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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식 작가 ‘조선말 사대부 27인의 편지, 우경 안정구 선생 간찰집’ 출간
조선왕조 마지막 사대부들의 유려한 필치, 서체의 예술성,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아
출처 : 서프라이즈뉴스(http://www.surprisenews.kr)
안재식(시인・작가)작가가 펴낸 조선왕조 마지막 사대부들의 유려한 필치를 만날 수 있는 《조선말 사대부 27인의 편지, 우경 안정구 선생 간찰집》이 학술전문서적출판 학자원(대표 김병환)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안재식 작가의 증조부인 우경 안정구(禹卿 安珽求, 1828~1881) 선생이 충주영장(忠淸道後營將, 1879~1880)을 지낼 때, 조선말 국정에 참여한 주요인물 27명에게서 받은 32통의 친필 편지를 한데 모아 엮은 간찰집이다. 더욱이 이름만 대면 대뜸 알 수 있는 역사상 저명인사 다수의 간찰을 한꺼번에 출간한다는 것은 매우 희귀한 일로 이례적이다.
안 작가의 간행사에 의하면, 증조부의 유품인 간찰을 조부(安東璨)가 이어받고, 한학자였던 부친 종환 안필형(鍾煥 安珌炯, 1893~1949) 선생이 뭉치로 있던 간찰들을 한지 양면에 배접(褙接)하여 서첩으로 엮었다. 서첩의 표구는 35폭 병풍 모양으로 접었을 때 두께는 3cm, 크기는 가로 17cm 세로 29.7cm, 펼쳤을 때 길이는 595cm가 된다. 그 후 안 작가의 부친이 작고하고, 모친 이기만(李奇滿) 여사가 물려받아 6·25 전쟁 피난살이 등을 거치면서도 귀히 간직하여 안 작가에게 전승(傳承)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조선왕조의 몰락과 한일합병, 일제강점기, 광복과 분단, 한국동란 등등... 격변의 시절을 지내며 144년간이나 서첩을 원형(原形) 그대로 보존하여 대(代)를 이어 간수한다는 것은 가문의 긍지와 지극한 정성이 아니면 지킬 수 없는 일이다.
이 책을 보면, 우경 안정구 선생은 본관이 죽산(신)이고 용인 출신이다. 문성공 회헌 안향(安珦) 선생 후손으로 죽산안씨 대교공파종중 중시조인 대교공 신손(信孫)의 14세손이다. 1828년 부친 안종벽(安鍾璧, 성균진사)과 모친 함평이씨 사이에 장남으로 태어나 1852년 25세에 식년시(式年試) 무과급제하였다. 그 후 인차외만호・훈련원주부・도총도사・무신겸선전관・훈련원첨정・사천현감・부호군을 거쳐 정3품 당상관인 통정대부에 오르고, 1879년 충주영장으로 김옥균과 함께 관직을 제수받았다. 1880년 종2품 오위장, 다음 해에는 삭주부사(朔州都護府使, 평안북도)로 부임하였다.
그러나 조선말 혼란기인 와중에 대홍수가 겹쳐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1881년 향년 54세로 순직하였다. 나라에서는 살신성인으로 오로지 백성들과 고난을 함께하다 순직한 우경 안정구 선생의 애민정신을 기리고자, 생가가 있는 고향 용인시 백암면 용천리로 운구(運柩)하여 예장으로 치제(致祭)하며 애도하였다.
이 책에 실린 친필 편지 27인은 다음과 같다. 흥친왕 이재면, 충정공 민영환, 영의정 김병국, 대제학 민태호, 병조판서 김기석, 무위대장 이경하, 서화가 민영익을 비롯하여 민겸호・김병주・○수종・홍재현・김흥균・김경균・조용훈・조신희・이태용・민영준・허습・이봉의・박장하・심상기・김제봉・이명현・이두현・심능호・정약풍・심윤택이다.
이들은 철종・고종 시대를 살았던 관하 백성, 유생, 능참봉, 사사, 교리, 기사관, 훈련판관, 현감, 목사, 기사장, 대사성, 도승지, 금군별장, 어영대장, 포도대장, 대사헌, 한성좌윤, 내금위장, 시종무관장, 도총관, 약방제조, 육조 판서, 선혜청당상, 판의금부사, 영의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편지 내용도 다양하다. 우경 안정구 선생이 큰아들(安東璨)의 장래를 염려하여 길을 터주려는 가슴 찡한 부성애가 편지 곳곳에 나오고, 당시 이조참판 민태호는 ‘상제(喪制)를 당하여 애통한 마음이 더욱 절실하지만 죽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하는 슬픔’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금군별장(종2품, 경호실장급) 허습은 ‘상주인 처지에 완악한 목숨을 구차하게 보존하고 있지만 초(燭)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우니 급히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딱한 사정을 전한다.
형조판서 홍재현은 ‘왕대비를 10여 년간 모시며 명을 전달하던 정지사가 아랫사람에게 치욕을 당했으니 그 분함을 풀어달라.’ 포도대장 김기석은 ‘이웃 마을 임상서 어른의 집안 사정을 전하니 독촉을 늦추어 체면을 살려달라.’는 청탁도 나온다.
19세 민영환은 ‘조카가 내지 못한 세금이나 빚을 그의 삼촌에게 대신 내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니 바로잡아줄 것’을 부탁하고, 충주목사 조신희(최초의 판사)는 ‘민영환의 민원이 삼엄하다면서 저리 배현을 가두고 세납 독촉’을 사정하는 내용도 있다.
홍문관교리 이태용은 ‘부친이 병을 겪고 원기가 다해 애태우고 있는데, 도하에 돌림병이 불처럼 일어나 사망자가 속출하여 모두 두려워한다... 도통(都統) 민겸호 대감이 보국(輔國)으로 승진하여 운미령(민영익)이 축하 모임을 28일로 정했다.’라는 사연, 그리고 흥친왕 이재면은 ‘숙직을 한 지 여러 날이 되었고, 왕세자 이척(훗날 순종)이 천연두에 걸렸다가 회복되었다.’라는 소식을 전한다.
포침랑 심윤택은 ‘수십 일을 자리에 누워 앓고 있는데, 최근 집안 편지에 곡식이 끊어졌다고 하여 멀리서 염려되는 마음에 더욱 견딜 수가 없다.’라는 등... 당시 사회상이 구구절절 진경산수화처럼 펼쳐진다. 그때의 벼슬아치들과 요즈음 정치인들을 비교하면 씁쓰레하다.
이렇듯 조선말 마지막 사대부들의 간찰 모음집은 그들의 유려한 필치와 서체의 예술성, 그 내용의 다양성으로 보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도 손색이 없을 만하다. 그 당시 정제되지 않은 일상적 생활상, 꾸밈없는 감정과 시대 상황, 벼슬아치들의 안부와 청탁, 처세 등을 고스란히 알 수 있고, 생활사 연구에도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연구, 발표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도 섞여 있으므로 그들의 인물 탐구에도 기여하리라 본다.
안재식 작가는 ‘이 책의 원문이 초서나 행서로 씌어 있어 전문가의 정확한 탈초와 번역이 선행되지 않으면 활자화는 어렵다. 그래서 2019년부터 편찬 작업을 시작하여 2020년 11월 국사편찬위원회・고전번역연구소 박상수(朴相水) 교수의 탈초・번역을 마쳤다. 그 후 2년 동안 자료 수집과 주석 달기 등 확인 절차를 가졌고, 작가 원숙희(元淑姬) 편집위원의 교정・교열을 거쳐 4년 만에 출간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작가는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간찰집을 5가지 특징으로 구성했다.
▲간찰문(초서・행서)을 원형 그대로 스캔받아 게재하여 서체의 예술성을 살렸다. ▲원본축소본에 번호를 기재하여 편지의 작성 순서를 누구나 알게 했다. ▲탈초(脫草) 한자에 한글로 독음(讀音)을 달아 한문 공부하기 편하게 했다. ▲간찰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프로필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주석을 상세히 기재하여 낱말이나 문장의 뜻을 쉽게 풀이했다.
안재식 작가 아호는 소정(小亭)이고, 시인・작가・작사가다. (사)한국녹색교육협회 이사장, 한국녹색문학회 회장으로 1981년부터 30여 년간 전국학생 독후감공모대회를 개최하였고, 한국녹색문학상을 제정하여 시상하는 등 환경운동과 독서교육에 매진하였다. 중랑문화원 중랑문학대학 부학장 겸 지도교수로 수백 명의 문인들을 문단에 배출한 교육자며, 현재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문인이다.
한국문인협회 편집위원, 국제PEN한국본부 자문위원, 「소정문학」동인이다. 시가곡 〈그리운 사람에게〉등 20여 곡이 있고, 저서로는 《야누스의 두 얼굴》, 《설화의 고향, 중랑》, 《설화에게 길을 묻는다》등 20여 권이 있다. 이 책은 올컬러 하드커버 양장본, 국배판(210×297) 264페이지로 값50,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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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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