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난파되다/ 임미리
물비늘에 취해 바다를 누비고 싶었다.
오래전 친구에게 털어놓은 꿈
장롱 속에서 녹슬어가고 있는 것처럼
몰래 훔쳐본 타인의 관심에 무심한 이력이 붙었다.
세월이 갈수록 빈곤으로 더 작아지는 몸
허리가 휘어지도록 바다에 젊음을 바친 대가다.
봄날의 항구에서 헛디딘 발
바닥보다 더 아래로 굴러 낙하했다.
한 끼의 버거움에 누가 알까 쉬쉬하며
입원과 수술에 찌들어 퇴원했으나
기력을 다한 몸과 허름해진 마음 갉아먹히는지
눈에 띄게 초췌해져 간다.
젊은 날의 흥에 세포가 꿈틀거리고 일어서면
젓가락 그 작은 틈 사이에서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려*
치맛자락에 붉은 작약이 피어난다.
봄날은 꽃잎처럼 이울어
사람들 앞 치부를 드러내는 줄도 모른 체 애절하다.
이제 세월에 잡아먹히는 것이라고
깊어진 우울 스스로를 위로해 보지만
기억이 점점 풍화되고 있다는 것을 안다.
바닷바람 불어오면 옛 기억 수줍게 일어서는지
낯선 이들뿐인 거리에서 바람을 붙든다.
새들도 떠나가 버린 텅 빈 마을
홀로 올 수 없는 이들을 기다리느라 처량하다.
바다를 배회한 지 오래된 습관
장승처럼 세월을 품은 그리움 풍랑에 난파된다.
*봄날이 간다 노래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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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되는 지는 모르겠지 만. 그래도 나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에서 그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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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리 시인의 **「그리움 난파되다」**는 한 개인의 생애를 관통하는 고단함과 그 끝에 마주한 소멸의 과정을 바다라는 공간적 배경에 빗대어 애절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시의 흐름을 따라 주요 정서와 의미를 짚어보았습니다.>
## 1. 잃어버린 꿈과 낡아가는 육체
시작은 찬란했던 **'물비늘'**의 꿈입니다. 하지만 그 꿈은 바다를 누비는 대신 '장롱 속에서 녹슬어' 갑니다. 이는 생존을 위해 자신의 열망을 억누르며 살아온 소시민의 초상을 보여줍니다.
휘어진 허리: 바다에 젊음을 바친 대가로 얻은 신체적 고통은 헌신적인 삶의 훈장이자 비극입니다.
빈곤과 쇠락: 세월이 흐를수록 몸은 작아지고, 입원과 수술을 반복하며 '초췌해져 가는' 모습은 거스를 수 없는 노화와 질병의 무게를 담고 있습니다.
## 2. 찰나의 환상: '봄날은 간다'
시의 중반부에서 분위기는 잠시 반전됩니다. 젓가락 장단에 맞춘 **'연분홍 치마'**와 **'붉은 작약'**은 젊은 날의 흥과 생명력을 상징합니다.
"젓가락 그 작은 틈 사이에서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려"
이 대목은 노랫가락을 빌려 과거의 화려했던 기억을 소환하지만, 이내 **'치부를 드러내는 줄도 모르는 애절함'**으로 이어지며 현재의 비루함과 대조를 이룹니다. 꽃잎이 지듯(이울어) 사라지는 봄날은 붙잡을 수 없는 세월에 대한 탄식입니다.
## 3. 풍화되는 기억과 난파된 그리움
후반부에서 화자는 자신의 기억조차 **'풍화'**되고 있음을 직시합니다.
텅 빈 마을: 새들도 떠나고 홀로 남은 공간은 화자의 고독을 극대화합니다.
난파(難破): 배가 부서지듯, 평생을 바다 곁에서 지켜온 그 뜨거웠던 그리움마저 세월이라는 풍랑 앞에 결국 부서지고 맙니다.
### 📝 감상평
이 시는 **'바다'**라는 역동적인 공간을 **'난파'**라는 정적인 파멸로 연결하며 삶의 허무를 노래합니다. 장승처럼 꿋꿋하게 그리움을 지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시간의 흐름(풍랑) 속에 침몰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을 담담하면서도 서글픈 어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젊음을 바친 바다에서 도리어 길을 잃고 난파된 한 노년의 뒷모습이 마치 **'연분홍 치마'**의 환상과 겹쳐져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첫댓글 이성교 선생님덕분에 시를 읽어가는 재미가 더 해집니다. 비로소 카페에도 글 밭이 열리니 참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