마 고등학교 동창회 가셨어. 지금쯤 거기서 식사 하실거야.
$#24. 호텔 커피숍
혜자, 친구 두명과 차 마시고 있다. 친구들 수다스럽게 얘기하고 있다.
친구1 : 교수? 야 너무 잘됐다. 걔 옛날에는 공부 지지리도 못하더니
혜자 : (수줍게 웃으며) 어릴때 좀 그랬지. 고등학교때, 대학때는 곧잘 했어. 얘.
친구1 : 그러게. 사람은 어릴때 봐서는 모른다니까. 내 딸은 고등학교까지 공부 잘 하구선 대학 나와 가지구 외판원하잖아.(샘나는) 얘 니 딸 시집 잘 가겠다. 너 선 들어오지?
친구2 : 들어오겠지, 교수에 박산데.
혜자 : (웃으며) 박사는, 아직 논문도 안 끝났는데, 그리구 아직 교수 아냐. 시간강산데 뭐.
친구1 : 얘 남편두 이번엔 실장으로 진급했다며? 너는 복 터졌다.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니? 자식 잘돼, 남편 승진해, 금슬 좋아, 으이구, 부럽다 부러워. 그런 의미에서 오늘 찻값은 니가 내라.그리구 우리, 계획대로 영화 보러 가는거다.
친구2 : 그러자.
혜자 : (미안한 웃음) 나두 그러구 싶은데 우리 애 아빠가 허락 안 할거야.
친구2 : 아니 니넨 아직두 서로 그렇게 밝히니? 우리는 그냥 서루 눈만 마주쳤다면은 도망가는데.우리집 남자 집에 왔을때 내가 문 열어 주면은, 이 추운 겨울날씨에도 부채질하는거 있지. (혜자에게) 니네 남편두 그럴걸?
혜자 : (수줍게 웃으며) 우리 남편은 안 그래.
친구1 : 그런지 안그런지 (가방에서 핸드폰 꺼내주며) 전화 걸어봐.
혜자 : (핸드폰 건네 받으며) 안 될 텐데.
$#25. 병국의 사무실
병국 전화받고 있다.
혜자E : 애들이 자꾸만 졸라서...
병국 : (왜 이런가 싶다, 시큰둥) 응, 알아서 해.
혜자E : 당신 오늘 늦어요?
병국 : (거짓말이다) 응. 거래철 좀 들를데가 있어.
$#26. 호텔 커피숍
혜자, 전화하는 중이다.
헤자 : 안 되겠네. 신형이만 있으면 몰라두 현수까지 있는데 당신두 없구. 예 알았어요. 곧 들어갈게요. 예, 네. (전화 끊고 웃으며 친구들에게) 안 된대. 빨리 들어오래. 미안해.
$#27. 병국의 사무실
병국, 부저음 울리는 수화기를 보다 내려놓으며,
병국 : (혼잣말) 거참, 생전 안하던 전화를 다 하구 별일이네.(하고, 다시 전화번호 누르고) 어어... 스위트 홈... 미스 리냐. (웃으며) 거 종식이 왔어? 어? 아냐, 아냐, 나 곧 거기로 갈거야. 그래 가서 보자. 좋지, 죽자 사자 한번 마셔보자.
$#28. 호텔 화장실
혜자, 거울 보며 립스틱 바르고 있다.
친구2 : (화장실에서 나와 먼저 나가며) 빨리 나와. 애정이가 데려다 준대.
혜자 : 어, 거울 잠깐 보구.
친구2 : 이쁘구만. 빨리 나와. (하고 나간다)
혜자 : (입술 바르며, 혼잣말) 거래처 사람을 만나? 흥, 거래처 술집을 가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